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간 토건세력 대변인 노릇한 정부와 관료, 말로 하는 반성보다 정책변화에 나서라
분양원가 공개, 후분양제, 공공택지 매각 중단 등 즉시 할 수 있는 정책 시행해야
사업성 대신 정치논리로 추진되는 국책사업의 근본적 개혁이 필요하다
어제(29일) 국토교통부 관행혁신위원회가 ‘국토부 주요 정책에 대한 1차 개선권고안’을 발표했다. 국토부가 과거 잘못된 정책을 인정하고 개선 의지를 표명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 하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출범이후 1년이 지났으나 분양원가 공개, 공공 후분양제, 과표 정상화 등 법 개정 없이 정부 의지만 있으면 주거안정과 거품제거를 위해 추진할 수 있는 정책조차 시행하지 않고 있다. 국책사업 사업성 부풀리기에 대해서는 ‘사업내용의 효과와 타당성 검증’ 이라는 그동안 지키지 않았던 약속을 반복해 개선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수십년간 시민대신 토건세력의 대변인 노릇을 해온 정부와 관료가 말로만 반성 할 것이 아니라 권한내에서 즉시 시행할 수 있는 정책은 시행하고, 사업성 대신 정치논리로 추진되어 온 국책사업의 근본적 개혁을 통해 스스로 변화된 모습을 증명해야 한다.
법 개정 없이 할 수 있는 주택 개혁 정책 즉시 시행해야
정부가 잘못된 주택정책을 개선한다고 하지만, 여전히 임대주택 등록의무화,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도입에 대해서는 단계적 추진에 머물고 있다. 국회의 법 개정 없이 정부 의지만으로 시행할 수 있는 상세한 분양원가 공개에 대해서는 ‘노력’에 그치고 있으며, 후분양제와 강제수용한 토지를 민간에 팔아넘기는 땅장사에 대한 개선은 언급조차 없다.
김현미 국토부장관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상세한 분양원가 공개와 후분양 의지를 밝힌바 있다. 그러나 6개월여가 다되어 가는 지금까지 감감 무소식이다. 분양원가 공개는 국회의 입법 중단을 핑계대고 있으며, 후분양은 단계적으로 추진한다며 로드맵 수립에 허송세월하고 있다. 그러나 당시 국정감사에 참석했던 LH사장은 정부가 결정만 하면 즉시 후분양 시행이 가능하다며 추가적인 준비가 필요 없음을 인정한바 있다. 즉시 공공부문 후분양을 시행해 정상적인 주택공급체계로 소비자보호와 투기 근절에 나서야 한다. 이후 국회에서 발목잡혀 있는 민간아파트 후분양에 정부역시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분양원가 공개 역시 현행 법 만으로도 과거 61개의 상세한 공개가 가능한 만큼 국회의 정쟁을 핑계로 뒷짐지고 있어서는 안된다.
과거 수많은 신도시에서 주택을 공급했지만 주거 안정은커녕 투기의 장으로 변질된지 오래다. 멀게는 판교, 짧게는 위례, 다산, 동탄2 등 국민들의 땅을 강제 수용해 조성한 신도시가 공기업의 땅장사와 건설사의 집장사 수단으로 전락했다. 문재인 정부역시 주택공급을 위해 40개 지구의 택지지구를 공급할 계획이지만, 민간에게 토지를 팔아넘기는 적폐정책이 유지되는 한 주거안정은 불가능함을 명심해야 한다. LH공사도 더 이상 부채와 공기업 평가 핑계로 공공주택 사업 후퇴시킬 것이 아니라 자산재평가를 통해 재정건전성을 높이고 공공주택 사업을 적극 추진해 설립의 취지를 살려야 한다.
사업성 부풀리기 조작 근절위해 과거 엉터리 사업 전면 검증하고 추진절차 개선해야
이번 권고안에서는 아라뱃길과 4대강 친수구역 정책 등 국책사업 문제도 포함됐다. 아라뱃길의 경우 2조7천억원의 예산을 들여 개통했지만 KDI 예측대비 화물 물동량은 8.7%에 불과해 분석이라고 표현하기조차 민망한 수준이다. 아라뱃길 사업은 90년대부터 수차례 타당성조사를 시행하였지만 분석기관, 분석시점 등에 따라 그 결과가 다르게 나왔다. 이뿐만 아니라 정부가 시행하는 수많은 국책사업, 민자사업이 사실에 기초한 사업성 분석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성 부풀리기를 통해 사업성을 사실상 조작하는 것이 현실이다. 4대강 친수구역 사업 역시 엄격한 검증과 논의를 통해 국토균형발전 등을 위해 추진된 것이 아니라 부채보완을 통해 졸속적으로 추진됐다.
위원회가 추가의견으로 권고한대로 아라뱃길의 정책결정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한 연구기관이나 평가수행기관, 정책결정자들의 잘못된 점을 철저히 규명해 다시는 이러한 잘못된 관행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특히, 그간 사업성 없는 각종 사업이 대통령이나 지자체장 등에 의해 무분별하게 추진된 점을 개선하기 위해 관료의 권한을 대폭 줄이고 독립되고 책임부여를 할 수 있는 전문가들로 구성된 국책사업위원회를 신설해야 한다.
말로만 하는 과거 반성과 개선방향 제시는 쉽다. 지난 수십년간 서민들의 주거안정과 예산절감 대신 투기조장과 무분별한 국책사업 추진 등 토건세력의 대변인 노릇을 해온 정부가 변했음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말로하는 반성이 아니라 근본적인 정책 변화를 보여줘야 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