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능이 높고 인간과 유사한 사회구조를 지닌 벨루가를 형편없이 단조롭고 좁은 수족관에 전시하는 것도 모자라 매일 관람객이 만지고, 밟고, 올라타게 하는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시킨 거제씨월드는 수많은 국민의 분노에도 불구하고 지난 6월 29일 자신들의 프로그램은 동물 학대가 아니라며 얼토당토않은 입장문을 내놓고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거제씨월드는 고래를 타는 행위가 행동 풍부화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어불성설이다. 동물 행동 풍부화는 동물이 야생에서 보이는 자연스러운 행동을 유도하기 위해 환경적 요인에 변화를 제공하는 것이다. 매일같이 사람을 순서대로 등에 올라가게 하고, 물속을 돌고, 입을 맞추게 하고, 인생샷 배경이 되어 가만히 있는 행위는 야생에서 벨루가의 ‘자연스러운 행동’과는 거리가 멀다. 다양한 생명이 존재하는 수생태계 조성은 꿈도 꿀 수 없는, 콘크리트로 둘러싸인 전시장에 갇혀 사람들의 눈요기 속 체험 대상이 되는 것을 어떻게 행동 풍부화라 말할 수 있는가?

또한, 거제씨월드는 동물의 5대 자유를 운운하며 ‘해외 지침’을 따르고 있다고 했지만, 동물의 5대 자유는 해양포유류의 사육지침이 아닌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동물복지의 기본 원칙이다. 거제씨월드의 동물들이 정상적인 행동을 표현할 수 없고, 스트레스를 피할 자유가 없을 뿐 아니라 심지어 동물 사육의 기본인 질병 관리조차 제대로 제공되지 않아 개장 이래로 동물 9마리가 폐사한 사실을 볼 때 ’동물의 5대 자유‘가 보장되고 있다고는 누구도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거제씨월드의 사육환경과 관리상태는 입장문에서 언급한 미국동물원수족관협회(AZA) 지침과 거리가 멀 뿐 아니라, 국내 지침조차 지키고 있지 않다. 2018년 환경부가 발행한 「동물원·수족관 전시·사육 동물의 적정 서식환경 가이드라인」은 동물 공연 등 오락적 목적으로 동물의 본래 행동이 아닌 인위적인 행동을 유도하는 훈련을 시켜서는 안 된다고 분명히 명시하고 있다. 또한, 교육은 생명 존중과 생물다양성 보전의 중요성이 담겨야 하며, 교육적 목적이라도 그 과정에서 동물의 복지가 침해되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주요 동물군별 서식환경 기준만 보아도 몸을 피하기 위한 예비 수조, 성별·연령 등을 고려한 자연스러운 무리 구성 등 거제씨월드가 위반하고 있는 사항들이 부지기수다.

이 정도의 기본적인 개념조차 갖추지 못한 시설에서 고래류와 같은 예민한 동물이 관리 부실로 죽어 나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정의당 강은미 의원실에 따르면 거제씨월드에서 지난 5년간 폐사한 7마리 개체들의 폐사원인을 확인한 결과 폐렴, 급성장염, 급성패혈증, 만성신부전증 등으로 밝혀졌다. 감금된 고래류들은 한정된 먹이, 좁은 공간, 각종 소음, 스트레스 등으로 면역력이 낮아 질병 노출도가 높고 이로 인해 항생제, 면역강화제, 소화제 등이 투약되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처참한 진실을 가린 채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하며 지금 이 순간에도 고래류를 돈벌이로 이용하는 거제씨월드는 개선이 아닌 폐쇄가 답이다.

경남도청은 동물복지 수도로 도약한다며 지난해 동물보호/복지에 90억이 넘는 예산을 투입해 관련 시설 및 정책을 수립했다. 그러나 해양동물을 사육하는 수족관 관리・점검의무 주체로서는 방관자적 태도를 보이며 어떠한 조치도 취하고 있지 않다. 수족관 동물들 또한 보호되어야 할 생명임은 분명하다. 이들을 고액 체험상품의 대상으로 치부하여 학대하고, 이익을 취하는 거제씨월드의 운영 행태를 엄중히 검토하고, 변화의 의지조차 없는 자격 미달 거제씨월드의 등록을 취소하여 폐쇄조치 해야 한다. 이것이 경남도청의 역할이며 해양동물의 생명권을 존중하는 동물생명 존중도시로 진일보할 수 있는 길이다.

인간에 의해 포획되고, 인간을 위해 원치 않는 행동을 요구당하는 동물들, 어느 누구도 동물의 생명권을 박탈할 권리는 없다. 동물 학대 시설, 거제씨월드의 존립은 더 이상 무의미해진바, 경남도청은 사회적 요구를 무겁게 받아들여 그 안에서 더 고래들이 학대받지 않고 희생되지 않도록 거제씨월드를 즉각 폐쇄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우리 시민사회 단체는 거제씨월드에 대한 정당한 조치가 내려지도록 앞으로 계속하여 요구하고 공동 행동을 이어나갈 것이다.

 

2020년 7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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