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취와 수질오염,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불량 음식물쓰레기 퇴비 생산관리 일원화해야

 

이정현(환경운동연합 부총장,전북환경연합 사무처장)

본격적인 농사철을 앞둔 들녘, 농사 채비를 하는 농부의 걸음이 분주하다. 도시에서 나고 자란 사람도 마음의 고향 같은 곳이 농촌이다. 어려운 조건에서도 숙명처럼 땅을 지키고 먹거리를 생산하는 농부들을 보면 눈길이 머문다. 간혹 퇴비 거름 냄새가 나긴 하지만 ‘고향의 냄새’이겠거니 하면서 지나쳤다. 잘 삭은 거름은 땅을 거름지게 하고 식물을 잘 자라게 하는 양분이니까.

상상 초월, 음식물쓰레기 퇴비 악취와 침출수

그런데 ‘고향의 냄새’로만 덮어둘 수 없다는 민원이 이어졌다. 완주 화산과 무주 무풍 등 밭작물 재배가 많은 지역에 음식물쓰레기 수 백 톤이 들어오면 부터다. 직접 현장을 확인해보니 상상을 초월했다. 모두 충남 공주의 음식물처리업체에서 실어 온 것이다. 아무래도 감시가 허술하고 행정 체계 작동이 쉽지 않다는 점을 노려 도(道) 경계를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caption id="attachment_190102" align="aligncenter" width="640"] ⓒ전북환경운동연합[/caption]

완주군 화산면 대서마을 폐 축사에는 음식물쓰레기 퇴비 수 백 톤이 쌓여있었다. 숨쉬기 어려울 정도로 역겨운 냄새가 코를 찔렀다. 여기저기 썩은 물이 고여 있었으며 경사진 마당 빗물관으로 모여 농수로로 흘러들었다. 도랑은 뿌옇거나 노란 거품 띠가 일었다. 마을의 상징인 공동 우물까지 오염이 되었는지 우물 배수로에 녹조와 조류가 아주 심했다.

[caption id="attachment_190107" align="aligncenter" width="640"] ⓒ전북환경운동연합[/ca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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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너편 저수지 위 밭에는 작년에 받아 둔 퇴비가 비닐 덮개도 없이 그대로 있었다. 가재가 살았다던 저수지는 퇴비로 오염이 되었다. 이렇게 오염된 물은 만경강을 따라 새만금으로 흘러간다. 수 조원을 들여 수질을 정화한다면서도 이런 오염원은 나몰라 한다.

[caption id="attachment_190108" align="aligncenter" width="640"] ⓒ전북환경운동연합[/caption]

[caption id="attachment_190106" align="aligncenter" width="640"] ⓒ전북환경운동연합[/caption]

인근 지렁이 농장은 1차 처리된 음식물 쓰레기 퇴비와 톱밥, 하수찌꺼기를 같이 쓴다. 주민들은 새로 들어서는 지렁이 농장을 반대한다. 지금 운영중인 농장이야 어쩔 수 없지만 2배나 큰 농장이 들어온다는 데 걱정이 앞선다. 마을 이장은 ‘염불보다는 잿밥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며 지렁이 키우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돈을 받고 음식물을 처리하는 것이 목적 같다’ 고 꼬집었다.

지난 12월에 다녀왔던 무주 무풍면 밭에도 여전히 300여 톤 정도의 음식물 쓰레기 퇴비가 쌓여 있었다. 인근 농민들이 퇴비로 가져간다고 했지만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한 눈에 봐도 불량 퇴비, 무포장 공급이 더 문제

음식물 부산물 비료는 이물질 선별과 파쇄, 1차 부숙, 2차 부숙을 거쳐서 비료 품질 기준을 맞추어 포장 판매를 한다. 그런데 두 지역의 퇴비는 두 곳 모두 손가락보다 굵은 닭 뼈에, 색깔이 그대로인 콩나물, 폐비닐 등이 마구 섞여 있었다. 또한 음식물쓰레기 상태나 악취가 진동하는 것으로 보아 선별, 부숙 과정이 제대로 되지 않은 불량 퇴비일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caption id="attachment_190105" align="aligncenter" width="600"] ⓒ전북환경운동연합[/caption]

비료관리법에 따르면 음식물쓰레기 처리업체들이 농가에 무상으로 공급하는 부산물 퇴비는 성분을 표기하거나 포장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현장에서 시료를 채취해서 확인하지 못하면 외부 환경 노출을 이유로 기준치를 초과한 수치가 나와도 처벌을 할 수가 없다. 이렇다 보니 업체들이 비용을 줄이기 위해 제대로 처리도 안하고 산간 마을에 사실상 갖다버리는 일이 종종 일어난다. 반면 포장 비료는 악취도 없으며, 언제든지 비료 품질 확인이 가능하다.

음식물쓰레기 하루 처리량은 13,903t에 이른다. 이중 음식물쓰레기 퇴비화 시설에서 생산하는 퇴비는 매월 26,248톤, 이중 포장 규격화해서 유상 판매하는 퇴비량은 8,769t이며, 포장 없이 무상으로 나가는 퇴비량은 매월 17,479t 규모다. 포장 비료는 무상 공급이 유상 판매보다 2배가 넘는다. 잘 삭은 부산물 비료라도 적절한 양이 투입되어야 화학비료 대체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제대로 부숙되지 않은 유기질 비료에는 중금속·항생제·병원체 등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작물의 성장을 방해할 수도 있다. 따라서 음식물 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리하고 땅도 살릴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토양과 수질 등 국토의 환경관리 측면에서 중요하게 다뤄질 때

우선 정부는 무포장 퇴비 생산 공정 규격 및 품질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 여기에 폐기물관리법과 비료관리법으로 이원화 된 음식물쓰레기 처리와 퇴비 생산 행정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하는 공정은 환경부나 지자체가 담당하는 반면 퇴비 생산과 품질은 농업부서가 맡다보니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 적어도 음식물쓰레기가 퇴비나 사료로 처리된 이후 어디로 가는지 이용 형태를 파악해야 한다. 이는 토양과 수질 등 국토의 환경관리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다. 주먹구구식 음식물 쓰레기 자원화와 가축분뇨 퇴비화는 자원순환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우리가 먹고 마시고 먹고 버린 음식물쓰레기는 다 어디로 갈까. 그 종착역이 어디인지 확인했다. 우리가 쉽게 버리는 음식물쓰레기를 줄이는 것만이 가장 큰 해법이다.

하루에 음식물 쓰레기 3백 톤을 처리하는 시설에서 비닐류만 6톤이 나온단다. 게다가 병뚜껑이나 숟가락 같은 이물질이 너무 많아 분류하는 기계가 고장 나기 일쑤라니 버릴 때도 좀 더 신경을 써야 한다. 매립장에 묻지도 못하고, 바다 속에 버리지도 못하는 음식물쓰레기는 돌고 돌아 다시 우리에게로 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