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달에 있었던 폼페이오 장관의 반-중국 연설은 한마디로 극단적이고 단세포적이며 위험하다. 만약 ‘폼페이오’같은 성경맹신주의자(극우적 기독교인)가 대선 이후에도 현재의 자리를 지킨다면, 세계는 전쟁의 위기로 빠져들 텐데, 사실상 이들은 세계전쟁을 기대하면서 일을 꾸미고 있는지도 모른다.
뉴욕 – 미국에 있는 수많은 기독교 맹신주의자들은 하나님이 미국으로 하여금 세상을 구원하라는 소명을 받았다고 오랫동안 믿어 왔다. 이같은 십자군 정신의 영향으로 미국의 외교정책은 자주 외교의 정도를 벗어나 전쟁을 야기시켜 왔다. 지금이 바로 그런 위기의 시점이다.
지난 7월 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복음주의 십자군단의 출범을 선언하였는데, 이번에는 중국을 향해서 깃발을 올렸다. 그의 연설 내용은 극단적이며 단세포적이고 위험한 것으로, 결국 미국을 중국과 정면으로 대결하는 길로 접어들게 만들 것이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중국 시진핑 주석과 공산당은 ‘수십 년 동안 세계패권이라는 야심을 품어 왔다’는 것이다. 황당무계한 이야기이다. 현재는 오직 한 국가, 즉 미합중국만이 방어전략이라는 이름으로 전세계를 압도하는 군사력을 유지하고 있으며, 인도-태평양 유럽 중동 그리고 남미 등 지역에 연합적인 지역균형의 물리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와는 반대로, 중국은 방위백서에서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중국은 결단코 세계패권을 의도하는 군사력을 추구하지 않을 것이다. 현재는 경제적 세계화와 정보사회 그리고 문화적 다양성이 점차 다극적인muti-polar 방식으로 진전되면서, 세계평화와 발전 그리고 원-원의 협력이 불가역적인 시대의 추세가 되고 있다.”
기독교인이라면 예수의 질책을 명심해야 한다 “(마태복음 7:5), 외식하는 자들이여, 먼저 네 눈 속에서 들보를 빼내어라. 그후에야 밝히 보면서 형제의 눈에 있는 티를 빼리라.”
2019년 기준으로 미국은 중국의 국방예산 2,610억불의 3배에 해당하는 7,320억불을 방위비로 지출하고 있다. 이에 더하여 미군은 전 세계의 도처에 800여 개의 군사기지를 운용하고 있는 반면에, 중국은 동아프리카의 지부티 지역에 해군기자 하나를 달랑 가지고 있을 뿐이다. 미국은 중국 주변에 수백 개의 군사기지를 가지고 있는데 반하여, 중국은 미국의 주위에는 얼씬도 않고 있다.
미국은 이차대전 이후 수많은 전쟁을 야기시켜 왔지만, 중국은 한번도 전쟁을 주도하지 않았다(물론 몇 번에 걸쳐 국경에 대한 분쟁들이 이어졌고, 최근에는 인도와 충돌도 있었지만, 단기적이며 국지적 규모에 머물렀다).
미국은 반복적으로 UN조약을 위반하였고 UN기구들에서 탈퇴를 반복하였다. 최근 들어서도 유네스코와 파리기후협약에서 탈퇴하였고 팬데믹의 확산에도 불구하고 세계보건기구 WHO에서 철수한 반면에, 중국은 UN규정을 성실하게 준수하고 산하 기구들을 지원하였다.
미국 대통령으로서 트럼프는 국제형사기구의 직원들에게 제재를 가하겠다고 공개적으로 협박하기도 하였다. 폼페이오는 중국이 주로 무슬림 인구로 구성된 위구르를 탄압한다고 비난하였지만, 전직 백악관 안보보좌관이었던 존 볼턴에 의하면, 트럼프는 사적으로 중국의 위구르 조치를 묵인하고 오히려 격려조차 하였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세계는 폼페이오라는 존재를 무시하는 것인지, 그의 연설에 별로 주목하지 않고 있다. 반면에 폼페이오는 중국이 세계패권의 야심을 품고 있다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아무런 증거도 제시하고 있지 않다.
중국이 미국의 패권을 거부하는 것이 곧바로 중국자신이 패권을 추구한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미국 이외 어느 나라도 중국이 세계패권을 노린다고 믿는 국가는 없는 듯하다. 중국은 국가의 목표를 ‘적정하게 번영하는(小康) 사회’라고 2021년 공산당(CPC) 100주년 기념대회에서 명백하게 밝혔으며, 중국인민공화국 건국 100주년이 되는 2049년에는 ‘온전히 성숙한(大同) 사회’를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더구나 2019년 기준 중국의 개인당 GDP가 10,098달러로 미국(65,112달러)의 1/6에 지나지 않는 여건에서 세계패권을 노린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중국은 여전히 경제적 기본여건의 실현을 목전의 목표로 삼아 많은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아마도 11월 대선에서 트럼프가 패배할 것이라는 일반적 관측 때문에, 폼페이오 연설이 주목을 받지 못하는 듯하다. 민주당 역시 중국을 비난하고 있지만 폼페이오처럼 날을 세우지는 않는다.
