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30일과 31일 양일간 있었던 ‘비핵평화를 위한 한일 국제포럼’ 중 ▲핵의 반인도적, 반환경적 영향 세션에서 ‘한국의 핵발전소 노동자 업무상 질병 인정기준의 문제점과 개선방향’을 주제로 발표하셨던 박찬호 운영위원의 발제 관련 내용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지난 소식지 6-7월호에서는 방사선업무관련 직업병암 인정기준에 영향을 미치는 국제기구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 (ICRP)의 역사와 한계에 대해,

8-9월호에서는 한국의 선량규제 현황과 문제점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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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호에서는 저선량 피폭과 ICRP권고 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1. ICRP의 내부피폭에 대한 철저한 무시

 

ICRP는 첫 번째 권고를 내기 전인 1950년부터 내부피폭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지만 곧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대해 ECRR 2010년 보고서는 이때가 향후 ICRP의 방향성과 관련해 거의 분기점인 것으로 판단하고 좀더 상세하게 언급하고 있다. 즉 “다양한 장기와 장기의 구성요소인 세포에 대한 방사성동위원소의 농도와 그 친화성에 관한 지식이 부족했던 당시의 상황으로 인하여 어려움이 발생”, “이러한 어려움의 일부는 선량(예를 들어, 계량단위 그 자체로)이라는 개념의 정의에 내포된 평균화 개념을 비균질적 구조에서의 에너지밀도의 분포에 적용하는 문제”(이상 ECRR 2010년 보고서 77페이지) 등으로 당시의 어려움을 평가했다. 하지만 ICRP는 내부피폭에 대한 논의를 잠정적으로 중단시켜 버렸다. 방사선방호에 대한 권고를 위해선 어쨌든 선량단위를 단순화하는 과정이 필요했는데, 이는 방사선의 특성과는 잘 맞지 않았던 것이다. ECRR 2010년 보고서는 단위체적당 에너지로 선량을 정량화 하는 것은 “당시에 있어서도 피폭대상이 정말로 균일하게 피폭된 것이 아니라면 도저히 적용할 수 없는 것이었다. 이 모델은 작은 부피와 비 균일적인 선량을 다룰 수 없었고, 이러한 이유로, 내부피폭에 이 모델을 적용하는 것은 안전하지 않은 것”이었다. 상당히 어렵고 복잡한 내용이지만, 핵심은 이것이다. 즉 외부피폭과 내부피폭의 피폭메커니즘은 완전히 달랐음에도 불구하고, ICRP는 선량단위에 대한 논의를 방사선이 인체에 균등하게 피폭한다는 전제하에 정량화시켰으며, 이것은 외부피폭을 중심으로 방호정책을 진행하겠다는 방침이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내부피폭 문제를 어정쩡하게 결론내린 상태에서 첫 번째 권고를 발간한다.

ICRP는 1958년도 첫 번째 권고에서 자신들의 권고의 주요 대상이 핵발전소의 운영과 관련한 노동자들의 피폭문제였음을 고백하였다. 이는 사실상 민간핵시설의 확대로 인한 피폭자 증가에 대해 피할수 없는 사실로서 인식했다는 점을 밝혀준다. 아울러 처음부터 피폭자확대와 경영상의 이윤추구를 서로 긴밀하게 연결시켜 사고했다는 점도 드러냈다. 첫 번째 권고 4절에서 ICRP는 다음과 같이 자신들의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4) 1956년 위원회에서는 . . . (중략) . . . 조만간 핵발전소가 직업상 피폭자의 수를 대폭 증가시키고, 아울러 다른 사람들이나 집단전체도 실제로 피폭하게 되거나 혹은 피폭할 가능성을 초래했다. 우리가 중요하게 판단하는 것은 전력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좀 더 경제적으로 생산해야 한다는 압력 때문에 위의 ‘안전지수’를 폐지하는 상황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한사람의 노동자 당 직업상의 평균피폭 기간이 늘어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이러한 상황은 생물학적인 측면에서 장기간 저선량 방사선에 연속적으로 피폭하면서, 초기에 상정한 만큼의 ‘회복’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점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초래한다. 직업상 혹은 기타의 원인으로 피폭을 예상할 수 있는 사람의 수가 한층 많아지기 때문에, 그에 따라 유전적 장애가 더 한층 중요성을 갖게 되었다. 이것은 이미 의료행위로 인한 1인당 피폭 유전선량이 몇 개 국가에서 자연배경 방사선과 거의 비슷하다는 점을 이미 확인했기 때문에, 줄어들기 보다는 더 강해질 것이다.”(굵은 글씨와 밑줄은 필자의 강조임)

