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희망제작소 모금전문가학교가 설립된 배경을 소개해 주세요.
한상규: 안녕하세요. 희망제작소 모금전문가학교를 담당하고 있는 이음센터 한상규센터장입니다. 먼저 이렇게 유튜브로 만나게 되어 너무 반갑습니다. 이번에 소개할 모금전문가학교는 2009년 5월에 설립되었는데요. 당시만 해도 비영리 또는 시민사회영역의 많은 단체가 자립과 성장을 원했지만, 모금을 어떻게 하는지 잘 몰라서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희망제작소는 2008년 네덜란드에서 매년 열리는 국제모금총회(International Fundraising Congress)를 통해 모금전문가 양성의 필요성을 발견해 국내 최초로 모금전문가학교를 설립하게 되었습니다.
Q. 요즘 모금 관련 교육이 많이 생겼습니다. 모금전문가학교만의 특징이 있나요.
한상규: 희망제작소 모금전문가학교는 이름에서 잘 나타나듯이 ‘학교’입니다. 교육과정으로 빗대면, 한 과목만 집중해 듣는 ‘단과학원’과 달리 종합적인 배움과 학생 간 사회적 교류가 있는 ‘학교’라고 보시면 됩니다. 모금전문가학교는 전문적인 지식을 배우고, 단체들이 연합해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공간입니다.
이선희: 대개 모금교육은 이론전달 위주로 교육이 진행됩니다. 그러나 희망제작소 모금전문가학교는 이론에 더해서 모금프로그램을 실제로 기획하는 워크숍이 더해지고 그 워크숍을 바탕으로 실제로 모금을 실행하는 과정까지 나갑니다. 다시 말해서 모금전문가학교는 이론, 워크숍, 실행이 통합된 국내 유일의 모금 전문교육 프로그램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그 결과 모금전문가학교는 지난 22기까지 통틀어서 약 8억 원이 넘는 모금 실습 성과를 창출했습니다. 또 교육생 개인으로는 실습 과정 중에 1억 원의 모금성과를 만든 상자도 있습니다. 모금전문가학교의 목표 중 하나는 교육생들이 지출하는 교육비의 최소 5배 이상의 성과를 거두게 하는 것입니다.
Q. 수강생 중에 1억 원의 모금성과를 거둔 사례가 있었다고요.
한상규: 특정인을 공개하긴 어렵지만, 당시 수강생분이 비영리 단체의 자립과 성장을 위해 모금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으셨어요. 모금전문가학교 교육을 통해 모금기획을 구체적으로 만드셨고, 최초로 기부자클럽(비파클럽)을 만들어 후원 그룹을 만들어 고액 모금의 성과를 거두셨습니다. 모금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모금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과정이라는 점을 몸소 보여주신 분입니다.
Q. 지금까지 모금전문가학교는 어떤 분들이 참여하셨나요.
이선희: 모금전문가학교는 2009년에 시작해 벌써 11년째가 되었네요. 그동안 22개의 기수에 약 900여 명이 수료했습니다. 설립 초반에는 비영리 섹터에서 일하는 분들이 대다수였는데 현재는 비영리, 영리 구분 없이 다양한 분야의 분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의사, 변호사, 회계사, 한의사, 교수 등 전문직에 계시는 분들은 물론 종교계에서는 기수마다 오십니다. 목사님, 수녀님, 신부님, 스님분들이요. 이밖에 기업의 CSR 담당자들은 물론이고 일반 회사원, 공무원, 은퇴예정자, 대학생, 고등학생 등 정말 다양한 분들이 참여하고 계십니다.
Q. 모금전문가학교 교육과정이 궁금합니다.
이선희: 희망제작소 모금전문가학교는 총 10주의 정규과정과 5주의 단기과정이 있습니다. 10주 정규과정은 매년 3월과 9월에 시작되고 5주 단기과정은 여름학기와 겨울학기가 있습니다. 정규과정은 이론, 워크숍, 실기 위주로 단기과정은 이론 중심으로 진행됩니다. 정규과정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드리면, 1단계에서는 모금 관련 핵심 이론을 배우고, 2단계에서는 모금프로그램 및 후원요청서 등을 기획 제작하는 워크숍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3단계에서는 모금을 실행하면서 세법, 모금윤리, 제안서작성, 요청의 기술 등을 배웁니다. 이러한 교육과정은 수강생분들의 부담을 덜어드리기 위해 다양한 장학금 혜택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Q. 과정을 수료하게 되면 어떤 것을 얻을 수 있나요? 수료하고 나면 모금을 잘할 수 있게 되는 건가요.
