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인 2019년 6월, 홍콩에서는 수십, 수백만 명의 시민들이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 거리로 나왔다. 홍콩 경찰은 각종 무력을 동원해 시민들을 해산하고 억압하려 했지만 홍콩 시민들은 이에 굴하지 않고 계속해서 목소리를 높였다.
1년 전인 2020년 6월 30일, 중국의 입법기관 전국인민대표대회(이하 전인대)는 ‘홍콩을 ‘안정화’한다는 명목으로 홍콩 국가보안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은 홍콩 시민들에게 적용될 법이었지만 법이 발의되고 통과되는 그 순간까지 홍콩 시민들도, 홍콩 입법회도, 이 법의 내용을 전혀 확인할 수 없었다.
2021년 6월 30일, 홍콩 국가 보안법 통과 후 1년 동안 이 법안은 홍콩 인권 상황에 큰 영향을 미쳤다. 국가 안보라는 미명 하에 수많은 정치인들과 활동가, 언론인이 체포되었고 표현의 자유와 학문의 자유는 심각한 수준으로 제한되었다. 법이 통과될 당시 시민들이 제기했던 우려는 모두 고스란히 현실이 되었다.
홍콩 국가보안법이란?
홍콩 국가보안법은 홍콩의 국가 안보 조치를 수립하고 강화하기 위해 제정된 법이다. 이 법에 따르면 홍콩의 “분리 독립”, “체제 전복”, “테러”, “외국 세력과의 공모”를 하는 사람은 최대 무기징역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국가보안법 집행시 홍콩 경찰은 영장 없이 사유 재산을 수색하거나 용의자의 이동을 제한할 수 있다. 수사 대상의 자산을 동결할 수 있으며 통신을 가로막을 수도 있다. 또한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에게 특정 정보 삭제 요청을 할 수도 있다.
유엔 인권 이사회를 포함, 다수의 인권 기구 단체는 이 법에 대해 우려를 표한 바 있으며, 국제앰네스티 역시 현재의 홍콩 국가보안법이 ‘국가 안보’를 구실로 홍콩 시민들의 인권을 억압하는 법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콩 국가보안법 통과 이후 1년 TIMELINE
정부의 과도한 폭력에 대항하는 홍콩 시민들
범죄인 인도법안[1]에 반대하는 시민들을 홍콩 경찰이 폭력적으로 진압하자 시민들은 이에 대항해 거리로 나와 시위를 이어갔다. 2019년 6월 16일에는 무려 200만 명의 시민들이 시위에 참여하기도 했다. 시위는 대체로 평화적이었지만 경찰은 1년 내내 최루가스, 물대포, 고무탄, 곤봉 등 과도한 무력을 사용해 시위를 진압했다. 실제로 2019년 6월부터 2020년 3월 5일까지, 홍콩 경찰은 시위대를 향해 실탄 19발, 최루탄 15,972발, 고무탄 10,010발을 발포했다. 또한 언론 집계에 따르면 2019년 6월 9일부터 2020년 5월 29일까지 약 9,000명이 경찰에 의해 체포됐다.
1. ↑ 홍콩 정부의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은 기존 범죄인 인도 대상 및 국제형사사법공조 대상을 중국 본토로 확장하는 것이었다. 이 개정안은 인권적 안정 장치가 제대로 구축되어 있지 못해 국제앰네스티 등 70여 개의 NGO 단체가 법안 개정 추진 중단을 홍콩 정부에 촉구하기도 했다.
홍콩국가보안법 시행 첫 날, 370명 체포
홍콩 국가보안법이 시행된 첫 날, 이 법에 반대하기 위해 시위를 한 시민 중 370명이 체포되었다. 이 중 10명은 국가보안법 위반 의혹으로 체포되었다. 10명 중에는 15살의 소녀도 있었다.
일부 시민들이 국가보안법에 대항해 아무 것도 쓰여 있지 않은 흰 색 종이를 들고 평화 시위를 벌였으나 홍콩 경찰은 빈 종이 역시 국가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며 시위를 해산하고 이날의 시위에서 8명을 체포했다.
국가안보를 이유로 정치인 12명의 선거 출마 자격 박탈
홍콩 국가보안법이 통과되고 한 달 후, ‘국가 안보’를 이유로 12명의 친민주파 총선 후보가 선거 출마 자격을 박탈당했다. 홍콩 정부는 이들이 ‘홍콩 독립을 옹호하고 외국 정부의 개입을 청탁했으며 홍콩 국가보안법을 반대’하는 행동을 했기에 헌법상의 의무를 이행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홍콩의 언론사 Apple Daily>의 편집장 지미 라이Jimmy Lai 등 7인이 홍콩 국가보안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체포되었다. 지미 라이가 운영하는 애플 데일리는 26년간 운영되어 온 홍콩의 언론사로, 홍콩 정부와 중국 정부에 비판적인 글을 싣던 신문이다. 국제앰네스티는 이날의 사건이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며 국가보안법을 구실로 한 언론 자유 탄압이라고 입장을 발표했다.
