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경실련 2019년 11,12월호]

일상의 민주주의를 넓혀갑니다! “빠띠(Parti)”

씽(정승구) 활동가, 단디(황현숙) 활동가

 

Q. 빠띠가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 단체인지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 빠띠는 일상 곳곳에서 민주적인 삶을 위해 필요한 도구나 기술, 방법을 만들어서 시민, 시민단체, 공공기관 등과 나누고 있어요. 각 주체들이 조금 더 민주적으로 변하고 싶을 때 함께 일을 하는 거죠. 민주적으로 운영하는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은 사람들, 어떤 이슈에 관한 캠페인을 시작하고 싶은 사람들, 다양한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을 운영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플랫폼과 툴킷을 만들고 프로젝트를 같이 하고 있어요.

 

Q. 단체가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단디 ● 더 많은 사람들이 더 자유롭게 자기 관심사나 문제에 대해 정보를 공유하고 토론에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시작했다고 알고 있어요.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들이 더 건강한 정치구조, 민주주의가 작동할 때 해결될 수 있죠. 인터넷이라고 불리는 새로운 디지털 기술은 시민 개개인이 직접 참여해서 이런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을 열어줬고요. 빠띠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방식의 소통과 협업 도구를 만들고, 우리 일상에 더 민주적인 문화가 확산될 수 있는 활동들을 합니다.

빠띠는 내부 조직 안에서 소통과 협업을 민주적으로 하기 위한 방식을 스스로 실험하고 있고, 그런 방식들을 정리해서 외부에 있는 다른 팀들도 해볼 수 있게끔 공개하고 있어요. 더 민주적인 세상을 만든다고 했을 때, 그 형태가 다양한데 그것들이 일어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그래서 저희가 민주주의 활동가 협동조합으로써 민주주의 플랫폼을 지향한다고 얘기를 하는데, 그런 점에서 이슈 중심의 단체나 정당과는 조금 다른 것 같아요.

● 어쩌면 디지털 기술로 인한 사회변화가 하나의 요인일 수 있는데, 지금 시대의 사람들과 시민들이 생각하는 민주주의가 예전의 민주화 시절보다 개념이 많이 발달했다고 생각해요. 더 많은 것에 참여하고 싶고, 더 많은 권한을 갖고 싶고, 의견을 내고 싶고, 반영되길 바라는 것을 많은 시민들이 공감하고 있잖아요. 그것에 비해서 한국의 민주주의 문화라는 것은 마음에 비해서 경험이나 도구들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혁신하는 게 저희가 하는 일인 것 같아요. 민주주의의 가장 이상적인 것이 권한을 나누고, 같이 책임지고, 공공의 것으로 같이 유지해나가는 건강한 공동체라고 하면, 아주 작은 일상의 공동체에서부터 한 국가까지 적용할 수 있는(혹은 기후 위기 얘기할 때 글로벌 공동체 얘기도 많이 하는데요) 빠띠는 거기서 통용될 수 있는 문화 같은 것을 만드는 팀이라고 생각해요.

 

Q. 지금까지 활동을 통해 지켜본 변화나 성과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A. 단디 ● 빠띠는 2017년부터 서울시와 민주주의 서울이라는 시민참여 플랫폼을 만들어왔어요. 시범사업 기간을 거쳐 올해 본 사업이 진행됐는데, 단순한 청원이나 제안에 기관이 응답하는 방식의 일방향적인 소통을 넘어서 시민의 제안과 의견이 정책화될 수 있는 공론장으로 소통의 과정, 구조를 만들려고 했어요.