한상규: 모금을 잘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지만, 모금하는 자신감도 매우 중요합니다. 모금전문가학교 교장이시기도 하신 희망제작소 김제선 소장께서 하시는 말씀이 있는데요. 세상에는 두 가지 사람이 있다고 합니다. “모금을 요청하는 사람”과 “모금을 요청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하는데요. 저는 이 부분이 거절당할 수 있는 자신감에서 오는 것 같아요. 모금전문가학교는 수료하게 되면 다 모금을 잘하게 되는 것은 아닐 수 있지만, 모금의 자신감을 가질 수 있습니다. 또 각 단체의 모금 현황을 정확히 진단해 볼 수 있고, 또 그렇게 진단된 내용을 갖고 컨설팅 과정을 통해서 직접 모금해 볼 수 있는 자신감이 생기게 됩니다. 이런 자신감은 단순히 단기간에 모금이 잘되는 것을 넘어서 단체가 지속해서 성장과 자립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모금의 기초를 새로 세우는 일을 할 수 있게 되고요. 이밖에 비슷한 환경에 계신 분들이 오시기 때문에 동문 네트워크가 활발히 운영되고 있습니다. 기수별 동문회와 총동문회가 운영되고 있어 인적 네트워크를 확장할 수 있습니다.
Q. 인상적인 활동을 보여준 동문이 있나요.
이선희: 네. 모금전문가학교 11기 졸업생이자 모금전문가학교 총동문회 전임 회장이신 이승훈 교수님입니다. 당시 국립암센터 부원장 시절, 모금에 관심 있어서 본교에서 수업을 들으셨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이 모금전문가학교에 다닌 것이라고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자랑스럽게 말씀하십니다. 현재 을지대학교의료원장으로 바쁜 일정을 보내는 가운데 모금전문가학교에서 배운 것을 바탕으로 KSOP라는 자선가들의 모임도 만드시고 최근에는 ‘아름다운 마침표’라는 유산기부 관련 책까지 출간하셨습니다. 모금이라는 것이 단지 비영리기관 활동가들만의 영역이 아니라 자기가 속한 기관의 지속성을 위해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는 것을 몸소 실천하고 계십니다.
Q. 한 분 더 소개해 주세요.
이선희: 20기 졸업생 김준환씨인데요. 사실 이분은 모금에 호의적이진 않으셨어요. 전에 다니던 기관에서 모금을 해야 해서 이직했는데, 이직한 기관에서도 모금을 담당하게 되어 어쩔 수 없이 모금전문가학교에 오신 분이죠. 그런데 교육 수료 후 모금이 너무 재미있어져서 지금은 활발하게 활동하고 계십니다. 모금전문가학교에서 기획한 ‘원데이 생명의 바람 캠페인’이라는 모금프로그램으로 현재 억대 이상의 모금성과를 거두고 계십니다. 모금학교에 오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진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는 분입니다.
Q. 2020년 사회적으로 모금 관련 이슈가 많이 발생했습니다. 기관이나 단체마다 모금에 관한 부담이 높을 수 있는데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할까요.
이선희: 개인적으로 힘든 상황에서 새기는 문장이 있는데요. “back to the basic”(기본으로 돌아가자)입니다. 모금은 결국 기부자와의 만남을 통해 이뤄집니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전환될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당황하지 않고, 기본에 충실하면 됩니다. 두 번째로 투명성입니다. 비영리단체의 리스크 관리에 관한 강의를 연 적이 있는데 이때 굉장히 중요한 말씀을 들었습니다. 모금의 투명성이 매우 중요하지만, 이게 완벽성이 아니라는 건데요. 완벽성보다 단체나 기관이 있는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고, 부족한 점을 개선하려는 의지가 있다는 점을 기부자에게 보여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지점이었는데, 이 부분이 단체나 기관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한상규: 저는 단체와 후원회원과의 관계 형성에 관해 말하고 싶습니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 후원회원들로부터 지역에서는 기관 행사에 참여하기 어렵다는 얘길 많이 들었습니다. 지역에 가더라도 물리적 한계가 존재했는데요. 희망제작소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해 ‘랜선 쿡방’이라는 키워드로 후원회원 프로그램을 열었습니다. 참여하기 어려웠던 후원회원들이 온라인으로 함께할 수 있다는 좋았다는 의견을 받았는데요. 서로 이러한 과정을 경험하고, 나누는 과정이 좋았습니다. 저희도 전문 방송기기를 사용한 게 아니라 휴대전화와 노트북으로 바로 온라인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요. 모금뿐 아니라 정기적으로 후원해 주시는 후원회원과의 프로그램을 쉽고, 재미있게 기획하는 과정을 갖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strong>
한상규: 희망제작소는 올해 하반기 처음으로 목포, 대전 등 지역에서 모금전문가학교를 엽니다. 목포지역은 지역의 한 기업에서 교육비를 후원해 주셔서 17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는데, 참 의미 있다고 생각됩니다. 대전 모금전문가학교는 사랑의열매 공동모금회와 협약을 통해서 공동모금회 교육사업의 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지역에서 모금 교육을 하고 싶었는데, 공동모금회 측에서 마련해주셨습니다. 이러한 교육과정이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오프라인으로 병행해 진행되고 있는데요. 원활하게 잘 진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선희: 저는 모금전문가학교 23기 정규과정을 말씀드리며 마무리 짓겠습니다. 23기 정규과정은 10월 24일부터 12월 16일까지 진행되는데요. 애초 9월 19일 개강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한 달가량 연기한 상황입니다. 이와 관련해 23기 교육생 모집을 연장해 진행하고 있으니,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우리 모금전문가학교는 여러분이 투자하신 교육비를 모금성과로 되돌려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인터뷰 진행: 안영삼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