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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는 최근 향촌진흥 정책에 대한 대대적인 홍보와 실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리고 이 정책 실천과정에서 ‘향촌건설행동’이라는 강령을 제시함으로써, 정부의 정책이 과거 역사적으로 존재했던 향촌건설운동의 맥을 잇고 있음을 천명했다. 2월말에 발표된 중앙1호문건에도 언급되었다. 2021년 2월25일, 중국의 농촌빈곤 구제 정책의 성공을 시진핑이 공식적으로 선언함과 동시에 베이징에 위치한 국무원부빈개발영도소조國務院扶貧開發領導小組 사무실의 명패를 국가향촌진흥국國家鄉村振興局으로 바꿔 달았다. 2020년 후반기 팬데믹 상황하에서 발표된 쌍순환 경제구조로의 재편 전략에서 국내대순환의 주요한 산업적 역할이 향촌진흥 정책의 실천에 부여됐기 때문이다. 여기서, 정책 성공의 관건은, 농촌 기층행정단위의 지역경제 재구성에 놓인다. 20분 정도의 짧은 강연이지만, 그 역사적 맥락과, 현재의 실천을 위한 주요한 관점을 살펴 볼 수 있다.


2021년 1월16일 원톄쥔 교수가 “칭화清華대학 현역縣域노동력조사” 보고회에서 온라인으로 행한 강연의 녹취내용이다. 

본 강연에서 두가지 관점을 제시하려 한다. 첫째, 근대중국 공업화 초기에 있었던 현縣, 진鎮, 촌村의 기층 농촌 행정단위 종합발전사례. 둘째, 현재의 새로운 발전을 위한 현급지역 경제의 재구성에 대한 것이다.

첫번째 관점을 소개하기에 앞서 역사적 배경에 대해 설명하겠다. 중국이 공업화 위주의 소위 근대화과정에 진입하면서, 초기에 양무운동의 부국강병을 위한 공업화를 발전목표로 삼았다. 그러나, 1894년 청일전쟁에서 패배한 이후, 중국 정부는 민간 상인과의 협업하에 새로운 공업화단계로 진입했다. 당시 산업을 진흥시켜 나라를 구하겠다는 실업구국實業救國이라는 구호가 있었다. 이때부터, 민간자본과 정부의 자본이 함께 공업화를 진행하면서, 소위 지역경제, 특히 현급 이하의 지역 경제문제가 이미 매우 중요한 연구와 실천영역으로 여겨졌다. 2020년 시진핑 총서기가 대표적 사례인, 쟝쑤江蘇성 南通난퉁의 장지엔張謇 기념관을 둘러보기도 했다.

장지엔은 중국근대사에 있어, 현급 지역 경제발전을 실천한 대표인물이다. 그는 동시에, 중국 공업화 초기, 양무운동 당시, 민관협력에 참여한 소위 민간자본가로서도 중요하다. 청나라 말기 과거제도 최후의 장원급제자로도 유명한, 그는, 청일전쟁의 패배에 충격을 받고, 1896년 당시 난퉁현에 대생大生그룹을 창업하게 된다. 이것은 놀랍게도, 오늘날 강조되는 ‘로컬라이제이션Localization’, ‘현급지역의 종합발전’ 등으로 익숙하게 불리는 것들을 그런 개념도 채 존재하지 않던, 19세기에 선구적으로 실천한 것이다. 그 반대 개념인 글로벌라이제이션Globalization은 서방자본주의의 역사발전과정에서, 금융자본의 유동성을 강조하는, 금융자본주의 단계에 진입하면서, 출현한 것이다. 산업자본은 초기에는 국가단위로 형성되어, 국적을 갖고 있었는데, 이를 로컬라이제이션으로 부를 수도 있다. 금융자본과 같이 마음대로 국경을 넘나들며, 이윤을 추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 국가단위의 산업자본이 양무운동하에 부국강병을 목표로 군사공업위주로 발전을 시도했으나 실패하고 말았다. 이후의 민관이 협업하는 산업자본은 민간수요를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었으므로 지역에 기반한 진정한 로컬라이제이션 개념에 부합한다. 장지엔이 난퉁현에서 만든 대생그룹이 지역에서 1,2,3차 산업을 종합적으로 발전시킨 것이 좋은 예이다.

