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기후위기와 함께한 섬의 해를 보내며

 

홍선기(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 교수, 생태학)

 

2019년 한해를 돌이켜 보면, 우리나라는 섬의 해라고 할 만큼 ‘섬’을 주제로 한 사회적 이슈가 많았다. 그 중에서 가장 의미 있는 일은 세계최초의 <섬의 날>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되어 목포시-전남 신안군이 공동으로 제1회 기념식을 개최했다는 것이다. 8월 8일이 우리나라 <섬의 날>이다. 필자는 국내 최초로 섬의 날 제정 필요성을 주창하며 2016년 이 <섬 이야기> 지면을 통해서도 뜻을 밝힌 바 있어서 개인적으로도 매우 의미 있는 한 해가 되었다.

 

부처별로 다르게 시행되는 섬 관리 정책
섬의 날 제정을 전후하여 각 정부 부처 내에서 다양한 정책 지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이 부처별로 다르게 시행되고 있어서 막상 섬 주민들에게는 혼선을 주고 있다. 행정안전부, 해양수산부, 문화체육관광부, 국토교통부 등 정부 부처가 섬과 관련된 사업을 지원한다. 행정안전부나 국토교통부는 대부분 유인도의 정주 환경개선을 지원하거나 연륙·연도교를 설치하여 접근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해양수산부는 무인도 관리와 해역의 안전을 담당하고 있고, 문화체육관광부는 최근 섬 관광 관련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그 외에 지자체별로 다양한 섬 지원 사업을 하고 있다. 최근 해양수산부는 ‘어촌뉴딜300사업’을 하면서 항구 개선을 위하여 섬 지역을 지원하고 있다. 아쉬운 점은 이러한 사업들이 대부분 토목 같은 하드웨어 사업이라는 것이다. 섬은 고령화와 인구감소 등으로 빠르게 무인도화되어 가고 있다. 그럼에도 유인도 섬의 자생력 높여 주는 전통 산업을 지원하는 사업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청정 섬이 가지고 있는 원천 자원을 이용하여 고부가 가치 상품으로 재탄생시켜서 주민들 소득으로 선순환시켜줄 지원책이 필요하다. 이러한 정책 사업은 어느 부처에서 해야 할까. 오히려 이러한 소프트웨어 사업은 시민단체가 나서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작은 무인도라도 무심할 수 없는 이유

[caption id="attachment_204184" align="aligncenter" width="600"] '함박도'가 표시된 지도[/caption]

올 한해 정국을 시끄럽게 만든 것은 ‘함박도’라는 인천의 무인도였다. 국정감사 시즌에 해양수산부 무인도 조사 자료에서 밝혀진 함박도의 진실. 우리나라 관리 장부에는 있지만, 접근할 수 없는 비무장지대에 자리 잡은 섬인데, 국방부에 의하여 북한의 군사기지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정치권에서 날카로운 논쟁이 일어났다. 모처럼 남과 북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시점에 벌어진 일이었지만, 작은 무인도 하나라도 영토를 확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국민들에게 각인시켜준 일이었다.

특히 올해는 서남해 여수나 신안군 등 도서지역에 연륙교 건설되어 점차 육지와 연결되는 섬의 수가 늘어나는 한해였다. 또한, 충남 태안과 보령 사이엔 해저터널도 생겼고, 앞으로 섬 공항 건설을 비롯한 대규모 토목 공사는 계속 생길 것이다. 결과적으로 섬 주민들과 육지인들이 섬을 왕래하는 접근성은 향상되지만, 과연 섬과 생태계와 문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섬이 가지고 있는 환경수용력과 문화다양성 차원에서 얼마큼 균형을 맞추는가에 따라서 고유한 섬성(islandness)의 존폐가 결정될 것이다.

 

2019년 세계 학계의 화두 ‘인류세’

[caption id="attachment_204185" align="aligncenter" width="567"] 해양쓰레기의 종류별 분해 시간 NOAA[/caption]

올해 세계 학계에서 가장 많이 쓴 단어 중 하나는 ‘인류세(人類世, anthropocene)’일 것이다. 이태리 밀라노에서 개최된 세계경관생태학회(IALE) 학술대회 주제도 “인류세의 도전과 경관생태학의 역할(Challenges of Anthropocene and the role of Landscape Ecology)"이었다. 인류세는 1995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폴 크뤼첸(Paul Crutzen)이 제안한 용어로서, 신생대 제4기 홍적세와 현세인 충적세(홀로세)를 이어 2000년대의 새로운 지질시대의 도래를 제안한 것이다. 인류세의 가장 큰 특징은 인류에 의한 지구 환경 파괴와 그 결과이다. 인류세는 지구 온난화, 해수 이상 현상 등 지구 규모의 생물지화학적 변화들이 인간의 영향으로 인해 과거와는 전혀 다른 지구 환경이 시작되었음을 강조하고 있다.

