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심각한 식량 위기에 마주하고 있다?
최근 국제사회는 북한의 식량 부족에 큰 우려를 표해 왔다. 식량농업기구FAO, 세계식량계획WFP 등 북한의 식량 사정을 지속적으로 관찰해 온 국제기구는 자체 조사를 통해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통계를 들어가며 북한의 식량 사정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의견을 밝혔다. 국내외 다수의 전문가와 비정부기구NGO도 최근 북한이 마주한 삼중고대북제재, 코로나19, 자연재해로 인해 북한의 식량 사정이 전보다 더욱 악화하면서 인도적 위기에 마주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최근 북한 당국 역시 이례적으로 자국이 마주한 식량 위기에 관해 공개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지난 6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미진한 식량 생산으로 인민 생활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발언했다. 7월 김성 유엔주재 북한 대사는 유엔 고위급정치포럼HLPF 화상회의에서 최근 북한의 저조한 식량 생산량을 인정하면서 올해 북한의 곡물 생산 계획도 차질을 빚고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7월 말, 북한은 한동안 끊겼던 남북 간 통신연락선을 복원하기로 한국 정부와 전격 합의했는데, 몇몇 전문가는 이에 대해 식량난에 시달리는 북한이 한국 등 외부로부터 식량 지원을 받기 위한 의도가 포함되어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반면, 일부에서는 최근 북한의 식량 사정이 어려워진 점은 인정하면서도, 1990년대 중기 대기근으로 인한 끔찍한 참상이 발생한 ‘고난의 행군’ 시기와 비교할 수준까지는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그 근거로 일부 기관에서 발표한 통계가 가진 한계 및 자료의 곡해 가능성을 지적한다. 또한 과거와는 달리 북한 주민들이 시장경제를 바탕으로 한 자신들만의 생존 방식을 익힘으로써 식량 접근성에 있어서만큼은 위기 상황으로 치닫지는 않았을 것이라 보는 이들도 있다. 일례로, 최근 소토지 등 개인이 운영하는 비공식 농지가 일반화되어 이를 기반으로 한 식량 수급, 유통 등 경제 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으나, 국제기구 등 외부 기관이 실시하는 조사는 이 같은 비공식 영역에서의 여러 활동을 세밀하게 반영하지는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결국 북한 당국의 통제 속 접근 가능한 제한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한 통계의 왜곡으로 현실 곡해의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다.
최근 탈북한 사람들은 어떻게 바라볼까?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이하 한국지부는 코로나19 이후 북한 내부의 식량 수급 동향을 주목해 왔다. 지난 1년 7개월 여간 이뤄진 탈북인 수십 명을 대상으로 한 심층 면접 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최근까지 북한에 거주한 사람의 눈을 통해 북한 내부의 식량 사정을 들여다보기로 했다. 국제사회의 일반적인 분석과 탈북인의 시각을 서로 비교해 보면서 각자가 주장하는 내용에서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한국지부가 만난 탈북인이 진술한 내용이 실제 북한의 현실을 100% 반영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기본적으로, 심층 면접은 개인의 경험과 생각을 바탕으로 하기에 북한 내부의 현실을 객관적으로 보여준다고 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다. 그럼에도, 최근까지 북한에서 생활했다는 점에서, 그리고 이들 중 상당수가 최근까지도 가족 및 지인과 연락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분명 북한 식량 사정과 관련한 유의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본다.
