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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이주노동 10대 이슈

 

 

1.  고용허가제 15

올해는 고용허가제 시행 15년이 되는 해였다. 정부의 자화자찬과 달리 지난 15년은 이주노동자의 눈물과 신음으로 얼룩져있다.

고용허가제는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이동을 극도로 제한한다. 체류 기한도 410개월로 제한하고, 이를 연장하려면 고용주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가족 동반도 금지한다. 이주노동자를 고용주에 종속시켜 강제노동을 시키는 현대판 노예제나 다름없다.

특히 사업장 이동 금지가 큰 고통을 낳고 있다. 최근 이주노동자의 산재 사망이 잇따르고 있는데, 현장이 위험하다고 판단해도 스스로 일을 그만 두거나 사업장을 옮길 수 없는 고용허가제도 그 원인 중 하나다. 고용노동부는 올해 고용허가제법 고시를 일부 개정해 성폭행 피해 등 사업장을 이동할 수 있는 사유를 조금 넓혔지만, 이런 식의 미미한 땜질 처방으로는 결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고용허가제를 폐지하고 사업장 이동 자유와 노동권을 보장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이런 현실에 맞서 이주노동자들의 투쟁이 올해도 지속됐다. 지난 8월 고용허가제 시행일에 즈음해 고용허가제 강제노동 15, 사업장 이동의 자유·노동허가제 쟁취 이주노동자 대회를 열었다. 10월에는 전국의 서울에서 전국이주노동자대회를 개최하고 청와대로 행진해 고용허가제 폐지 등 이주노동자들의 요구를 전달했다.

 

2.  위험의 이주, 늘어나는 이주노동자 산재

올해는 어느 때보다 안타까운 이주노동자들의 산새사망 소식이 많았다.

731일 목동 빗물 저류시설 참사에서 현대건설 하청업체 소속의 23세 미얀마 이주노동자 쇠린마웅 씨가 사망했다. 경보시스템도 제대로 없었고, 현장에 안전장치나 도구도 없었다.

910일 경북 영덕 오징어 가공업체에서 태국노동자 3, 베트남노동자 1명이 오징어 부산물 쓰레기를 보관하는 지하탱크를 청소하기 위해 투입됐다가 유독가스에 질식사하는 참변을 당했다. 어처구니없게도 이 업체는 산재 클린 사업장인증을 받은 업체였다.

1012일 입국한지 보름밖에 되지 않은 23세 네팔 노동자가 대전 금속제조공장에서 철판에 깔려 사망했다. 언어·문화적 배경이 다른 신규 입국 이주노동자를 위험한 현장에 바로 투입한 것 자체가 사고를 발생시킨 배경이 됐을 것이다. 일을 배우고 숙달하는데 충분한 교육과 시간을 갖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124일 평택포승공단 소재 자동자 부품 제조 공장에서 우즈벡 노동자가 프레스 금형 교체 작업 중 머리가 끼어 사망했다.

이주노동자의 산재 발생률은 한국인의 6배가 넘는다. 산재로 사망한 이주노동자 수는 201671명에서 2018136명으로 약 2배나 늘었다. 올해 1~6월 발생한 산재 사망자 10명 중 1명은 이주노동자였다.

이주노동자의 산재를 줄이려면 사업장 이동을 금지한 고용허가제,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추방 등 이주노동자를 취약한 처지로 내모는 정책들을 폐지해야 한다. 노조할 권리를 보장해 위험한 작업환경에서 스스로 지킬 수 있는 힘을 갖게 해야 한다. 또한 충분한 안전교육, 산재보험 의무가입 확대, 열악한 작업 환경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 등도 이루어져야 한다.

 

3.  계속되는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과정의 사망과 부상

문재인 정부는 집권 이후 지속적으로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을 강화해왔다. 3월 발표한 법무부의 ‘2019년도 성과관리 시행계획()’에서도 2회 실시하던 정부합동단속을 연 6회로 확대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심지어 최근 3년 평균 실적치 기준으로 10% 상향한 구체적인 단속 목표치를 설정해 실적을 채우기 위한 마구잡이 단속 우려를 낳았다.

