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과 농촌의 현실을 얘기하면 긍정적이고 즐거운 얘기를 쓰기 어렵다. 그래도 흥미있고 눈길이 가는 애기를 쓰고 싶은데 소재를 찾기가 쉽지 않다.

이번에는 필자가 사는 마을 얘기를 전하려고 한다. 우리 마을도 여느 농촌마을과 그리 다르지 않아서 크게 재미를 전달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 그렇지만 또 다른 마을 이야기가 있기도 해서 독자들에게 농촌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킬 수도 있겠다 싶어서 우리 마을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한다.

필자가 사는 마을은 강원도 춘천시 사북면에 있는 마을이다. 이 지역은 6개 리가 이웃하며 살고 있는 지역이다. 춘천호가 사북면의 다른 지역과 경계를 짓고 석봉산과 용화산 그리고 삿갓봉과 수리봉이 화천과 신북읍, 춘천시내 지역과 경계를 만들고 있다. 그러니까 호수와 산으로 둘러쌓여 있는 지역공동체라 할 수 있다. 이 마을은 초등학교과 농협, 보건진료소를 같이 이용하고 407번 지방도로를 이용해 다른 지역과 통하고 있다.

6개 리의 마을 전체 인구는 9백 여명 정도 되는데 그중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40% 정도 된다. 20대가 60여 명, 30대가 40여 명 정도 등록되어 있지만 실제 거주는 하지 않고 주소만 두고 있다. 40대도 백 명 정도 되지만 실제로 거주하는 사람은 절반도 되지 않는다. 그렇게 비거주 등록인구를 빼면 절반 이상이 노인들인 경로우대마을(?)이라 할 수 있다.

농촌노인들은 나이들어도 살던 곳에서 계속 사시고 싶어한다. 간혹 자식들이 모시려고 해서 자식들 집으로 가는 경우도 있지만 거의 다 다시 살던 곳으로 돌아온다. 답답하다는 게 이유인데 그럴 것이 도시에 가면 자식부부는 일하러 나가고 손주들은 학교에 가니 노인만 남아서 감옥같은 하루를 보내야 한다. 그래서 잘 견뎌야 한달 정도 지나면 다시 돌아온다. 그런데 돌아오면 편안함이 보장되어 있는 것도 아니다. 몇 년 전만 해도 농협까지 4~5키로 걷는 건 일도 아니었고 오토바이나 자전거를 타고 혹은 경운기를 몰고 농협출입을 하며 이웃 분들을 만났지만 연로하여 몸이 말을 듣지 않으니 농협이나 마을회관 출입도 힘들다.

우리 마을에는 별빛사회적협동조합이라는 마을사업을 하는 조직이 있다. 이 협동조합은 마을 원주민들과 외지에서 들어온 이주민들 그리고 시내에서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함께 실무자로 일하고 있다. 별빛사회적협동조합은 크게 세가지 사업을 하고 있다. 하나는 지역아동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마을 초등학교 아이들이 하교하면 모두 센터에 와서 방과후 프로그램을 한다. 또 하나는 농촌유학센터이다. 마을 초등학교에는 현재 열 한명의 유학생이 있다. 이들은 서울 등 수도권에 사는 아이들인데 우리 마을 초등학교로 전학온 아이들이다. 처음에는 1년 정도 시골에서 살며 학교를 다닐 예정으로 오는데 대부분 졸업하고 돌아간다. 이 아이들을 돌봐주는 곳이 농촌유학센터이다. 아이들은 두, 세 명씩 농가에 위탁되어 생활하며 초등학교를 다니고 하교하면 지역아동센터에서 방과후 프로그램을 같이하고 끝나면 농가로 돌아간다. 아이들의 건강과 부모와의 연락, 농가 관리, 학교에서의 생활 및 학교와의 관계 등을 관리하는 일이 유학센터의 일이다.

마지막으로 ‘나이들기 좋은 마을’(일명 나좋을) 팀이 있다. 마을의 노인을을 돌보는 사업을 하는 팀이다. 오늘은 나좋을 팀에 대해 얘기하려고 한다.

불과 몇 십년 전만 해도 아이들은 마을에서 컸고 노인들은 마을과 함께 살다가 돌아가셨다. 그런데 농촌의 아이들은 이제 태어나지도 않고 그나마 몇 안되는 아이들은 마을에 초등학교가 없어져 먼 거리를 학교버스를 타고 통학을 해야 한다. 마을사람들은 아이들이 마을에 있는지 없는지도 모른다. 노인들은 자식의 가족들과 함께 살면서 손자를 돌보고 마을과 자식들의 부양을 받다가 돌아가셨는데 이제는 자식들 다 떠나고 외로운 노년을 보내고 있다. 걷는 것 조차 힘드니 마실 다니는 것도 쉽지 않다.