처음부터 핵시설의 지속적인 운영을 위해선 반드시 “저선량 피폭”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가 초점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이후의 역사에서 우리가 확인한 사실은 저선량피폭에 대한 대책이 아니었다. ICRP는 피폭자를 줄이기 위한 대책보다는 저선량 피폭에선 리스크가 발생하지 않거나 리스크가 발생하더라도 미미하거나, 아니면 아예 더 많은 사회적 혜택으로 인하여 리스크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다.

현재 일반적으로 저선량 피폭은 100mSv이하의 선량을 말한다. 그러나 ICRP 초창기에는 이보다는 좀더 높은 선량이었다. 이것은 당시의 과학수준의 한계와 함께, 지금과는 다른 선량단위 등으로 불가피한 일이었다. 초창기 ICRP는 저선량의 위험성은 곧 내부피폭으로 인한 위험성과 관계있었다. 이에 따라 처음부터 내부피폭을 염두에 둔 위원회를 전문위원회로 설치했다. 첫 번째 권고를 발표했던 1958년도 ICRP의 조직구성을 보면 가장 중요한 중앙위원회(main commission)외에 5개의 전문위원회를 더 두고 있었으며, 내부피폭 위원회는 바로 제2 위원회였다.

표 1958년도 당시 ICRP의 5개 분과위원회

ICRP는 제1권고를 발간한 다음해인 1959년에 내부피폭에 대한 권고문을 발표했다. “내부피폭 허용선량”(Permissible Dose for Internal Radiation)이라는 제목의 1959년 제2 권고는 사실 지금까지 사람들의 주목을 별로 받지 못하고 있으나, 나름대로 상당히 의미있는 작업을 수행한 것으로 판단된다. 제2 위원회는 두 번째 권고에서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의 제2전문위원회의 임무는 방사성핵종의 최대허용신체부하량(maximum permissible body burden of radionuclides) q와, 이들 핵종의 공기와 물속의 최대허용농도 MPC(maximum permissible concentration)를 권고하는 것이다.”라고 서술하였다. 그리고 2절에서 “대부분의 경우, 어떤 사람이 상당한 방사성 핵종의 신체부담을 갖고 있을 때조차 신체에서 방사선을 제거할 수 있도록 촉진할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다. 한 이론에 따르면 전리방사선의 선량이 아무리 적다하더라도 유전적 신체적 손상을 초래할 수 있으며, 따라서 방사성핵종에 대한 불필요한 모든 폭로를 회피하는 것이 현명하다. 이것은 또한 여러 국가나 국제 조직에서 지적하는 내용이다.”라고 서술하였다. 이는 내부피폭을 의식하지 않는 한 나올 수 없는 표현임은 분명하다고 하겠다. 이런 서술 이후에 제8절에서 위원회는 “전신 혹은 신체의 특정 기관에 대한 선량이나 신체부담의 직접적인 평가는 일반적으로 어렵다. 또 대부분의 신체부담을 줄이려는 시도들은 대체로 비효율적이고 어렵다. 따라서 노동자의 일반적인 직업상 방호를 위한 유일한 실제적인 과정은 일상적으로 섭취하는 물, 음식, 공기 속에 다양한 방사성핵종의 농도를 제한하는 것이다.”라고 서술하며 내부피폭을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들을 제시하고 있다. 어떤 측면에선 외부피폭이 없더라도 작업장 내에서 공기나 물속의 최대허용농도를 측정하고, 허용기준을 준수하도록 권장하고 있다는 점이 내부피폭에 대해 사실상 대단히 비중을 많이 두고 있다고 느낄 정도이다. 이런 점을 미루어볼 때, 제1권고와 제2권고의 가장 결정적인 차이점은 작업장에서 공기와 물속의 방사선 농도를 일상적으로 관리하는 점에 있었다. 제2 위원회는 보고서에서 지속적으로 외부피폭의 최대허용선량만이 아니라 일상적인 공기오염이나 물속의 농도를 점검해서 최대허용선량을 넘지 않아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이것은 초창기 핵산업의 운영에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임은 분명하다. ICRP의 제2권고는 마지막 남은 긍정성이었다. 일련의 역사적 흐름은 내부피폭의 문제가 이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했음을 분명하게 밝혀준다. 그러나 ICRP의 중심세력인 미국의 핵추진파는 이런 부담을 기업에게 강요한다면 결국 핵산업 자체가 불가능하리라고 판단했다. 이후 ICRP는 제2위원회를 사실상 유명무실화 시키고, 급기야는 1960년대 초반에 자신들이 펴낸 제2권고문의 최대허용농도(MPC)에 대해 “오용(misuse)”이었다는 표현을 쓰면서 일방적으로 폐기해 버린다. 이후 ICRP는 내부피폭에 대해 철저하게 무시하는 태도를 일관되게 채택한다.