213일 국가인권위가 딴저테이 씨 사건에 대한 직권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김포의 한 건설현장에서 미등록으로 일하던 미얀마 노동자 딴저테이 씨는 지난해 9월 단속을 피하다가 추락해 목숨을 잃었다. 인권위는 딴저테이 씨 사망에 출입국의 책임을 인정하고, 책임자 처벌과 여러 재발방지 대책 등을 권고했다. 그러나 법무부는 대부분 수용하지 않았다. 이는 정부의 단속 강화 기조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단속을 피하던 이주노동자가 죽고 다치는 일이 속출했다. 723일 부산출입국 광역단속팀이 울산의 한 플라스틱 공장을 기습 단속했다. 25세 태국 여성이주노동자가 3~4미터 높이의 콘크리트 담벼락 아래로 뛰어내려 도망치려다가 양쪽 발목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당했다.

924일 김해에서 부산출입국의 단속을 피해 달아난 태국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작업장 인근에서 사망한 채 발견됨. 공장 뒤 계곡으로 추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날은 공교롭게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관계기관과 협의하여 불법체류외국인 수를 감축할 수 있는 근본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날이었다.

정부는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내국인 일자리를 빼앗는다며 단속추방을 정당화한다. 그러나 체류자격과 상관없이 이주노동자들은 내국인이 기피하는 열악한 일자리에서 부족한 일손을 채우며 경제에 기여하고 있다. 단속 강화에도 미등록체류자가 계속 늘어 올해 10월 기준 38만 명에 이르렀다. 단속으로 미등록 수를 줄일 수 없고 이주노동자에게 고통만 낳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정부는 단속추방을 중단하고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합법화해야 한다.

 

4.  이주노동자 최저임금 삭감 시도

자유한국당 의원 이완영이 28일 이주노동자 최저임금을 삭감하는 최저임금법 개악안을 대표발의했다. 이주노동자 최저임금을 입국 후 1년 내에는 30퍼센트, 1~2년 사이에는 20퍼센트를 깎을 수 있다는 내용이다.

자유한국당 대표 황교안이 619외국인이 우리나라에 기여해온 바가 없기 때문에 똑같은 임금수준을 유지해줘야 한다는 건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망발을 해 공분을 샀다. 이에 즉각적인 항의 기자회견이 열려 규탄했다.

그러나 현재의 최저임금조차 제대로 못 받는 것이 이주노동자의 현실이다. ‘2018 이주노동자의 노동조건과 주거환경 실태조사를 보면, 이주노동자들의 월급여 실수령액 평균은 약 200만 원에 지나지 않는다.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54.4시간이나 됐다. 지난해 최저임금이 올랐지만 2017년보다 월급이 올랐다고 응답한 비율은 52.5퍼센트에 불과했다. 심지어 11.4퍼센트는 줄었다고 답했다.

이주노동자가 한국에 기여한 게 없다는 것도 거짓말이다. IOM 이민정책연구원은 2016년에 이주노동자가 생산 효과 546000억 원, 소비지출 효과 195000억 원 등 총 741000억 원의 경제적 효과를 일으켰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현재 국회에 발의돼 있는 이주노동자 최저임금 삭감 법안들은 즉각 철회돼야 한다.

  

 

 

5.  결혼이주여성들의 항의 행동

511, 익산시장 정헌율이 다문화가정 자녀를 비하하는 발언을 했다. 이에 분노한 이주여성 약 150명이 625일 익산시청 앞에 운집해 기자회견을 열었다. 3일 후에는 국회 앞에서 약 500명이 참가한 집회를 열고 익산시장 사퇴와 차별금지법 제정 등을 요구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이런 차별이 자녀들에게 미칠 영향을 크게 우려했다.

75, 베트남 결혼이주여성을 남편이 폭행하는 영상이 온라인에 공개돼 범사회적 분노를 일으켰다. 해당 여성은 갈비뼈에 금이 가는 전치 4주의 부상을 당했다. 이를 계기로 결혼이주여성들이 법무부 앞에서 약 100명 규모의 항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이혼 사유, 자녀양육 여부, 한국인 배우자 가족 부양 여부와 관계없이 이혼한 후에도 체류 보장 결혼이주민의 가족 초청과 가족결합권 전면적 허용 물리적·정서적 폭력 피해 이주여성의 체류자격 보장 비자 갱신 시 배우자 동의 요구 금지 귀화심사 과정 개선 등을 요구했다.