그래서, 다시 지역경제를 재건함에 있어, 이를 잘 참고해야 한다. 또, 난퉁의 실험이 단순히 산업과 자본의 발전이 아니라, 문화, 교육 등 각종 사회사업과 함께 연동해서 진행된 것도 주목해야 한다. 장지엔은 농업을 발전시키기 위해서 농회農會를 만들어 농지를 간척하고 면화를 재배했는데, 이는 일차산업 생산물로 이차산업을 지원한 것에 해당한다. 80년대 출현한 향진鄉鎮기업들의 원형을 여기서 찾아 볼 수 있다. 이렇게 농민이 생산한 면화로 방사공장에서 실을 잣고, 다시 개별 농가가 이를 이용해 직물을 짜게 했다. 당시, 강남지역 농민의 방직 역량이 매우 뛰어났기 때문이다. 이런 전체 사회사업의 발전이 대생그룹의 밑바탕이 됐다. 자본과 민간사회가 대립이 아니라, 상생을 추구했다.

이번 중앙오중전회中央五中全会에서 ‘향촌건설행동’을 특별히 강조했다. 역사속에서 사용된 ‘운동’이라는 표현을 행동으로 대체한 것은, 정치이념적 오해를 없애기 위한 것이다. 이 내용중에 현급지역 및 그 이하 행정단위의 통합적인 발전 계획 수립에 대한 요청이 있다. 당연히 난퉁의 사례를 참고하게 될 것이다. 다음으로, 하부의 행정단위인 향진鄉鎮급 지역 경제를 예로 들자면, 루쭈어푸盧作孚의 실천사례를 찾을 수 있다. 현재, 충칭重慶의 베이베이구北碚區이고, 당시에는 베이베이진鎮으로 불리던 곳이다. 지역의 각종 자원을 통합해서 발전을 꾀했다. 가장 하부단위인 촌村에서는 푸졘성福建 창러현長樂縣 잉쳰촌營前村의 사례를 찾을 수 있다. 촌장인 황쟌윈黃展雲은 쑨원의 비서로 일하다, 국민당 푸졘성 당서기, 국민당 정부의 푸졘성 교육청 청장을 역임한 거물이었지만, 고위 관직을 사퇴한후 마을발전의 모델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했다.  모두 지역 자원을 통합해서 발전을 추구한 사례이다.

근대사를 공부하면, 이처럼, 각 행정단위로 좋은 지역경제 발전모델의 사례를 발굴할 수 있다. 일방적인 산업화, 자본화, 공업화가 아니라, 지역에서 도농이 상생하면서, 통합적, 종합적으로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한 사례들이다.

두번째는 현대의 새로운 산업발전에 대한 관점이다. 지금 연근해의 지역경제에는 지역별로 구조적인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 갈수록 국면의 차이가 명확해진다. 남방지역에서는 원래, 가공무역 수출형산업이 발전했었다. 외국자본이 들어와 값싼 노동력과 자원환경의 지대 이점을 활용해서 이윤을 얻던 산업들이다. 이제 이런 생산요소들의 비용이 중가하면서, 자본이 외부로 이동하고 있다. 초기의 외국 자본은 이미 일찌감치 철수해서, 중국내 자본이 접수한 상태였다. 이런 경제구조는 다양한 산업과 자원을 통합적으로 발전시키지 못하므로 로컬라이제이션형으로 볼 수 없다. 성별, 연령 등의 노동력 제한이 있고, 취업난으로 이어진다. 이들은 이미, 과거의 중국과 유사한 조건을 가진,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등지로 혹은 그보다는 조건이 떨어지는 태국, 미얀마 등으로 이동하고 있다. 노동력 조사에 있어서, 이러한 구조적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