올 초에는 난임 부부의 주사 처방을 보건소에서 맞게 해달라는 제안에서 시작된 토론에 5천 명이 넘는 시민이 의견을 남겼고, 서울시는 서울시가 할 수 있는 정책을 새로 만들고 당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논의의 장을 열었어요. 여름에는 재건축 시 길고양이 보호조치를 만들어달라는 제안으로 토론을 열었는데요. 동물권 보호 정책 강화와 맞물려서 시의회에서 관련 조례를 개정하는 시도와 연결이 되기도 했어요. 이 두 가지 사례의 공통점은 기존의 공무원 입장에서는 서울시가 해결해줄 수 없는 문제를 자꾸 해결해달라고 요청하는 민원인 거예요. 그런데 이 제안이 ‘민주주의 서울’에 들어와서 5천 명 이상의 많은 사람들이 의견을 남기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더 많은 토론이 열리게 됐어요. 그래서 이게 몇몇 당사자들의 민원을 넘어서, 사회적인 문제로 인식되고, 우리가 관심을 갖고 해결해야 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여, 실제로가능한 방법을 찾은 결과를 낳았거든요.

저는 시민참여 플랫폼을 통해서 시민들이 자기 일상에서 고민하는 문제들을 얘기하고, 참여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경험을 했다는 게 참 중요하다고 봐요. 서울시라는 행정 기관이 많은 일을 하지만, 시민들이 어떤 의견을 갖고 있는지 잘 모르고 있었고, 소통이 필요하다는 걸 인지하고, 시도한다는 게 중요한 거 같고요. 시민과 기관 모두 새롭게 경험하는 과정인거죠.

빠띠는 그 과정에서 여러 주체들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목소리를 연결하고, 시민의 관점에서, 행정의 관점에서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지점이 어딘지 찾아보고, 각각의 다양한 의견들이 어떤 맥락에서 나오고 어디서 모일 수 있는지 계속 조정하며 만들어가요. 그 과정을 플랫폼을 통해서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있게 하는 역할도 하고요. 최근에 이런 플랫폼들이 지자체마다 많이 생기기도 했고요. 빠띠로 어떤 고민으로 어떻게 운영했는지 물어보는 문의가 많이 와요. 그런걸 보면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느끼죠.

● 앞으로 만들 변화가 좀 더 많을 것 같아요. 최근에는 빠띠가 이야기 하는 이슈 커뮤니티나 시민주도 캠페인을 본인의 현장에도 만들고 싶다고 연락주시는 분들이 많아졌어요. 처음 시작할 때는 조금 낯설어 하는 분위기였는데 최근에는 즐겁게 협업하는 곳들이 늘어난 것 같고요. 그만큼 저희 팀도 커지고 있어요. 이런 변화도 성과라고 생각해요. 문화나 인식이 바뀌고 있는 느낌이지요.

 

Q. 빠띠는 기존에 운동을 하는 단체와도 다르고, 포털에서 운영하는 온라인 토론장과도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떤 차이점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A. 단디 ● 제가 생각했을 때는 활동가 중심보다는 참여자 중심의 기획, 참여자 중심의 활동이 차이인 것 같아요. 기존의 시민단체은 보통 활동가가 전업으로 그 이슈를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고, 성명서도 쓰고 하잖아요. 빠띠가 함께하는 활동은 시민 개인이 가진 고민이나 해결하고 싶은 문제, 자기가 관심 있는 것들을 중심으로 스스로 목소리를 내고, 하고 싶은 만큼, 기여할 수 있는 만큼 참여하고, 변화를 일으키는 거죠. 그런 점에서 다루는 주제나 결과물은 크게 차이가 없을 수도 있는데 그 과정에 있어서는 차이가 있다고 생각해요.

빠띠는 법적으로는 사업자 대표가 있지만 실제로는 대표의 결재라인을 따라 움직이는 시스템이 아니거든요. 조직의 필요에 따라 조율하기는 하지만 정보를 최대한 공개하고, 합의를 통해서 의사결정을 하고, 역할 중심으로 일을 나눠요. 어떻게 일하고 어떻게 활동할 것인지를 계속 해서 논의하고 정리하며 수정하는 과정들을 반복하죠. 그런 점에서 조직 내부의 민주주의와 외부로의 연결에서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 디지털 플랫폼 관점에서 보면 빠띠라는 조직이 소유한 것이라기보다는, 공공의 것으로 만든다는 면에서 다르다고 생각해요. 아직 완벽하진 않지만 플랫폼의 정책이나 규칙 같은 것도 참여자들과 함께 만들어나갈 수 있을 거라고 보고요. 이런 것은 일반적인 기업 소유 플랫폼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점이죠. 빠띠는 민주주의를 위한 공공재를 만드는 팀이라는 것을 스스로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이런 공공재를 만든다는 목표를 디지털 플랫폼과 문화적인 것을 정리한 툴킷 등에 적용하고 있구요.