법무부는 821일 결혼이민제도 개정안을 발표했다. 결혼이주민이 체류 연장을 신청할 때 한국인 배우자를 동반하지 않아도 서류 제출만으로 신청할 수 있게 하는 등 부분적인 개선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여전히 남편이 결혼이주여성의 체류 자격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뒀다. 예컨대 출입국 관서에 결혼이주민의 혼인의 진정성에 대한 실태조사를 신청할 권리를 한국인 배우자에게 주겠다고 밝혔다. 이혼 시 결혼이주여성이 남편의 귀책사유를 입증해야 하는 문제, 귀화 심사 과정의 문제, 폭력 피해 이주여성의 체류 보장이나 지원 문제 등은 거의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6.  이주민 건강보험제도 개악

정부는 716일부터 이주민의 건강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외국인 지역가입자의 건강보험료를 감당하기 힘든 수준으로 올렸다. 보험료를 미납하면 3회까지는 단기간(6개월) 비자 연장을 허용하고, 그 이후에는 체류를 불허하기로 했다.

지역건강보험에 가입하려는 이주민은 내국인과 달리 소득 수준에 상관없이 전년도 평균 보험료 이상을 내야 한다. 올해 그 금액은 113050원이었다. 그래서 2017년 건강보험 가입 자격을 가진 외국인 149만 명의 건강보험 가입률은 59.4%로 내국인의 절반 수준이었다. 그런데 이를 의무가입으로 변경하고 미납하면 체류연장에 불이익을 주겠다고 위협하며 강제로 뜯어내겠다고 나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원칙적으로 이주민 1인을 한 세대로 보고 예외적으로 배우자와 미성년 자녀만 세대원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개악했다. 이 때문에 개악 이후 가족 단위로 체류하는 이주민들에게 모두 합쳐 30~40만원이 넘는 고지서가 날아들었다. 개악 이후 신규 가입자의 30% 가량이 보험료를 미납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이주민의 도덕적 해이는 방지하고 내·외국인간 형평성은 높인다고 개악을 추진했다. 그러나 내국인도 지역가입자의 경우 적자이며, 외국인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를 합하면 매년 2000억 원이 넘는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오히려 정부야말로 건강보험에 대한 책임을 다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법에 따라 해당 연도 건강보험료 예상수입액의 20%에 상당하는 돈을 정부 재정에서 지원해야 한다. 그러나 역대 정부는 법을 지키지 않았고 국가가 미지급한 지원금액이 20197월 현재 24조원에 이른다. 박근혜 정부 때 평균 15.3%를 지원했는데 문재인 정부 들어 평균 13.4퍼센트를 지원하고 있다. 정부는 내년 건강보험 국고지원 비율도 14%로 정해 여전히 박근혜 정부 평균에 미치지 못한다. 그러면서 건강보험 재정 적자의 책임을 이주민에게 돌리는 것이 자칭 촛불정부가 할 일인가?

건강보험에서 이주민에 대한 차별을 페지하고, 모든 이주민들이 저렴하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7.  난민 루렌도 가족 입국

인천공항에 억류돼 있던 앙골라 난민 루렌도 가족이 1012일 무려 287일만에 한국에 들어왔다. 앙골라에서의 콩고 출신자들에 대한 차별을 피해 한국에 온 루렌도 가족은 공항에서 이뤄지는 난민인정심사 회부 심사에서 불회부 결정을 받아 입국이 거부됐다. 이 때문에 루렌도, 바체테 씨 부부와 그들의 10세 미만의 자녀 4명은 제대로 된 식사와 병원 진료조차 할 수 없었다. 난민을 대하는 한국 정부의 냉혹한 태도를 보여줬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여러 단체들, 변호사들, 개인들이 연대 활동에 나서고 모금과 지지 물품이 이어졌다. 이런 지지와 연대 속에 루렌도 가족은 난민인정심사 불회부 결정 취소 소송을 벌여 1심에서 패소했으나 항소심에서 승리해 마침내 입국할 수 있었다. 현재 법무부는 상고한 상태다.

대한변호사협회의 외국인보호시설 실태조사를 보면 (2019118일 기준) 인천공항에 억류돼 있는 난민들은 루렌도 씨 가족을 포함해 모두 74명이었다.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162명이 출입국항에서 난민인정심사 회부신청을 했으나 단 10명만이 회부됐다(회부율 6.2%). 나머지 152명은 난민심사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쫓겨난 것이다.