그러나 만약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한다면, 폼페이오의 연설은 재앙의 서막이 될 수 있다. 그의 복음주의는 진지하며, 극우(극단)적 복음주의자들이 현재의 공화당 지지기반이기 때문이다.
폼페이오의 편집광적인 집착의 배경은 미구역사에 뿌리를 갖고 있다. 내가 최근 저서 ‘A New Foreign Policy’에서 재차 언급하였듯이 미국땅을 밟은 영국의 청교도들은 자신들이 신의 축복과 소명으로 새로운 약속의 땅에서 새로운 이스라엘을 건설해야 한다고 믿었다.
1845년 당시 유명했던 저술가 John O’Sullivan은 ‘운명적 선언 Manifest Destiny’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북미대륙을 폭력으로 병합시키는 것이 정당하고 축복된 소명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는 이미 1839년에 다음과 같이 적고 있었다 “지구 상에 도덕적 권위와 인간의 구원, 불변의 진리와 하나님의 은총이 실현되는 것, 이 모든 것이 미국의 미래역사가 될 것이다. 축복된 소명을 온누리에 전파하기 위하여, 진리의 생명인 빛으로 탄생한 미국은 신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스스로 축복받았다는(선택받은) 고결한 관념을 기반으로, 미국은 시민전쟁(노예해방) 이전까지 대규모 노예제를 도입했고, 이후에도 무자비한 인종차별을 시행했다. 19세기 전반을 걸쳐 북미 원주민의 학살을 자행하여 드디어 그들을 굴종시켰으며, 서부개척이 완료되자 해외로 자신의 ‘운명적 선언’을 확장해 갔다.
이후 냉전이 시작되면서 반-공산주의라는 광기에 이끌려 1960-70년대에는 동남아에서 베트남과 라오스 그리고 캄보디아와 잔혹한 전쟁을 수행했고, 1980년에도 중남미에서 혈전을 치렀다.
2001년 11월11일에 있었던 테러공격 이후에는 복음주의적 광기가 ‘급진적 이슬람’ 혹은 ‘이슬람 파시스트’를 겨냥하면서 아프칸과 이라크 시리아 그리고 리비아 등과 4번의 전쟁을 치렀으며, 이들 4개국들은 현재까지도 아수라장 상태에 머물고 있다.
그런데 현존하던 급진적 이슬람의 위협이 어디론가 사라지고, 갑자기 중국공산당CPC를 겨냥한 십자군단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폼페이오는 철저한 성경맹신론자로 종말을 확신하고 있으며 선과 악의 묵시(예언)적 전쟁이 곧 닥칠 것으로 믿고 있다. 그가 캔자스(그의 출신기반)주 의회에서 행한 연설에서 자신의 황당한 믿음을 그대로 노출하고 있다 “미국은 유대인-크리스천의 나라로, 역사상에서 가장 위대한 국가이며, 주어진 임무는 재림의 순간까지 하나님의 성전을 수행하는 것으로 자신처럼 크리스천으로 태어난 이들은 마지막 심판의 날에 영광스럽게 하늘로 올라간다.”
극단적인 복음주의자들은 미국 성인인구의 17% 정도를 차지하지만 유권자의 26%를 구성한다. 이들의 대다수는 공화당에게 투표하며(2018년의 경우- 81%), 가장 중요한 지지층을 형성하고 있다.
자연히 이들은 공화당의 정책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특별히 공화당이 백악관과 상원(외교조약의 비준권을 가지고 있음)을 지배하고 있을 경우에는 외교정책에 더욱 강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 공화당의 경우 99%가 기독교이며 그 중에 70%가 개신교도들인데,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극단적인 복음주의자들이 상당한 숫자를 차지한다.
물론 민주당 내에도 미국적 예외주의와 십자군의 성전을 수행해야 한다는 다수의 정치인들이 포진하여 있다(실례가 오바마 대통령시절, 시리아와 리비아 전쟁에 개입한 것). 그러나 대체로 민주당은 공화당처럼 극단적인 복음주의의 시각에서 미국의 패권을 강하게 주장하진 않는다.
중국을 향한 폼페이오의 적개심과 발언은, 대선 이전의 기간 동안 공화당의 지지를 선동하기 위하여, 극단적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다행히 트럼프가 패배하면, 아마도 그럴 것이지만, 중국과 갈등의 위기는 점차 줄어들 것이다. 그러나 그가 재선에 성공하면, 정당한 개표를 통해서든 아니면 선거조작 또는 쿠데타 등을 통하던 (모든 것이 가능한 상황이다), 폼페이오의 사악한 십자군은 아마도 행군을 개시하면서 세계를 전쟁의 위기로 몰고 갈 것이다. 폼페이오가 기대하고 의도해온 그런 전쟁의 모습으로 말이다.
출처 : syndicate project on 2020-08-05.
Jeffrey D. Sachs
컬럼비아 대학교 경제학 분야의 석좌교수로 빈곤과 경제개발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이며, 지속가능 발전분야에 대하여 UN의 자문역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