 

Q. 활동하면서 어려운 점들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A. 단디 ● 저희는 디지털 기술을 잘 활용해야 한다고 이야기하지만,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연계하거든요. 사실 온라인에만 갇혀있는 건 없어요. 필요하면 오프라인에서 사람들과 만나서 이야기도 나누고, 캠페인도 해야죠. 문제에 따라 적절한 방식이 다를 뿐이에요. 근데 처음 기획단계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왜 연계해야 되는지, 어떻게 연계해야 되는지에 대해서 공감을 얻는 것이 좀 어려워요. 민주주의 서울을 기획운영하면서 다른 정책 부서들과 협업할 일이 있는데, ‘그냥 사이트에 올리면 되지 않아요?’라고 이야기해요. 근데 그렇지 않거든요. 참여 플랫폼이라고 온라인에 열어둔다고 토론이 일어나지 않죠. 온라인 참여가 어려운 사람들도 있고, 이런 플랫폼이 있는지 모르는 사람도 많고요. 기술적으로 충분히 사람들의 의견을 담아낼 수 없다면 오프라인 토론회를 열 필요도 있지요. 반대로 오프라인에서 사람이 많이 모였다고 충분히 토론이 이뤄지고, 의견을 모았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죠. 마찬가지의 문제가 있을 수 있어요. 더 많은 사람들이 정보를 공유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온라인과의 연결이 필요할 수 있어요. 이 두 가지를 염두에 두고 가야 되는데 마치 다른 세계인 것처럼 생각하기도 하죠. 실제 해보기 전에는 이해시키기가 쉽지 않다는 어려움이 있는 것 같아요.

다른 하나는 공통의 상황이기도 한데 참여의 주체가 되어야 할 시민들이 너무 바쁘고 힘들죠. 그래서 저희가 지향하는 단계가 1단계부터 10단계까지 있다고 했을 때, 한 번에 10단계를 바라지는 않고 한발씩 나아가려고 해요. 하지만 전체적으로 시민참여가 어려운 상황이죠. 저희가 갖고 있는 디지털 도구들이 이런 상황을 좀 더 쉽게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요. 어려움인 동시에 해결방안이기도 해요.

 

Q. 마지막으로 앞으로 활동계획과 그를 통해 우리 사회가 어떻게 달라지길 바라는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A. 단디 ● 민주주의는 정치인이나 다른 누군가가 아닌, 나, 시민의 참여를 통해 만들어지죠. 공공재와 자원을 더 많은 사람들이 누리고 활용하는데 필수적인 기술이기도 하고요. 자원을 활용하는 일에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한다면, 소외받는 이들이 더 적어진다면, 이 세계가 더 풍요로워질 수 있겠죠. 모두의 기여를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 수 있기를 바라요. 빠띠가 민주주의를 혁신하는 기술을 만드는 이유에요.

요즘 플랫폼이나 공유경제, 커먼즈 같은 논의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빠띠는 민주주의에 있어서도 기반이 되는 공공재를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이야기해왔어요. 빠띠가 만들어온 툴킷과 디지털 플랫폼을 오픈소스로 공개해오기도 했고요. 훈민정음이 일상적으로 쉽게 소통하고, 많은 이들의 생활을 편리하게 만들어준 것처럼, 디지털 기술을 통해 더 많은 사람이 정보를 공유하고, 소통하며 협업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가려고 해요. 협동조합이라는 형태를 통해서 빠띠의 활동에 관심을 가진 더 많은 시민이나 조직들과 협력할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되기를 기대하고 있어요.

 

* 빠띠에 대해서 더 알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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