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컨설팅 중독 서울시, 역주행하는 서울시 120 다산콜센터 정책
- 7월 16일(목) 11시, 시청앞 노동조합의 기자회견을 지지하며-
1.
박원순 서울시장의 컨설팅 만능론은 유별나다. 작년만 해도 30억원에 달하는 서울시정 컨설팅을 완료했고, 비슷한 기간 동안 10억원에 달하는 서울시 버스정책개선에 대한 컨설팅을 진행했다. 앞의 컨설팅은 맥킨지였고 뒤의 컨설팅은 딜로이트회계법인이었다. 둘 다 공공기관보다는 기업경영 컨설팅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다. 
그러다보니 컨설팅 결과를 놓고 설왕설래가 오갔다. 30억원을 들인 맥킨지의 컨설팅은 기껏해야 지하철의 운영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해 인건비를 줄이면 부채를 갚을 수 있다거나 공유재산의 매각을 매각하고 임대 사무실을 얻는 것이 낫다고 조언했을 뿐이다. 10억원을 들인 버스정책개선에 대한 컨설팅 결과는 해당 결과가 여전히 공개되고 있지 않지만, 들리는 바에 의하면 장거리 이용자에 대한 요금부담을 높이는 방향이 제안되었다고 한다. 
왜 이런 결과가 나올까. 기업의 입장에서는 적은 비용으로 높은 수익을 내는 것이 경영효율화의 기본적인 접근법이다. 그러니까, 대중교통 운행의 정시성이 공공성이라는 측면에서 중요하더라도 승객이 별로 없을 때는 운행시간을 줄여 인력을 축소하면 비용이 낮아진다는 제안을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이동거리가 긴 이용자가 대부분 경기도에서 직장때문에 이동하는 출퇴근 목적의 이용자들이고 서울시내 거주자보다 상대적으로 경제적 상황이 낮은데도, '이동거리만큼 부담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시장의 눈에는 이런 이용자의 특징이 보이질 않는다. 
2.
그렇기 때문에 공공행정에 기업에나 걸맞는 컨설팅을 바로 이용하여 활용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분명히 확인하고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박원순 시장의 컨설팅 사랑은 여전하다. 당장 이번에 논란이 되고 다산콜센터에 대한 컨설팅 용역이 그렇다. 
서울시는 "120다산콜센터 콜분석 및 상담분류 컨설팅 용역"을 2,160만원에 한국능률협회컨설팅에 맡기려고 한다.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은 매년 모든 사업체의 콜센터를 분석해 순위를 매기는 곳으로, 이를 통해서 컨설팅을 수주하는 일종의 전형적인 업체다. 특히 이 업체의 콜센터 순위를 결정하는 내용을 보면, 전체 1600을 모수로 해서 100회의 자체적인 확인작업을 통해서 16개 지표의 결함수를 분자로 하는 성공률 기준으로 평가하고 있는데, 16개 항목을 보면 대부분 조사자의 주관적인 인상에 의해 결정되는 것은 물론, 기업 콜센터의 특징이나 공공기관 콜센터의 특징을 고려하지 않은 기준임을 확인할 수 있다.

이를테면 공공기관, 특히 다산콜센터의 경우에는 상담태도에 대한 주관적인 평가보다는 업무처리와 관련된 민원해결에 더 가중치를 두어야 업무 성격에 부합한다. 왜냐하면 다산콜센터의 콜처리는 민원해결을 위한 것이지 기타 온라인업체와 같이 콜 자체가 제품의 구매와 직결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은 온라인 쇼핑몰과 다산콜센터를 동일한 잣대로 평가하는 곳이다. 

