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용천수 >  중산간 이상에 분포하는 산물

 

1.노루샘 : 한라산 선작지왓의 고산 습지를 만든 산물

◆ 위치 : 한라산 선작지왓

제주도내 용천수의 90%는 해안에 분포되어 있다. 지하수의 생성 구조상, 산간에서 용천수가 나오기란 힘든 법이다. 그런데 한라산 정상 부근의 용천수가 있다. 바로 선작지왓에 있는 노루샘이다.

한라산의 고산 평야라고 할 수 있는 선작지왓은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곳이다. ‘작지’는 조금 작은 바위나 돌을, ‘왓’은 벌판을 가리키는 제주어로서 선작지왓을 풀이하면 ‘서 있는 돌들이 널려있는 벌판’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고산 평야에 노루샘으로부터 시작된 고산 습지가 있다. 무당개구리 등 다양한 생물의 서식처일뿐만 아니라 노루와 새들의 식수원이기도 하다.

(노루샘에서 흘러나온 물이 만든 고산습지)

 

2.선세미물 : 중산간마을 선흘리를 있게한 산물

◆ 위치 : 제주시 선흘1리 웃밤오름

(선새미물 용출구)

 

선흘1리는 물이 귀한 중산간마을이다. 그래서 선흘곶자왈 숲속의 봉천수를 허벅으로 져 나르며 식수로 귀하게 썼다. 선흘의 ‘흘’ 은 깊은 숲을 의미하는데 선흘곶자왈이라는 깊은 숲속에 빌레용암 위에 고인 습지가 많이 분포하고 있어 주민들의 식수원으로 쓰였다.

그런데 이곳에도 용천수가 있었다. 웃바메기오름 굼부리에서 솟아나는 선세미물이다. 예부터 선세미라고 불렀고, 웃바메기에서 솟는 물이라는데서 ‘웃바메기물’ 또는 ‘바메기물’이라고도 한다. ‘선세미’는 ‘현세미’의 변음으로 현씨가 판 물이라는 설도 있고 물이 있으니 현씨가 이곳에 정착했다해서 이름이 지어졌다는 설도 있다. 이곳의 물을 마시면 아들을 낳는다는 이야기가 내려오고 있어, 여자들이 일부러 찾아왔다고도 한다. 1971년 상수도가 보급되기 전까지 주민들은 이 선세미물과 선흘곶자왈의 봉천수를 식수로 이용하였다.

(선새미물이 만든 습지)

작년 10월에 동백동산을 중심으로 한 선흘곶자왈과 선흘1리는 람사르습지도시로 지정이 되었다. 그 이유는 선흘곶자왈 안에 수많은 ‘숲속 습지’가 다이아몬드처럼 박혀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생물들이 이 습지를 오아시스삼아 생명을 이어나가고 있다. 그뿐아니라 이 습지는 선흘리 주민들의 생명수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 습지들은 비가 오지 않으면 말라버리는 치명적 약점이 있었다. 그런 면에서, 가뭄에도 마르지 않고 나오는 선새미물은 주민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물이었다고 할 수 있다.

 

3.궷물

◆ 위치 : 제주시 애월읍 유수암리 궷물오름

(궷물 용출구)

오름은 제주도민에게는 축복과 같은 곳이다. 제주도민들은 오름에서 먹을 식량과 약초, 집 지을 재목과 땔감, 마소의 방목지 그리고 죽어서는 무덤에 이르기까지 삶의 전 과정을 의지하고 살았다. 그 중에는 용천수도 있었다. 제주도 360여개의 오름 중에 용천수가 있는 곳은 아주 드물다. 특히 중산간지대에서 용천수 찾기는 매우 어렵다. 그런데 궷물오름은 다르다. 궷물오름은 희귀한 새들이 자리잡을 정도로 숲이 울창한 오름이다. 이곳에 궷물이 있어 식수뿐만 아니라 아래로 흐른 물을 이용해 마소의 급수용으로 사용했다. 연못은 가축뿐만 아니라 각종 양서파충류의 서식지이면서 노루,오소리 그리고 새들의 오아시스 역할을 하고 있다.