 

2. ICRP의 저선량 피폭에 대한 평가내용

ICRP는 공식적으로 문턱값없는 직선모델(LNT)을 채택하고 있으나, 실제적으론 저선량 피폭의 경우 리스크가 줄어들거나 미미하다고 판단한다. ICRP는 가장 최근의 권고인 2007년도 권고 103의 62절에서 “암의 경우 역학적, 실험적 연구에 따르면 약 100 mSv 혹은 약간 미만까지 선량에서 불확실성은 있지만 방사선 위험 증거가 포착된다.”고 서술하였고, 뒤이어 64절에서는 “몇몇 예외는 있지만, 방사선방호 목적에서 선량-반응 데이터와 연계된 기초 세포공정에서 확실한 증거의 무게는 약 100 mSv 미만의 낮은 선량 범위에서 암이나 유전영향 발생이 해당 장기나 조직의 등가선량 증가와 정비례로 증가한다.”고 서술하였으며, 결국 65절에서는 “따라서 ICRP가 권고하는 방사선방호의 현실적 체계는 약 100 mSv 미만 선량에서 선량이 증가하면 방사선에 의한 암이나 유전영향의 발생확률도 정비례로 증가한다는 가정에 계속 기초할 것이다.”고 언급했다. 이런 표현만 보면 마치 LNT모델처럼 ICRP가 저선량의 리스크를 인정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ICRP는 동 권고의 부록A [전리방사선의 건강위험에 대한 생물학적 역학적 정보 ; 사람의 방사선방호 목적을 위한 판단 요약]에서는 “권고에서 다루는 선량평가 내용은 주로 200mSv이상에 적용하는 것이고, 저선량에서는 소위 선량선량률효과인자(DDREF)로 나누어야 한다.” 고 서술하였다. 이것은 간단히 말해 저선량에서는 고선량의 경우보다 절반으로 영향이 줄어든 다는 것이다. 계속해서 부록 A86절에서는 “그러나 암 위험 추정에 사용하는 역학적 방법은 약 100 mSv 미만의 선량 범위에서 암 위험을 직접 규명할 분석력을 갖지 못함에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고 서술하였다. 또한 부록 A131절에서는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수백 mSv 미만의 선량에서 발생하는 암 위험은 역학연구로부터 직접 평가는 어려운데 주로 통계학적분석력 때문이다.”라고 서술하였다. 결국 ICRP가 내세우는 저선량 피폭 리스크와 관련된 결론은 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핵찬성파들은 이러한 ICRP의 논리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면서 “저선량 피폭에 대한 역학적 증거는 통계적 유의성이 없다.”는 주장을 수 십 년간 앵무새마냥 반복해왔다.

과연 ICRP의 이런 주장은 정당한가? 수없이 많은 학자들이 저선량 피폭의 위험성을 주장해 왔다. 오히려 최근의 흐름은 저선량 피폭이 더 위험하다는 주장이 많다. 예컨대 ECRR은 100mSv이하의 저선량에서는 리스크가 오히려 증대한다면서 직선이 아닌 위로 볼록한 곡선의 형태를 갖는다고 주장한다.(ECRR은 저선량의 영역에서 LNT 모델은 틀렸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분자생물학 분야에서 최근 소개된 이론들, ‘방관자효과’나 방사선의 특정세포에 대한 ‘투 힛트’(2-hit ; 10시간 이내에 특정 세포와 방사선이 두 번 충돌하는 것, 소위 세컨드 이벤트 이론)이론 등을 주장한다.

