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에서 화제가 된 수자원공사 사과 기사

[기고]2018년 예산과 조직을 통해 본 4대강 복원의 가능성

국정감사 시즌에는 하루사이에도 여러 뉴스가 동시다발로 터져나온다. 4대강사업 행동대장 역할을 했던 수자원공사가 ‘4대강사업, 국민적 심려를 끼쳐서 반성’한다는 뉴스, 4대강사업에 앞장섰던 한 정치인을 현 정권의 교육부가 국립대 총장으로 추천해서 국무회의를 통과했다는 뉴스, 한강복원을 약속했던 서울시가 인천시와 손잡고 비밀리에 경인운하 연장을 추진한다는 뉴스 등을 접하면서 하루에도 몇 번씩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듯하다.

냉온탕을 오가면서도 2018년 예산안을 들여다보며 정신을 가다듬는다. 정부는 법과 예산으로 일을 한다. 예산 편성은 정부 조직이 앞으로 일년을 어떻게 보낼건지를 보여주는 척도다. 몇 가지 눈여겨볼 지점들이 보인다.

[caption id="attachment_184898" align="aligncenter" width="588"]포털에서 화제가 된 수자원공사 사과 기사 포털에서 화제가 된 수자원공사 사과 기사[/caption]

 

환경부, 4대강 복원 준비 시작

환경운동연합은 문재인 정부 임기가 시작하자마자 추가경정예산 편성 당시부터 4대강 복원 관련 예산을 반영할 것을 제안해왔다. 또한 우려된 것은 통상 다음연도 예산안을 5월 즈음 각 부처에서 마련하는데, 문재인 정부 임기가 시작될 당시 이미 이전 정부의 지향을 담은 예산안이 준비되어있을 것이라는 점이었다. 이렇게 되면 문재인정부 임기 5년 중 2년치 예산에 국정철학을 담는 일이 요원해지는 것이다.

4대강 복원을 위한 첫 단계 예산은 4대강재자연화민관위원회 운영 예산이다. 정부는 2018년 말까지 4대강 복원 방식 및 수위를 민관위원회를 통해서 결정하겠다고 밝혀왔다. 따라서 이 위원회를 서둘러 구성해야 몇 개의 보를 언제까지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한 방향이 결정된다. 이 예산은 ‘수질 및 수생태계 측정조사’ 사업에 ‘4대강 자연성 회복’이라는 항목으로 조사평가 등을 포함해서 약 73억 신규 편성되었다. 4대강 복원을 위한 최소한의 총알인 셈이다.

2016 2017(’17.6월말) 2018

예산안

예산액 예산

현액

집행액

[실집행액]

이월액 불용액 예산액 예산

현액

집행액

[실집행액]

이월액 불용액
본예산 추경
․4대강 자연성 회복 - - - - - - - - - 7,297

다음으로는 4대강사업을 집행하면서 변경된 취수시설을 재조정 하는데 필요한 예산이다. 정권 출범초기 정부 측에서 파악한 시설 조정예산은 약 250억 수준이었는데, 지난 8월 김은경 환경부 장관의 발언에 따르면 총 5천억 원 가량 소요될 것으로 검토된 듯 하다. 안타깝게도 이 예산은 2018년 예산에 일체 반영되지 않았다. 위원회 논의 후 결정한다는 것이 주요 취지인 듯 한데, 재자연화를 전제로 운영되는 위원회라면 최소한의 예산이라도 반영했어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2018년 말까지 재자연화 방안을 도출한다면 2019년 예산에도 반영되기가 어려울텐데, 이는 집권 3년차까지 재자연화를 위한 실질적인 집행 예산이 반영되지 않는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환경부는 4대강 복원을 준비하기 위한 최소한의 예산을 확보했고, 더디가는 듯 느껴지는 답답함은 4대강 복원을 염원하고 바라는 많은 이들이 마찬가지일 것이다.

