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유도제 도입 신청 철회, 정부책임이다!

정부는 더이상 기업과 국회 핑계 말고 유산유도제 도입, 건강보험 적용 확대로 재생산권리 보장하라!

photo_2022-12-28_11-21-42.jpg

 

 

Ÿ 일시: 2022.년 12월 28일(수) 오전 10시

Ÿ 장소: 대통령 집무실 앞 (전쟁기념관 앞)

Ÿ 주최: 모두의안전한임신중지권리보장을위한네트워크 (모임넷)

 

────── 기자회견 순서 ──────

 

Ÿ 사회 · 취지발언: 민희 (플랫폼C)

Ÿ 발언 1 : 이동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Ÿ 발언 2 : 나영 (성적권리와재생산정의를위한센터 셰어)

Ÿ 발언 3 : 앎 (한국성폭력상담소)

Ÿ 발언 4 : 이서영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Ÿ 기자회견문 낭독: 나무(장애여성공감), 지현(한국여성의전화), 홍희자(사회주의를향한전진)

 

photo_2022-12-28_11-21-37.jpg

 

발언 1 이동근 (건강사회를위한 약사회)

지난 16일 식약처는 유산유도제의 허가심사 절차가 종료했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하였습니다. 식약처는 여성들의 임신중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유산유도제의 허가를 보류하면서 기껏 한다는 소리가 규제과학 전문성있는 식약처를 믿어달라는 호소였습니다. 전문성 있는 식약처가 국민들의 건강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유산유도제 안전성 확보를 위해 철처히 검토하겠다. 말하는 보도자료를 보면서 저는 분노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규제혁신 토론회에서 제약산업 육성을 위해서라면 허가자료를 다 제출하지 않아도 허가해주겠다는 산업친화적인 발언을 내뱉던 식약처장이 당시 효과도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던 국산 코로나19 치료제를 한달만에 허가했던 식약처가 왜 유독 여성들이 임신중지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던 유산유도제에는 규제 엄밀성을 말하는 도구로 사용하시는 겁니까

심지어 보도자료 어디에도 임신중지 권리가 위협받고 있는 현실에 대한 대책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그들에게는 유산유도제를 원하는 여성은 없는겁니까? 여성들의 유산유도제 접근권, 안전하게 임신중지할  권리는 그들의 의무임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산부인과의사회에게도 말합니다. 당신들이 말하는 유산유도제의 위험성은 정말 허무맹랑한 소리이며 이제 그만 멈춰주셨으면 합니다. 최근 1~2년 사이에 미국, 영국 등 다수의 국가들이 유산유도제에 대한 사용규제를 철폐하였습니다. 이제 많은 국가들의 여성들은 일반 약처럼 병원에서 복용하지 않아도, 초음파 검사를 꼭 받지 않아도 임신주수만 확인되면 처방을 받아 집에서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마치 유산유도제가 다른 약에 비해 특별히 위험하다는 근거없는 이 주장들을 이제 멈춰주셔야 합니다. 유산유도제를 복용하면 하혈과 복통이 발생한다 주장하시고 있는데 임신산물을 몸 밖으로 내보내는 약물을 사용하는데 생리처럼 복통과 하혈이 발생하는게 정말 엄청나세 위험한 일이라 생각하십니까? 산부인과 의사선생님들은 중절수술을 수없이 하실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임상자료를 근거한 문헌 어디에서도 약물이 수술보다 더 위험하다고 주장하는 자료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수술은 되고 약물은 안된다고 주장할 수 있습니까? 

지난 2월 미국 언론사인 블룸버그는 타이레놀보다 안전한 유산유도제를 구하기 힘든 이유에 관한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실제로 유산유도제는 입원을 요하는 수준의 부작용이 0.15%에 불과하지만 많은 진통제들은 약 3배에서 10배가량 높은 부작용을 가지고 있음에도 쉽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산부인과 의사회가 유산유도제의 위험성을 말하려면 앞서서 슈퍼에서 타이레놀을 쉽게 구매하는 일이 훨씬 위험하다는 주장을 먼저 하셔야 할 것입니다.