홍콩 정부가 코로나19를 이유로 9월에 예정되어 있던 국회의원 선거를 연기하자 일부 시민들이 ‘이러한 결정이 정치적 이유 때문이다’라고 주장하며 거리로 나와 시위를 벌였다. 시위는 평화적이었지만 경찰은 과도한 무력을 이용해 시위대를 진압했다. 이 과정에서 한 12살 소녀는 ‘수상한 행동’을 보인다는 이유로 거리에서 체포되기도 했다. 가족의 증언에 따르면 소녀는 미술 용품을 사기 위해 집을 나섰다고 한다.
2019년 시위 중 마스크를 썼다는 이유로 활동가 체포
활동가 조슈아 웡Joshua Wong 과 구세유Koo Sze-yiu가 2019년 10월 5일 홍콩의 복면금지법[2]에 반대하는 ‘비인가’ 집회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체포됐다. 조슈아 웡의 경우, 시위 중 마스크를 써 복면금지법을 위반했다는 것 역시 체포 이유였다.
2. ↑ 복면금지법은 시위 중 마스크 착용을 금지하는 법이다. 이 법에 따르면 시위에서 마스크 등으로 얼굴을 가릴 경우 징역 1년형에 처하거나 최대 2만 5천 홍콩 달러(한화로 약 370만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 국제앰네스티는 이 법이 국제법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수요일 오전 약 50명의 민주화 인사들이 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되었다. 이들은 2020년 코로나19 우려로 홍콩 정부가 총선을 연기한 것에 대응해 자체적으로 ‘예비 선거’를 조직하고 이에 참여했다. 홍콩 정부는 이에 국가 “전복” 혐의를 적용하고 이들을 기소했다. 체포된 사람들은 전직 국회의원 및 지방의회 의원 다수와 예비선거 주최자인 베니 타이Benny Tai, 주최인들 중 한 명 미국인 변호사 존 클랜시John Clancey, 투표 진행 기술을 제공한 홍콩민의연구소 대표 로버트 청Robert Chung 등이었다.
홍콩 학교 내 정치 활동 금지
홍콩 교육국이 홍콩 학교를 대상으로 한 국가 보안 지침을 발표했다. 이 지침에 따르면 학교 운영 측은 교내에 있는 각종 정치 활동을 방지하고 이를 중단해야 한다. 홍콩 교육국은 교내 정치 활동이 “홍콩 기본법, 홍콩 국가보안법 및 홍콩에 적용 가능한 모든 법률”을 위반하는 행위가 될 수 있으며, 이를 막고 중단하는 것이 학생들의 국가안보 정신, 국가 정체성, 준법 정신 의식 향상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가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정보를 포함하고 있는 서적 및 수업자료 역시 폐기되어야 한다.
정부 비판하는 언론사 강제 폐간
26년의 역사를 이어오던 홍콩 언론사 가 강제 폐간됐다. 홍콩 국가 보안 경찰은 이 과정에서 의 자산을 동결하고 사무실을 압수 수색했다. 다수의 직원들을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는 혐의로 체포됐다. 국가보안법을 이용해 언론사를 폐간한 이번 사태를 통해 홍콩 내 언론의 자유가 얼마나 위축되었는지 극명하게 확인되었다.
국제앰네스티는 홍콩 정부에 다음과 같이 권고합니다.
하나. 국가보안법을 적용할 때 국제인권규범과 기준을 준수하라
국가 안보를 지키는 것은 정부의 주요 책무 중 하나다. 하지만 국가 안보를 구실로 삼아 국제인권법과 기준을 제한하거나 부정해서는 안 된다. 홍콩 정부는 국가보안법을 적용하고 이를 시행할 때 국제인권법과 기준을 준수해야 한다. 또한 표현의 자유 및 기타 인권을 행사했다는 이유로 기소된 이들의 기소를 모두 취하해야 한다.
둘.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라.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International Covenant on Civil and Political Rights, ICCPR 19조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홍콩 정부는 ICCPR 19조에 의거해 시민들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 이에 의거해 언론의 자유 역시 보장해야 한다. 언론을 공격하거나 위협하여 그 표현의 자유를 직간접적으로 제한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이를 해결해야 한다. 또한 정부는 공공 방송이 영리적, 정치적 영향력에서 독립을 지킬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셋. 학문의 자유를 보장하라.
교육권은 학문의 자유가 보장될 때 온전히 누릴 수 있다. 학문의 자유에는 특정 기관이나 시스템에 대해 자유로운 의사 표현을 하는 것도 포함된다. 국제앰네스티는 홍콩 교육 당국이 학교 운영이나 정책에 개입하고 학교의 운영측과 교육 전문가들을 통제하는 것을 중단하라고 촉구한다.
넷. 평화적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라.
많은 활동가들이 2019년 ‘비인가’ 집회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체포되었다. 그러나 국제인권규범과 기준에 따르면 평화적 집회의 자유를 행사하는 것은 정부의 사전 허가 대상이 아니다. 국가 정부는 오히려 평화적 집회의 자유가 쉽게 행사될 수 있도록 할 의무가 있다. 홍콩 정부는 평화적 집회를 ‘비인가 집회’, ‘불법 집회’로 낙인 찍지 않고 이로 인해 기소되거나 처벌 받는 사람의 기소 및 처벌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