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은 존엄하다. 빈민도 존엄하다. 인간다운 삶을 위해 빈곤을 철폐하자!

오늘 10월 17일, UN이 정한 세계빈곤퇴치의 날이다. 국제기구에서는 이날을 기리며 가난하고 차별받는 이들에 대한 구호나 원조를 호소한다. 그러나 빈곤은 시혜와 배려를 통해 없앨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을 끊임없이 가난하게 만들고, 차별하는 고리를 끊어 빈곤을 철폐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10월 17일을 빈곤 철폐의 날로 명명하고 빈곤하고 차별받는 몫 없는 이들이 함께 모여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싸우는 날로 만들고자 한다.

상위 0.1% 고소득자의 평균소득이 하위 10% 빈곤층의 1000배에 달하는 불평등한 세상이다. 소득격차와 복지 사각지대 해소, 사회안전망 강화를 외칠 때마다 우리는 예산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어왔다. 아무리 열심히 살았어도 건강을 잃으면, 일자리를 잃으면, 삶터를 잃으면 ‘너의 몫은 없다’고 사회에서 내쳐져 왔다. 종부세 개편을 앞두고 부동산 보유자들의 세금폭탄을 운운했지만, 정부안대로 개편을 해도 17억짜리 주택을 보유한 이의 세금은 채 5만원도 오르지 않는다. 이제 우리는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걷고, 그 몫을 가난하고 불안정한 삶에 놓인 이들에게 돌려달라는 몫소리를 낼 것이다.

머무르는 공간의 불평등도 심각하다. 상위 1%가 보유하는 주택이 90만 6천채, 1인당 6.5채를 보유하고 있다.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는 주택에 사는 가구가 114만 가구에 이르고, 50만 명이 주택이 아닌 쪽방·여관·여인숙을 거처로 삼고 있다. 대책 없는 개발과 행정대집행, 명도소송, 거리미화 라는 다양한 이름의 강제퇴거로 가난한 이들이 쫓겨나고 있다. 삶터에서 밀려난 이들은 누구나 걸어 다닐 수 있는 거리에 잠시 앉는 것조차 허락받지 못한다. 이제 우리는 그 누구도 그 어디에서도 쫓겨나지 않는 평등한 땅을 요구하는 몫소리를 낼 것이다.

당장 대구지역을 돌아보라! 몇 백미터만 도로를 지나가보면 도시주거정비라는 이름으로, 재건축, 재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원주민과 세입자들이 살았던 거주공간은 철거로 몸살을 앓고 있다. 더구나 대구광역시는 여전히 70-80년대에서나 볼 수 있는 전면철거 방식이 도시환경 및 주거환경정비계획의 민낯이라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주거지 개발사업이 ‘도시환경과 주거생활의 질을 개선’하는 공익 목적의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민간개발 형식으로 추진되고 있어 이익의 극대화를 위해 속도와 효율성이 중시되며, 전면철거 방식이 선호되고 있다. 결국 이 과정에서 기존 원주민들, 특히 지역 거주민의 다수를 차지하는 세입자들의 주거생존권은 안중에도 없고 피눈물을 흘리면서 쫒겨나야하는 현실이다.

또한, 가난한 사람들의 유일한 공공부조인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희망은커녕 절망으로만 내몰고 있을 따름이다. 턱없이 부족한 쥐꼬리만 한 수급비에 하루하루 삶을 연명할 것을 강요당하고 있다. 게다가 책임있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기초생활수급권자들이 끊임없이 가족에게 빈곤을 책임을 묻게 만드는 부양의무제를 폐지하라고 요구하였으며 문재인 대통령의 후보시절 공약하며 100대 국정과제에 담았지만, 최근 복지부가 공약파기를 공식 선언하였다. 결국 빈곤의 책임은 정부와 국가에 있는 것이다.

아파서 빈곤해지고, 빈곤해서 아파진다. 빈곤해서 쫓겨나고, 쫓겨나서 빈곤해진다. 소득과 일자리가 불안정해서 빈곤해지고, 빈곤해서 소득과 일자리가 불안정한 일자리라도 감내해야한다. 장애인이라서, 홈리스라서 시설에 갇히고, 그곳이 장애인과 홈리스의 집이라고 한다. 가족이 있어서 제도에서 배제 당하고, 제도에서 배제 당했으니 가족에게 도움을 받으라고 한다. 말장난 같은가? 이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개인이 갖고 있는 특성과 상황으로 인해 받는 차별을 정당화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누구도 자신의 특성과 상황으로 인해 차별받지 않고 배제당하지 않는 사회를 요구하는 몫소리를 낼 것이다.

우리는 세상에서 ‘너의 몫은 없다’고 차별받고 배제당해 온 철거민, 노점상, 홈리스, 장애인 또 여러 이름의 가난한 사람들이다. 이제 우리는 몫을 빼앗긴 우리가 아니라, 우리의 몫을 자꾸 빼앗는 사회에 맞서 싸울 것을 선언한다. 우리의 몫을 요구하는 싸움은 이 사회를 빈곤과 불평등이 없는 세상, 평등과 평화가 도래한 세상으로 바꿀 것이다. 우리의 싸움에 모든 이름의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싸울 것이다.

– 우리의 요구 –

하나. 노점상의 생존권을 박탈하는 폭력적인 노점단속 중단하라!

하나. 대구시는 주거세입자와 원주민을 토끼몰이하는 도시정비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라!

하나. 인간다운 삶을 위해 기초생활수급제도 현실화하라!

하나. 장애인의 노동권 보장과 실질적인 장애인등급제를 폐지하라!

2019년 10월 17일

1017일 세계빈곤철폐의 날 기자회견 참가자 및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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