 

8.  화성외국인보호소 구금 이주민 사망 사건

1018일 화성외국인보호소에 약 1년째 수감돼 있던 이주민 A씨가 사망했다. 직접적 사인은 급성신부전증이었지만, 보호소의 열악한 환경과 부실한 의료체계가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이 크다. 그는 사망하기 상당기간 전부터 간질환 의심 증세를 보였고 8월 중순부터는 음식을 넘기지 못할 지경이었음에도 보호소 당국은 적절한 치료에 나서지 않았다.

화성외국인보호소는 2018년 한 해 동안 의사 1명이 14979건을 진료했다. 정형외과 전공인 의사가 내과부터 정신과까지 모든 과목을 진료한다. 증세가 심각해야만 외부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고 그나마 전액 본인 부담이다. 의사가 1명뿐이라 야간이나 주말 당직이 불가능해 응급환자 발생 시 취약할 수밖에 없다. 국가인권위는 외국인보호소 방문조사 후 지난해 4월 발표한 권고에서 신체의 자유를 박탈한 과도한 구금으로 ...보호외국인들에게 심리적으로 압박감을 갖게 하여 물리적, 정서적으로 악영향을 끼칠 것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강제 추방을 앞둔 이주민들을 구금하는 외국인보호소는 이름과 달리 전혀 외국인을 보호하지 않는다. 이런 비극의 원인이 되는 미등록이주민 단속·추방과 외국인보호소 구금을 중단해야 한다.

  

 

 

9.  근로기준법 63조 적용 대상 확대 개악 시도

1018, 민주당 정책위원회 부의장 오영훈 의원이 근로기준법 63조 적용대상을 확대하는 근기법 개악안을 대표발의했다. 근기법 63조는 농축산어업을 근로기준법의 근로시간, 휴게와 휴일에 관한 규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이 때문에 농축산어업 이주노동자는 이주노동자들 중에서도 특히 열악한 처지에 놓여있다. 그런데 개악안은 이 조항의 적용 대상을 기존의 농수산물을 생산하는 경우에서 농업식품기본법과 수산업기본법에 따른 생산자 단체가 운영하는 농수산물 선별, 세척, 건조, 포장 등의 처리사업으로 확대하려는 것이다.

이 개악은 내국인과 이주노동자 모두에게 적용된다. 52시간 상한제 무력화 등 최근 정부여당과 자유한국당 등이 합심해 추진하고 있는 노동개악과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노동조건 후퇴와 장시간·저임금 노동을 더욱 확산할 것이다. 개악안은 당장 철회돼야 한다.

 

10.  점차 드러나는 계절근로자제도의 폐해

이주운동 단체들은 계절근로자제도가 인권과 노동권을 침해할 것이라고 경고해왔다. 게다가 짧은 체류기간으로 한국어를 배울 수도 없고 통역도 충분치 않아 부당한 일을 당하거나 고충이 있더라도 제기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런 우려가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8, 포천에 와서 계절근로를 하기로 한 네팔 노동자 13명이 오는 날 비자가 취소돼 입국이 거부되는 일이 있었다. 그 중 5명은 약속대로 일하게 해 달라며 공항에서 20일 넘게 머무르기도 했다. 포천시가 네팔 판초부리 시와 MOU를 맺는 일을 브로커에게 맡겨 발생한 일이었다. 실태조사에 따르면 본국 송출업체가 월 40만원을 공제하는 경우도 있었다. 또한 이탈 방지 명목으로 담보나 부담금을 설정하거나, 임금을 출국 시 한꺼번에 지급하는 경우, 임금을 관리업체 계좌로 받는 경우가 있었다. 이탈률도 20171.7%에서 20183.5%로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92일 법무부는 외국인 계절근로 장기체류자격 신설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기존의 3개월 한도 농어촌지역 단기 외국인 계절근로자가 최대 5개월까지 체류할 수 있도록 계절근로라는 새로운 비자(E-8)을 신설한다는 것이다. 벌써부터 문제가 드러나고 있는 계절근로 확대를 중단하고 농어촌 이주노동자의 인권과 노동권 개선을 위한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 위 10대 이슈는 세계이주노동자의날을 기념해 이주공동행동에서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