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9월 17, 2021 - 20:29
[성명서]
여수산단, 언제까지 목숨을 걸고 일해야 하는가!
추석을 앞두고 또 한 명의 노동자 사망
사망사고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대책 촉구 성명서
또 한 명의 노동자가 여수산단에서 일하다가 목숨을 잃었다.
9월 16일(목) 오전 11시 30분 쯤 여수산단 GS칼텍스에서 볼탱크 샌딩작업을 하던 플랜트건설 노동자가 메스꺼움과 구토, 호흡곤란을 호소하며 쓰러져 인근병원으로 후송하였으나 끝내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일어났다.
고인이 작업을 하고 있었던 볼탱크는 프로판가스를 저장하던 용기로써 내부 보수를 위해 샌딩작업을 하고 있었다.
물질안전보건자료(MSDS)에 의하면 프로판가스의 위험 및 유해성에 대하여 흡입시 메스꺼움, 구토, 불규칙한 심장 박동, 두통, 숙취, 방향감 상실, 질식, 경련과 혼수상태를 일으킬 수 있다고 되어있다.
해당 기업은 작업 10일 전부터 탱크를 개방해 놓았다고 적극적으로 해명하면서 자신들의 책임이 없음을 강변하고 있으나, 고인이 호소했던 증상과 물질안전보건자료가 일치함을 볼 때, 탱크 내부에 흡착되어 있던 다량의 유해물질이 샌딩작업 과정에서 흡입되었을 것으로 충분히 추정할 수 있고, 이것이 사망의 원인으로 된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더군다나, 고인은 해당 작업에서 20여 년간 종사해온 베테랑 기능공이다. 평소 건강했던 고인이 하루아침에 싸늘한 주검으로 될 수밖에 없었던 원인을 정확히 규명해야 한다.
입조작업 시 수시로 산소농도 측정은 했는지, 유해물질 흡입을 방지할 충분한 안전보호구를 지급했는지, 샌딩작업시 환기시설은 충분히 설치하고 작동했는지, 배치된 안전관리자는 안전관리메뉴얼을 제대로 실행했는지, 탱크내부에 흡착된 유해물질 잔존량은 사전에 조사했는지 등 한 치의 의혹도 없어야 한다.
사람이 목숨을 잃은 일이다. 이보다 중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그런데, 지역사회, 국가 그리고 조직 구성원 모두와 함께 지속해서 성장해 나가는 동반자가 되겠다는 GS칼텍스는 노동조합의 현장 접근을 막고 현장에 대한 사진촬영마저 막아 나서는 이율배반적인 행태를 보였다. 자기 책임을 다했다고 주장한다면 무엇이 두렵고, 감출 것이 무엇이겠는가? 한 가정의 가장이 목숨을 잃었는데, 같이 일하던 현장의 동료가 쓰러졌는데 그냥 가만히 지켜만 보라는 것은 도대체 무슨 경우인가?
경찰과 고용노동부 등 관계기관은 해당 현장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관리감독을 하여야 한다. 또한, 노동자를 대표하는 노동조합과 유가족의 참여를 반드시 보장해야 한다. 사고 원인을 정확히 규명하고 책임질 일이 있다면 마땅히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래야만 재발방지대책도 제대로 세울 수 있다.
2021년 9월 17일
전남건강과생명을지키는사람들 · 민주노총 여수시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