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선기(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 교수, 생태학)
[caption id="attachment_211587" align="aligncenter" width="567"] 오사키카미지마쵸의 최고봉인 칸노미네야마(神峰山)에서 조망한 섬의 경관. 필자 촬영[/caption]
중국의 통계가 빠진 상황에서 일본은 인도네시아, 필리핀에 이어서 아시아에서 3번째로 섬이 많은 국가이다. 일본은 6,852개의 섬이 있고, 그중에 430개는 유인도이다. 조선통신사의 길목이었던 세토내해(瀬戸内海,오사카~기타규슈까지 400km)에는 약 3,000여 개의 유인도와 무인도가 분포하고 있다. 1960년대부터 혼슈(本州)와 시코쿠(四國)를 잇는 대규모 교량사업의 목적으로 세토내해 섬에는 연륙 연도사업이 흥행하였다. 연륙 연도사업에는 늘 도시와 섬 지역을 통합하는 행정구역 개편이라는 구실이 마련되었고, 섬 지역은 연륙과 함께 도시로 통합되었다.
[caption id="attachment_211588" align="aligncenter" width="567"] 일본 세토내해 섬을 연결하는 연륙 연도교는 차량뿐 아니라 자전거 통행과 도보를 할 수 있다. 필자 촬영[/caption]
연륙 연도가 되면 접근성이 좋아져서 관광객 유입이 빨라지고, 자가용을 이용한 투어로 섬 곳곳을 둘러볼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안타깝지만, 연륙 연도 이후 2~3년 반짝하는 순간에 관광객은 줄어들고, 섬의 고령자를 활용한 관광해설자들의 수는 대폭 줄어들었다. 대부분은 3~4개의 섬을 당일치기로 돌아보고 떠나는 관광으로 변하였고, 연도교 끝에 있는 작은 섬의 민박집과 식당은 문을 닫았다.
일본이도센터에서 받은 일본의 연륙 도서 통계일람(2012년 자료)을 보면, 오키나와현 섬을 포함하여 83개 유·무인도가 연륙 연도 되었다. 2000년과 2005년 사이의 이 섬에 대한 국세조사를 수행한 결과를 보면, 야마구치현(山口県)에 있는 스오오시마(周防大島)와 연결된 우키시마(浮島)는 247명에서 259명으로 증가, 가고시마현(鹿児島県) 나가시마쵸(長島町)와 연결된 쇼우라지마(諸浦島)에서는 478명에서 482명으로 증가하였고, 오키나와현(沖縄県) 코우리지마(古宇利島)에서는 336명에서 344명으로 각각 증가세를 보였다.
그러나, 이 세 섬을 제외하고 모든 섬의 인구가 대폭 감소하였다. 대부분의 연륙 연도가 60~80년대 완성되었기 때문에 인구변동은 건설 초기에 크게 나타났을 것으로 예상하고, 2000년대의 변화는 이후 오히려 그 변동의 폭이 완화되는 추세를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일본의 섬 관리와 진흥정책을 제안하는 일본이도센터의 담당자는 “일본 국토교통성에서는 2000년대에 오면서 연륙 연도사업 같은 토목사업은 더는 안 하고 있다”라고 밝히고 있다. 이러한 국토교통성의 정책 변화에는 섬 지역 주민들의 의견도 상당히 반영되고 있다. 60~80년대에 이미 연륙 연도된 섬들의 정체성 변화를 고려한 점도 있겠지만, 당시에도 끝까지 연륙 연도를 하지 않고, 공간적 독립을 유지했던 섬들이 오히려 현재 주목을 받는 관광지로 변신해 가고 있는 현상도 고려했을 것이다.
산업화 과정에서 번성했던 도시의 인구감소를 막기 위한 고육책으로 주변 섬들과 행정통합을 이뤘던 히로시마현 쿠레시(呉市)와 오노미치시(尾道市), 후쿠야마시(福山市), 그리고 에히메현 이마바리시(今治市), 나가사키현 주변 도서들의 사회, 경제적 쇠퇴는 관광 패턴의 변화를 예측하지 못했던 일본 정부 시책의 오류를 나타내고 있다.
도도(都島)의 통합으로 인하여 섬의 젊은 세대가 취업을 위해 도시로 이주하면서 섬 지역 초중고교의 학생 수가 줄어들게 되어 대부분 폐교가 되거나 섬별로 이원화되어 가고 있다. 특히 일본의 경우, 인구 5,000명이 되어야 고등학교가 설립되는 법안에 의하여 고향을 떠나 육지로 이주하는 청년층이 증가하는 경향이다. 젊은 세대가 부족한 섬의 산업, 사회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하여 일본이도센터에서는 다양한 I-Turn, U-Trun 사업을 개발하여 추진하고 있다.
[caption id="attachment_211590" align="aligncenter" width="567"] 오사키카미지마쵸의 온천 숙박지 청풍관(淸風館)에서 바라본 세토내해 바다. 필자 촬영[/caption]
연륙 연도사업을 끝까지 거부하고 있는 섬이 있다. 히로시마현 오사키카미지마(大崎上島). 인구 7,200명이 거주하는 섬이다. 주변에 있는 형제섬인 오사키시모지마(大崎下島)까지 연륙 연도사업에 의해 연결되었으나 이 섬은 끝까지 연결을 거부하였다. 물론 부속 섬인 나가시마를 제외하고는 다른 부속 섬들은 함께 연륙 연도사업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 이유가 매우 흥미로워서 2015년 오사키카미지마쵸의 면장(町長)을 만나서 인터뷰를 하였다. 지금까지 이 섬에서는 면장이 바뀔 때마다 연륙 연도에 대한 정책을 섬 주민투표로 결정한다고 한다. 그러나, 매번 반대표가 많이 나온다는 것이다.
[caption id="attachment_211591" align="aligncenter" width="567"] 오사키카미지마쵸의 항구. 섬 주민의 편의시설이 항구에 집중되어 있다. 필자 촬영[/caption]
주변 유인도가 많아서 오고 가는 선박들이 많고, 의료체계나 쇼핑 등이 잘 되어 있어서 오히려 주변 섬에서 배를 이용하여 이 섬을 방문한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숙박하면서 세토내해 음식을 먹으려는 관광객들이 증가하여 온천호텔도 성업 중이라고 한다. 실제 섬을 답사해 보니 여객선이 닿는 부두 근처에 면사무소, 병원, 우체국, 은행, 주요 쇼핑센터, 편의점, 정보센터 등 서비스업이 집중되어 있었다. 물론 은행과 우체국, 편의점 등은 섬의 다른 지역에도 분포하고 있다. 이처럼 특별히 섬에서 거주하는 데 불편함이 없는 상황이라 그런지 섬 주민들의 생활 수준도 높았다. 연륙 연도 건설은 주민들이 요구하면(주민투표에서 결정하면 되는데, 일단 주민들 대부분 반대하고 있고, 또한 사업을 선동하는 그룹도 부재한 상황) 지자체 차원에서 일단 수용하고 국가에 예산을 신청한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 일본 국토교통성 자체에서는 연륙 연도 건설에 관한 생각이 없다.
섬이 영토이고, 또한 자원, 자산이라 생각하는 것은 어느 나라나 같을 것이다. 그러나, 섬을 보전하고, 발전시키려고 애쓰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섬 주민들의 인식은 섬마다 다르다는 생각이다. 일본의 섬이 우리나라 섬 발전의 반면교사의 대상이라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