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거돈 전 시장은 처벌받고, 피해자는 보호받아야 한다.

 

- 부산시장 권력형 성범죄 사건에 대한 부산시민운동단체연대의 입장 -

 

 

피해자의 결단과 용기에 존경과 감사를 표하며, 빠른 일상 복귀를 바란다.

이번 사건에 대해 부산시민은 실망과 분노를 넘어 수치감을 느낀다.

오거돈 전 시장은 철저히 수사 받고 처벌 받아야 한다.

성인지 감수성 제고 정책, 성폭력 대응과 성평등 추진 체계 시급히 구축.

2차 피해 방지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만약 2차 피해가 발생한다면 부산시는 물론이고, 시민사회와 공직사회, 정치권과 언론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충격과 분노, 절망과 수치!

이 네 개의 단어가 현재 부산시민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다. 그야말로 있을 수 없고 있어서는 안 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 고백으로 우리는 충격과 분노에 빠졌으며, 절망 속에 있는 우리에게 앞을 가늠할 수 없는 부끄러움이 덮쳐왔다.

 

이번 사건은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권력형 성범죄이다. 오거돈 전 시장은 기자회견에서 밝혔던 대로 용서받을 수 없는 행위에 대한 모든 책임을 져야한다. 철저히 수사 받고 처벌 받아야 한다. 이것은 피해자 공무원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이자, 부산시민들께 책임지는 자세의 출발점이다.

 

부산시는 그 어느 때보다 높은 긴장감을 가지고 이 사건에 대처하기 바란다. 피해자 보호에 누구보다 앞장서고, 성평등을 위한 조직문화와 인식개선에 적극 나서야 한다. ‘성폭력 대응 체계와 성평등 추진 체계를 즉각 구축하고, 지역의 성인지 감수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도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 부산시민운동단체연대(이하, 부산시민연대)는 부산시의 조치를 빈틈없이 감시하며, 필요하면 적극 협조할 것이다.

 

부산시의회도 시정 파트너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부산시의 피해자 보호와 재발 방지를 위한 조치에 조금의 빈틈도 생기지 않도록 점검하고 함께 움직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뿐만 아니라 부산시의회는 코로나19로 인해 긴박해진 민생 현안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정치적 이해관계를 초월하여 부산시민의 건강권 확보와 경제생활 보장을 최우선 목표로 한 의정활동에도 매진해주기를 바란다.

 

한편, 오거돈 전 시장의 기자회견문은 2차 가해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유감이다. ‘5분 정도의 짧은’ ‘강제추행이 될 수 있음을’ ‘경중을 떠나등의 표현은 구차한 변명을 넘어 피해자에 대한 불필요한 이미지를 조장하여 2차 피해로 이어지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차후 이에 대한 사죄도 필요하다.

 

피해자는 2차 피해에 대한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잘못한 사람은 처벌받고, 피해자는 보호받아야 한다.” 피해자의 신상정보는 어떠한 경우라도 보호되어야 한다. 아울러 누구라도 이 사건을 다른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고위 공직자와 정치권, 언론은 이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여 2차 피해를 줄 수도 있는 위험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정치적, 상업적 이해에 따라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부산시민에 대한 2차 가해가 이어질 경우 가해 당사자들에 대해 용서할 수 없는 준엄한 심판이 기다리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이 사건의 가해자는 오거돈 전 시장이지만, 우리 부산시민연대는 시정 감시와 협치의 한 주체로서 이 사건을 접하고 성찰하지 않을 수 없다. 공직자와, 정치권, 언론도 자숙하는 자세로 이 사건을 마주해주기 바란다.

 

성평등 문제는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마냥 미루어도 되는 사소한 일은 더더욱 아니다. 그것은 지역 공동체가 해결해야 할 시급한 숙제이다. 이번 사건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부산의 시민사회와 정치권, 공직사회와 언론 등 지역의 모든 힘을 모아 성평등 도시 부산으로 새롭게 도약하는 기초를 마련하자. 그것이 후대에게 부끄럽지 않을 우리의 최소한의 책임 아니겠는가.

 

용기 있게 나서 준 피해자에게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그가 하루빨리 일상으로 복귀하기를 바란다. 성평등 도시 부산을 만드는 그 길에서 부산시민연대는 부산지역 시민사회단체와 강한 연대로 끝까지 함께 할 것을 부산시민 앞에 약속한다.

 

2020427

 

부산시민운동단체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