탈북인이 증언한 내용 중 공통적인 부분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1. 급격한 물가 상승, 그러나 식량 접근성은 나쁘지 않다
2020년 이후 주민들의 생활이 크게 어려워졌다. 2020년 국경봉쇄 약 1년 전인 2019년 초와 국경봉쇄로부터 약 1년이 지난 2021년 초를 서로 비교하면, 전체적인 물가는 북한 대부분의 지역에서 최소 두 배 이상 올랐다. 특히, 쌀, 식용유 등 주요 식품 가격은 국경봉쇄 이전에 비해 세, 네 배 수준으로 상승했다. 식량 가격 상승과는 달리 수급 측면만 놓고 보면 아직까지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주식인 쌀의 경우, 대부분의 북한 주민은 북한산 쌀을 선호한다. 궁핍하지 않는 이상 중국에서 수입/지원되는 ‘저렴하지만 맛이 떨어지는’ 중국산 쌀을 섭취하기를 꺼려한다. 이러한 경향은 쌀 가격이 급등한 최근에도 여전하다. 곡물을 포함한 주식류 공급과 유통을 살펴보면, 시장에서는 북한산 쌀과 중국산 쌀뿐만 아니라 북한산 안남미, 옥수수, 감자, 콩 등 다양한 품목을 접할 수 있다. 식량 사정이 악화되고는 있으나 아직까지는 여전히 주민 다수가 자신이 섭취해 오던 식량을 구하는데 있어서 심각한 어려움에 마주하고 있지는 않다. 즉, 급등한 물가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이 접근 가능한 식량의 절대량에 있어서만큼은 계절 특성에 따른 일시적인 공급 부족을 제외하고는 심각한 부족현상을 관찰하기 힘들다. 채소 등 다른 주요 식량의 수급에 있어서도 최근까지는 전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
현재 북한 사람들은 몹시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이 사실이다. 쌀 값이 몇 배나 올라서 예전에 같은 돈으로 10kg 사던 걸 반도 못산다. 이제 말마따나 쌀을 먹던 사람들은 옥수수를 먹게 되고, 밥을 먹던 사람들은 죽을 먹게 되고, 세 끼 먹던 사람들은 두 끼 먹게 되고 그렇게 되어가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상황이 어려워도 이제는 굶어 죽는 일은 없을 것이다. 고난의 행군 때는 국가가 사람들을 먹여 살리다가 갑자기 그게 멈추면서 사람들이 적응을 못하니 죽어 나갔지만, 이제는 사람들이 살아남는 방법을 다 터득했다.
증언 A
2. ‘고난의 행군’과 같은 식량 위기의 가능성은 낮다
최근 북한 주민들은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에 마주한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대기근으로 발전할 확률은 희박하다. 과거 국가의 배급에 전적으로 의존하던 ‘고난의 행군’ 시기와 지금은 모든 것이 다른 상황이다.
고난의 행군 이후 국가가 배급해 준 것에 의존해 먹고 살던 과거의 시스템이 더 이상 제대로 작동하지 않게 되면서, 사람들 스스로 먹고 살 길을 찾아 나서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한 자들은 살아남았고, 낯선 환경을 받아들이지 못한 자들은 도태되어 사라졌다. 생존을 위해 스스로 터득한 자본주의에 기반한 시장 경제 개념은 북한 주민들 스스로 국가의 도움 없이 살아갈 수 있는 끈질긴 생명력을 가져다주었다. 장마당에서의 장사, 접경지역에서의 밀수, 지역간 물류, 소토지 등 개인 농지를 이용한 자체 식량 수급, 수리나 의료 같은 전문기술 기반 거래 등은 과거의 북한에서는 볼 수 없었으나 지금은 확고하게 자리잡은 새로운 모습이다.
지난 20년 넘게 북한 사람들은 대기근, 자연재해, 화폐개혁, 대북제재, 감염병, 권력계층의 수탈 등 최악의 상황에 계속 마주해 왔다. 국가의 지원은 사실상 없었다. 북한 사람들은 스스로 생존하는 법을 터득해야 했다. 시장경제가 자리잡았으며, 장마당을 통해 경제 이해도와 자립적 생존 능력이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성장했다.
최근 마주한 삼중고로 인한 경제 위기와 국가의 방치 속에서도 주민들이 버틸 수 있다고 보는 이유는 이러한 과정속에서 수없이 단련된 강인한 자생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식량은 먹고 사는데 필수적이다. 북한 사람들은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그 누구보다도 식량의 소중함을 잘 안다. 그렇기에 북한 사람들은 국가가 시키지 않아도 그 무엇보다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식량 확보에 신경 쓰고 있다. 북한 사람들은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생존법을 터득했다. 국가가 시장을 전면적으로 통제하지만 않는다면, 지금과 같은 환경에서는 과거 고난의 행군 시기처럼 수많은 사람이 죽어 나갔던 대기근은 발생하기 힘들다. 비록 최근에 국경 봉쇄 등 전례 없는 강력한 통제가 이뤄지고 있지만, 많은 이들이 변화된 환경에 적합한 생존 방식을 찾아 적응해 가고 있다.
고난의 행군 시기에는 갑자기 그렇게 위기가 닥쳐서 사람들이 어떻게 위기를 이겨내야 할 지 몰랐다. 하지만 지금은 사람들도 살아가는 방식을 알고 있다. 최근 김정은이 고난의 행군 시기만큼 힘들다고 선포는 했을 지 몰라도 지금 상태에서는 아직은 아니라고 본다. 나는 가족이 북한에 있어 가끔 연락한다. 최근 연락을 했을 때 그저 세게 힘들다고는 말하는데 굶어 죽을 정도까지는 아니라고 하더라. 예전 고난의 행군 시기 때 역전에서 사람이 죽어서 파리가 주변을 막 날라 다니고 그런 것을 난 여러 번 봤다. 시체를 제때 처리하지 못하다 보니 그렇게 시체가 쌓이곤 했다. 지금 당장은 그 정도로 어려운 상황에 처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힘든 것은 확실하다.
