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제작소는 ‘더 나은 삶과 사회를 위한 다양한 삶의 모델은 없을까?’ 혹은 ‘일과 삶의 조화를 찾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시작으로 직장인 인생설계 프로그램 <퇴근후Let’s+>를 기획했습니다. 지난 11월 15일과 25일, 4~5회차 교육이 진행됐는데요. 수강생 이수진 님께서 후기를 보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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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5일 저녁 ‘퇴근 후 Let’s+’ 네 번째 만남이 있었다. 세 번째까지 만남이 나를 살펴보는 시간이었다면, 네 번째 만남은 다른 사람들의 삶을 통해 내 일을 돌이켜 보는 시간이었다. 이날은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고 계신 7분을 모시고 사람책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수강생들은 총 두 권의 사람책을 대출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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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삶에 대한 주도권 가지기

첫 번째 사람책으로 홍진아 님을 찾았다. 홍진아 님은 일주일에 이틀은 비영리단체를 연구하는 회사에 출근하고 사흘은 민주주의 활동가 그룹에서 일하고 있었다. 또한 저녁과 주말에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하니 열정이 넘치는 분이 틀림없었다. 처음부터 다양한 직업을 갖겠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올 초 다니던 직장을 퇴사하면서 여러 회사의 스카우트 제안이 있었는데, 지금 다니는 두 회사의 일은 모두 해보고 싶었다고 했다. 그래서 두 가지 일을 하면서 N잡러의 삶을 실험해 보기로 했다.
홍진아 님의 이야기 중 ‘일과 삶에 대한 주도권’이 기억에 남는다. 확신에 찬 목소리로 자신이 하는 일을 설명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매력을 느꼈다. 평소 봉사활동에 관심이 많은 나는 이러한 참여가 일에 대한 다양한 경험을 쌓게 해 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것이 내 일과 삶에 주도권을 가지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도 함께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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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진아 님

평가는 가치를 발견하고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하는 것

두 번째로 대출한 사람책은 노영선 님이었다. 노영선 님은 해외원조사업이 수월하게 진행되도록 지원하는 기관에서 일하고 계셨다. 업무 특성상 일의 내용을 세세히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관계에 대한 통찰력을 얻을 수 있는 자리였다. 평가 기관에 근무하면서도 평가의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는 이야기는 무척 인상적이었다. 평가는 하는 일의 가치를 발견하고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여야 한단다. 그동안 내가 평가에 대해 편견을 갖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평가를 정량적인 수치와 점수로만 여겨왔기 때문이다.
또한 노영선 님은 사람이라는 섬을 잇는 물과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하셨다. 사람을 잇는 일이란, 사람 간의 거리는 인정하면서 내면에 있는 마음이 물처럼 연결될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를 하는 게 아니겠냐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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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영선 님

‘하고 싶은 일을 할 권리’ 그리고 ‘결국은 사람’. 사람책들이 던진 메시지는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그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두 분과의 만남으로 평소 생각지 못했던 일에 관한 주도권을 살펴보게 되었고, 사람 간 이음에 대한 편견을 없앨 수 있었다. 사람책프로그램을 세 개의 단어로 표현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나는 이 세 개의 단어를 적었다. 고민 해결, 다짐, 역시 사람.

나와 우리 사회에 좋은 일 찾아보기

11월 25일 진행된 다섯 번째 교육은 4시간 동안 진행되었다. 두 개의 워크숍이 열렸는데, 첫 번째는 희망제작소에서 개발한 ‘좋은 일을 찾아라’ 보드게임이었고 두 번째는 진저티프로젝트에서 발간한 ‘어댑티브 리더십’에 관한 워크숍과 강의였다. 두 가지 모두 일과 조직이라는 공통점이 있어서 내가 속한 조직을 생각해볼 기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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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일을 찾아라’는 보드게임을 통해 내가 추구하는 일의 유형을 알아보고(1부), 우리 사회에 좋은 일이 확산할 수 있도록 필요한 정책이 무엇인지 논의(2부)할 수 있게 구성돼 있었다. 1부 게임에서는 내가 원하는 일 기준 카드를 선택할 때 이유를 설명해야 했는데, 덕분에 내가 어떤 직업적 가치를 갖고 있는지 돌아볼 수 있었다. 2부 게임에서는 좋은 일자리에 대한 시민의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회의시간, 눈치 보지 않고 말해본 적 있나요?

이어 진저티프로젝트의 ‘어댑티브 리더십’ 워크숍이 진행됐다. 나는 미리 책을 읽고 왔다. 내용 중 ‘조직과 자신을 균형 있게 다루고, 진단과 행동을 체계적으로 제시한 이 책을 만났을 때, 길을 잃은 사막에서 나침반을 만난 느낌이었다’라는 부분이 있는데, 워크숍에 관한 기대를 하게 했다. 물론 그만큼 좋은 시간이었다. 조직의 잘못된 관행 공론화를 뜻하는 ‘방 안의 코끼리’와 감정의 방아쇠를 당기게 하는 ‘내면의 현’은 조직 안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길잡이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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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한 조직의 회의문화를 돌아볼 수 있는 질문지 체크 시간도 있었다. 의사결정 시 자유롭게 발언한 적이 있었던가? 지금껏 다녔던 조직을 돌아보니 모두 비슷했다. 최근, 수평적 조직문화를 어떻게 이해하는 것이 맞을까 고민한 적이 있었다. 워크숍은 이에 관한 방향을 어느 정도 잡게 해 주었다. 질문지를 체크하다보니, 수평적 조직문화를 ‘선택의 여지’와 ‘공유’ 그리고 ‘회의진행자로서의 리더’로 이해하면 어떨까 싶었다. 의사결정을 통보하는 것이 아니라 공유하는 자리로 만들고, 회의의 리더(혹은 대표)가 진행자가 된다면 가장 수평적이고 건강한 조직일 것이다.

5회차 교육에서는 일에 관한 나의 가치관을 점검하고 변화하는 리더십을 살펴볼 수 있었다. 덕분에 가치 있는 일을 향한 나만의 작은 이정표를 만들 수 있었다. 남은 두 번의 교육에서는 어떤 메시지를 얻을 수 있을까?

– 글 : 이수진 퇴근후Let’s+ 수강생
– 사진 : 바라봄사진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