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경실련 2020년 5,6월호 – 지역이야기]

모두의 인권이 존중받는 경실련을 꿈꾸며

 

현슬기 충북·청주경실련 간사

 
충북·청주경실련의 여성회원 비율은 35%이다. 그러나 실제로 행사에 참여하는 여성 회원은 더욱 소수이며, 집행위원의 여성비율도 36%로 전반적인 여성 참여가 저조하다. 세상의 절반이 여자라는데 왜 우리 조직에는 없을까를 고민하던 중 내부의 가부장제와 맞닥뜨렸다. 성 이분법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한 언어폭력과 “요새 이런 말하면 큰일 나는데”를 시작으로 한 성희롱은 여성회원들을 경실련과 멀어지게 하는 데에 충분했으며, 상근활동가들에게도 많은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이에 문제의식을 갖고 현 사태를 방치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올해 ‘여성위원회’를 만들었다.
 

 
[비대면 교육을 통해 만난 콘텐츠]

그러나 2월 6일, 여성 권익 향상과 성평등 문화 확산을 위해 야심차게 출범한 충북·청주경실련 여성위원회는 본격적인 활동을 개시하기도 전에 코로나19를 만났다. 아쉽지만 기획 중이던 여성주의 모임과 오프라인 성평등 교육은 나중을 기약하고 우선은 온라인 활동부터 시작했다. 일주일에 한 번씩 홈페이지, 밴드, 페이스북 등 각종 SNS에 추천 영상과 함께 짧은 글을 올렸다. 우리가 인사치레로 흔히 하는 외모와 관련된 칭찬이 사실은 평가라는 것부터 대한민국의 부족한 성교육 표준안, 여성과 남성만으로는 정의되지 않는 다양한 성 정체성 등 여성주의 운동에서 많이 다루고 있는 주제들부터 시작했다. 기존의 고정관념을 타파하는 내용들이기에 불편하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대체적으로는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었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었고, 이러한 반응 덕분에 현재 여성위원회의 메인 콘텐츠가 되었다. 물론 초반의 뜨거운 반응은 두어 달이 지난 지금 꽤 사그라들었지만 그럼에도 나름의 애독자와 피드백을 남겨주는 사람까지 생겨 글을 쓰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함께 공부하며 성평등한 경실련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여성위원회의 첫 성명서]

3월 말에는 충북·청주경실련 여성위원회의 이름으로 된 첫 성명서가 발표되었다. 아직 위원 구성이 완료되기 전이었지만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은 전국적으로 너무나 심각한 성착취 사건이었고, 공론화가 된 지금까지도 유사 N번방이 존재하는 것으로 밝혀져 손을 놓고 있을 수 없었다. 이에 충북·청주경실련 여성위원회는 국회에게 ‘가해자에 대한 강력 처벌을 위한 특별법 입법’과 사법부에게 ‘엄중한 양형기준을 만들어 N번방 입장자 전원을 강력 처벌’하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조직 내 온라인 교육만 하던 여성위원회가 처음으로 외부 활동을 한 순간이었다. 총선이라는 거대한 이슈 이후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은 대중의 관심으로부터 한 발짝 멀어졌지만 우리는 성명으로 발표했던 사안들이 실행되고, 더 이상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을 때까지 지켜볼 것이다.

[이후의 활동]

① 오프라인 성평등 교육

매주 올라가는 추천 영상의 경우, 랜선만 있다면 전하고자 하는 바를 광범위한 다수에게 알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관심 있는 사람만 보게 된다는 점에서 그 한계가 명확하다. 또한 회원들의 연령대가 높은 조직의 특성상 온라인보다는 오프라인의 교육이 훨씬 큰 반응을 불러오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주기적으로 오프라인 성평등 교육을 하여 ‘경실련은 중년 남성 위주의 조직’이라는 오명을 벗으려 한다.

② 여성주의 영화 모임 화양 ‘영화’

회원뿐만 아니라 더 다양한 사람들이 경실련을 만나고, 평등을 이야기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러한 접점을 만들기 가장 쉬운 매체가 ‘영화’였다. 또한 영화는 세상에 만연하여 눈치 채지 못했던 편견을 타자화하여 무엇이 잘못되었는가를 더 쉽게 보여주기 때문에 첫 여성주의 모임의 연결고리로 적격이었다. 작년에도 작은 영화제를 운영했었는데, 영화를 보는 것 이외에도 관련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는 피드백이 많아 영화 시청과 이후 생각 나누기를 내용으로 한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영화관에서는 볼 수 없는 독립영화나 이미 상영이 끝난 영화를 함께 시청하며 문화생활도 즐기고 너무 무겁지 않은 분위기에서 여성주의를 나누고 싶다.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인 화양연화처럼 우리의 만남과 대화로 인해 누군가의 인생이 꽃으로 피어나길 바란다.

아직은 나비의 날갯짓과 같은 미약한 움직임이지만 우리의 날갯짓으로 인해 조직 내에 성평등 의식이 자리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불편함 없이 경실련 활동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