과연 무엇이 지구 환경을 변화시키는가. 교통량 증가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 쓰레기 증가로 인한 대기와 수질오염, 미세플라스틱으로 해양 생태계 훼손, 어족자원 남획, 열대림 남벌, 토양오염 등등 너무도 많다. 육상 생태계를 파괴하고 생물 서식처를 빼앗으면서 자원을 찾고 개발해 왔던 인간들은 이제 미지의 바다와 섬으로 욕망을 넓히고 있다. 해양쓰레기나 미세플라스틱은 아마도 그 욕망의 전조가 아닐까 생각된다. 한번 파괴된 생태계가 자연적으로 원상 복원되는데 오랜 세월이 걸린다. 페트병 하나가 완전히 분해되는 데 450년이 걸리고, 낚싯줄이 분해되는 데 600년이 걸린다고 한다.

 

올해의 글로벌 환경 이슈 ‘기후위기’
올해는 기후위기 관련한 글로벌 이슈도 뜨거웠다. 그레타 툰베리(Greta Thunberg)가 촉발시킨 ‘학교 파업’시위를 통하여 세계의 기후위기 상황을 밝힌 것이다. 이 시위는 전 세계로 확산하였고, 우리나라에서도 기후위기 관련 다양한 이슈가 생겼다. 영국 옥스퍼드사전이 선정한 ‘2019년 올해의 단어'에 ’기후 비상(Climate Emergency)'이 선정되었다. 옥스퍼드사전에서는 이 단어를 “기후 변화로 인한 잠재적이고 되돌릴 수 없는 환경피해를 피하기 위해 더 긴급한 행동이 필요한 상황”으로 정의하고 있다. 호주에서는 40도가 넘는 폭염이 지속되면서 뉴사우스웨일즈 지역에 산불 비상사태가 발생하였고, 산불로 인하여 코알라 개체수가 1/3로 줄었다고 한다. 한편 이태리 베네치아는 갑작스런 해수면 상승으로 인하여 한해 두 번씩이나 도시가 침수되어 고통을 겪었다. 이젠 기후 비상 시대에 들어왔다.

 

올해의 바다 이슈 ‘해양쓰레기, 미세플라스틱,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해양쓰레기와 미세플라스틱 등 생태계에 대한 이슈 또한 뜨겁게 지구촌을 달궜다. 해안가에서 발견된 죽은 고래나 거북이의 몸속에서 다량의 플라스틱 봉투가 발견되어 충격을 주었고, 덕분에 한국을 비롯하여 일회용 플라스틱을 줄이는 국가들이 늘어나는 추세이다. 한반도 전역에 영향을 미치는 미세먼지와 함께 해양쓰레기와 미세플라스틱 문제는 바다 먹거리 안전과 관련하여 향후 매우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다.

또 한 가지 바다 생태계 걱정거리는 일본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이다. 내년엔 일본 정부가 이 오염수를 바다로 방출할 것으로 판단된다. 가장 먼저 피해를 입는 지역은 후쿠시마 해역과 북해도 지역이 될 것이라 이 지역 어촌계와 시민단체에서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방출할 것이다. 모든 것을 고려할 때, 올해는 기후 비상(Climate Emergency)이 중요한 이슈였다면, 내년엔 비상 해양(Emergent Ocean)이 되지 않을까. 바다 문제는 곧 섬과 섬 주민의 생계와 직결된다. 어업과 양식을 생업으로 삼고 사는 주민들 입장에서 청정 바다는 생명의 바다인 것이다.

 

섬에 대한 인식의 변화 필요
2019년은 국내외로 여전히 섬 이슈로 뜨거웠던 한해였다. 그러나 필자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했던 것은 세계 처음 국가기념일로 제정된 <섬의 날> 행사였다. 전국 각지의 섬 주민들이 행사 개최지 목포를 찾았고, 모처럼 섬 주민들의 축제였다. 이러한 섬의 날 행사는 내년에는 경남 통영, 2021년엔 전북 군산에서 개최한다. 부디 행사로만 그치지 않기를 바란다. 섬의 생태계 다양성과 경제적 자립성을 확보하고, 지속가능성을 유지하는데 정부와 지자체, 섬 주민 그리고 시민사회가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섬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과 육지 중심적 관점의 인식이 바뀌지 않는 이상, 섬 지역의 발전은 요원하다. 고령화, 인구감소 등 급속하게 변화하는 사회에서도 섬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지식과 문화가 잘 보전되고 전승되어 훌륭한 유산으로 남아줄 수 있도록 정부와 시민사회의 관심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