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경실련 2020년 1,2월호 시사포커스(3)]

돈 주고 상 받는 관행 이제는 뿌리 뽑자!!

조성훈 정책실 간사

지난 11월 경실련은 지자체와 공공기관의 언론사와 공공기관이 주는 상을 받기 위해 돈을 준 실태를 밝혔다. 그동안 관행이라는 미명아래 막대한 세금이 낭비 됐으며, 지자체장과 공공기관장은 이를 치적 쌓는데 활용했다. 돈 주고 상 받는 내용이 종종 보도 되곤 했지만 전수 조사 내용이 밝혀진 것은 처음이었다.

조사에 따르면 지자체와 공공기관이 상을 받기 위해 준 돈은 총 1,145건, 93억 원으로 나타났다. 지자체는 언론사에 41.8억, 민간단체에 7.6억을 지출했으며, 공공기관은 언론사에 22.3억, 민간단체에 21.4억을 지출했다. 그러나 다수의 지자체와 공공기관이 불성실하게 정보공개를 한 탓에 건수와 금액은 최소치며, 실제 금액은 수백억에 달할 것이라고 추정된다.

지자체별로 평균 4천만 원을 상을 받기 위해 지출했다. 전북 고창군이 3억3천만 원으로 최다 예산을 지출했으며, 경북 김천시가 2억9천만 원,충북 단양군이 2억5천만 원을 지출했다. 이어 경북 울진군, 경기 이천시, 경북 청송군 순으로 나타났다. 전반적으로 광역 지자체보다는 기초 지자체에서 관련 지출이 많았으며, 대도시보다는 지방의 시·군에서 지출이 많았다.

2018년 치러진 제7회 지방선거에서 재선 이상 당선자 79명 중 62%에 이르는 49명이 선거 공보물에 언론사와 민간단체가 시상한 상을 받았다고 넣은 것으로 조사됐다. 선거 시기 민간포상을 포함한 상훈 내역은 공약과 더불어 유권자가 후보자를 선택하는 중요한 잣대가 될 수 있기에 치적을 쌓기에 더욱 골몰했다.

공공기관의 경우에도 결과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수의 공공기관이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평균 4천9백만 원 가량을 지출했다. 건강보험 재정 고갈로 보험료 인상을 밝힌 국민건강보험공단이 4억1천만 원을 지출했으며, 부채만 수조원에 달하는 인천국제공항공사가 3억5천만 원, 연금 재정 고갈로 수령액을 낮출 예정인 국민연금공단이 2억8천만 원을 지출했다. 모두가 기관의 경영 상황은 고려하지 않고 기관의 경영 성과를 포장하는데 적극 나섰다.

특히 주요 공공기관들의 수상 내용을 살펴보면 제대로 된 심사를 거쳐 수여된 상인지 의심케 하는 부분이 많이 발견됐다. 2018년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 씨의 사망으로 안전불감증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던 한국서부발전은 3년 연속으로 ‘글로벌스탠다드경영대상 안전경영대상’을 받았다. 이 상을 받으며, 한국서부발전은 3차례에 걸쳐 총 6천만 원을 홍보비 명목으로 지출했다. 또한 현역 국회의원까지 개입된 채용비리로 물의를 일으킨 강원랜드는 2017년부터 3년 연속으로 ‘대한민국 인적자원개발대상’을 수상했다. 수상 이유로 주최 단체인 한국HRD협회는 “강원랜드는 직원 교육에 대한 경영진의 높은 관심으로 인적자원개발 시스템을 다양화하여 전 직원의 교육 참여율을 높이는 등 공공기관으로서는 유일하게 교육 훈련을 질적 경영성과에 직접 연결시킨 것으로 평가되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채용 당시부터 적법한 절차를 지키지 않은 상황에서 인적자원개발 시스템 강화라는 말은 허무맹랑한 소리로 들릴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잘못된 실태를 바로잡기 위해 경실련은 지난 2달 간 다양한 운동을 펼쳤다. 실태 고발 기자회견을 진행했으며, 주무부처인 국민권익위원회 박은정 위원장을 만나 해당 문제의 실태를 설명하고 근절을 위한 대책 수립을 요청했다. 또한 감사원에는 돈 주고 상 받는 실태 전반과 불성실하게 정보공개를 한 지자체와 공공기관에 대해 감사를 요청하는 감사청구를 진행했다. 이어서 각 정부 부처에는 정부 부처가 돈 주고 상 받는 시상식에 후원 참여를 중단 할 것을 질의하며, 산하 공공기관과 지자체에 대한 관리·감독에 나서줄 것을 요청하는 의견서를 전달했다.

마지막으로 개인 수상을 위해 지자체와 공공기관의 예산을 집행한 지자체장과 공공기관장 14명에 대한 검찰 고발을 진행했다. 이들 지자체장과 공공기관장들은 개인 수상을 위해 수천만 원을 지출했으며, 이는 배임으로 볼 수 있다는 판단에 검찰에 고발했다. 돈 주고 상 받는 실태도 대단히 큰 문제이지만 개인이 상을 받고 치적을 쌓는데 기관의 예산을 개인돈 쓰듯이 하는 행태는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실제 예로 경북 칠곡군의 백선기 군수는 지방선거 홍보물에서 상복이 터졌다고 밝히면서, ‘한국의 영향력 있는 CEO’ 상의 수상내역을 선거 공보물에 실었다. 이 상을 받기 위해 백 군수는 1천6백5십만 원을 지출했다.

제대로 된 평가에 근거해 상을 주고 상을 받는 것은 바람직하다. 수상 기관의 공적을 치하하고 우수한 경영방식을 다른 기관에 확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미로 경실련 경제정의연구소에서도 매년 ‘좋은기업상’, ‘좋은사회적기업상’을 수여하고 있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된 시상식 대부분이 어떠한 근거에 의해 평가가 되었으며, 해당 지자체와 공공기관이 어떤 이유로 상을 받게 되는지 제대로 나와 있지 않다. 그만큼 자의적이고, 객관적이지 못하며, 상으로서 가치가 있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단순히 돈만 주면 받는 상은 퇴출시켜야하며, 지자체와 공공기관은 이러한 시상식에 응모를 하거나 예산을 집행하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 주민의 혈세가 개인의 치적 쌓기에 낭비되는 악순환은 이번 기회에 뿌리 뽑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