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유해화학물질 안전관리 완화 품목을
왜 비공개하나?

– 산업통상자원부의 비밀주의와 환경부의 무능을 경고한다 –

❍ 지난 4월 8일 정부는 제4차 비상경제회의를 개최하고 「수출 활력 제고 방안」에 따른 화학물질 관리 등 환경규제 한시 완화 적용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내년 12월까지 「화학물질관리법」 상의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 인허가 패스트트랙 품목이 확대(159개→338개)되었고,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연(年) 1톤 미만으로 제조·수입되는 신규화학물질 등록 시 시험자료 제출 생략 품목 또한 확대(159개→338개) 적용되었다. 이후 경제단체들 중심으로 화학산업계가 당면한 과제를 극복하기보다는, 국가 재난을 핑계 삼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재·개정한 화학물질 안전관리법의 근간을 흔드는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 화학물질, 비밀은 위험하다.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해주지 않는 정부의 행태는 그 어떤 안전도 담보할 수 없다. 물질 정보를 감추는 한, 소비자들과 노동자들로서는 검증할 수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 최악의 화학사고로 꼽히는 2012년 구미 불산 누출 사고 당시 유독물질인 불산가스가 10톤 가량 나왔지만 정작 지역주민이나 노동자는 해당 공장이 불산을 취급하는지도 몰랐다. 가습기살균제 참사 유독물질에 대해서도 가해기업들은 ‘영업비밀’을 구실로 내세웠음을 기억해야 한다. 참사가 발생한 지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피해자들은 고통받고 있으며, 피해자 수는 계속 더해지고 있다(지난 12월 11일 기준 환경부에 접수된 피해자는 7,025명, 그 중 사망자는 1,588명에 이른다.). 환경운동연합은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지난 10월 14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에 정보공개를 청구한 바 있다. 청구내용은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 인허가 패스트트랙 품목과 신규화학물질의 시험자료 생략 품목, 그리고 해당 화학물질의 유해성 및 위해성 등 안전정보를 공개하라는 내용 등이었다.

❍ 하지만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는 정보공개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으며, 유해화학물질 안전관리 완화 품목 일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산업생산의 중요성, 대체 가능성, 기술 수준, 특정국 의존도, 주력/신산업에의 영향 등을 검토해 공급망 관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중요품목이기에, 품목 공개 시 산업 전략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비공개방침을 밝혔다. 환경부는 소재부품 수급대응지원센터(산업통상자원부 주관)에 기업들이 개별 건마다 신청하면 산업통상자원부가 필요성을 검토한 후, 환경부와 협의하기에 목록에 대한 정보는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답변했다.

❍ 환경·노동단체는 비밀주의와 무책임으로 일관하는 정부의 행태를 재차 규탄한다. 기업경쟁력을 이유로 유해화학물질 안전관리 완화 품목에 대한 정보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산업통상자원부와 화학안전정책에 책임이 막중함에도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환경부는 무책임과 무능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환경·노동단체는 최악의 화학사고를 불러일으킬 정부의 비밀주의 행태를 경고하며, 유해화학물질 안전관리 완화 품목 일체를 공개할 것을 요구한다.

2020.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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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_황숙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