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 조장하는 공급 확대정책 책임자를 교체하라

– 가진 자들만 더 배불리는 주택공급정책 철회하라

– 어떤 경우에도 투기로 돈 벌 수 없는 근본적인 부동산정책을 실시해야

문재인 정부의 9번째 부동산 대책이 발표됐다. 적폐청산을 기대하며 문재인 정부를 지지했던 시민들은 집값 상승으로 인한 가정불화와 상대적 박탈감에 신음하고 있지만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또다시 투기 유발, 공급확대 대책이다. 더군다나 이번 대책에는 역세권 용도지역 상향, 상업지역과 준주거지역 용적률 상향 등 난개발과 토지거품을 더욱 유발할 수 있는 정책들이 포함됐다. 경기도 택지지구와 서울시 유휴부지에 주택을 공급해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주장이지만 사실상 허구에 가깝다. 1990년내초 200만호 공급을 제외하고, 이미 과거 신도시 개발, 택지개발 방식의 주택공급으로 집값이 안정됐던 사례는 없다. 공기업은 땅장사, 건설사는 집장사, 투기꾼은 시장교란으로 신도시 정책을 망쳐왔다.

경실련은 투기를 조장하는 공급확대책을 고수하는 김현미 국토부장관과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 등 부동산 정책 책임자를 교체할 것을 촉구한다. 더 늦기전에 토지공공성 철학과 이를 실현할 근본정책을 일관되고 지속적으로 추진해 실수요자 중심의 시장을 재편하지 않는다면 부동산 광풍은 꺼지지 않는다.

과거 정부들도 수차례 공급확대 했지만 건설사와 투기꾼 배만 불렸다.

노무현 정부 150만호, 이명박 정부 보금자리주택 150만호, 박근혜 정부 190만호. 역대 정부들이 택지개발을 진행하며 내세웠던 공공주택 공급목표이다. 그러나 현재 장기공공임대 주택은 100여만호에 불과하다. 특히 50년, 영구임대주택은 1993년 이후 공급이 끊겼다가 2009년 재공급되기 시작했으나, 공급량은 3.4만호에 불과하다(2009년-2016년). 2006년 1,600만채이던 주택수가 2016년 1,990만채로 증가하며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겼지만(102.6%) 자가보유율은 서울과 경기도는 모두 하락했다.

이는 신규 공급되는 주택의 대다수를 무주택자가 아닌 유주택자가 보유하기 때문이다. 국세청과 행정안전부의 ‘개인 부동산 보유 현황’에 따르면, 2007년 주택 보유 상위 1%(가격기준. 11만5천명)가 보유한 주택은 37만채였다. 1명이 평균 3.2채씩 보유한 셈이었다. 하지만 9년 사이 평균 보유 주택 수는 6.5채로 2배 늘었다. 상위 10%(138만6천명)로 확대할 경우 지난해 보유한 주택은 총 450만1천채, 평균 3.2채씩 보유해, 9년전 총 261만채, 평균 2.3채씩에 비해 1채씩 늘어났다. 공급을 확대해봤자 결국은 유주택자, 특히 상위 부동산부자들에게 돌아간 셈이다. 집값이 안정되기는커녕 더욱 올랐음은 물론이다.

전매제한을 강화한다고 해도 이러한 문제를 막기는 역부족이다. 참여정부당시 집값 폭등의 기폭제 역할을 했던 판교신도시의 전매제한은 이번 정부 대책보다 긴 10년이었다. 그럼에도 판교는 투기판으로 변질됐음을 기억해야 한다. 또한 전매제한은 정부가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다 보니 정부에 따라 늘리고 줄이는 등 정책 일관성이 없다. 문재인 정부가 최장 8년까지 전매제한을 강화한대고 해도 이것이 지속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보금자리주택역시 전매기한이 최대 10년이었으나 이후 대폭 단축시킨바 있다.

공공토지 민간매각 중단, 고장난 주택공급 시스템부터 바로 잡아라

정부가 과거 신도시와 같은 대규모 개발이 아니라 소규모 개발을 한다고 하지만 주택 공급 시스템은 여전히 주거안정보다는 투기의 장을 만들기 위한 구조이다. 정부와 민간이 절반정도씩 물량을 나누고 분양, 임대후 분양주택, 극소수의 장기 임대주택을 일정비율로 공급한다. 이러한 공급구조를 그대로 유지한 채 공급을 늘려봤자 결과는 뻔하다. 이러한 방식으로 공급됐던 2기 신도시는 주거안정은커녕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판으로 점철됐다. 토지 민간매각과 비싼 분양가로 인해 공기업은 땅장사를 건설사들은 집장사를 일삼아 왔다. 수십만호의 신도시 공급으로 이득을 본이는 결코 서민들이 아니다.

정부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이러한 잘못된 공급 구조를 전면 개혁하는 것이다. 시민들의 토지를 강제수용 해 민간에 팔고, 극소수만 이득을 보는 공급시스템을 중단하고, 공공자산 증가와 저렴한 주택공급으로 서민들의 주거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그간 과도한 권한으로 오히려 주거안정을 해쳐왔던 LH공사, 지방도시공사 등 공기업을 역할을 재조정하고 ‘집값 안정’이 아닌 ‘집값 잡기’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