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ption id="attachment_207388" align="aligncenter" width="800"] 태평양의 섬들[/caption]
4월 27일, 유니세프 태평양 대표부(UNICEF Pacific Representative)가 공표한 바에 의하면 초강력 사이클론이 태평양 섬을 덮치는 것 이상의 위험이 COVID-19라고 경고했다. 기후위기에 의한 해수면 상승이나 거대 사이클론에 의한 물리적인 피해보다는 인명 살상, 특히 면역력이 약한 섬 원주민 어린이들에게 매우 치명적인 것이 COVID-19라는 것이다. 4월 1일부터 10일간 솔로몬제도, 바누아투, 피지, 통가 등 태평양의 섬들은 COVID-19로 인하여 방역을 시행하고 있는 동안 사이클론 해롤드(Cyclone Harold, 5등급 사이클론)의 피해를 받았다.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현재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섬의 식수와 오염에 대한 것이다. 호주와 뉴질랜드 정부에서 적극적인 지원을 하고 있지만, 이 섬나라의 정상적인 회복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caption id="attachment_207389" align="aligncenter" width="640"] 코로나바이러스로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caption]
며칠 전 일본의 한 방송을 통하여 도쿄도(東京都)에 속하는 대표적인 관광 섬, 오오시마(大島)의 현황을 본 적이 있다. 인구가 7,400명이라 큰 섬인데, 전체 40퍼센트가 70세의 고령자로 구성되어 있다. 도쿄와 가까워서 도시인들에 의한 관광에 집중적으로 의존하는 섬이기 때문에 민박이나 식당으로 생활을 하는 가구가 많다고 한다. 그러나, 도쿄에 COVID-19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외지인들의 유입을 막기 위하여 섬을 오가는 선박 운항을 중단하여 현재까지 자체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최근 섬 마을 내에 갈등이 불거지고 있는데, 문제는 섬이 살기 위하여 관광객을 받아야 한다는 의견과 아직 막아야 한다는 의견이 갈린다는 것이다. 반대하는 주민들은 대부분 노인들로 ‘한번 걸리면 죽는데, 왜 외부인을 받아야 하는가’, ‘도쿄의 병원까지 가려면 3시간이나 걸리는데 아프면 손해다’라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젊은 사람들로 구성된 찬성파는 ‘먹고 살 것이 없다, 섬이 죽어가고 있다’, ‘섬이 침몰한다, 섬을 살려야 한다’등등 다시 도시와의 운항을 재개하여 관광을 활성화 시켜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 섬에는 의료진이 6명, 병실이 19개인 병원이 있는데, 이미 반 이상은 다른 환자가 이용하고 있어 혹시라도 COVID-19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caption id="attachment_207390" align="aligncenter" width="640"] 그리스 산토리니섬의 해변 (2009.5.25. 홍선기 촬영)[/caption]
세계여행관광협회(World Travel & Tourism Council)의 세계 44개국 조사 자료에 의하면, 이 44개국은 총 고용의 상당한 부분(15% 이상)을 여행 및 관광 산업에 의존하고 있다. 그리고 COVID-19 상황에 당연히 가장 경제적 피해를 입은 대부분의 국가들은 섬나라이다. 안티구아와 버뷰다가 91%, 아루바가 84%, 세인트루치아가 78%, 미국령 버진아일랜드 69%, 마카오 66%, 몰디브 60% 등으로 상위 고용 의존도를 보이고 있었고, 이후 바누아투가 36%, 피지, 26%, 그리스 22%, 뉴질랜드 20% 의 순서로 국가들이 섬 여행 사업을 통한 고용자들의 수익 의존도가 높았다. GDP에 영향을 주는 여행과 관광 사업이 큰 국가는 미국, 중국, 일본, 독일, 이태리 순으로 되었지만, 고용된 일자리 수를 고려할 때는 멕시코나 스페인, 이태리 등이 상위에 있다. 문제는 COVID-19에 의하여 신흥 관광 국가들이 처한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는 것이다. 스페인이나 뉴질랜드 같은 기존의 관광 대국이 처한 현 상황과 캄보디아나 크로아티아 같은 신흥 관광 국가들이 처한 상황은 매우 다르다는 것이다.
[caption id="attachment_207391" align="aligncenter" width="640"] 스페인 미노르카섬의 해변 (2010.8.24. 홍선기 촬영)[/caption]
최근 코로나바이러스 핵심지역인 스페인, 그리스와 이태리의 유럽 섬 지역에서는 다시 섬을 관광지로 개방하고자 하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또한 COVID-19로부터 안전한 섬나라로 알려지고 있는 군서도서국가(Small Island Developing States)의 카나리아(Canary)제도, 캐리비언 제도 등 일부 나라에서는 섬을 개방하고자 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섬은 고립되어 코로나 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하고, 아름다운 해변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고생하고 있는 여러분들을 기다린다’는 것. 나름의 설득력이 있는 호소이지만, 과연 위험성을 극복하고 섬 관광은 성공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caption id="attachment_207392" align="aligncenter" width="640"] COVID-19 이전의 베네치아 (2019.6.20. 홍선기 촬영)[/caption]
질병 확산에 의한 영향은 섬 지역이 매우 취약한 조건이다. 주로 마을 단위의 공동체 생활을 하는 섬 주민들에게 한두 명의 확진자라도 발생하면, 질병 확산은 순간적으로 일어나게 된다. 더욱이 고령자 인구 비율이 높기 때문에 매우 치명적일 수 있다. 다행스럽게도 지금까지 우리나라 도서지역에 확진자가 발생한 사례는 극히 드물고, 또한 신속하게 대응했기 때문에 코로나바이러스 청정지역으로 남아 있다. 앞으로 팬더믹 상황이 언제까지 유지될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3348개의 유·무인도는 계속 청정지역으로 남아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