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일탈도 괜찮은가봐요(철원 담터계곡-임정태/83/사회)

 

 

 

201582. 사실, 대부분 휴가를 떠나는 날에 진행하기로 한 민동8월산행 계획엔 과연 몇 명이나 참여를 할지. 호기심 반, 우려 반이 앞섰다. 장소는 철원의 고대산으로 미리 공지가 되어 있었지만 무더위가 은근히 걱정이 되기도 했었다. 아니나 다를까? 7월의 마지막 날에 카톡방에 그 우려를 나타내는 의견들이 대두되기 시작하더니, 산행을 포기하고 물놀이와 캠핑으로 대체하는 것이 어떠냐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게 되었다. 산행을 포기하면 어디를 갈까를 반복하길 몇 번. 결국엔 고대산 밑자락 담터계곡으로 낙점이 되었다

 

참여자가 확정이 된 후엔, 가지 않는 분들을 배려해서 별도의 카톡방을 개설하여 음식에 대해 논의하는 과정에서 창조(?)적인 대안들이 백가쟁명식으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고기를 구울 불판이 특히 문제가 되었다. 그동안 캠핑문화를 접수하지 못한 탓에, “불판 가져올 사람 손들어하니까 전원배(정외82)동문은 후라이팬을 가지고 온다고 하고, 심지어는 나(임정태, 사회83)는 점심을 음식점에서 먹은 후 물놀이 하고 놀자는 의견 까지 내게 되었다. 80년대에도 이정도의 치열한 내부투쟁은 하지 않았을 법 하다.

그러나 성숙한 의식의 소유자들은 좋은 결론을 내리는 법. 코펠로 야외에서 다량의 밥을 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리는 점을 우려하여 장정미(영문82)동문께서 전기밥솥에 밥을 한 후에 승용차에 밥을 통째로 싣고 오고, 조민재(사학 87) 동문은 담터계곡에 먼저 도착해서 자리를 확보하고, 박종부(물리78)동문은 마트에 먼저 도착하여 각종 필요한 물건(석쇠 포함)들을 구입하여 전혀 불편함이 없는 캠핑이 준비가 되었다. 이러한 결론을 축하라도 해주듯이 전날 밤부터 심하게 내리던 비는 우리가 가는 곳에 이르렀을 때는 구경을 할 수가 없었다. 준비의 압권은 물론 노장이 마련한 아주 맛 좋은 돼지고기와 추억의 빨간 소시지(?)였다.

화덕에 숯을 넣고 통감자를 호일에 싸서 넣고, 그 위의 석쇠에 아주 두껍게 썬 돼지고기를 올려놓고 요즘 인기 있는 TV요리 프로그램의 유명 셰프의 흉내까지 내면서 소금을 뿌리면서 구워먹는 고기의 맛은 일품이었다. 최민서(장정미 동문의 아들)군이 고기 맛을 제대로 아는 것 같아 보였다. 이후, 조민재 동문이 가져온 김치를 가지고 찌개를 끓였는데, 그 맛의 시원함이란 형언할 수 없는 것이었다. 후식으로 수박도 쪼개먹고, 라면까지... 먹방의 수준에 버금가는 잔치를 벌이게 되었다.

 

고대산을 흘러내려온 물의 양은 전 날의 강수량과 결합하여 그 속도와 힘을 더 강하게 뿜어내고 있었다. 발을 담그니 물이 차가웠다. 물을 좋아한다는 최민서군과 요즘 목동 수영장에서 한창 실력을 갈고 닦는 중에 있는 최원호(물리83)동문은 막아놓은 계곡의 보 안에서 물장구를 치면서 어린아이의 모습이 되어 있었다. 물살이 센 위로 민서군이 올라가서 튜브를 놓치는 바람에 균형을 잃으니, 옆에서 아들 사진을 찍고 있는 장정미 동문이 즉각적으로 물길에 합류하여 민서의 평정을 도왔다. 바로 그게 엄마의 모습이었다. 아이들 앞에선 한 없이 강해지는 우리들의 엄마의 모습....

 

 

가끔은 이러한 일탈도 반가운 일이다. 산에 오르고 내리는 그 맛도 일품이지만, 뜻하지 않는 일정에, 정해진 룰 없이, 한없이 자유스럽게 풀어헤쳐지는 그 과정에서 느껴지는 우리들의 삶의 모습. 이러한 분위기를 만들 수 있는 것은 서강만이 가능한 것이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모두들 이 여름을 잘 이기고, 가을을 여는 9월의 산행에서 다시 만나기를 기대해본다.

 

참석자 명단

박종부(물리78)/서은석(전산82)부부, 장정미(영문82)/최민서(아들), 전원배(정외82), 최원호(물리83), 조민재(사학87)3(가족), 임정태외1(부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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