전세계 사람들이 안전하게 복용하고 성평등을 위한 혁명적인 제품이라는 위상을 가진 유산유도제를 정부는 더이상 논란의 대상으로 삼으면 안됩니다. 정부는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의약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의무를 가지고 있습니다.  내 삶을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약을 먹는다고 불법으로 만들지 맙시다. 낙태죄도 사라졌는데 임신중지 한다고 범죄자로 낙인찍지 맙시다. 정부는 뭐합니까! 가짜뉴스 그만 퍼뜨리고 제발 일좀하십쇼!

 

photo_2022-12-28_11-21-39.jpg

 

발언 2 나영 (성적권리와재생산정의를위한센터 셰어)

2017년 9월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이 출범할 때 우리는 국가에 의해 건강과 권리를 침해당한 여러 여성들의 이야기를 연결했습니다. 70년대와 80년대, 가족계획 정책에 의해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제대로 검증되지 않고 정보도 제대로 알 수 없는 상태에서 많은 여성들이 피임시술, 소위 배꼽수술이라 부르던 복강경 시술을 받았던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2021년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은 임신중지 경험 실태조사를 했습니다. 많은 금액의 병원비를 현금으로 지불해야하는 상황에서  비용을 마련하느라, 다니고 있는 직장에서 사유를 말하고 휴가를 낼 수 없어서, 7,80년대와 마찬가지로 2021년에도 병원에서조차 약이나 시술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안내를 들을 수 없고, 후유증이 있어도 편히 상담하고 제 때에 찾아갈 수 있는 병원을 찾기가 어려워서 오랜시간 후유증과 다양한 건강상의 영향을 겪고 있는 여성들이 많았습니다.

국내에서 의료기관을 통해 안전한 약을 찾을 수 없어 유산유도제가 온라인에서 유통되자 정부 보건당국은 안전을 이유로 단속과 차단만을 앞세웠습니다. 진정 안전과 건강을 우려한다면 낙태죄 폐지 이후 신속하게 안전한 유산유도제의 이용과 공식 의료시스템이 준비되도록 정부가 나서야 했지만 누구도 이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습니다. 여성들은 여전히 정보를 찾아 온라인을 헤매고 의료기관들은 비밀상담과 과도한 병원비를 유도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그 어떤 정부도 안전한 임신중지와 성•재생산 건강을 중심에 두고 먼저 나서서 무언가를 추친한 일이 단 한 번도 없었다는 것은 그야말로 개탄할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안전한 임신중지와 안전한 임신출산은 서로 동떨어진 일이 아닙니다. 한 사람의 생애주기에서, 몸과 건강, 권리에 영향을 미치며 연결되고 이어질 수 있는 경험입니다. 여성들의 재생산 건강을 이토록 무시하고 뒷전에만 두는 정부, 보건당국, 국회는 저출생 위기를 언급할 자격이 없습니다. 감히 국민을 위해 일하고 있다 말할 자격도 없습니다. 지금 바로 추진할 수 있는 안전한 유산유도제의 도입조차 하지 않으면서 국민의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기만적인 말을 반복하지 마십시오.

우리는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보건의료 환경을 만드는 일은 마냥 뒷전에 두고 이해관계를 따지기에만 급급하며 자신들의 이익만 챙기려 하는 병원들, 의료인 집단들, 제약회사 이들이 건강과 안전, 여성들을 생각한다는 기만적인 언사와 광고들에 대해서도 강력히 규탄합니다.

 우리는 분명히 말합니다. 임신중지는 계속해서 있어왔고 지금도, 앞으로 계속해서 있을 일입니다. 처벌이나 규제로 이를 막을 수 있다는 착각을 버리십시오. 정부와 보건당국, 국회, 의료인들이 생각해야 할 방향은 단 하나입니다.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고 건강과 삶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이 일을 무엇을 통해, 어떻게 안전하게 보장할 것인가. 오직 그것만이 지금 해야할 일입니다.

여성들의 경험을 통한 오랜 요구로 마침내 이루어낸 비범죄화의 시간은 되돌릴 수 없습니다. 우리는 계속해서 싸울 것입니다.

 

photo_2022-12-28_11-21-41.jpg

 

발언 3 앎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성폭력상담소 앎 활동가입니다. 