ICRP는 자신들의 논리적 근거로 제시하는 역학조사를 소위 히로시마 • 나가사키 수명조사(LSS ; Life Span Study)로 삼는다. LSS에 대해서는 세계의 많은 학자들이 그 문제점을 지적해 왔으며, 아울러 LSS 조사결과가 꼭 ICRP의 입맛대로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LSS의 가장 최근 보고서라 할 수 있는 제14보의 특징은 피폭선량이 암사망과 직선형태의 관계를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으며, 고형암에 대해서는 “제로 선량이 가장 좋은 문턱값”으로 추정하고 있다. 말하자면 저선량의 영역에서 초과상대리스크가 존재한다는 것을 더 분명하게 드러낸 것이다. 이와 함께 암이 아닌 질병, 특히 순환기 계통, 호흡기 계통, 소화기 계통이 질병 리스크의 증가가 나타났지만, “인과관계에 대해서는 향후의 연구가 필요하다.”고 결론 내렸다.

LSS에 대해 비판적인 일본 시민단체들은 최근 다음과 같이 LSS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표. 일본시민단체의 LSS비판

(출처 ; http://www.inaco.co.jp/isaac/shiryo/fukushima/05.html)

3. 저선량 방사선의 위험성을 부정하는 주장들

한국의 핵찬성론자들은 똑같은 역학조사를 보고서도 앞에서 언급한 “통계적 유의성이 없다.”는 주장을 되풀이하면서 조사결과를 폄하하기에 급급하다. 대표적으로 ICRP의 견해를 지지한다고 판단되는 핵 찬성론자 두 사람의 논리를 검토해보자.

강북삼성병원의 김수근은 “전리방사선에 의한 직업성 암”(산업보건 no.312, 2014년, pp.45 – 52)이라는 글에서 우리나라와 세계의 유명한 몇몇 역학조사의 결과를 인용한다. 그는 역학조사의 결과를 인용하면서 대단히 논의할 내용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결론적으로 “통계적 유의성이 없었다.”는 말을 반복하기만 한다. 그리고 결론에 이르러 주장하기를 “100 mSv 이상의 고 선량 영역에서의 방사선 위험은 선량이 증가함에 따라 선형적으로 비례하여 증가한다는 과학적 근거가 있으므로, 이를 확대하여 100 mSv보다 낮은 선량에서도 그 선량에 비례하는 정도의 위험이 있는 것으로 가정하는 ‘문턱없는 선형비례모델(LNT 모델)을 채택하고 있으나 이것은 증명되지 않은 가설일 뿐이다. 업무상 질병 여부를 판단하는 데에 이 이론을 적용할 수는 없다. 방사선은 여러 가지 발암인자 중 하나일 뿐이므로 방사선작업이 반드시 암을 일으킨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결론 내린다. 김수근은 아예 ICRP의 주장마저도 거부하는 것처럼 보인다. 김수근의 태도는 그가 과연 과학적 엄밀성이나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는 사람인지 마저 의심하게 만든다. 일단 그는 모든 역학조사에서 통계적 유의성에만 초점을 맞춘다. 통계적 유의성이라는 것은 소위 p값을 의미하는 데, 이것은 사람이 임의로 선택한 구간에 불과한 것이다. 즉 p값은 통계 수법에 따라 계산할 수 있는 것이지만, 어디까지가 유의성이 있고, 어디부터 유의성이 없는 것인가, 경계를 구분짓는 것은 사람이 자의적으로 판단한다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 이것은 사실 통계에서는 대단히 기본에 속하는 내용이다.(참조 ; 이와같은 주장을 입증할 여러 책이 있겠지만 필자는 얼마전 통계를 공부하기 위해 참조했던 도서 [의사가 알아야 할 통계학과 역학](황소걸음아카데미 2015년), 제7장에서 이런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확률적으론 발생하기 어려운 것이거나, 아무리 p값이 작아져도 우연일 가능성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김수근은 “통계적 유의성이 없다”는 주장과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주장을 등치시킨다. 왜냐하면 그가 결론적으로 주장하는 내용이 “방사선작업이 반드시 암을 일으킨다고 단정할 수 없다”이기 때문이다. 이런 표현을 접하면 필자로서는 아연해질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반핵그룹에서 주장한 것은 방사선작업이 반드시 암을 일으킨다는 내용이 아니다. 세상의 그 누구도 이런 식으로 주장하진 않는다. 그는 어느 샌가 “위험성이 높다”는 표현을 “반드시”라는 표현으로 바꿔버리면서 방사선의 위험을 주장하는 모든 사람들을 싸잡아 비판한다. 그렇다면 그가 주장하는 대로 모든 암에 대해서 현대 의학이 얼마나 정확한 발암인자를 구분해내고, 암의 원인을 밝히고 있다는 것인가. 현대의 모든 암은 몇몇을 제외하곤 대체로 임상의학에선 원인불명이다. 아예 원인을 파헤칠 엄두도 못낸다. 늘 추정할 뿐이다. 그는 또한 산업의학과 전문의로서 산재보상보험의 기본원칙인 업무수행성과 업무기인성, 상당인과관계라는 개념에 대해 무지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의 모든 국가가 발암인자의 정확한 판단으로 노동자들의 직업성 유무를 판정하는 것은 아니다.