별빛협동조합에서 나좋을 팀을 만든 건 자식들이 돌보고 마을에서 늙어가던 노년을 지금도 잘 유지해 보자는 것이다.

나좋을 팀에는 세대공감센터와 우리마을119 센터가 있다.

세대공감센터는 마을의 아이들과 함께 70세 이상 노인들 가정을 정기적으로 방문하여 이야기도 나누고 불편한 것은 없는지 체크도 한다. 일주일에 한번씩 반찬공급도 하고 아이들과 점심식사도 같이한다. 재작년까지만 해도 센터 식당에서 한 달에 한번씩 무료 점심식사를 해서 마을 노인들이 백 여명 이상씩 모여 식사를 하였다. 그런데 코로나로 중단이 되면서 반찬 배달과 점심식사 같이하기를 하게 되었다. 또 우리마을119 센터는 주거 환경 개선을 도와준다. 변기 고장이나 수도고장, 씽크대나 배선 고장 등 소소한 주거불편을 해결해 준다. 재료비가 3만원 이하이면 무료로 고쳐준다. 지난 해에는 집안의 전등을 모두 LED등으로 바꿔 주었고, 변기 옆에 안전핸들을 부착해서 앉고 일어설 때 짚을 수 있도록 했다. 수자원공사의 도움을 받아 의사 1명, 간호사 1명, 코디네이터 한명이 팀을 짜 마을 순회 방문 진료도 하였다.

이렇게 마을에서 마을 아이들과 노인들을 돌보는 일을 하고 있다. 우리 마을 뿐 아니라 모든 농촌 마을이 이렇게 마을에서 노인들이 함께 잘 사시다가 마을에서 동네사람들의 환송을 받으며 돌아가셨으면 좋겠다. 집 문을 나서면 공기좋은 자연을 만나고 텃밭에서 가벼운 노동을 지속하며 이웃사람들과 일상의 소소한 얘기들을 나누며 행복이 뭔지 따지지도 않고 사시다가 가벼운 치매가 왔다고 혹은 자녀들이 들여다 보기 어렵다고 요양원으로 보내지는 건 감옥행이나 마찬가지다. 한번 마을과 격리되어 요양원으로 보내지면 돌아가실 때까지 돌아오지 못한다.

이런 마을이 유지될 수 있는 농촌지원정책이 필요하다. 그래야 나이들어서 편하게 사시다가 돌아가실 수 있고 비어가는 농촌에 사람들이 돌아올 것이고 마을 공동체를 유지하는 실무자들도 생긴다.

우리 별빛 협동조합은 강원랜드에서 지원받은 11인승 차가 한 대 있다. 어디서 차 한 대를 더 지원받을 수 있다면 노인돌봄 서비스를 하는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농촌에는 다양한 일손이 필요하지만 거주할 집이 없어서 들어오지 못한다. 노인들이 같이 밥먹고 더불어 하루를 보낼 수 있는 노인 돌봄 시설도 있었으면 좋겠다.

요즘 기본소득, 기본주택 같은 얘기들을 많이 하는데 공동주택이나 기본소득, 농촌형 돌봄 서비스 지원 같은 사업을 농촌에도 시행하면 도시보다 적은 비용으로 노인들을 돌볼 수 있다.

마을에서 마을을 돌보는 것이 농촌 노인들이 행복하게 살다 가시는 길이다.

이 분들이 행복한 게 뭔지 모르고 잘 사시다 돌아가시는 것이 행복이 아닐까?

요즘 이런 농촌형 지역사회통합돌봄 서비스를 하는 지역들과 전국네트워킹을 추진하고 있다.

마을에서 통합돌봄서비스를 하는 기관들이 대부분 예산이나 사업의 지속성이 불투명한데도 사업을 지속하고 있다. 농촌형 돌봄을 지속하고 확산시킬 수 있는 제도적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그래야 노인돌봄의 사회적 비용도 줄일 수 있다.

 

※ 1월에 실었던 ‘살처분과 과잉 육식 – 산안마을을 보호하라’ 글에 나오는 산안마을 동물복지농장의 닭들은 결국 모두 살처분 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인간의 식탐으로 인한 공장형 축산 방식은 동물 전염병이 쉽게 전염됩니다. 가축전염병 과잉대응 – 3km 이내 살처분 처리 방식으로 영문도 모르고 죽어간 산안농장 닭들에게 애도를 표합니다.

 

이재욱

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 전 소장

춘천별빛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