지난 12월 16일, 식약처는 제약사가 유산유도제 품목 허가 신청을 자진 취하함에 따라 허가심사 절차를 종료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식약처가 유산유도제 도입을 허가하는 날을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만큼 허탈하고 화가 납니다. 

'낙태죄'가 효력을 잃고 식약처가 인공임신중절 의약품 허가·심사의 신속 진행을 약속한 지 2년(2020년 12월),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한 지 3년 8개월(2019년 4월), <낙태죄 폐지와 자연유산유도약(미프진) 합법화 및 도입>을 촉구하는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민청원이 235,372명의 참여로 마감된 지 5년 2개월(2017년 10월), 다큐멘터리 영화 <파도 위의 여성들>이 제8회 여성인권영화제에서 상영되면서 유산유도제의 존재가 한국에 본격적으로 알려진 지 8년 3개월(2014년 9월), 세계보건기구(WHO)가 유산유도제를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한 지 약 18년(2005년), 미페프리스톤을 성분으로 한 유산유도제가 개발되어 중국, 프랑스 등에서 승인된 지 약 35년(1988년), 

오래도 기다려야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유산유도제 허가 절차가 원점으로 돌아갔습니다. 또 다시 제약사가 품목 허가 신청을 하고, 이를 식약처가 승인할 때까지 기약 없이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이 기가 막힙니다.

식약처는 안전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사전검토, 가교시험 필요성 검토, 보완자료 요구 등으로 유산유도제 도입을 계속 늦춰왔습니다. 그 결과, 제약사가 품목 허가 신청을 자진 철회하기까지 이르렀습니다. 아직도 안전한 임신중지에 대한 접근성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고 있는 한국 현실에서 유산유도제 도입은 시급한 과제이고, 유산유도제의 유효성과 안정성은 이미 전 세계에서 수십년 간 임상과 연구를 통해 입증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식약처가 두 차례나 요청했던 보완자료가 무엇이며. 그 자료가 왜 꼭 필요했는지, 제약사가 그 보완자료를 기한 내 제출하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이었는지, 식약처와 제약사는 책임 있게 해명해야 할 것입니다.

저는 2019년 11월 아일랜드에 방문한 적이 있는데요, 아시다피시 아일랜드는 2018년 5월 말에 국민 투표를 통해 임신중지를 처벌하는 수정 헌법 제8조를 폐지했습니다. 즉, 제가 방문했을 때는 그로부터 1년 6개월쯤 됐을 때였죠. 그 당시 저는 아일랜드가 이미 2019년 1월부터 유산유도제를 도입했다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정부 예산으로 임신중지 비용을 전액 지원하고, 특히 약물적 임신중지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임신 초기에는 GP에서도 약물 처방이 가능하도록 하거나 약물 사용시 첫번째 약물은 의사 감독 하에 복용하되 두번째 약물은 집에서 복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제도를 마련해두고 있었습니다. 또한, 대중 인식을 개선하고 임신중지에 필요한 정보 및 상담 서비스를 어디에서 제공받을 수 있는지 알리기 위해 정부 예산으로 대규모 홍보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한국도 '낙태죄'가 폐지되면 신속하게 유산유도제가 도입되고 성과 재생산 권리 보장을 위한 제도가 마련되기를 저는 간절히 바랐습니다. 그러나 제 기대는 무참히 깨졌습니다. 

 

지난 2년 동안 보건당국이 유산유도제 도입과 처방 기준 마련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묻고 싶습니다. 그동안 여성과 시민사회는 임신중지 접근성 확대, 보건의료 체계 구축, 종합 정보 제공 시스템 마련, 사회적 낙인 해소, 의료인 교육 및 포괄적 성교육 시행 등 성과 재생산 권리 보장을 위한 요구 및 대안을 수 차례 제시했습니다. 그중 정부가 진지하게 검토하여 추진했거나 조만간 추진할 예정인 정책은 무엇입니까? 오히려 지난 12월 22일 교육부는 '2022 개정 초·중등학교 및 특수학교 교육과정'을 확정·발표했습니다. 해당 교육과정에서 교육부는 '성평등', '성소수자', '재생산권', '섹슈얼리티' 등 표현을 삭제했고, 자유롭게 임신중지를 선택할 권리나 임신중지에 필요한 정보 등은 고의로 배제했습니다. 시대착오적 개악을 한 것입니다.

