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경실련 2021년 3,4월호 – 시사포커스(3)]

가짜 말고, 국민이 원하는 진짜 공공 주택을 늘려라!

윤은주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간사

우리나라 공공주택 재고율은 경실련 기준 4.2%이다. 이는 OECD 평균 8%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하지만 정부는 작년 11월 19일 전세대책 자료에서 장기 공공주택 재고율이 평균 8%를 달성했다고 발표하고, 지난 1월 부동산 관계기관 합동설명회 자료에서도 공공주택 비율이 OECD 평균 8%를 상회하는 9.3%를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과연 정부의 자화자찬 성과는 사실일까? 경실련 조사결과, 정부가 발표한 공공주택 중 실제로 서민 주거 안정에 도움 되는 국민임대, 영구임대, 장기전세 등 진짜 공공주택의 비중은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LH, SH 등 공기업이 강제수용한 택지를 대부분 민간에 매각하며 부당이득을 취하는데, 치중했기 때문이다. 최근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며 공공재개발·재건축을 추진해 83만 호를 공급하겠다고 밝혔으나 이 중 80%가 판매용 분양용 주택이다. 3기 신도시도 마찬가지다.

경실련은 나라의 주인인 국민의 입장에서 영구, 50년, 국민, 장기전세 등과 같이 공공이 보유하면서 20년 거주가 가능한 주택만을 진짜 공공주택이라고 인정한다. 10년 임대 후 분양 전환하는 10년 임대와 사실상 전세보증금 지원제도로 볼 수 있는 전세임대는 가짜 공공주택, 주거불안 해소보다는 예산 낭비, 특혜논란 등 부작용만 우려되는 매입임대·행복주택은 짝퉁 공공주택으로 분류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증가한 공공주택 중 영구·국민·장기전세 등 진짜는 15%, 4.8만 호뿐
경실련 기준으로 공공주택 재고 현황을 살펴본 결과, 2019년 말 기준 우리나라 공공주택 재고량은 158.4만 호다. 이중 영구, 50년, 국민임대 및 장기전세 등 20년 이상 장기거주와 보유 가능한 공공주택은 89.6만 호 57%이고, 10년 임대, 전세임대 등 공공이 소유하지 않고 보증금을 지원해주거나 분양 전환될 가짜 공공주택이 47.9만 호 30%이다. 짝퉁 공공주택인 매입임대·행복주택은 20.9만 호(13%)를 차지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증가한 공공주택은 32.8만 호였다. 이 중 나라의 주인인 국민이 안심하고 거주할 수 있는 진짜 공공주택은 4.8만 호, 15%에 그쳤고 나머지 85%(28만 호)는 무늬만 공공주택인 가짜, 짝퉁 공공주택이었다. 정부는 이처럼 가짜, 짝퉁 공공주택을 잔뜩 늘려놓고 OECD 평균치를 상회했다며 국민을 속이고 있다.

서울시 SH 공공주택 23.3만 호 중 13.2만 호 57%가 가짜·짝퉁 주택
서민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진짜 공공주택이 아닌 가짜와 짝퉁이 늘어나는 현상은 서울시도 마찬가지였다. 서울시 SH의 공공주택 보유 실태 현황을 분석한 결과 2020년 SH 자료 기준 공공주택 재고 현황은 23.3만 호이다. 유형별로 보면 영구 2.3만 호, 50년 1.7만 호, 국민 2.8만 호, 장기전세 3.3만 호, 매입임대 9.5만 호, 행복주택 6.3천 호, 임차형 3.1만 호 등이었다. 하지만 경실련 기준으로 보면 10.1만 호에 불과했다. SH 기준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다. 절반 이상은 가짜와 짝퉁이 차지하고 있다. 서울시 역시 정부와 마찬가지로 실적만 부풀리고 있었다.

지난 2월 경실련이 장기공공주택 보유현황 실태를 발표하자, 국토부가 해명자료를 내고 경실련 주장을 반박했다. 경실련이 가짜, 짝퉁이라고 분류한 공공주택들의 기준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SH 역시 경실련 기자회견에 바로 해명자료를 내고 적절치 않은 자의적 판단이라고 반박했다.

국토부, SH 모두 경실련의 주장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궁색한 해명을 늘어놓았다. 공공주택의 세부 유형에 대해 논쟁하자는 것이 아니다. 공공이 공공성을 상실한 채 공기업이 재벌과 건설업자를 상대로 땅장사, 국민을 상대로 바가지 분양가를 책정해 집 장사에 혈안이 되었기 때문에 서민들이 정말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주택이 형편없이 부족한 현실을 알린 것이다. LH, SH 등 공기업들이 독점 개발한 땅에 국민이 원하는 공공주택을 직접 개발하거나 토지는 공공이 보유하고 건물만 분양하는 공적 주택으로 공급했다면 저소득층, 무주택 서민들의 주거난을 많이 해소했을 것이다.

따라서 장기공공주택을 늘리기 위해서는 공기업의 토지 민간 매각과 집 장사 등을 중단시켜야 한다. 지금까지 개발한 신도시에 공공택지를 민간 등에 팔지 않고 장기공공주택으로 공급했다면 값싸고 질 좋은 공공주택을 20% 이상 확보할 수 있었다. 공기업 본연의 역할은 뒷전인 채 가짜·짝퉁 공공주택만 늘리고 땅장사로 번 돈을 이용해 가짜 임대와 짝퉁 주택만 늘리는 행위는 공공주택 공급 시늉으로 혈세를 축내는 것과 다름없다.

집값 거품이 국민이 원하는 수준으로 쏙 빠지기 전까지는 주택 등의 매입을 중단하고, 공기업이 땅장사, 집 장사로 막대한 이득을 챙기는 고장 난 공급시스템부터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는 경실련 제안을 즉각 수용해 나라의 주인인 국민이 정말 원하는 값싸고 질 좋은 진짜 공공주택을 늘려갈 것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