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1일(월) 오후 2시, 강원도교육청 브리핑실에서 고교평준화 해체의 시작, ‘선지원’ 학교배정 철회 촉구! 교육공공성 실현을 위한 강원교육연대(대표 한은수) 출범 선포 기자회견을 이민우 강원교육연대 집행위원장의 사회로 진행했습니다.

기자회견 전문]

고교평준화 해체의 시작, ‘선지원’ 학교배정 철회하고,
교육공공성 실현을 위한 정책 추진하라!

  최근 교육 불평등과 입시 공정성 문제가 사회적 화두로 떠올랐다. 사실 이것은 우리 사회의 오래된 교육적폐이다.

오로지 명문대 진학이라는 최종 목표를 향해 내달리는 살인적 입시경쟁교육, 자사고‧특목고 등으로 대표되는 특권교육 속에서 차별과 분리, 서열화는 당연한 것, 어쩔 수 없는 것이라 여겨졌다.

 

학생들은 누구의 꿈인지도 모를 ‘성공’을 위해 현재의 삶과 행복을 유예할 것을 강요당했다. 나답게 사는 것에 대해 고민하고 꿈꾸는 대신 세계 최장시간의 학습노동을 견뎌야 하는 학생들에게 학교는 어떤 곳일까? ‘경쟁만 남은 배움 없는 학교에 있을 수 없다’며 학교를 그만 두었던 어느 고등학생의 목소리는 몇 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의 마음을 무겁게 한다.

  지금까지 우리 교육은 ‘대학입시’라는 블랙홀에 빠져 어떻게 하면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는가에 집중해 왔다. 최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국제연합(UN) 아동권리위원회에 참여한 한 위원은 “한국 공교육제도의 최종 목표는 오직 명문대 입학인 것으로 보인다.”며 이러한 현실을 꼬집었다.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그 누구도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는 교육 현실을 결코 외면해서는 안 된다. 교육격차와 소득격차의 악순환은 특권의식 혹은 패배감을 키우고, 학교는 점차 입시 준비 기관으로 전락하여 ‘교육 불가능’ 상태가 되었다.

지금 고교서열화‧대학서열화 해소, 교육 불평등 해소에 대한 국민적 요구는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경쟁만 남은 배움 없는 학교’를 자주적‧민주적 삶을 살며 더불어 즐겁게 배우는 공동체로 만드는 것은 시대적 과제이며 요구임을 다시 한 번 직시해야 할 때다.

 

  잘못된 교육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실천과 노력은 꾸준히 계속되어 왔다. 고교평준화는 공교육의 기본 정신인 교육의 기회균등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이다. 이는 교육공공성 실현을 위한 첫 단추였고. 차별‧분리‧서열화 교육을 평등교육으로 전환하는 시작이었다.

학생들이 출신 학교와 교복으로 차별받던 강원도에서도 2013년부터 고교평준화를 시작했다. 그러나 도교육청은 2020년 평준화지역 일반고 학교배정방식을 ‘선지원제’로 변경함으로써 사실상 학교 선택제를 도입했다. 이는 도민들의 요구와 지역사회의 연대로 이뤄낸 고교평준화를 해체하려는 시도이다.

  여전히 입시위주 경쟁교육 체제에서 ‘학교 선택’을 확대하는 것은 대학진학 실적이 좋은 학교, 대학 진학에 유리한 교육활동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학교 쏠림 현상, 성적 상위 학생 쏠림 현상을 초래할 것이다.

 나아가 교육격차를 심화시키고 제2의 학교서열화 체제를 만들 것이다. 도교육청이 얼마 전 진행한 고입전형설명회는 이러한 우려가 곧 현실이 될 것임을 확인시켜 주었다. 대학입시 설명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했을 뿐 아니라 대학진학에 유리한 고등학교 선택의 중요성을 강조함으로써 고등학교를 입시 준비 기관으로 전락시켰다.

심지어 고등학교별 대학 진학 결과, 고등학교 지망 순위 공개에 대한 질의응답도 이어졌다.

  선지원 학교배정이 원거리 통학 및 비 희망 학교 진학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 한 채 학교 간 교육격차 심화, 성적 상위 학생 유치 경쟁 등으로 비교육적 문제만 추가로 발생시킨다는 것은 이미 2017년 연구 결과, 다른 지역 사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를 외면한 채, 과거처럼 성적으로 줄 세우는 고교 입시 부활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도교육청의 근시안적 태도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 도교육청이 올해 의뢰한 연구 결과에서 학교 간 선호도 차이가 극심한 것으로 나타났음에도 이를 공개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학교배정 방식의 변경은 약간의 제도 수정으로 볼 문제가 아니다. 학교선택권 보장이라는 허울 좋은 명분은 학교 간 교육격차 해소와 모든 학생들의 평등한 교육기회 보장에 대한 도교육청의 책임을 개별 선택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이다. 고등학교 교육력을 높이는 문제를 학교 간 경쟁으로 해결하려는 시도라고도 볼 수 있다.

더구나 도교육청이 제대로 된 사전 의견수렴 과정 없이, 단 한 번의 공청회도 없이 결정한 것은 매우 독단적이며 비민주적인 행태이다. 따라서 학교 현장의 혼란을 초래하고 있는 당사자는 의견 수렴과 숙고의 과정을 원천봉쇄하고 불과 며칠 만에 비민주적 결정을 한 도교육청임을 분명히 밝힌다.

  이에 우리는 교육공공성 실현을 위한 강원교육연대를 다시 새롭게 결성하고, 고교평준화 정상화와 강원교육의 공공성을 실현하는 데 앞장설 것이다. 특권교육 폐지, 고교서열화 해소, 무상교육 확대, 학교자치‧인권 실현, 평등교육‧민주교육 실현 등 우리 앞에 놓인 과제를 함께 고민하고 대안을 만들어 갈 것이다.

  도교육청은 고교평준화 해체의 시작인 ‘선지원 학교배정’을 철회하고 고교평준화를 비롯한 교육공공성 실현을 위한 정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가야 한다. 강원교육연대는 교육 불평등과 특권교육을 해소하고 평등‧협력‧민주의 가치를 실현하는 강원교육을 위해 지속적이고 폭넓게 연대하며 투쟁해 나갈 것이다.

 


○ 고교평준화 해체의 시작, 선지원 학교배정 철회하라!
○ 교육 격차 해소, 특권교육 폐지로 평등교육 실현하라!
○ 학교자치‧인권 실현, 민주교육으로 모든 학생들의 교육권을 보장하라!

2019년 10월 21일

교육공공성 실현을 위한 강원교육연대

민주노총강원지역본부, 전교조강원지부, 전국공무원노조강원지역본부,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강원지부, 전국교육공무직본부강원지부, 강원도교육청노동조합, 전국농민회총연맹강원도연맹, 평등교육실현을위한강원학부모회, 전국교수노조강원지부, 민주평등사회를위한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 정의당강원도당, 강원녹색당, 노동당강원도당, 사회변혁노동자당강원도당(준), 춘천여성회, 춘천여성민우회, 춘천시민연대, 강릉시민행동, 강원교육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