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일본 원정 투쟁단 방문기③
후쿠시마 원전을 가다
삼중수소로만 설명되지 않는 오염수 문제
우리는 일본 오염수 전문가와 간담회를 마치고 간단한 점심을 먹은 뒤 후쿠시마 원전 방문을 위해 집결 장소인 도쿄전력 원자로 폐로 박물관으로 이동했다
.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방출에 반대하기 위해 전국에서 모인 일본 사민당 전국연합과 탈원전
·탈플루토늄 전국연락협의회
30여명이 함께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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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쿄전력 원자로 폐로 박물관 앞에 모인 정의당 방일투쟁단, 일본 사민당 참가자들[/caption]
폐로 박물관은 후쿠시마 제
1원전 사고와 폐로 과정에 대한 홍보를 위한 공간이다
. 많은 것이 전시되어 있지는 않았다
. 오염수 처리와 관련된 각종 홍보자료들도 비치되어 있었다
. 짧은 사고 관련 영상을 본 후 우리는 도쿄전력 직원의 설명을 들었다
.
도쿄전력은 현재 오염수가 하루에 약
90톤 정도 발생하며
, 오염수 발생량을 줄이기 위해 지하수 유입을 차단하는 시설과 폭발로 파손된 지붕보수 등을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1호기의 경우 녹아내린 핵연료를 제거하기 위한 시험은
2023년에 시작해
2027년에 제거를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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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자로 폐로 박물관 내부 모습.[/ca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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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쿠시마 원전폐로 및 오염수 처리현황, 원전방문 안내 등을 설명하고 있는 도쿄전력.[/caption]
2019년 도쿄전력이 제시한 로드맵에는 오염수 발생 원인인 녹아내린 핵연료 파편을 제거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10년
, 그리고 폐로를 완료하는 기간이
30~40년 이라고 계획하고 있다
.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도쿄전력의 계획이 실현 가능성이 낮고
, 계획된 시간보다 많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 일본 역시 고준위핵폐기물 처분장이 없는 상태에서 이 폐기물들이 갈 곳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 사고 초기보다는 오염수 발생량이 줄고 있지만
, 폐로 과정이 실제로 언제 마무리될 수 있을지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
여러 문제에도 오염수 해양투기를 강행하려는 이유가 후쿠시마 원전 부지 내에 폐로 과정에 필요한 공간 확보가 필요하다고 도쿄전력은 설명한다
. 하지만 안전을 고려할 때 후쿠시마 원전의 폐로 과정을 어떻게 하는 게 최선인지는 충분히 고려되었다고 할 수 없다
. 일본 전문가들은 녹아내린 핵연료를 바깥으로 꺼내지 않고
, 지하수 유입을 차단해 공냉화하는 방법을 꾀하면 오염수 발생을 막을 수 있다고 제시한다
. 하지만 이러한 의견들은 제대로 검토되지 않고
, 사고를 일으킨 장본인인 도쿄전력의 선택대로 모든 것이 흘러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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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쿄전력이 배포한 삼중수소 관련 설명자료와 후쿠시마 제1원전 가이드북[/caption]
도쿄전력 측은 우리에게 오염수 처리 과정이 규제요건에 따라 잘 준비되고 안전하다고 설명했지만 신뢰할 수 없었다
. 그들의 설명은 핵종제거설비
(ALPS)를 통해서도 전혀 걸러지지 않는 삼중수소 중심으로 이 모든 문제를 치환하고 있었다
.
여전히 위험한 방사능 사고 현장
폐로 박물관 설명 후에 우리는 도쿄전력의 버스를 타고 사고 현장이 후쿠시마 제
1원전으로 향했다
. 약
20여분을 달려 후쿠시마 제
1원전에 도착했다
. 가는 길에 보이는 풍경에는 아직 회복되지 않은 마을들의 모습과 곳곳에 줄을 쳐서 출입을 금지하는 표지판들이 보였다
. 도쿄전력 측은 원전 내부 등의 촬영이 안된다며 휴대폰 등 반입을 금지해 사진 촬영을 할 수 없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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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23. 일본방일 원정투쟁단이 원자로 폐로 박물관 앞에서 오염수 해양투기에 반대하는 기자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ca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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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당 방일 원정투쟁단과 함께 후쿠시마 원전 방문 직전 폐로 박물관 앞.[/caption]
후쿠시마 원전 앞에 도착해 출입증을 교환하고 개인피폭선량계 등을 차고 우리는 다른 버스에 탑승했다
. 도쿄전력 측은 발전소 내부만 운행하는 버스라고 설명했다
. 버스를 타고 오염수 탱크와
ALPS 설비
, 1~6호기 원전 건물 등을 둘러보는 코스였다
. 당초 우리는 오염수 탱크를 더 지을 수 있는 여분의 부지를 직접 확인하려 했으나 도쿄전력은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
버스로 이동하는 동안 부지 내 곳곳에 쌓여 있는 오염수 탱크들이 눈에 들어왔다
. 보기에도 정말 많았다
. 커다란 탱크에 담겨 있는 오염수들을 다 바다에 버릴 것을 생각하니 아찔한 마음부터 들었다
. 원전 내부를 이동하는 동안 버스에 달려 있는 방사선량계의 수치가 계속 오르락 내리락 변화했다
. 눈에 보이지 않지만 방사능에 오염 지역에 중심에 들어왔구나라는 점을 직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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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쿠시마 제1원전 1호기. 사진 출처: 도쿄전력 홈페이지[/caption]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가 발생한
1호기
~4호기가 보이는 곳에서 버스가 멈추고 잠시 내려서 현장을 보았다
. 사진으로만 보던 원전사고 현장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 사고
12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수습되지 못한 원전의 모습은 처참했다
. 우리가 내려서 서 있던 곳에서 원전은 2십여미터 아래에 위치해 있었다
. 35미터 언덕을 해발
10m 높이로 깎아서 만들었다는 후쿠시마 원자로 건물들은 바다와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었다
. 언덕을 깎지 않고 원자로 건물을 세웠다면 사고를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다시 들었다
.
