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경실련 2021년 3,4월호 – 우리들이야기(2)]

살아남은 아이들은 지금 행복할까?

 

이성윤 회원미디어국 간사

2018년 실제 있었던 아동학대 사건을 바탕으로 한 영화 <미쓰백>이 개봉했습니다. 이 영화는 그 무렵 많은 사람들에게 분노와 충격을 주었던 두 사건을 담고 있습니다. 수개월간 욕실에 갇혀서 학대를 당하다가 사망한 ‘원영이 사건’과 아이가 학대로 사망하자 암매장하고도 딸이 살아있는 것처럼 생활하던 부모가 검거된 ‘고준희양 살인사건’이 바로 그것인데요. 이 두 사건과 영화로 우리 사회에 아동 학대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그러나 반복된 비극

하지만 그 후, 2년도 지나지 않아서 우리는 다시 부모의 학대로 사망한 아이들을 만나게 됩니다. 작년 말, 양부모의 학대로 사망한 태어난 지 겨우 16개월 된 정인이, 그리고 얼마 전, 구미의 한 빌라에서 숨진 채 발견된 3살짜리 아이의 죽음. 아동 학대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던 것은 잠시였고, 우리에게서 멀지 않은 곳에서 여전히 아이들이 학대당하고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9년에만 아동 학대로 사망한 아동의 수는 42명이나 된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아동 학대 신고 건수도 매년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고 합니다. 우리는 이러한 사건이 있을 때만 잠시 분노하고 있지만, 그사이에 수많은 아이들이 부모의 학대로 세상을 떠나고 있었습니다. 다만, 그 모든 내용들이 뉴스에 전해지지 않았을 뿐이었습니다.

살아남은 아이들은 지금 행복할까?

최근 아동 학대를 주제로 한 영화 <고백>에서 피해아동으로 나오는 아이는 ‘TV에 나오던 그 아이들은 지금 행복할까요?’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그 대사를 들으면서 살아남은 아이들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됐습니다. 아동 학대에서 살아남은 아이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 정말 그 아이들은 행복하게 지내고 있을까요?

안타깝게도 최근 아동 학대와 관련된 통계는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2019년 기준 피해 아동의 83.9%가 다시 원래 가정으로 돌아갔다고 합니다. 이처럼 학대를 당한 아이를 무방비 상태로 다시 집으로 돌려보낸다는 것을 쉽게 이해하기는 어렵습니다. 마치 폭행범과 피해자를 같은 공간에 가둬두는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니까요, 이렇게 다시 돌아간 집에서 그 아이들은 안전하게 지낼 수 있었을까요?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집으로 돌아간 아이들에게 일어나는 재학대 건수도 매년 늘어나는 추세라고 합니다.1) 이처럼 허술한 법과 미미한 처벌, 그리고 부족한 사회적 인식은 지금도 아이들의 목숨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한 아이를 지키기 위해서는 모두의 힘이 필요합니다

예전에는 집에서 아이를 때리는 것은 교육이었고, 사소한 집안일로 치부되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그것을 ‘사랑의 매’라는 말로 포장해서 사용하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것이 폭력이라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습니다. 이처럼 일상적 폭력들이 하나씩 사회적 문제로 인식되고, 우리의 사회는 조금씩 변화하고 있습니다.

최근 발생한 아동학대 사건들로 생겨난 사람들의 분노를 분노에서 그치지 않고, 세상을 바꿀 동력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국회의원들은 앞다퉈 아동 학대 관련 법들을 발의하고 있습니다. 이 법안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국회를 통과할 것입니다. 앞으로 새로운 법이 생길 것이고, 우리 아이들은 조금 더 안전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법이 생겨도 우리의 관심이 없다면 아이들에게 반복되는 비극을 막을 수 없습니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마을 하나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한 아이를 지키기 위해서는 그보다 더 많은 힘이 필요합니다. 한 마을을 넘어 우리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지금의 이 분노와 아픔을 기억해야 합니다. 이제 더 이상 아이들이 학대 속에서 다치지 않고, 죽지 않기를 그럴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1) 주간조선, “학대 아동 84% 다시 집으로… 아동학대 통계의 경고”(2021.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