증언 B
북한의 식량난을 우려할 필요가 없는가?
탈북인 증언내용을 토대로, 북한의 식량 사정을 단순히 ‘양’적인 측면에서 바라본다면 식량 부족 문제는 단기간 내에는 극단적으로 심화될 확률은 높지 않다고 추론할 수 있다. 그럼에도, 지금과 같은 위기와 통제가 장기적으로 계속 이어질 경우,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을 수 있다. 특히, 접근 가능한 식량의 ‘질’적인 측면을 고려해 본다면, 지금 당장도 국제사회가 심각하게 우려할 만한 문제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실제, 북한의 식량 문제에서 보다 눈 여겨 봐야 할 부분은 양적인 측면의 ‘식량 부족’보다는 질적인 측면에서의 ‘영양 불균형’이다. 2019년 5월 WFP의 평양사무소 대변인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식량난 실태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만난 주민들 상당수가 심각한 단백질 부족에 시달리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다수의 북한 주민은 고기는커녕 계란도 연 2~3차례만 섭취할 정도로 단백질 부족이 심각한 것으로 보인다.
이뿐만 아니다. 2021년 7월 FAO, 세계식량계획WFP, 유니세프UNICEF 등 유엔 산하 인도적 지원 및 개발 관련 기구들이 공동으로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8-2020년 북한의 영양부족 인구는 총 1천90만명으로, 이는 전체 인구의 42.4%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동 보고서에서 밝힌 2004-2006년의 33.8%보다 9% 가까이 증가한 수치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2004년은 고난의 행군을 막 벗어나던 때로 극심한 경제난의 후유증으로 인해 여전히 대다수 주민들이 식량을 구하는데 어려움을 겪던 시기였다.
또한, 동 보고서는 영양 부족에 따른 북한 아동의 발육 정도 변화와 관련한 자료도 제시하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2020년 5세 미만 북한 어린이의 저체중 비율은 2.5%, 발육 저하 비율은 18.2%로 각각 나타났다. 특이하게도, 발육 저하 비율은 2012년 26.1%, 2018년 19.1%로 해마다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으나, 영양 부족 인구는 오히려 과거에 비해 상승하는 추세에 있으며 2020년 기준으로는 무려 42.4%를 보여주었다. 즉, 북한 인구 10명 중 4명 이상이 영양 결핍 상태에 처해있다는 말이다. 매우 심각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실제, 증언자로 참여한 탈북인 다수에 따르면 북한 주민 중 상당수가 부실한 체력과 왜소한 체격을 가지고 있으며 허약에 시달리는 사람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고 증언했다. 1인당 하루에 필요한 칼로리 총 공급량뿐만 아니라 단백질, 지방, 필수 비타민, 미네랄 등 영양소 공급이 장기간에 걸쳐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말이다.
위의 내용들을 바탕으로 최근 북한의 영양 상황을 추론해 보면 다음과 같다. 영유아 등 일부 집단에서는 고난의 행군 이후 공급되는 식량의 양이 증가하면서 기아 감소와 함께 성장기 발육 상태가 과거에 비해 점차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체 인구를 놓고 볼 때, 전 생애에 걸쳐 영양 불균형 식단이 지속되면서 단백질을 비롯한 필수 영양소가 장기간 충분하게 공급되지 못해 영양 부족에 시달리는 인구는 갈수록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의 식량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식량 수급과 같은 양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영양 균형과 같은 질적인 측면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할 필요가 여기에 있다. 북한의 식량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식량 수급과 같은 양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영양 불균형으로 인한 영양 부족과 같은 질적인 측면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할 필요가 여기에 있다.
국가의 역할
식량권Right to food, 즉 적절한 식량에 대한 권리는 모든 사람이 적절한 양과 질의 식량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이와 관련해 ‘경제적, 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 위원회CESCR에서 정의한 식량권은 아래와 같다.
“적절한 식량에 대한 권리는 모든 남성, 여성, 아동이 혼자 또는 공동체의 다른 사람들과 함께 언제나 적절한 식량 또는 식량 조달 수단에 대한 물리적, 경제적 접근을 가질 때 실현된다.”
