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대응, 우리 식탁에서부터

 

밥상에 계란프라이 하나라도 올라오는 날에는 정말 감사한 마음으로 밥을 먹던 시절이 있었다.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 식탁에 고기반찬 한두 개가 흔한 식단이 되었다. 일 년의 300일 이상은 반강제로 채식을 했었다. 국에 빠진 고기건, 계란이건 육식을 하는 날이 많아야 일주일에 한 번 정도였다. 지금은 정반대의 상황이다. 그만큼 식탁에서 고기를 만나는 것이 쉬워졌다. 고기의 생산이 늘고, 유통과 보관이 쉬워지고, 가격은 싸졌다. 먹방의 홍수 속에 육식을 찬미하는 리액션이 우리의 뇌리에 꽂힌다. 육식을 온몸과 마음으로 느낀다.

 

온몸과 마음으로 느끼는 육식

현 인류가 겪고 있는 수많은 문제에 육식이 크게 기여를 한다는 연구 결과는 쉽게 찾을 수 있다. 성인병으로 대표되는 인간의 질병부터 기후변화까지 인간의 육식 문화가 깊이 관련되어 있다. 이를 들어 누군가는 '쇠고기의 불편한 진실'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육류, 달걀, 우유를 위한 가축 사육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5%를 차지하는데 이는 세계의 모든 비행기, 기차,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것보다 많은 양이다.

가축 중 온실가스 배출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소이다. 소 한 마리가 체중 1kg을 불리려면 평균 10kg의 사료가 필요하고, 사료를 생산하기 위한 물과 땅, 비료가 연쇄적으로 필요하다. 이러한 이유로 같은 양의 단백질을 만들 때 쇠고기는 콩보다 20배나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축산업과 가공육 산업은 온실가스 배출 이외에도 산림 벌채, 생물 다양성 손실, 토지 및 수질 오염 등 여러 환경문제의 주요 원인이며, 과도한 육식으로 인한 항생제 저항성, 비만, 심장병, 당뇨병 등 인간의 건강 문제도 심각하다. 우리의 식문화를 채식 위주로 바꾸어 육류 소비를 대폭 줄이지 않는다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지구의 벗의 새로운 실험 채식 위주의 학교 급식

국제환경단체 ‘지구의 벗 미국(Friends of the Earth)’은 캘리포니아 오클랜드 학교 지구(Oakland Unified School District, OUSD)와 함께 학교 식당의 식단을 채식 위주로 바꾸는 실험을 진행했다. 2년간의 실험을 통해 학교 식당에서 육류와 유제품을 줄이는 것이 탄소배출, 물 절약, 비용 절감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았다. 2017년 2월 발표한 보고서“A Recipe for Combating Climate Change”(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레시피)에 따르면 실험 결과 환경적인 이득과 함께 경제적 이득까지 얻었다고 한다.

2년 동안 아이들의 점심 식단에서 육류와 유제품을 30%까지 줄였고 육류를 대신하여 단백질이 풍부한 콩과 채소 위주로 식단을 바꾸었다. 사용한 육류의 일부는 지역경제와 윤리적 축산, 유통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을 고려하여 캘리포니아 북부에서 유기농 축산을 하는 Mindful Meats에서 구입하였다. 연간 절약한 물이 약 4,200만 갤런(1억5,900만 리터)으로 올림픽 수영장 63개를 채울 수 있는 양이다. 또, 같은 기간 14% 탄소배출 저감 효과(600톤)가 있었는데 차로 150만 마일(241만 킬로미터)을 달릴 때 발생하는 탄소의 양과 맞먹으며 15,000그루의 나무를 심은 효과와 같다. 만약 미국 전역의 학교가 이와 같은 식단으로 바꾼다면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매년 15만대의 자동차를 도로에서 빼내거나 10만대의 가정용 태양광발전설비를 설치하는 것과 비슷할 것이다. 비용 측면에서는 유기농 고기를 제공했음에도 식자재 구매비, 유통비 등에서 42,000달러를 절약했다.

채식 위주의 식단으로 경제적 이익을 본 기관은 OUSD만이 아니다. Bay Area 병원의 경우 채식 메뉴를 도입하면서 연간 40만 달러를 절약하였고, 애리조나 주에 위치한 마리코파 교도소(Maricopa County Jail)는 수감자들의 식단을 고기가 없는 식단으로 바꾸면서 1년 동안 81만7000 달러를 절감하였다. 참고로 마리코파 교도소는 수감자들이 학대받고 버려진 동물을 돌봐주는 동물보호소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뉴저지의 Valley 병원은 고기 없는 월요일 프로그램을 통해 연간 5만 달러를 절약하였다. 지구의 벗 미국은 이와 같은 채식 위주의 식단을 학교는 물론 여러 기관과 일반 식당에서도 도입하도록 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2018년 11월에는 각 기관 및 학교, 레스토랑 등 식당에서 제공하는 식단을 채식 위주로 전환하는데 필요한 과정을 안내한 툴킷을 공개하였으며 육식과 채식에 대한 연구 자료는 물론 각종 채식 레시피(비빔밥도 있었음)까지 제공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이면서도 가장 가깝게 실현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우리의 식탁에서 고기와 유제품을 줄이는 것이다. 이 방법의 장점은 별다른 추가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집에 태양광 발전 설비를 설치하고, 전기차를 구매하고, 나무를 심고, 에너지 효율이 좋은 건물을 짓는 등의 방법과 달리 채식은 큰 비용이 있어야 하지 않는다. 단지 식물성 식품을 더 많이 먹기로 선택하는 것만으로도 탄소 배출을 상당량 줄일 수 있는 것이다. 수많은 국가, 기관, 단체에서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그 고심에 채식이 포함되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우리의 식문화를 바꿈으로써 파리협정에 보다 빨리 다가갈 수 있음은 분명하다.

 

지구와 인간을 위한 채식 투정

한겨레신문 곽노필 선임기자의 ‘미래의 창’ 2019.1.12.<과학자들이 권하는 ‘기후변화 억제 식단’>을 보면 과학저널<네이처>에 발표된 논문에서 과학자들은 플렉시테리언(유동적인 채식주의) 식단을 제시했다. 평소에는 완전 채식을 하면서 고기는 상황에 따라 가능한 한 적게 먹으라는 것이다. 단백질은 고기 대신 콩과 견과류 같은 식물성 단백질로 섭취할 것을 권한다. 과학자들은 붉은 고기는 주 1회만 먹고 채식 위주의 식단으로 바꾼다면 식량 생산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이 절반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2019.1.18.<지구를 살리는 ‘인류세 식단’>에서는 의학저널<랜싯>에 발표된 ‘인류세 식단’이라는 이름의 채식 위주의 식단을 소개하고 있다. 16개국 37명의 과학자가 지난 2년 동안<랜싯>에 발표된 연구 결과를 검토해 구성했다는 이 식단에서 제시하는 고기 섭취량은 햄버거는 주 1회, 스테이크로는 월 1회 먹는 정도의 양이라고 한다. 과학저널과 의학저널에서 제시한 두 식단은 근본적으로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으며 실천의 핵심은 육류 섭취를 엄청나게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농업 부문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72~78%가 축산업에서 나오는 까닭에 육류 섭취를 줄임으로써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하고 생물 종 감소와 산림파괴를 일으키는 농지 확장을 막고 수자원을 보호하고자 함이다.

기후변화 대응, 우리 식탁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다. 반찬 투정이라 치부되던 고기를 향한 용기가 이제는 채식을 위해 필요하다. 지구와 인간을 위한 채식 투정을 부려보자.

 

이 글은 <함께사는 길 2019년 2월호>에도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