(궷물이 만든 습지)

4.구시물 : 삼별초의 장병들이 마셨던 산물

◆ 위치 : 제주시 애월읍 상귀리 798-3 일대

항파두리성 밖에 있는 용천수이다. 구시물은 ‘구시(구유)+물’의 합성어로 산물 아래에 있는 논에 물을 댈 때에 나무구시가 있어서 붙여졌거나, 물 흐르는 곳이 구시 모양으로 되어 있어서 연유한다. 또한 구시물은 샘 모양이 소구시(여물통)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졌다고도 한다. 구시물은 삼별초 항쟁 때 병사와 주민의 식수원으로 사용했다고 알려져 있는데, 구시는 처음에 나무로 길게 파서 만들어 시설하였다고 하나 현재는 돌로 제작되어 있다. 삼별초 당시 이 산물을 보호하기 위해 성 밖인데도 외성을 쌓아 관리하였으며, 예전 콜레라가 유행할 때도 이 물을 먹은 사람들은 한 사람도 병에 걸린 적이 없다고 알려질 정도로 질이 좋은 산물이다.  한 때는 구시물을 이용하여 이 일대에 논을 조성하기도 하였다.

 

5.새미물 : 오불석상 옆에서 솟는 산물

◆ 위치 : 제주시 생목수원로 184(회천동)

봉개동 옆에 있는 회천(回泉)은 말 그대로 용천수와 연관된 마을이다. 작은 산물이 여러 곳에서 나온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처음에는 없다가 다시 물줄기가 솟아나왔다 해서 회천(回泉)이라고 했다고 전해진다. 새미물의 ‘새미’는 샘(泉)을 의미하는 제주어다. 이 용출수는 ‘샘+물’이라고 강하게 물을 두 번씩 강조하고 있다. 이는 마을에 좋은 물이 있다는 것을 재차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실제로 이 물은 마을사람들의 주식수원이었고 마을제나 제사 때 올리는 제수로도 사용되었다. 이 산물 곁에 화천사가 있다. 절 뒷마당에는 마을에서 모시는 다섯 개의 석상(향토유형유산 제9호)이 있고 마을 제단이 설치되어 있다. 오불상은 마을에 있던 큰 절이 사라지고 흉변이 생기면서 이를 막고자 세웠다고 한다. 마을에서는 오불상을 위한 ‘석불제’란 마을제를 올릴 때 제수로 반드시 새미물을 사용하고 있다.

 

6.절물 : 절물휴양림에서 솟는 산물

◆ 위치 : 봉개 절물휴양림

절물오름은 말 그대로 ‘용천수가 있는 절’이 있는 곳의 오름이라서 이름붙여졌다. 그 옛날의 절은 아직 남아 있지 않지만 현재도 절물휴양림 안에는 약수암이란 조그만 절이 있다. 절 이름도 용천수의 뜻을 담았다. 약수암과 얼마 안 떨어진 곳에 제주시민들의 약수로 쓰이는 절물이 솟아 나온다. 절물은 평지에서 솟아나오는 샘물이 아니라 절물오름의 큰 봉우리인 큰대나오름 기슭 벼랑에서 수평으로 자연 용출되어 분수처럼 원형 통 안으로 떨어진다.

예부터 절물은 물맞이와 위장병을 치료하는 약수물로 유명했다. 특히 부녀자들이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칠월칠석을 전후하여 음력 칠월 보름날인 백중날에 ‘물맞이’하면 신경통, 허리병, 냉병, 부스럼 예방 등 만병에 약이 된다고 했다. 그래서 복더위도 씻을 겸 움막을 지어 이곳 절물에 며칠간을 기거하며 병을 치료했던 약수였다. 지금도 탐방객들에게 약수를 선사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