경제적, 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 위원회CESCR
CESCR은 사회권 규약을 통해 식량권에 관한 국가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국가는 모든 사람이 적당한 생활 수준을 누리는데 필요한 적절한 식량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와 같다.
“이 규약의 당사국은 모든 사람이 적당한 식량, 의복 및 주택을 포함하여 자기 자신과 가정을 위한 적당한 생활수준을 누릴 권리와 생활조건을 지속적으로 개선할 권리를 가지는 것을 인정한다. 당사국은 그러한 취지에서 자유로운 동의에 입각한 국제적 협력의 본질적인 중요성을 인정하고, 그 권리의 실현을 확보하기 위한 적당한 조치를 취한다.”
경제적, 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사회권 규약’ 또는 ‘A규약’)ICESCR 제11조 제1항
21세기는 국제화, 세계화 시대이다. 국제사회를 구성하는 국가, 국제기구, NGO, 기업 등 여러 행위자들이 글로벌 거버넌스 아래 유기적으로 상호 협력하는 것은 인류의 발전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기후위기, 감염병 등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거대 위기에 대응하는데 있어서도 필수적이다.
하지만 북한 당국은 국제적 공조와 협력의 흐름에 반하는, 고립적이고 독단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이는 결과적으로 북한 주민의 인권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북한은 최근 국제사회의 인도적 지원 의사 표명에도 자력갱생만을 외치며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식량뿐만 아니라 보건의료 등 분명 주민의 인권을 위해서 외부의 지원이 절실한 부문이 있을 법한데도 북한 당국은 시큰둥한 것이다. 지난 수십 년간 국제사회에서 북한을 언급할 때마다 따라오는 ‘세계 최악의 인권 국가’라는 수식어는 결코 한 순간에, 그리고 어느 한 면 만을 보고 만들어진 것은 아닐 것이다.
문제는 북한 당국이 주민들의 사상정신 무장을 연일 독려하고 외세 문물과 문화 배격을 외치는 등 자력 갱생을 강조하면서 고립적인 행보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강화된 내부 사상 검열, 이동 제한, 시장 통제는 주민들의 삶을 억압하고 있다. 또한 국가의 권력을 악용하는 권력자의 횡포도 심해지고 있다. 지금 당장 북한 주민이 마주한 ‘먹는 것’과 관련한 고통은 국제사회의 우려만큼 심각한 수준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날로 늘어만 가는 통제 수단과 압박의 정도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결국 주민의 식량 접근성을 포함한 생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장마당에 보안원이 들어오면 ‘한국 것 팔지 말라’, ‘미국 것 팔지 말라’ 이런 식으로 단속을 한다. 하지만 이런 것을 안 팔면 장사를 하지 못한다. 그렇게 단속하면서 돈을 뺏는다. 장마당 관리원들도 단속을 핑계로 돈을 뺏는다. 또, 국가에서는 이럴 때일수록 비사회주의를 하지말라고 법을 내리면 법관들이 그 법을 악용해서 사람들을 더 가혹하게 착취한다. 요즘같이 이렇게 힘들면 힘들수록 착취는 더 강해진다. 그러니까, 이렇게 되면 결국 힘든 것은 일반 백성들이다.
증언 C
시간이 지날수록 심화될 수밖에 없는 북한의 식량 사정은 그 누구보다도 아동, 장애인, 노인, 빈민 등 취약계층에 큰 위험으로 다가온다. 북한 당국의 자랑과는 달리, 취약계층을 위한 복지 제도는 사실상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 복지의 허술함으로 다양한 위협에 노출된 상황 속에서, 국가의 세밀한 보살핌 없이는 위기를 견뎌 내기 힘든 취약계층의 경우 경미한 수준의 식량난에도 생존이 크게 위협받는 상황에 맞닥뜨릴 수 있다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돌이켜 보면, 과거 북한에서 발생한 여러 차례의 식량 위기에서 가장 큰 피해를 받은 집단은 영유아를 포함한 취약계층이었다.
북한은 유엔 회원국이자 사회권 규약 가입국으로 국제사회에서 요구하는 수준의 인권을 달성해야 할 의무를 진다. 북한 당국은 자국민의 인권 향상을 위해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이러한 주장이 맞는다면, 북한 당국은 주민의 권리와 자유를 더욱 폭넓게 보장하는 등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야 한다. 그 무엇보다, 잘 먹는 것은 인간으로서 누려야 하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이자 필수적인 생존 조건이다. 식량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으면 다른 인권 역시 저하될 수밖에 없다. 반대로, 식량권의 증진은 사회권뿐만 아니라 자유권의 증진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당국이 주민들의 식량권을 개선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