김수근 보다는 좀 더 객관적 형태를 취하려고 노력한 또 다른 글이 있다. 진보적 매체라고 평가하는 [프레시안]에 실린 제주대 교수 안도현의 주장은 객관성을 장착한 것으로 보이게 적당히 치장했지만, 결국에는 ICRP의 주장을 답습하고 있다. 사실 이런 방식의 주장은 ICRP의 전형적인 수법이다.(출처 ;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no=241542)

안도현은 “원자력발전 둘러싼 대립의 근원은?”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과학적 태도의 결여와 소통의 실패를 지적한 뒤에 ICRP의 주장을 그대로 인용한다. “초저선량(예를 들어 10밀리시버트 정도)의 방사선은, LNT모형을 적용하더라도, 1~2년 정도 피폭된다고 해서 건강에 이상이 생기는 것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초저선량의 피폭상황을 일주일 내에 해소하기 위해 방호작업에 투입한 근로자가 과로사 하도록 한다면 합리적으로 달성가능한 수준이 아니다. 또한 저선량 방사선에 대한 방호작업에 투입하는 비용이 과도해 보다 더 심각한 위해(석유화학단지나 LNG기지 화재 등)에 자원을 투입할 수 없도록 한다면 이 역시 합리적으로 달성 가능한 수준이라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안도현의 이런 주장은 ICRP의 방호 3원칙 중에서 소위 “최적화 방호원칙”을 그대로 인용한 것이다. 최적화 원칙은 소위 코스트 – 베네피트론에 입각하여 사람의 생명이나 건강을 돈으로 환산하면서 사실상 피폭노동자를 포기하는 논리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백보양보해서 최적화원칙을 수용해야 한다고 일단 전제해보자. 위의 글에서 안도현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기 위해선 몇 가지 사실을 충족해야 한다. 1) 초저선량에서는 1~2년 정도 작업해야 한다. 2) 작업장의 환경이 초저선량을 유지하고 있다. 3) 그런데도 초저선량을 아예 해소하기 위해 “과로사를 할 만큼” 막대한 인원과 비용을 투입하고 있다. 이는 현재 원자력안전위원회나 한수원의 선량주장을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면서 비정규 하청노동으로 운영하는 실태를 외면하고 핵발전소의 상황을 유지 온존하자는 주장과 다를 바가 없다. 우리는 단 한번도 피폭노동자들의 방사선 방호를 위해서 “과로사 하도록” 인원을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한 적이 없다. 오히려 1~2년만 쓰고 버리는 하청노동의 형태를 개선해야 하며, 피폭기준을 더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아울러 객관적인 자료의 공개나 작업형태별, 소속기관별 노동자들의 피폭상황을 공개하고, 또 작업장의 방사선 농도를 객관적으로 측정하고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런 점들을 충족하지 않는 한 안도현의 주장은 ICRP의 합리화에 불과하다.

 

4. 그러나 희망은 있다.