원자로 건물과 그래도 거리가 있는 지점이었지만
, 그곳에 설치된 방사선량계는
60μ
Sv/h(시간당 마이크로 시버트
)를 가리키고 있었다
. 17시간 정도 머무른다면 일반인의 연간 피폭허용선량인
1mSv(밀리시버트
)를 초과할 수 있는 높은 방사선량이다
. 여기를 빨리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 원전 아래 쪽에 다니는 작업자들을 보니 저들은 얼마나 많은 방사선에 노출될지 걱정이 되었다
.
우리는 다시 버스에 탑승해 사고를 피한
5,6호기 원자로 건물 등과 바다 쪽에 위치해 쓰나미에 파손된 해측설비 등을 둘러 보았다
. 심하게 패인 설비를 보면서 쓰나미가 얼마나 위력이 컸는지 놀라웠다
. 원전 내부에 주차장을 지나쳤는데
, 사고 피해를 입고 나서 세워져 있는 차량들은 이제 바깥으로 나가지는 않고
, 원전 내부에서만 돌아다닌다는 설명을 들었다
.
버스는 다시 출발지점으로 돌아왔다
. 30분 정도 둘러봤던 것 같은데
, 개인피폭선량계를 확인하니
0.02mSv(밀리시버트
)를 보여주었다
. 한국에서도 원전 내부를 들어간 경우가 몇 번 있었지만
, 개인 피폭선량계가 수치가 올라간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
대책 없는 도쿄전력에 맞서는 한일 양국의 연대
우리는 다시 폐로 박물관으로 돌아와 도쿄전력 측과 질의응답 시간을 진행했다
. 정의당 강은미 의원은 오염수 해양투기 외에 다른 방법은 고려하지 않았냐
, 더 탱크를 지을 공간이 있지 않은가
, 기준치
180배의 세슘이 검출된 우럭이 잡힌 이유
, 어민들에 대한 보상 계획 등을 물었다
. 도쿄전력 측은 오염수 탱크를 더 지을 수 있는 공간은 없고
, 해양방류 외에 다른 방법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 고농도의 세슘이 검출된 우럭의 경우 후쿠시마 사고로 인해 오염된 문제가 원인이었을 것이라며
, 원전 앞 항만 방파제에 그물을 설치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어민들에 대한 피해보상에 대해서는 현재 준비 중에 있고
, 그 대상은 일본의 어민들에 한정한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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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쿠시마 원전 방문 후 집회에 참여한 정의당 방일 투쟁단과 일본 사민당 등 참가자들.[/caption]
후쿠시마 원전 방문을 마치고 정의당 일본 원정투쟁단과 일본 사민당
, 탈원전
·탈플루토늄 전국연락협의회 등이 주최한
‘한일 공동으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저지하자
’ 집회에 참가했다
. 폐로박물관 인근 실내 회의장에서 진행된 집회에서 한일 양국
50여명의 참가자들은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를 위한 목소리를 높였다
.
정의당 배진교 원내대표는
“한일간 연대를 공고히 해 공동으로 오염수 방류를 저지하자
”며
, “원전사고는 원전이 존재하는 한 언제나 발생할수 있으므로 탈핵으로 나아가야 한다
”고 강조했다
. 일본 사민당 역시
“한국과 일본이 국제연대를 통해서 후쿠시마 오염수의 해양방류를 반드시 막아내자
”고 결의했다
.
원전은 결코 우리의 미래가 될 수 없어
직접 눈으로 본 후쿠시마 사고 현장과 그 주변을 보면서 원자력사고의 위험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 한번 사고가 발생하면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원전은 결코 우리의 미래 에너지가 아니라는 점이 분명하다
. 또 일본의 시민사회나 정치가 변화를 추동하기에는 약하지만
, 그래도 오염수 문제의 본질이 원전에 있다는 점을 스스로 분명히 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 오염수 해양투기를 막는 것만이 아니라 탈원전으로 가는 길에 일본과의 연대가 무엇보다 중요하고 필요할 것 같다
. 우리 모두의 안전을 위해
, 바다를 지키기 위해 함께 나아가길 바래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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