같은 무역형 산업이라고 해도, 져쟝성浙江, 푸졘성, 광둥성廣東의 경우가 다르다. 져쟝성의 일반무역형의 수출산업은 산업내 가치사슬이 모두 지역에 위치하기 때문에, 훨씬 안정적이다. 이러한 차이에 주목하면, 일반무역형 수출산업이 가공무역형 수출산업에 비해서 로컬라이제이션 성격을 많이 갖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내가 말하려는 두번째 관점은 이러한 국면이 심층적으로 의미하는 바이다. 팬데믹 위기이후, 특히 미국이 그 이전부터 중국을 상대로 벌여온, 무역전쟁, 과학기술전쟁, 그리고 금융전쟁, 아마도 다음 타자가 될, 환경전쟁 등, 다양한 ‘중국때리기’국면의 맥락에서 살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중국 중앙 정부는 베이스라인 底線전술을 강조하고 있다. 외부의 공격과 봉쇄속에서 생존을 위한 베이스라인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국내대순환이 주가 되는 쌍순환 전략으로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중국은  수출지향의 국제대순환 위주의 경제를 과거 약 20년간 운영해왔다. 반대로 국내대순환에서 특히 중요한 것은 “녹수청산 금산은산綠水青山金山銀山”의 양산兩山이론을 현급지역 경제에서 실현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는, 생태적 발전이다. 소위 123차산업 융합이 중요하다. 과거와 같이 단일한 산업을 발전시키는 것이 아니라, 업태의 경계를 뛰어 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모든 생태공간자원을 신경제발전에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이런 자원을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현급지역경제가 중요하다. 그 하부 행정 단위인 향진과 촌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이러한 생태자원의 재산권은 촌단위경계의 연고에 기반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촌단위 집체경제를 새롭게 구축해서, 공간생태자원의 관리와 개발에 대한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이러한 마을집체가 123차산업 융합과 국내대순환 발전방향의 중요한 주체가 될 수 있다.

촌단위의 정치, 행정과 재산권이 중첩되는 것이 이러한 개혁에 유리한 조건이다. 하지만, 촌 단위에서는 개발을 위한 자본 동원 능력이 부족하고, 융자를 해줘야 할 금융기관은 리스크 관리에 치중하여, 소극적으로 대응하게 된다. 공간생태자원에 대한 표준화된 가치측정기준이 없고, 생태자원은 추상적인 인문자원까지 포함된 통합적 자산인 고로 개별요소로 쉽게 분할할 수 없기 때문에 일반적인 금융기관이 평가와 관리를 할 수 없다.

그래서 현급행정단위가 역할을 해야 한다. 대부분의 상업은행 지점은 현급단위에 개설돼 있다. 이 단위에서만 농업생산자와 금융공급자를 연결시킬 수 있다. 이런 노력을 통해서만, 현급지역 경제의 종합적 발전을 꾀할 수 있다.

현재 전국 각지에서 이러한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유가증권발행시장의 메커니즘을 도입해서, 농촌의 생태자원을 자산화하고, 현급 플랫폼회사의 자본으로 삼아야 한다. 이렇게 형성된 플랫폼회사의 자산을 토대로, 금융기관들이 평가와 융투자를 할 수 있다. 동시에 금융기관외에도, 국가재정부문, 보험, 농업담보회사 등이 함께 손잡고, 이 투자에 대한 리스크 관리를 해야 한다. 이러한 제도상의 혁신이 현급지역경제의 종합적 발전을 가져올 수 있다. 장지엔의 100년전 실험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대생그룹은 이미 1,2차산업뿐 아니라, 물류, 저장, 금융, 보험 등을 함께 발전시켜왔기 때문이다. 30년간 지속된 난퉁의 실험은 포용성과 지속가능성 측면에서도 주목할만하다.

 

김유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