임신중지 비범죄화 이후 정부로서 해야 하는 역할, 할 수 있는 역할이 많았음에도 수수방관해온 정부를 규탄합니다. 임신중지가 비범죄화됐음을 받아들이지 않고 무능 또는 의도적인 퇴행으로 국민의 성·재생산 건강과 권리 보장을 저해하고 있는 정부를 규탄합니다. 더는 '입법 공백'이라는 핑계로, 제약사가 '자진 철회'했다는 핑계로 책임을 미루지 마십시오. 지금도 너무 늦었습니다.

 

 

발언4 이서영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임신중지 당사자와 의료인은 한국에 있다는 이유로 WHO 필수의약품인 유산유도제를 처방하지도 사용하지도 못하고, 의료비 걱정 때문에 임신중지를 미뤄야 하는 야만적인 건강권 공백지대에 방치되어있습니다. 정부는 입법이 되지 않았다며 국회탓, 자료제출 안했다며 제약사 탓하며 정부가 져야 할 책임은 회피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상황의 가장 큰 원인제공자는 다름아닌 정부라고 생각합니다. 정부탓인 이유는 재생산 권리에 대한 정부의 인식 결여이자, 정치적 득실을 따지며 기본권조차 부정하는 정권의 패착이자, 현정부가 가열차게 추진하고 있는 시장중심 의료체계가 일으킨 모순의 결과로 발생한 건강권 공백사태이기 때문입니다.

정부에 두가지만 요구합니다. 첫째, 유산유도제 도입신청 철회가 미친 폐해를 인정하고 지금의 사태에 책임을 다하십시오.

한국은 임신중지 비범죄화라는 첫 발을 내딛었고, 앞으로 안전한 임신중지 권리가 모두에게 체계적으로 보장되기 위해 필요한 게 많습니다. 당연하게도 임신중지 의료제공에 필요한 자원부터 확보되어야 합니다. 우선 유산유도제부터 도입이 시급합니다. 유산유도제를 지금 한국땅에서는 누구도 처방하지도 사용하지도 못합니다. 의료현장에서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건강권의 심각한 박탈입니다. 예컨대 건강상의 이유로 외과적 임신중지를 선택할 수 없는 여건의 사람들은, 유산유도제를 사용할 수 없으니 안전한 임신중지에 접근이 차단되는 것입니다. 의료진으로서도 유산유도제가 최선의 안전한 약물인 경우에도 처방할 수 없으니 답답하고 황당한 상황입니다. 세계보건기구 WHO에서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한 약물은 도입을 미루다가 끝내 취소시키는 한국정부는, 정작 산업계 이해관계를 위해서라면 효과도 입증되지 않은 혁신신약은 척척 시판을 허가하고 이른바 혁신의료기기에 국민 건강을 규제완화 샌드박스에 내던집니다. 이것이 과연 혁신입니까? 식약처는 유산유도제 허가신청을 한 제약사측의 자료제출이 미비했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궤변에 지나지 않습니다. 우리는 해외에서는 이미 수십년간 안전하게 사용되어오고 있는 유산유도제에 대해서만 유독 허가를 미뤄온 경위에 대해서 정부의 보다 책임있는 답변을 요구합니다.

