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청구 기각되어야

집회시위의 자유 심각하게 제약받은 상황 개선책 내놓아야 

지난 6일, 서울경찰청의 ‘7·3불법시위 수사본부’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과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 등으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검찰이 법원에 영장청구했다. 사안이 중대하고 재범의 위험이 있다는 이유다. 코로나19 상황이 위중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렇다고 경찰이 1년 6개월 넘게 집회시위가 제한되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자들이 처한 생존권 위협을 알리기 위해 집회의 자유를 행사한 것을 중대범죄로 삼고,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우려 가능성이 낮은 민주노총 위원장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해 검찰이 이를 받아들여 영장청구한 것은 공권력의 남용이라 부를만 하다. 검찰의 양경수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법원이 기각해야 할 것이다. 

 

서울시는 작년부터 현재까지 근 1년 6개월 넘도록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이유로 서울광장 주변과 도심 주요 장소의 집회를 전면 금지해왔다. 이에 따라 노동자들을 비롯해 취약계층이 자신들의 입장을 보여주기 위한 집단행동을 하기가 어려워졌다. 감염병의 확산 또는 감소 추세에 따라 사회적 거리두기의 단계가 조정되고 집합금지의 인원이 유연하게 조정되는 것에 반해, 정부나 서울시는 광화문 일대 등 주요 거점에서의 집회에 대해서만은 금지로 일관해 왔다. 이는 다른 다중 이용시설이나 정치인 모임에 대한 조치에 비해서도 이유없는 차별적 조치이다. 지난 2003년 헌법재판소는 집회에 대한 금지는 집회의 자유를 보다 덜 제한하는 방법, 장소, 시간 등의 제한 조치를 모두 소진한 이후에나 고려될 수 있는 최후의 조치여야 함을 확인한 바 있다(헌법재판소 2003.1.30.선고, 2000헌바67). 정부와 서울시가 이와 같은 최후의 수단으로 집회를 금지한 것인지는 심히 의문이다. 

 

구속사유도 적절치 않다. 집회 참가자 4,701명 전수조사 결과, 음식점에서 감염된 3명 외 추가 확진자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증거 인멸 우려와 도주 염려 등을 구속사유로 제기하는 것은 구속수사의 근거보다는 구속수사 의지만을 분명하게 보여줄 뿐이다. 정부와 경찰이 노동자들의 집단적 의사표현을 무조건 불온시하며 감염병예방법 위반이라는 외피로 호도하려는 것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감염병 위기 앞에서 무엇보다 국민의 생명권과 안전이 우선함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1년 반 넘게 집단적 의사 표현을 금지해 온 차별적 조치를 계속해서 감내하라고만 할 것이 아니라, 방역과 함께 집회시위를 통한 의사표현의 자유를 최소한이라도 누릴 수 있게 합리적 대책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 지금 정부와 경찰이 해야 할 일은 이런 것이지, 노조운동 지도부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아니다. 양경수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기각되어야 한다.

 

논평원문[https://docs.google.com/document/d/19vFhI1W0xzEg-S8sfto5ns-7HtxQnSP1FcSb... target="_blank" rel="nofollow">보기/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