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다연의 예산언박싱’은 나라살림연구소 신입연구원이 예산의 세계에 발을 들이며 겪은 경험, 예산에 대한 생각 등을 다루는 연재글입니다.

 

예산은 내 일상과 거리가 먼, 정부의 돈 그러니까 내 돈이 아닌 남의 돈이었다. 정부가 쓰는 돈이 내 삶에 들어와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예산에 관심이 없었다. 예산서를 볼 줄도 몰랐고, 예산 관련 뉴스를 봐도 당최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마냥 제자리걸음인 월급 명세서를 보면서 막연히 불안한 미래를 걱정했다.

  

예산을 알게 되면서, 그러니까 내 지갑에서 나간 세금이 예산으로 편성돼 다시 내 발앞까지 오게 되는 과정을 머릿속으로 그릴 수 있게 되면서 불안이 조금씩 사라졌다. 긴급재난지원금만 예산인 것은 아니었다. 예산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내 삶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정부는 버스 운행에 돈을 엄청 쓴다던데 내가 타는 버스는 왜 꾸불꾸불 길을 돌아갈까?’, ‘보도블럭 바꾸는 대신 다른 일에 예산을 쓸 수는 없을까?’, ‘내가 바라는 정책은 하나같이 예산이 부족해서 못한다는데 사실일까?’

 

예산을 알면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을 수있다. 예산을 알기 전과 후의 세상은 달라도 많이 달랐다. 나는 예산을 알아가는 일이 흥미롭고 또 보람이 느껴져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진로를 바꿨다. 그렇게 예산의 세계에 발을 들였다.


예산의 세계에 발을 들인 자가 맨 처음 할 일은 무엇인가. 바로 예산서를 보는 일이다. 그런데 예산서를 찾는 일부터 난관이다.

 

우리 지역 예산서, 도대체 어디서 볼 수 있을까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예산서는 도대체 어디서 찾을 수 있는 것일까? 어릴 때 학교 운동장에서, 아파트 주차장에서, 골목길에서 숨바꼭질을 하는 것처럼 우리 지역 예산서 찾기가 무척 어려웠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서울시의 예산서와 결산서를 찾기 위해 시청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홈페이지 첫 화면 우측 하단 ‘자주 찾은 서비스’에 ‘서울재정포털’이 있다. 이럴수가! 여기에는 서울시가 작성한 예산서, 결산서 파일이 없다. 한참을 헤맨 끝에 다시 서울시청 홈페이지로 돌아와 검색창에 예산서를 검색했더니 연도별 예산서가 뜬다.

 



출처: 서울시 홈페이지 캡처


 

예산서와 결산서는 서울시 홈페이지-분야별정보-행정-자료실(https://news.seoul.go.kr/gov/archives/category/govdata_c1/budget_c1/data_budget_c1/data_document_budget-n2)에 있었다. 시작하자마자 포기할 뻔 했다. 예산서와 결산서의 접근성은 왜 이렇게 불편한지 모르겠다.

 

서울시가 ‘특별시’라서 숨바꼭질을 하는 기분이 들었다면, 다른 지자체는 다를지도 모른다. 태어나고 자란 전남 순천시의 예산서와 결산서를 찾아보기로 했다. 순천시청 홈페이지 첫 화면에서 정보공개-재정정보(https://www.suncheon.go.kr/kr/open/0006/0014/0018/0001/)에 들어가 예산서와 결산서를 바로 볼 수 있다. 대개 시군구 홈페이지 구성은 비슷하므로, 마우스를 몇 번 클릭하면 재정정보에서 예산서와 결산서를 발견할 수 있다.

 

예산서, 결산서 외에 재정공시를 통해 재정운용 상태를 볼 수 있다. 재정공시는 주민들이 보다 쉽게 예산과 결산을 이해할 수 있도록 예산서와 결산서를 기준으로 요약 정리한 재정공개제도다. 서울시 재정공시는 서울시 홈페이지-분야별정보-행정-세금·재정-재정운영공시(https://news.seoul.go.kr/gov/archives/category/tax-news_c1/data_year_finance-n2)에서 찾을 수 있다.

 

 


출처: 지방재정365 캡처

 

 

이렇게 고생해서 예산서를 다운받았는데, 실은 예산서를 찾는 지름길이 따로 있었다. 행정안전부가 운영하는 지방재정365(https://lofin.mois.go.kr/portal/main.do)를 활용하는 것이다. 지방재정365 홈페이지-지방재정 전문통계-예산-우리 지자체 예산에 들어가면 보다 쉽게 자료를 찾을 수 있다. 이보다 더 쉬운 방법도 있다. 구글에서 ‘0000년 00시 예산서’를 검색하는 것이다.

세상에…

 

쉬운 길을 돌아가고, 시행착오는 겪는 일이야말로 초심자의 권리(?)다. 예산서를 찾아 온라인 공간을 헤맸을 뿐인데 10km 마라톤을 한 것처럼 피로가 몰려온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내가 사는 지자체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예산서, 결산서, 재정공시를 찾고 다운받았다. 시작이 반이라고, 엄청난 일을 해냈다.

 

그동안 우리가 알았던 경제는 반쪽짜리라고 한다. 예산을 아는 것은 그동안 경제에서 소외됐던 나머지 반쪽짜리 경제를 아는 것과 마찬가지다. 예산을 접하고 매일매일이 새롭게 느껴진다. 오늘 같은 날들이 켜켜이 쌓이면, 언젠가 예산이 내 발앞까지 올 거라고 상상해본다. 전문가가 아니어도 우리 동네 예산, 내 삶과 연결돼 있는 예산을 읽고 예산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그런 날.

 

 

 

 

용어 설명

예산
: 일정기간 동안의 재정수요와 이를 충당하는 재원을 추정하여 작성한 자치단체의 수입과 지출에 관한 계획 
결산: 예산과정의 마지막단계로 1회계연도의 세입세출예산의 집행실적을 확정된 계수로 표시하는 행위
재정공시: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지방재정법 60조에 따라 예산 또는 결산의 확정 또는 승인 후 2개원 이내에 예산서와 결산서를 기준으로 세입·세출예산의 운용상황 등을 공시하는 행위로, 주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재정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2006년 도입

출처: 지방재정365, 국가법령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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