서울시 역시 이 사실을 알고 있으리라 생각되는데, 그렇다면 왜 서울시가 한국능률협회컨설팅에 연구용역을 맡기는 것일까. 그것은 해당 업체가 2015년 순위를 발표하면서 서울시에게 89점을 주어 90점 미만 콜센터로 평가했기 때문이다. 이 범위엔 경기도, 인천시, 대구시 등과 함께 서울시가 꼽혔다. 통상 평가나 시상을 하는 컨설팅 회사가 해당 지방정부에게 연구용역을 수탁받아 수행하고 이 결과로 운영개선이 되면 다음 해에 다시 우수 단체로 선정하는 것이 이와 같은 컨설팅 회사의 전형적인 방식이다.
물론 컨설팅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가급적 다산콜센터의 특징을 제대로 이해하는 기관들의 접수도 받아 경쟁을 통해 검증해야 한다. 그런데 서울시는 이 용역을 한국능률협회컨설팅에 수의계약으로 주려고 해, 위에서 말한 의혹을 더욱 짙게 만든다. 

3.

여기서 더 나아가 서울시가 다산콜센터의 간접고용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하기로 결정하고, 이미 연초에 이를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용역의 다른 면이 드러난다. 서울시는 내부적으로 다산콜센터의 직접고용 방식으로 다산콜센터재단을 만들어서 고용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려는 방침을 세웠다. 이에 대해 희망연대노조 다산콜센터지부는 조합원 전체 여론조사를 통해서 70%가 넘는 압도적인 조합원들이 재단 고용방식보다는 공무직으로의 고용을 밝힌 바 있다. 즉 재단 고용 방식이 사실상 직접 고용을 우회하는 방식으로, 서울시가 약속한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직접 고용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후 서울시는 노동조합과 함께 재단 방식과 공무직 전환 방식을 놓고 논의를 진행하다가 갑자기 재단설립 타당성 용역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당연히 '공무직 전환이 힘들다면 왜 그런지에 대한 근거', '재단 전환 후에도 고용조건 및 노동환경이 개선될 수 있다는 확인' 등을 요구했지만 서울시는 묵묵부답이었다. 그러던 중 원래 5,000만원으로 편성되었던 재단설립 타당성 용역은 콜센터 분석 용역으로 둔갑했던 것이다. 같은 것은 원래 연구용역기관인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이 동일하게 용역수행기관으로 선정되었다는 점 뿐이다.
따라서 다산콜센터 노동자들이 서울시의 이번 용역에 대해 사실상 재단설립으로 정책을 밀어붙이려는 서울시가 사전 단계로 전화상담 내역의 분석이 골자인 '콜분석 및 상담분류 컨설팅'을 시행하고 있다는 의심을 할 수 밖에 없다. 그렇지 않다면 기왕에 노동조합과 협의하여 진행해왔던 정규직 방안에 대한 논의 테이블을 운영하고 있는 서울시가 노동조합의 이견에도 불구하고 이 용역을 밀어붙이는 객관적인 합리성이 없기 대문이다.
노동당서울시당은 애초부터 서울시가 다산콜센터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을, 서울시의 간접고용노동자 정규직화 정책의 첫번째 사례로 삼고자 한다면 무엇보다 상담노동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려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실제로 노동조합이 만들어지기 전에 수많은 경제신문과 컨설팅을 통해 우수콜센터로 뽑혔다 해도, 그곳에서 일하는 상담노동자들에게는 지옥과 같은 사업장이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이에 따라 7월 16일(목) 11시, 서울시청 앞에서 긴급하게 개최하는 다산콜센터 노동조합의 기자회견에 전적으로 동감을 표하며 연대의 마음을 전한다. 서울시는 사업일정에 지나치게 신경쓸 것이 아니라 다소 늦더라도 다산콜센터의 공공성을 높이고 그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행복한 사업장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이 문제를 다뤄야 한다. 서울시의 선의는 그것을 받는 사람들이 고마워하거나 인정해야 선의이지 그렇지 않다면 그것은 선의를 가장한 악의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을 필요가 있다.
서울시가 스스로 기업이고 박원순 시장이 CEO임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면, 당장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의 용역 발주를 백지화해야 한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다산콜센터의 업무 특징이 고려된 제대로된 연구용역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 박원순 시장이 좋아하는 컨설팅은 대부분 노동자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노동자들을 공격하기 위한 수단이었음을 재차 강조한다. 단적으로 이번 컨설팅의 시도는 서울시가 내세운 노동친화도시와 양립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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