“사실상 ‘제로’ 수준”

 

태양광과 풍력을 비롯한 재생에너지 비중이 최하위 수준인 한국의 상황을 꼬집으며 한 언론보도는 이렇게 지적했습니다. 국제에너지기구 조사 결과, 2014년 한국의 전체 에너지 공급량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은 고작 1.1%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가장 낮은 것은 물론, 회원국 평균(9.2%)보다 크게 밑돌았습니다.

 

더 심각한 사실은 지난 25년 동안 한국은 1% 수준의 재생에너지 비중에서 벗어나지 못 했다는 사실입니다. 한국의 재생에너지는 1990년 1.1%를 기록한 이래 계속 ‘제자리걸음’에 머물렀습니다. 다른 국가들이 기후변화 대응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재생에너지 확대에 박차를 가한 모습과 대조적입니다. 아이슬란드는 재생에너지의 비율이 무려 89.3%로 가장 높았고, 칠레(32.4%), 이탈리아(17.8%), 독일(11.1%)과 같은 국가도 상위권에 속했습니다.

 

다행히, 국내에서도 변화의 움직임은 일어나고 있습니다. 집에 태양광발전을 설치하거고 협동조합을 통해 발전사업에 활발히 참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태양광의 불모지’로 인식되던 서울만 보더라도, 이런 분위기가 확연히 나타납니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태양광 발전소를 서울시내에서 흔히 찾아보기 어려웠지만, 지금은 7천 개 이상으로 늘어났습니다. 태양광 펀드, 베란다 태양광, 햇빛발전협동조합에 시민 4만여 명이 참여했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태양광을 비롯한 재생에너지로 스스로 에너지를 공급하려고 나설수록 정부도 더 적극적 정책을 펴도록 행동을 보일 것입니다. 정부와 대규모 전력기업이 여전히 석탄과 핵에너지와 같은 낡고 위험한 에너지원에 의존해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면, 시민의 참여는 더욱 중요합니다. 우리들의 요구가 없다면, 정부와 기업은 기존의 중앙집중형 에너지 공급 방식에서 굳이 벗어날 필요성을 느끼지 못 할 것입니다.

 

지금의 정부 정책이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에게 몹시 팍팍한 이유도 이 때문일지 모릅니다. 발전사업자는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을 판매해 안정적 수익을 얻어야 하지만, 현실은 불안정한 가격으로 인해 위태롭기만 합니다. 재생에너지 지원 대상을 제한하고 가격을 입찰경쟁 방식으로 정하는 현재의 정책은 특히 소규모 재생에너지 사업자에게 가혹하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대안은 있습니다. 재생에너지로 공급한 전력에 대해 기준가격을 정해서 안정적으로 구매해주는 발전차액지원제도가 그것입니다. 2016년 현재 75개국에서 시행 중인 가장 인기 있는 이 재생에너지 지원제도는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가장 효과적인 제도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재생에너지 사업자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 장기적이고 안정적 투자를 가능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는 2002년 이 제도를 시행했다가 2012년 폐지했습니다.

 

재생에너지는 안전한 에너지를 공급하고 환경오염과 건강비용을 낮추며 좋은 일자리를 늘려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것입니다. 재생에너지 ‘꼴찌’인 게 문제가 아니라 대안을 두고서 행동하지 않는 게 진짜 문제입니다. 국회가 발전차액지원제도를 도입하도록 함께 요구해야 합니다. 시민사회가 함께 시작한 ‘재생에너지 발전차액지원제도 입법청원’에 참여해주세요. 환경운동연합 홈페이지에서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재생에너지 발전차액지원제도 입법청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