둘째, 정부는 임신중지 건강보험 전면적용에 대한 계획을 밝히십시오. 정부는 유산유도제 도입은 극구 차단하면서, 수술적 임신중지에 대한 비용 장벽마저 방치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상당수 사람들이 비용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임신중지를 미뤄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충격적인 것은 지난 9월 말 보건복지부 면담에서 확인해보니 심지어 주무부처에서 기초 논의가 시작조차 안 된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정부의 침묵은 의료공공성을 공격하고 복지를 축소시키는 정부 기조 내에서 더더욱 깊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정부는 건강보험을 본격적으로 공격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부족한 건강보험 공공성을 늘리려고 노력해도 모자랄 마당에, 그나마 그것을 완충하던 최소한의 정책과 제도들부터 쳐낸다는 겁니다. 정부의 화살은 악질적이게도 가장 약한 이들부터 겨누고 있습니다. 막대한 본인부담금을 감당해야하는 중증질환 환자들에 대한 산정특례제도 혜택을 축소한다고 합니다. 의료비를 지불할 수 없는 경제적 취약자인 긴급의료지원대상자에게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합니다. 이주민 건강보험 제도의 모순과 차별로 인해 제도 혜택은 받지도 못하고 비싼 보험료를 내고 있는 이주민들에게 건강보험 피부양자 조건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합니다. 가난하고 내몰린 사람들, 차별받는 사람들부터 희생시키면서 공공성 후퇴의 경로를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정부가 임신중지 건강보험 요구를 무시하는 것도 마찬가지 맥락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정부는 중앙행정부처의 이름에서 여성을 지우고, 그 자리에 여성을 인구정책의 수단으로 삼는 왜곡된 시선을 채우고 있습니다. 임신중지 권리보장 요구에 응답하지 않는 수준을 넘어서 방해를 하고있습니다. 하지만 임신중지는 더이상 죄도 낙인의 대상도 아니고 필수의료입니다. 평범한 대다수 사람들의 건강과 삶을 지키기 위해서 공공이 보장해야 할 기본 의료서비스입니다. 원치 않는 임신은 인류 역사상 언제나, 지구상 어느 나라에서나 일어나기 때문에 임신중지 또한 어디에나 있기 때문에 국가는 임신중지가 안전하게 이루어지도록 보장해야 합니다.

정부는 이런 퇴행을 감행하고 임신중지 권리보장을 등한시하면서 정치적 이득을 계산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정부가 하나 알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정부가 사람들의 건강과 생명과 안전을 지킬 생각이 없다는 태도를 점점 더 노골적으로 드러낼수록, 시민들의 분노가 커질 뿐이라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유산유도제 도입 훼방에 맞서, 성평등 후퇴에 맞서, 공공의료에 대한 공격에 맞서, 정부가 등한시하고 외면해온 모든 사람들과 함께할 것입니다. 우리는 정부가 임신중지 권리보장에 책임을 다하고, 모두의 건강과 삶을 지키는 보건의료체계를 마련할 때까지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

 

 

 

[기자회견문]

유산유도제 도입 신청 철회, 정부 책임 규탄 기자회견

정부는 더이상 기업과 국회 핑계 말고

유산유도제 도입, 건강보험 적용 확대로 재생산권리 보장하라!

 

우리는 새해를 앞두고 안전한 임신중지 권리를 위한 정부의 책임을 다시한번 묻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 정부 여당은 여가부 폐지를 몰아붙이며 성평등을 후퇴시키고, ‘여성’을 하나의 권리주체가 아니라 인구정책의 수단으로 치부하는 기조를 강화하며 역행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노동개악안을 비롯하여 건강보험 보장성 축소 계획을 발표하는 등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위협하는 정책을 연일 내놓아 시민들의 분노를 키우고 있다.

임신중지 권리보장에 있어서도 이러한 퇴행적 기조는 마찬가지다. 시민들은 이제 비범죄화를 넘어 임신중지 권리보장으로 나아갈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여기에 전혀 따라오고 있지 않다. 지난 12월 15일 유산유도제 도입이 정부와 주무부처의 방관과 태업 속에 차일피일 미뤄지다가 끝내 제약사에 의해 자진 취하되었다. 의약품 접근성과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을 시민들의 권리가 침해된 이런 상황에는 합당한 이유도 없이 승인을 미뤄온 정부의 책임이 크다. 한편, 임신중지 의료행위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은 논의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러한 작금의 상황은 정부가 겉으로 입법절차나 제약회사를 탓할 뿐 정작 행정부 스스로의 책임을 다하지 않는 탓이 크다. 우리는 임신중지 권리보장에 대한 책임을 지금처럼 방치하다가는 정부가 더 큰 역풍에 직면할 것임을 경고하며, 재생산권리보장을 위해 아래와 같이 요구한다.

첫째, 정부는 유산유도제 도입 지연 과정에서의 정부 책임에 대해 상세히 밝혀라.

