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9월 2일 ‘외국인 계절근로 장기체류자격 신설 추진’이라는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주 내용은 기존의 3개월 한도의 농어촌지역 단기 외국인 ‘계절근로자’가 최대 5개월까지 체류할 수 있도록 아예 ‘계절근로’라는 새로운 비자(E-8)를 신설한다는 것이다. 농어촌에서 작업 일정 등에 따른 인력부족으로 체류기간 확대를 지속적으로 요청해 왔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정책은 제대로 된 사회적 논의가 없고, 농어촌 인력부족에 대한 미봉책에 불과하며 이주노동자 인권침해가 매우 우려되는 바, 실시되어서는 안된다고 본다. 법무부는 ‘계절근로’ 비자 신설을 중단하고 계절근로자제도 자체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계절근로자’제도 사업 초기에도 여러 문제점이 제기되었다. 법무부는 공청회 한 번 없이 사업을 추진하였고 이주노동자 관련 단체들의 의견 수렴도 없었다. 사업에 대한 평가, 근로감독 자료도 내놓은 적이 없다. 또한 이 제도는 인권보호에 극히 취약하다. 3개월 이하로 단기간 노동하고 돌아가는 것이기 때문에 한국어를 배울 수도 없고, 그렇다고 통역이 잘 배치되어 있는 것도 아니다. 즉 의사소통이 가로막히는 환경 자체가 문제다. 부당한 일을 당하거나 고충이 있더라도 제기하기 어렵게 된다. 이런 상황은 별로 나아진 게 없어 보인다. 새로운 비자를 만들고 노동 기간을 5개월로 늘린다고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노동자들은 기본적인 노동권 제약 상황에 처해 있다. 이탈 방지 명목으로 담보나 부담금을 설정해 놓고 있으며, 임금지불도 매월이 아니라 출국 시 한꺼번에 지급하는 경우가 있었으며 심지어 관리업체 계좌로 받는 경우도 있었다. 노동자들은 이러한 부당한 노동조건에 이의가 있어도 노동부 등에 진정할 방법이 거의 없다. 이렇게 기존 이주노동자보다 더 나쁜 조건의 이주노동자 층이 생기는 것은 전체 이주노동자, 나아가 모든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끌어내리는 효과를 낼 것이다.
한편 ‘계절근로자’는 법무부에서 관할하고, 현재 고용허가제 농어촌 이주노동자는 노동부에서 관할하는데 노동부가 계절근로 고용 농가에 대해 근로감독을 하는지도 의문이다. 노동부에서는 계절근로 노동자들에 대한 근로감독 자료는 따로 없다고 한다.
더욱이 미등록 체류를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과도한 부담과 통제도 가해지고 있다. 본국에서 담보를 설정하거나, 한국 내에서 감시 통제를 강하게 하는 것이다. 이 역시 인권침해이다. 이탈율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며 2017년 1.7%, 2018년 3.5%라고 한다. 비자를 신설하여 인원을 늘리면 지자체에서 더 이상 감당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심지어 최근 포천시에 와서 계절근로를 하기로 한 네팔 노동자 13명이 오는 날 비자가 취소되어 입국이 거부되었고, 그 가운데 8명은 자비로 돌아갔으나 납득을 못한 5명은 약속대로 일하게 해 달라며 공항에서 20일 넘게 머무르고 있다. 관련 보도에 따르면, 네팔 판초부리 시와 MOU를 맺는 일을 포천시가 민간 브로커에게 맡겼고 결국 이런 사단이 발생한 것이다. 다른 지역에서도 민간 브로커들이 MOU를 맺게 해 주겠다고 지자체에 접촉을 시도하는 일이 많다고 한다. 민간 브로커들에게 계절근로 확대는 수익을 낳는 사업영역이 될 것이다. 본국에서 어떻게 노동자가 선발되는지도 불투명하고, 민간 업자들이 개입되어 선발과 송출을 담당하는 경우도 있어서 과도한 비용이 발생하며 이는 이주노동자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 계절근로자 실태조사 연구에 따르면 본국 송출업체가 월 40만원을 공제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근본적인 문제는 이미 농어촌 현장에서 고용허가제(E-9) 이주노동자가 3만 명이 넘게 일하고 있다는 것이다. 고용허가제 노동자 가운데에서도 가장 열악한 이들이 농어촌 이주노동자이며,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 근로기준법 63조 적용제외로 인해 휴게시간 및 휴일이 극히 적은 문제, 비닐하우스 같은 열악한 거주시설, 산재나 건강보험 미가입, 불법파견 등의 고통을 겪고 있다. 이를 우선적으로 시정하고 개선하여 이주노동자들이 자기 권리를 보장받으며 일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법무부는 임시 미봉책으로 단기계절근로를 도입하고 이제 다시 이를 5개월짜리 장기체류 계절근로로 바꾸겠다고 하는 정책을 중단해야 한다. 정부는 범정부 차원에서 농어촌 이주노동자 인권과 노동권 개선을 위한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2019. 9. 4 이주공동행동
이주노동자 차별철폐와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공동행동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경기이주공대위, 공익인권법재단공감, 구속노동자후원회, 노동당, 노동사회과학연구소, 노동전선, 노동자연대, 녹색당, 대한불교조계종사회노동위원회, 문화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노동위원회,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사회변혁노동자당, 사회진보연대, 이주노동자노동조합(MTU), (사)이주노동희망센터, 이주노동자운동후원회, 이주민방송(MWTV), 이주민센터 친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빈민연합, 전국철거민연합, 전국학생행진, 정의당, 지구인의정류장, 천주교인권위원회, 필리핀공동체카사마코, (사)한국불교종단협의회인권위원회,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출처] https://cafe.naver.com/act4migrants/321" target="_blank">이주노동자 인권∙노동권 침해하는 계절근로자제도 연장과 비자 신설을 반대한다. (이주노동자 차별철폐와 인권 노동권 실현을 위한 공동행동) |작성자 https://cafe.naver.com/act4migrants.cafe?iframe_url=/CafeMemberNetworkVi... target="_blank">이주인권지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