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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연합회를 비롯한 6개 금융협회(이하 “금융협회들”)는 어제(9/6) 보도자료를 내고 ‘금융산업 내부통제제도 발전방안’(이하, ‘내부통제 발전방안’) 발표했다. 사모펀드 사기·불완전 판매가 무리한 수익추구에서 비롯한 것임이 자명하다는 점에서 이를 방지할 책임이 있었던 금융기관들이 이제 와서야 자체적인 내부통제 방안을 마련한다고 하니 만시지탄이다. 금융업계가 뒤늦게나마 외양간을 고치겠다고 했지만, 이번 내부통제 방안에서 제안된 내용을 살펴보면 금융기관들이 지난 사모펀드 피해 사태를 반성하고 스스로 규율을 강화할 의지가 있다고 보여지지 않는다. 금융기관들은 자율적으로 내부규제를 강화하겠다고 하면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이하 “금융사지배구조법”)상 내부통제기준 규정과 관련해 제재를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하고 있으며, 내부통제 실패의 주요 요인인 지배구조 문제는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 이처럼 금융기관들이 지난 과오에도 불구하고 책임 부담을 최대한 회피하겠다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음에 대해 비판한다. 정부와 국회는 금융기관의 내부통제 강화와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보다 강한 제도 개선에 나서기 바란다.
친회장 인사로 구성된 금융기관 이사회, 실질적 역할 가능 의문
금융협회들은 내부통제 발전방안의 첫번째로 내부통제 결함 발견시 임직원 징계조치와 내부통제 개선계획 마련, 내부통제 관련 활동 내역 공시 등 이사회의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사모펀드 사기·불완전판매 사건 당시에도 금융기관의 이사회는 리스크관리와 관련된 사항들을 정기적으로 보고 받았으며 위험사항을 충분히 살펴 견제할 수 있었음에도 그 역할을 수행하지 않았다. 이는 금융기관의 이사회의 구성이 금융지주회사 회장에 호의적인 인사들로 구성되어 있어 경영진의 영업방침에 대해 별다른 견제 역할을 수행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https://www.peoplepower21.org/index.php?_filter=search&mid=Economy&searc... rel="nofollow">참고자료). 실제로 지난 수년간 금융지주회사 이사회 안건 처리 결과만 봐도 금융지주회사 이사회가 사실상 거수기 역할에 불과했던 사실이 확인된다(https://www.peoplepower21.org/index.php?_filter=search&mid=Economy&searc... rel="nofollow">참고자료). 금융기관 지배구조상 회장의 장기집권 제한과 함께 이사회 구성의 다양성·독립성 등이 담보되지 않으면 이사회에 명목상 권한을 부여한들 실질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 지배구조 연차보고서 등을 통한 내부통제 활동내역 공시 역시 ‘투명성 강화’라는 명목의 형식적인 조치에 불과하다. 금융기관의 내부통제기준 준수여부를 감시해야 할 준법감시인 역시 경영진의 외압에 대해 독립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하나 그에 대한 방안 역시 제시되지 않았다. 준법감시제도의 권한과 더불어 책임도 강하게 부여해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내부통제기준의 ‘실효성’ 의무 삭제는 규제를 무력화 하겠다는 것
금융사지배구조법 개정과 관련한 금융협회의 주장은 더 가관이다. 최근 1심 판결이 내려진 해외금리연계 파생금융상품(DLF) 불완전판매 제재 관련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전 우리은행장)의 불복 행정소송에서 “과연 금융회사가 내부통제방안을 ‘실효성’있게 마련하였는가”가 주요 쟁점으로 제기된 바 있다. DLF 사태 관련 손태승 회장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내려진 제재가 바로 우리은행과 최고경영자가 ‘실효성’있는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사유에 의한 것이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금융협회들이 금융사지배구조법상 내부통제관리 의무에 ‘실효성’ 등의 삭제를 요구하는 것은 해당 법률 입법 취지를 몰각하는 것으로 사실상 자신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를 무력화시키려는 의도가 내포된 것으로 이해된다. 이와 같이 자율적인 내부통제 강화와 원칙중심 금융감독이라는 구실 하에 사실상 당국의 규제를 받지 않겠다는 금융협회들의 주장에 단호히 반대한다.이는 금융소비자의 입장에서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사항이다.
또한, 금융협회들은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금융사지배구조법상 제재 사유 개정과 관련해서도 내부통제관리의무 위반으로 ‘다수피해’, ‘시장질서 저해’ 등이 발생한 경우에만 한정해 제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역시 금융기관에 대한 내부통제제도의 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주장이다. 금융기관의 내부통제 규정은 금융사고가 발생할 리스크를 줄이고 사전에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사후 제재 여부 결정을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러한 주장은 금융협회들이 이번 내부통제 발전 방안 추진배경으로 언급한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를 통한 금융소비자 보호, 금융회사 건전경영’이라는 취지에도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 이에 금융소비자연대회의는 그간 금융기관들이 형식적으로만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한 채 이를 준수할 의무를 방기한 것에 비판한다. 내부통제관리의무 위반은 피해 발생 여부와 상관없이 모두 규제해야하며, 의무위반으로 ‘다수피해’, ‘시장질서 저해’ 발생 시에는 차등적으로 더욱 강하게 제재해야 함이 마땅하다.
주요은행의 성과평가지표(KPI) 역시 고객보호에 대한 배점을 더욱 강화하는 방식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사모펀드 사태 발생 당시 각 금융기관들의 KPI 지표 구성비에서 수익규모나 비이자수익은 가장 높은 배점이 부여된 반면 고객보호에 대한 배점은 가장 낮은 수준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은 금융당국의 조사결과 및 연구결과를 통해서도 확인된 바 있다. 금융기관들은 판매실적 대비 고객보호 의무 이행에 평가를 의도적으로 매우 낮게 책정함으로써 각 영업점이 고객을 속여가면서까지 고위험상품을 공격적으로 판매하도록 부추겼다. 금융협회들이 KPI 배점에서 고객에 관한 사항을 높이는 것은 일견 긍정적이나, 고객만족도가 고객수익률을 중심으로만 이루어질 경우 또다시 각 영업점의 고위험상품 판매 동기가 발생할 수 있어 우려된다.
내부통제와 함께 지배구조 개선, 금융소비자보호 제도 마련 시급
이처럼 금융협회들의 내부통제 발전방안은 사실상 금융기관의 내부통제 부실에 대한 금융당국의 규제를 완화하는 한편, 본인들의 책임을 최대한 회피하려는 내용이 주 골자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판매실적에 매몰될 수밖에 없는 금융기관에게 금융소비자 보호 책임 관련 전권을 맡겨선 안 된다. 금융사지배구조법 개정은 금융기관의 내부통제기준 마련·준수 책임을 최대한 강화하고 이에 금융당국의 제재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에 더해 금융기관의 공적 책임 강화를 위해 금융회사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금융지주회사 회장 연임 제한, 공익이사 선임 의무화와 같은 이사회 구성 개편도 필요하다. 금융피해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집단소송제 도입 등 금융기관의 과도한 이익추구를 견제하고 금융소비자보호를 위한 방안 마련도 시급하다. 금융당국과 국회는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기는 우를 범하지 말고 더 적극적인 금융감독을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