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 예산 말고 아이에 맞춰야
지난 4월26일 보건복지부가 올 7월1일부터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의 일환으로 0~2세반 대상 맞춤형 보육을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맞춤형 보육이 시행되면 기존 오전 7시30분부터 12시간 종일반 보육서비스를 제공받던 0~2세반 이용 영아들은 일정한 자격심사 과정을 통과하지 못하면 아침 9시부터 하루 6시간 이용하는 맞춤반으로 이동하게 된다. 이 경우 월 15시간까지 추가 이용이 가능한 긴급보육 바우처를 사용할 권한이 주어진다.
무상보육정책이 전면화된 환경에서 누구나 어린이집을 하루 12시간까지 이용할 수 있게 하다 보니 이용시간이 상대적으로 긴 맞벌이가정의 아이를 보육현장에서 오히려 꺼리는 부작용이 문제시되어 왔고, 이러한 문제에 대한 대응방안이라는 게 복지부의 설명이다. 즉, 긴 이용시간이 필요한 부모와 짧은 시간만 이용하는 부모 모두에게 ‘맞춤형’ 보육환경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이외에 부모와의 애착관계 형성이 중요한 영·유아기 아동들의 어린이집 이용을 적정 수준으로 유도할 필요성도 고려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필자는 보육현장에 퍼져 있는 맞벌이가정에 대한 차별 문제의 심각성에 십분 공감한다. 12시간 보육시설 이용을 기준으로 보육정책을 설계하고 예산을 집행하고 있는데 평균적으로 7~8시간만 이용하는 데서 오는 재정 낭비와 비효율성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어린이집 12시간 운영이 맞벌이나 한부모 가족 등 돌봄의 필요를 명시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이들에게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취업준비, 학업, 가족 기능의 상실, 비정규적인 생업에의 종사 등 다양한 이유로 그만큼의 사회적 돌봄이 필요한 부모들이 있고, 애초에 이들 가족의 보육책임을 공공이 나누어 지겠다는 취지가 있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제도의 취지가 보육현장에서 충분히 관철되지 않는 것이 문제의 본질이라면 보육현장과의 소통, 행정력의 강화 등 제도의 취지를 살리기 위한 추가적인 노력을 통해 풀어가야 할 일이다. 애초 제도의 취지를 훼손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은 적절하지 않으며, 결국 맞벌이 부모와 그 아이들에 대한 현장의 차별을 해소한다는 명분으로 전업부모에 대한 역차별을 제도화하고 있다는 비판을 불러올 수 있다.
다음으로 만 2세 미만 영·유아는 부모와의 애착 형성이 중요하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이러한 지적이 맞춤형 보육과 관련해 제기되는 배경을 필자는 이해할 수 없다. 만약 기존의 보육정책이 부모와의 애착관계 형성을 가로막는 요인이라는 정부의 시각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라면 동의할 수 없을뿐더러 우려스럽다. 2세 미만 영·유아의 애착관계 형성을 위해 가정양육시간의 확대가 필수적이라면 모성휴가와 부성휴가, 유급 육아휴직 제도의 확대 및 강화, 보편적 아동수당의 도입 등을 통해 부모가 가정양육에 집중할 수 있는 사회적, 제도적 환경을 마련하면 될 일이다. 이번 맞춤형 보육은 보육서비스에 대한 부모들의 서비스 접근성을 악화시킴으로써 오히려 이들의 양육 스트레스를 고조시키고 결과적으로 건강한 애착관계 형성에 악영향을 미치는 부작용의 우려가 있다.
마지막으로 12시간 종일반 이용을 선별적으로 적용하는 데서 오는 부작용의 문제이다. 먼저 행정비용의 증가 문제다. 복지부의 계획에 의하면 앞으로 종일반 이용을 원하는 부모는 부모 취업, 구직 및 취업 준비 등 소위 ‘돌봄 필요상황’을 증빙하기 위한 각종 자료를 지자체에 제출해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지자체 일선 공무원의 ‘복지깔때기’ 현상에 대한 우려가 깊은 판에 전국적으로 수십만명에 달하는 보육 아동의 자격심사 업무가 지자체 공무원의 업무에 추가된 데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다른 한편으로 이런 식의 자격기준 강화가 필연적으로 불러올 사각지대의 문제이다. 당장 일부 제도권 밖의 취업준비생이나 가정폭력 피해여성과 같이 ‘돌봄 필요상황’에 대한 증빙이 어려운 부모의 경우 전일제 보육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이 막히는 부작용이 우려된다.
필자는 이번 맞춤형 보육정책이 ‘아이 맞춤형’이 아니라 ‘예산 맞춤형’이라는 일부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믿고 싶다. 정부가 위와 같은 문제들에 대한 납득할 만한 해결책을 제시함으로써 불필요한 의혹을 해소하기를 기대한다.
김진석 | 서울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부위원장
* 본 기고문은 2016. 5. 10 경향신문에 게재된 글입니다 원문글보러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