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일극화는 지방을 압사시키는 망국적 현상으로 반드시 해결해야 할 국가 중대사이자 지방으로서는 운명을 걸어야 할 과제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와 관련된 최근 이슈에 대한 자유한국당 지도부와 TK 정치인들의 태도는 몹시 실망스럽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대표가 122개 공공기관 지방이전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지난 5일 ‘서울 황폐화 의도’라고 발언한 데 이어 어제(11일) 대구에 온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반대의사를 표명했음에도 TK 정치인 중 누구하나 지방의 입장에서 용기있게 말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김성태 대표의 발언은 지방의 고사 위기는 안중에도 없는 수도권 이기주의로 제1야당 대표의 발언치고는 너무나 편향적인 것이고, 김병준 위원장이 반대하는 사유들은 검토의 여지가 전혀 없지는 않으나 참여정부 시절의 같은 정책을 옹호했던 태도를 돌변할 정도로 타당하지는 않다는 점에서 실망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공공기관이 지방으로 이전한 후 나타난 문제들이 없지 않다. 직원들이 지역 정주율이 낮은 문제, 지역인재 채용이 부족한 점, 지방업체와 계약을 기피하는 점 등의 문제가 있는 것이 사실이므로 시민사회는 이를 지적하고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해 왔다. 그러나 지난 10여년 자유한국당이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적극적 대책을 마련, 추진했다는 얘기는 들어본 바 없다. 그래 놓고 이제 와서 이런 문제들 때문에 지방이전을 반대하는 것은 누워서 침 뱉기나 다름없고, 문제해결과 병행하여 지방이전을 추진할 수 있음에도 반대로 일관하는 것은 지방의 살길은 안중에도 없는 얄팍한 정략일 뿐이기 때문이다.

 

지역의 자유한국당 정치인들도 마찬가지다. 입만 열면 ‘대구가 지방분권의 발상지’ 운운해 온 이들이 실제로는 지방분권을 전혀 추진하지 않고 오히려 발목 잡아 왔으며, 공공기관 이전 문제에 대해서도 지역의 입장을 대변하기는커녕 당 지도부의 눈치나 살피는 보신주의에 빠져 있는 것이다.

 

자유한국당 지도부의 생각처럼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의 발언이 정략적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럴지라도 지방 고사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라면 지역민으로서는 반가운 일이다. 따라서 자유한국당은 반대만 일삼을 것이 아니라 이 대표의 발언이 정략에 그치지 않고 조속히, 제대로 실현되도록 노력해야 마땅하다. 자유한국당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해찬 대표의 허언에 불과했다면 더불어민주당은 막중한 정치적 책임을 져야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지금 중요한 것은 자유한국당이 이일 성사에 앞장서는 것이다.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이 일이 좌초된다면 수천만 지역민의 외면을 면치 못할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