WHO가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하고, 해외에서는 30여년간 안전하게 사용되고 있는 유산유도제를 한국의 시민들은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해당 성분 의약품의 국내 도입이 승인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2021년 7월 현대약품이 도입을 신청했지만 1년 5개월이라는 이례적으로 긴 기간동안 식약처는 보완자료를 요구하며 승인을 미뤄왔고 끝내 지난 12월 15일 제약사 측에서 보완자료를 준비할 수 없다는 이유로 신청을 취하했다. 제약산업 육성이라는 기조 아래 소위 ‘혁신제품’이라 불리는 의약품들은 검증절차도 생략하며 신속히 허가하면서, WHO 필수의약품인 안전한 유산유도제만 왜 유독 허가가 지연되고 까다로웠는지 시민들은 그 이유조차 알지 못하고 있다. 주무부서인 보건복지부와 식약처 그리고 제약회사 간의 논의 과정과 관련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보았듯이 국무총리실 ‘컨닝페이퍼’에서 입법 전까지 유산유도제 도입을 미루고자 하는 정부의 의중이 드러난 것이 전부다.

유산유도제 도입은 의약품 접근권의 문제이자 재생산 권리의 문제이다. 유산유도제 도입이 지연되는 동안 여전히 온라인에서 구입한 약을 불안한 마음으로 복용하거나, 병원에서조차 대체 약을 이용하거나 정확한 정보를 얻지 못하는 상황만이 이어지고 있다. 

WHO가 권고하는 필수의약품조차 제약사 의지에 따라 도입이 신청/취하되고, 주무부처가 무책임하게 승인을 지연시켜 시민의 권리가 보장받지 못하는 지금의 상황을 우리는 강력하게 규탄한다. 지금까지의 일련의 상황으로 건강권과 의료접근성이 계속해서 침해되고 있는 것에 대해 정부와 보건당국은 심각한 책임을 느끼고 이제라도 직접 나서서 유산유도제의 도입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식약처는 추가로 요구한 보완자료가 무엇인지, 현재 안전성에 관한 근거가 이미 충분히 마련되어 있음에도 적극적으로 도입에 나서지 않고 승인을 지연시킨 이유는 무엇인지 등에 관해 그간의 모든 과정을 소상히 공개해야 할 것이다. 품목허가 신청을 취하한 현대약품에도 보완자료를 제출하지 못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해명할 것을 요구한다. 

 

둘째, 정부는 임신중지 건강보험 전면 적용 더 이상 미루지 말라.

현재 한국에서 유일한 선택지인 수술적 임신중지에 대해서도 정부는 책임을 다하고 있지 않다. 임신중지의 절대 다수가 비급여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임신중지에 수반되는 경제적 부담이 심각한데도 정부가 지원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20~2021년 임신중지 수술을 받은 여성 중 54.1%가 80만 원 이상 지출했고, 77.9%가 경제적 부담을 호소했다. 비용 문제로 1주 이상 임신중지가 지체됐다는 응답은 18.3%나 됐다. 그런데 모임넷이 9월28일 보건복지부와의 면담을 통해 확인한 결과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에서조차 임신중지 건강보장에 대한 구체적 논의가 부재한 상황이다. 지난 국정감사에서도 강도태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임신중지 급여화가 검토되지 않은 이유를 묻자, “법적 가이드라인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답변한 바 있다. 이처럼 정부부처들은 근 2년간 시종일관 법 개정만을 핑계로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동어반복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며 책임회피성 발언일 뿐이다. 유산유도제 도입, 건강보험 급여 대상 확대 모두 2021년 1월 1일 형법상 ‘낙태의 죄’의 실효가 사라진 직후부터 보건복지부가 책임지고 추진할 수 있는 일이었으며, 반드시 했어야 하는 일이다.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보건의료 체계를 갖추는 일은 건강과 생명을 위해서라도 지금 당장 추진되어야 한다. 우리는 절대 기다리고 있지만은 않을 것이다. 임신중지 건강보험 보장 확대, 유산유도제의 조속한 도입, 성재생산건강을 위한 공공보건의료 체계 보장을 촉구하며 모두의 임신중지 권리보장과 건강권을 위해 우리는 내년에도 더욱 강력하게 투쟁할 것이다.

 

2022년 12월 28일

모두의안전한임신중지를위한권리보장네트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