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운동연합이 주최·주관하는 연속 토론회 「기후위기 대응 시민사회 비전 포럼」이 9월 13일(월) 네 번째 회차를 진행했다. ‘기후위기 시대, 생명의 가치는 무엇인가’를 주제로 생태보전·생물다양성·인권·여성·동물권 등의 가치를 다뤘으며, 총 3인의 발제와 5인의 토론으로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기후위기의 최전선을 살아가는 시민이 전환의 주체로, 사회적 대화를 넘어 사회적 권력을 조직하는 데 힘쓸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모았으며, 생태적 관점과 에너지 전환의 관점을 두고 향후 시민사회의 논의가 더욱 활발히 진행되기를 희망했다.
첫 번째 발제자인 정명희 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국장은 전 세계가 나무를 탄소의 가치로만 보고 있으며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의 산림부문에서 드러나듯 우리나라의 산림청 또한 산림을 자원으로밖에 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자연기반해법’이 대두되고는 있으나 오히려 ‘기후변화는 나무심기로 해결할 수 있다’와 같은 오해를 초래하며, 자연을 해결책으로만 이용하는 경향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정명희 국장은 탄소중립에 대치될뿐만 아니라 토지의 무분별 개발로 오히려 생태계를 훼손시키는 벌채와 갯벌의 태양광 전환 등을 멈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이어 개선 과제로 자연자원총량제와 환경영향평가 개선 등을 요구하며 발제를 마무리했다.
두 번째 발제자인 최진우 환경생태 연구활동가는 “기후와 생물다양성은 서로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 말했다. 기후 대응과 생물다양성 개선, 둘 중 하나를 목표하더라도 상호 간의 영향을 파악하고 다른 한쪽도 고려하여 이행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바이오매스를 통한 해법에 대해서는 결과적으로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며, 바이오에너지를 얻기 위한 나무·작물을 넓은 면적에 조림하는 것은 생물다양성을 해칠 수 있다고 말했다. 바이오매스와 같이 기후 대응에만 초점을 맞춘 기술적 해법이 결국 다른 측면에서의 악영향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최진우 박사는 생물다양성을 보전하는 것이 곧 기후 완화 및 기후 적응이라는 공동편익을 불러온다며 연안 복원, 재조림, 토양 황폐화 방지, 보호지역 연결성 촉진 등의 사례를 들었다. 결론으로 기후-생물다양성-사회의 결합이라는 해법을 권장하며 발제를 마무리했다.
세 번째 발제자인 정록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는 기후위기를 ‘기후체제’와 ‘인권체제’라는 두 방향성으로 나누어 보았다. 기후체제는 주류로서 기존 자본주의 사회를 전제해왔으며, 그로 인해 경제와 발전이라는 가치 아래서 기술적·정책적 해법만을 추구해 왔다고 지적했다. 반면 인권체제는 인권 보장의 의무주체로 국가를, 권리주체로 모든 인간을 선언하면서 정의와 규범이라는 가치 아래서 사법적 해법을 추구한다고 덧붙였다. 정록 활동가는 그간 서로 연결되지 못한 두 체제이지만, 기후 난민과 전쟁, 기아와 같은 인권의 문제가 부각되면서 기후위기는 사회의 영역으로 들어왔다고 말했다. 이제는 자본에 기후위기의 책임을 물음으로써 노동자·청년 등 기후위기 최전선의 시민들이 생산의 통제권을 되찾고, 더 나아가 시민이 전환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기존 체제를 유지시키는 사회적 대화가 아닌 “사회적 권력을 조직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을 맡은 배제선 녹색연합 자연생태팀장은 우리나라의 보호지역 관리의 필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그간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서는 보호지역의 지정과 관리가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인식되어 왔으나, 정작 국내는 현재 현장 감시 등 관리 소홀로 인해 보호지역의 훼손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사회에서는 보호지역의 보호·관리 또한 중요히 여기는 데 비해, 국내 단일 보호지역 중 가장 큰 백두대간 보호지역은 관리인력이 없으며, 도립·군립공원도 지자체 관리 소홀로 인한 훼손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현 보호법은 서식지 중심의 보호가 아닌 종種에 치중해 있어, 서식지가 결여된 상황에서 종의 개체수만 증가하는 반달가슴곰과 같은 사례가 발생하는 것이라 비판했다. 배제선 팀장은 보호지역의 확대 지정보다 현 보호지역의 관리가 중요하다고 결론지었다.
