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년 10월호(637호) 소식지 내용입니다


살림의 눈

 

채식, 기후위기 시대의 밥상

 

올여름은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일깨워준 새롭고도 낯선 시간이었습니다. 과학자들은 기후위기의 진행을 저지하고 되돌리려면 전 영역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농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전체 온실가스의 1/4을 배출하며 바다와 토지의 생물권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농업과 먹거리가 변해야 급격한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동력은 우리의 먹거리 선택에서 시작됩니다. 특히 육류와 유제품 위주의 서구식 식생활에서 채식 위주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기후위기 시대에 채식이 주목받는 이유는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매우 크기 때문입니다. 유엔식량농업기구 연구조사에 의하면 축산업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가 전체의 18%를 차지합니다. 이는 승용차, 선박, 비행기 등 운송 분야의 13.5%를 앞지르는 수치입니다. 또 옥스퍼드대 연구 조사에 따르면 완전채식(비건)을 할 경우 국민 한 사람이 하루에 줄일 수 있는 온실가스 감축량이 4.27kgCO²e/day나 됩니다. 일 년이면 채식만으로도 한 사람당 무려 1.56톤의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는 것입니다. 축산업은 이산화탄소보다 온난화 지수가 훨씬 높은 메탄(56~86배)이나 블랙카본(2,530배), 아산화질소(298배)의 주 발생 원인이므로 육식을 줄이면 지구의 온도를 빠르게 낮출 수 있습니다.

 

채식은 기후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열대우림을 지키는 데도 도움을 줍니다. 소고기 1kg을 생산하는데 필요한 곡물사료는 7~16kg로, 채식할 때보다 더 많은 경작지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세계의 경작지는 한정되어 있기에, 늘어나는 육류 소비만큼 부족한 사료 경작지를 만들기 위해 아마존 열대우림을 훼손하고 있습니다. 수입사료의 32%가 열대우림을 불태우고 개간해 생산한 곡물로 만듭니다. 우리나라도 사료용 곡물을 대부분 수입하기에 결코 남의 일이 아닙니다. 전 세계 토지의 38%가 농경지인데, 이 중 30%는 축산에 쓰이며 여기서 인류가 얻는 에너지 열량은 18%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8%의 농경지에서 82%의 열량을 얻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채식을 하면, 우리는 더 이상 열대우림을 불태우지 않고도 인류를 먹이고 남을 곡식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남은 농경지에 조림하면 탄소를 더욱 많이 저장할 수 있는 선순환이 일어납니다.

 

일각에서는 채식만으로는 인간이 필요한 완벽한 영향 섭취가 불가능하다고 말하기도 하는데, 이는 기우에 불과합니다. 미국영양학회는 2009년 “잘 짜인 비건채식이나 베지테리언 식단으로도 임신기, 수유기, 아동기, 청소년기 등 생애 전 단계에서 필요로 하는 영양소를 섭취하는데 충분하다”고 발표했습니다. 세계적인 육상선수 칼 루이스와 마라톤선수 스콧 주렉 등 격한 운동을 하는 채식인들도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채식도 다른 식단과 마찬가지로 잘 짜여야 합니다. 브로콜리, 케일, 연근, 우엉 등 녹황색 채소는 물론 통곡물을 통해 미네랄과 단백질, 양질의 탄수화물를 충분히 섭취하는 게 좋습니다. 채식인의 식단에서 부족할까봐 염려하는 칼슘은 참깨, 다시마, 미역, 감잎차 등에 많이 들어있습니다. 해조류와 함께 된장이나 고추장, 청국장 등은 소화하기 쉬운 단백질 보급원이자 채식인에게 부족할 수 있는 VB12를 보충해줍니다. 견과류도 중요한데, 특히 우리 땅에서 나는 잣과 호두는 우리 몸에 가장 잘 맞는 식품입니다. 인스턴트식품이나 특정 영양소에 치중된 식사를 하게 되면 아무리 채식이라도 건강에 좋을 리 없습니다. 따라서 가능하면 자연식품 위주로 우리에게 필요한 영양소를 지혜롭게 잘 섭취할 필요가 있습니다.

 

채식은 인간이 먹고살면서도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고, 다른 정책과 달리 별도의 예산 없이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실천할 수 있기에 기후위기 대응의 가장 효과적인 전략입니다. 육류를 줄이고 채식으로 전환하면서, 유기농 식품과 제철음식을 섭취하고 로컬푸드 지역 먹거리를 이용하는 등 지속가능한 식생활로 변화해나가길 바랍니다. 채식 위주의 식생활로 지구도 지키고 기후도 하루빨리 안정되어 농민들께서도 안심하고 농사지을 수 있는 때가 어서 오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글을 쓴 조길예는 기후행동으로서의 채식을 이야기하는 기후행동비건네트워크 대표입니다. 해당 단체는 기후위기와 먹거리의 연관성에 대해 시민과 학생들에게 홍보 및 교육하고, 학교 채식급식 실천을 제안 및 협력하고 있습니다. 또, 비건위크 프로그램과 채식식당지도 제작 등도 진행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