근로복지공단은 올해 월성핵발전소에서 약 2년간 하청노동자로 근무한 노동자 A에 대해 직업성 암을 인정했다. 이에 대한 내용은 탈핵신문에 게재된 것을 제외하곤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다. 필자가 판단할 때 근로복지공단의 판정은 방사선 피폭 노동자들의 직업성 인정에 대한 현재의 제도나 관행을 뿌리부터 뒤흔든 대단히 의미있는 내용이다. (참고 ; 이에 대한 탈핵신문의 기사는 https://nonukesnews.kr/1582 참조

노동자 A는 2009년 1월부터 2010년 12월까지 월성1호기 원자로설비 개선사업에 의한 원자로 안에 있는 부품을 교체하는 공사에 한전KPS라는 한수원 현장작업 전담 하청 회사에 계약직으로(일용직노동자) 입사하여 작업에 참여했다. 2015년 11월경부터 코피가 나면 멈추지 않고 지혈되지 않아 울산대병원에서 2016년 1월에 혈소판 감소증으로 진단받았으며, 2017년 5월에는 서울대병원에서 ’골수형성이상증후군‘으로 진단을 받았다. 방사선 피폭관리에 대해 발주사인 한수원은 법정한도 이내에서 철저히 관리하였다고 주장했다. 노동자 A는 현장교육과 훈련으로 실제 원자로 주변에서 업무를 수행한 것은 2009년 5월21일 부터였다. 4조3교대로 한조에 5명이 근무하는 상황에서 압력관 제거 작업 수행시에는 2조 2교대로 1조에 5명씩 배치되어 작업을 수행했다. 방사선 방호복(방진마스크, 방호복 등)을 입고 작업을 수행하였으며, 지도 감독인원으로 약 100여명이 현장에서 체류하였다고 한다.

노동자 A는 근무기간 동안 외부피폭 42.16mSv와 내부피폭 0.72mSv에 피폭한 것으로 한수원에서는 추정했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주관한 역학조사평가위원회는 “외부피폭량을 근거로 계산한 95%, 99% 신뢰상한에서 인과확률이 각각 40.63%, 45.97%로서, 95% 신뢰상한에서 50%이상인 경우만 인정하고 있는 지침 값에는 모자라지만, 다른 위험요인을 확인할 수 없고, 골수형성이상증후군을 비롯한 백혈병이 50mSv이하의 저선량 피폭에도 발생가능하다는 역학 연구가 있으며, 미량이지만 내부피폭도 있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업무관련성을 배제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런 판단을 근거로 근로복지공단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위원장 정진주)는 “골수형성이상증후군은 작업 중 방사선 등 유해물질에 노출되어 발병한 것으로 판단되므로, 업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는 것이 참석한 위원들의 일치된 의견”이라고 최종 판단하여 노동자 A에 대한 업무상 질병을 승인하였다.

위의 내용으로부터 우리는 몇 가지 사실을 도출할 수 있다. 필자는 아래와 같이 정리한다.

1) 한수원은 법정한도이내에서 피폭을 철저히 관리했다.

2) 원안위의 고시 “방사선작업종사자 등의 업무상 질병 인정 범위에 관한 규정”에서 인정요건으로 규정하는 소위 을 기준으로 삼지 않았다.

3) 50mSv이하의 저선량피폭에도 백혈병이 발생한다고 인정했다. ; ’통계적 유의성‘을 언급하지 않았다.

4) 업무관련성에 대해 상당인과관계를 적용했다.

5) 미량의 내부피폭을 인정근거로 설명했다.

위의 5가지는 앞으로도 노동자들의 건강을 위해선 반드시 지켜내야 할 원칙으로 보인다. 핵추진파들의 논리는 더 이상 설자리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노동자 A와 같은 시기에 근무하면서 근무 조는 달랐으나, 동일 업무를 하면서 호지킨스림프종에 걸린 또다른 노동자 B에 대한 소송도 같은 결과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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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 권고 해부 (2019.10.13. 탈핵신문)
∥ ICRP 권고의 양상과 본질 : 전 세계에 영향 끼치는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 해부

중대사고 방사선방호 기준 10밀리시버트 적정한가 (2019.9.9. 탈핵신문)
ICRP 새 권고 초안에 일본 환경·시민사회단체 반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