민성환 생태보전시민모임 대표는 생물다양성의 위기를 거론하며 이는 기후위기 해결만으로는 풀 수 없는 문제로 보았다. 농업, 외래종 침입, 남획 등 다양한 요인으로 생물다양성의 위기가 초래되었기에 보다 포괄적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포괄적 접근의 연장선으로 기존의 인간 중심의 사고관을 비판하며, “인간중심주의를 넘어서지 않는 한 기후위기의 근본적 해결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즉 아무리 기술이 발달하고 정책이 마련되어도 이는 일시적 해결일 뿐 근본적 해결로는 나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민성환 대표는 전면적 사회 변혁을 위해 생명권을 핵심 원리로 담아내는 헌법의 개정, 도시 스스로의 자립과 지속가능성 확보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김수진 국제앰네스티 캠페인팀 간사는 인권으로 바라보는 기후위기에 대해 발표했다. 기후위기 해결 과정에서 인권의 침해 또한 제로(0)가 되어야 한다며, 소극적 기후 대응은 곧 인권의 침해라고 규정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손실과 피해는 물론, 그로 인해 권리를 침해당한 피해자에게 구제책을 제공하지 않는 행위 역시 인권의 침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주요 배출국과 기업 등 다량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가해자들은 책임을 갖고 적극 대응해야 하며, 대응 과정에도 유의할 것을 당부하며 전기차 배터리 자원의 추출 과정에서 일어나는 인권·환경 피해의 예를 들었다. 김수진 간사는 참석자들에게 과연 모두의 인권을 존중하고 보호, 실현하는 방식의 기후 대응은 무엇일지 질문을 던지며 토론을 마무리했다.
사라 여성환경연대 활동가는 사회구조적으로 여성이 맡은 역할과 기회 차이로 인해, 여성이 기후위기로 인한 재해에 더욱 취약할 수 있음을 설명했다. 또한 “기후변화가 여성에 미치는 차별적 영향이 여성의 취약성을 나타내는 동시에 취약성을 유지하고 재생산하는 사회구조를 드러낸다”고 말했다. 사라 활동가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국제사회에서 주요 기치로 채택되고 있는 ‘성 주류화’를 강조했다.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분야의 정책 과정에서 남성과 여성의 사회·문화·환경적 조건과 관심요소가 고르게 반영되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를 통해 사회 일원이 모두 동등한 혜택을 누리는 동시에 궁극적으로 성평등 및 젠더평등을 목표하는 것으로 설명했다. 또한 앞으로 대한민국이 기후위기 대응의 당사국으로서 △젠더 통합적 정책 및 행동계획 수립 △성주류화를 위한 노력 △젠더 분리 데이터 생산 및 이를 기반으로 한 정책 반영이 필요하다고 과제를 정리했다.
신주운 동물권행동카라 정책팀장은 사람-동물-생태계 모두의 건강을 연결하고 국제적 차원의 통합 대응을 주장하는 ‘원헬스 One Health’ 개념을 소개했다. 각종 기후로 인한 재난과 멸종, 적응을 위해 변화하는 동물들의 사례로 보듯 전 지구적 위기에서는 이와 같은 통합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서식지 파괴로 발생하는 인수공통전염병을 언급하며 △전염병의 숙주인 종들의 서식지 파괴 △종들의 도시 이주 △도시에 병원균 전파 △인간이 해당 종을 대량 살처분하는 악순환을 설명했다. 즉, 다양한 전염병 또한 기후위기로 초래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신주운 팀장은 이처럼 기후위기가 인류, 생태계, 동물에 모두 영향을 미치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원헬스 개념이 도입된 국가 차원의 담론과 통합적인 기후위기 대응 정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음 「시민사회포럼」 마지막 회차는 9월 15일(금) 오후 2시, 환경운동연합 유튜브에서 생중계된다. ‘에너지전환, 어떻게 가능한가’를 주제로 탈석탄을 비롯한 에너지전환의 경로와 과제를 토론할 예정이다.
오늘 포럼 자료는 아래 환경운동연합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자료 링크 : https://bit.ly/3lcjS2o
홈페이지 게시글 링크 : http://kfem.or.kr/?p=2186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