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의 삼성전자 사외이사 선임안 찬성은
과거 국정농단 시기로의 회귀
–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취지에 따른다면 반대가 정상 –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어제(15일) 오는 17일에 개최되는 삼성전자 주주총회 안건 중 김종훈 사외이사, 박병국 사외이사의 재선임 안건과 더불어 김선욱 사외이사의 감사위원 선임 안건에 대해 찬성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은 불과 수년 전 삼성 이재용 부회장 경영권 승계와 관련된 국정농단 사건에서 잘못된 의사결정의 문제로 관련 책임자들까지 구속된 바 있다. 이로 인해 스튜어드십 코드,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이하 ‘수책위’) 등을 도입해 투자기업의 경영진에 대한 견제와 감시, 그리고 적극적이고 투명한 의사결정 등을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번 삼성전자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선임 안건에 대한 찬성표를 던진 것을 볼 때, 이는 다 거짓이었음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이번 사외이사와 감사위원 후보들은 2018년 3월에 선임되어 활동을 해오면서 국정농단 및 부당합병 수사와 재판으로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되기까지, 지배주주와 경영진에 대해 아무런 견제와 감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세계최대 의결권자문회사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도 반대 의견을 낸바 있다. 만약, 스튜어드십 코드의 취지에 따라 국민연금이 정상적인 의사결정을 했었더라면, 이번 선임 안건에 반대하는 것이 당연하다.
언론에 따르면, 기금운용본부의 찬성 결정 직후 수책위에서도 위원 9명 중 3명이 이번 삼성전자 사외이사 선임건은 수책위에서 직접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을 기금운용본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기금운용본부 차원에서 결정하기 어려운 민감한 사안이나 또는 수책위 9명 위원 중 3명 이상이 수책위에서 논의할 것을 요구할 경우, 수책위가 의결권 행사 방향을 정할 수 있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결정에서 드러났듯이, 사외이사 선임건이란 같은 사안을 두고 기금운용본부와 수책위의 여러 위원들 간의 판단이 엇갈리고 있다. 기금운용본부에서 원칙과 기준에 따라 의사결정을 했다고 하지만, 결국 삼성전자의 주주가치 훼손에 책임 있는 사외이사들의 선임에 찬성한 것과 수탁위의 의견이 철저히 무시된 이번 사안을 볼 땐, 과연 제대로 된 의사결정을 했었는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의 취지를 알고 이들 경영진에 대한 견제를 통해 주주가치의 훼손을 막는 것이 바람직하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재논의를 통해 이번 사외이사 선임 건에 대해 반듯이 반대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 이처럼 찬성표를 고수한다면, 국민연금이 그간 아무런 반성과 대책도 없이 과거 국정농단의 시기로 회귀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국민연금은 국민들의 거센 비판을 받게 될 것이다.
3월 16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