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흙퇴비화 실험 보고서
김선주 | 경기도 용인시
2개월 동안 해본 흙퇴비화 활동에 대한 소감을 써보는 일을 권유받았을 때, 우선 나 자신에게 좋고 또 다른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좋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 흔쾌히 응했지만, 막상 시작하려니 막막한 느낌이 들었다. 관심을 갖고 참여하게 된 이유, 다양한 흙퇴비화 과정, 과정에서 배운 점, 아쉬운 점이나 의문점을 순서대로 써 보았다.
퇴비화 실패를 경험했던 차에, ‘흙퇴비화 실험단’ 소식이 너무 반가워
평소 샴푸나 세제를 직접 만들어 쓰기도 하고 EM발효액도 만들어 주변 지인들과 나누어 쓰기도 하면서 흙퇴비화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처음엔 스티로폼 박스에 흙을 넣고 EM발효액을 활용하여 시도해보았는데, 흰곰팡이가 적절히 생기면서 성공을 자신하게 되었다. 이어 퇴비화통을 사서 본격적으로 시도하였으나, 여름철에 벌레알이 많이 생기면서 여러 차례 실패하여 방법을 고민하던 중 ‘흙퇴비화 실험단’ 소식을 접하니 너무나 반갑고 고마웠다.
에코붓다에서 기본참가비 4,000원에 흙(배양토)과 발효제(2봉)을 제공해주었고, 2020년 11월 18일에 흙퇴비화를 시작하였다.
나만의 흙퇴비화 실험 보고서 – 발효제의 양과 종류, 방법에 따라…
첫 번째는 계산 실수로 발효제를 많이 넣었지만 약 6일 동안 퇴비화 과정이 이루어졌고, 무사히 퇴비화가 되어 몹시 기쁘고 신기하였다.
두 번째는 귤껍질 퇴비화였는데, 흰곰팡이가 피었고 수분이 증발하여 뚜껑에 물방울이 맺히면서 흙이 건조해져서 퇴비화 속도가 더딘 것 같아 스프레이로 EM발효액을 뿌려주었더니 7일 만에 퇴비화가 되었다.
세 번째는 발효제(가루) 대신 EM발효액을 뿌려 퇴비화를 해보았는데 토마토 껍질이 오래 걸리면서 12일 만에 퇴비화가 되었다.
네 번째는 발효제를 2배 넣고 1차 발효과정 없이 퇴비흙에 직접 넣고 덮어두었는데 건조해져서 표면에 EM발효액을 뿌렸고 6일 만에 거의 퇴비화가 되었다.
늦가을에 씨를 뿌려 싹이 난 상추와 청경채가 누렇게 변해가기에 퇴비화 된 흙을 섞어주기도 하면서 기분 좋은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봄이 되면 화분 분갈이를 하게 될텐데 겨우내 만들어 놓은 퇴비흙에 대한 기대가 크다.
흙퇴비화 과정에서 배운점은
– 퇴비화할 음식물을 가능하면 잘게 썰어야 하고 적절한 수분과 온도가 유지되어야 한다.
– 바나나의 줄기 같은 단단한 부분이나 땅콩 껍질과 같이 질긴 부분은 퇴비화 시간이 오래 걸린다.
– 음식물의 양과 흙의 비율이 적절한 것이 좋다. 사과 한 상자로 잼을 만들 때 나온 사과껍질이 많아 믹서기로 갈아서 퇴비화를 시도하였는데 상대적으로 흙의 양이 적어 퇴비화에 거의 1달이 걸렸고, 도중에 잘못될까봐 조마조마한 마음이 들곤 하였다.
– 퇴비화 통에 물방울이 맺히는 것은 발효화가 진행된다는 의미이며 발효화가 끝나고 나면 물방울은 점점 사라진다.
– 퇴비화 과정에서 생기는 흰 곰팡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보인다. EM발효액으로 음식물을 퇴비화할 때는 꼭 생겨야한다고 한다.
– 저절로 음식물 쓰레기의 양을 줄이게 된다. 초기에는 음식물쓰레기가 제로에 가까웠으나 사과잼 이후 흙이 부족하였고 가족모임으로 음식물쓰레기가 늘어나는 등 공백 기간이 있었으나, 다시 음식물쓰레기 제로에 도전하고 있다.
– 미물이라 여긴 미생물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면서 생태계의 순환을 실감할 수 있다.
궁금하거나 과제로 여겨지는 점은
– 발효제에 호기성 또는 혐기성 미생물이 같이 들어있다고 하는데 공기와 잘 통하게 해야할지 차단해야할지 다소 애매하고 궁금하였다.
– 기존의 집안 화분에서 작은 파리 같은 날벌레들이 생겼는데 퇴비화한 흙도 날벌레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다. 생긴다면 죽일 때마다 죄책감이 들고 식구들이 싫어하니 몹시 곤란할 것 같다.
– 겨울철이라 주로 보일러실에 두었지만 충분한 온도가 되지 않아 가끔 더운물을 병에 담아 옆에 두거나 낮에 거실에 놓아두어 햇볕을 쪼이게 하였는데 적절한 온도 유지에 번거로운 면이 있다. 하지만, 연구하면서 과제를 수행해가다 보면 더 좋은 방법이 생길 것이다.
–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공간을 많이 차지한다.
▲2021년 1월 20일 퇴비화 과정 모습
혼자서 하던 퇴비화, 도반들과 함께 하니 훨씬 유익하고 즐거워
아직도 보일러실 한 쪽에서 퇴비화를 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하려고 하는데, 스티로품 박스 속에 두꺼운 비닐을 넣은 이유는, 하다가 포기하게 되었을 때 스티로폼을 재활용하기 위함이며, 지금보다 잘 하게 되면 직접 스티로폼에 할 예정이다. 오랜 기간 퇴비화를 해 오신 도반님의 영상에서 잘 되리라는 희망이 있는데, 작년 여름처럼 벌레알들이 꼬일까봐 조금은 염려가 된다. 하지만 방법에도 차이가 있었고, 무엇보다 많은 양을 무리하게 퇴비화 하려던 것 등의 과실을 보강하고 이번 실험과정에서 배운 점을 활용한다면 만족스런 결실을 거두게 될 듯하다. 혼자서 유튜브의 동영상을 보며 시도했던 음식물 퇴비화를 도반님들과 함께 정보를 공유하며 경험해보니, 훨씬 유익하고 즐거웠으며 보람도 컸기에, 가족들과 지인들에게 에코붓다의 다른 활동까지도 적극 홍보하고 싶고 가능하면 후원도 권유할 것이다.
*에코붓다 소식지 2021년 1·2월호에 실린 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