[caption id="attachment_180391" align="aligncenter" width="640"]지난 6월 1일 일부 수문을 개방한 강정고령보 지난 6월 1일 일부 수문을 개방한 강정고령보 ⓒ환경운동연합[/caption]

 

국토부, 댐 예산 대폭 축소

4대강사업의 선봉에 섰던 국토부 수자원국 예산은 전년도 대비 1,345억 줄어즌 1조 6762억원이 정부안으로 제출되었다. 10년 만에 참여정부 수준의 예산으로 규모가 축소된 것이다. 양적으로는 참여정부 수준과 비슷해졌지만, 질적으로는 이마저도 차이가 난다.

우선 댐 예산이 대폭 축소되었다. 참여정부 당시 2000~3000억 수준이었던 댐 예산이 918억 규모로 추락했다. 이마저도 충주댐 치수능력증대사업 236억, 2018년 마지막으로 예산이 집행되는 평화의 댐 치수능력증대사업 131억을 제외하고 하면 기존 댐 유지관리 예산 479억만 남게 된다. 댐 예산이 축소된 것은 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줄인 것이 아니라, 더 이상 댐을 지을 곳이 없기 때문이다. 예산을 분석해보면 이미 박근혜 정부인 2017년 예산부터 댐 예산이 대폭 축소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댐 건설

댐 치수능력증대

수자원정책 용수공급및 개발 하천관리 및

홍수예보

총 예산
2007 240,595,000 8,700,000 121,420,000 1,250,281,000 1,620,996,000
2008 325,330,000 10,850,000 77,804,000 1,186,700,000 1,600,684,000
2009 384,838,000 13,300,000 69,755,000 1,848,500,000 2,316,393,000
2010 457,900,000 17,600,000 25,682,000 4,606,368,000 5,107,550,000
2011 324,584,000 18,060,000 18,800,000 4,656,716,000 5,018,160,000
2012 365,583,000 18,590,000 42,907,000 2,474,907,000 2,901,987,000
2013 472,144,000 21,369,000 38,673,000 2,199,276,000 2,731,462,000
2014 384,344,000 24,089,000 42,178,000 1,932,390,000 2,383,001,000
2015 375,224,000 27,347,000 69,131,000 1,801,409,000 2,273,111,000
2016 317,536,000 20,565,000 111,605,000 1,699,884,000 2,149,590,000
2017 135,086,000 20,254,000 104,550,000 1,550,886,000 1,810,776,000
2018(정부안) 91,820,000 21,453,000 92,071,000 1,470,871,000 1,676,215,000

하천관리 예산의 경우 참여정부보다 2~3천억 증가한 1조 4708억이 정부안으로 상정되었고, 이중 수자원공사 부채 원금 및 이자지원예산이 3,150억, 4대강 16개 보 관리 예산이 1,412억원이다. 국회예산정책처에서 환경부 생태하천정비사업과 중복사업으로 지적받은 지방하천정비사업 5,555억을 제외하면, 국가하천정비 3,567억 등 기본적인 관리예산만 남게 된다. 수자원국의 존재 근거 자체가 흔들리는 수준이다.

 

여전히 제2, 34대강사업 예산이 남아있다

4대강사업은 신규댐 건설 계획이 고지되지 않은 2007년 댐장기건설계획 이후 새로운 먹거리사업이 필요했던 수자원 업계의 필요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불도저식 리더쉽이 만나서 만들어낸 합작품이었다. 수자원 업계는 여전히 신규사업을 발굴하기 위해서 혈안이다. 신규댐 사업의 불씨를 살려놓기 위한 시도가 몇 가지 눈에 띄는데, 바로 남강댐과 댐희망지공모제 사업이다.

남강댐 치수능력증대사업의 경우 총 3,806억원 규모의 사업으로 상류에 예정된 지리산댐이 추진될 경우 효용성이 없는 사업인데다가 홍수 시 방류시킬 방수로 배분 문제조차 협의되지 않은 상태에서 첫발부터 내딛겠다며 무리한 사업이 상정되었다. 댐희망지공모제의 경우 국자차원에서 더 이상 댐을 지을 곳이 없어지자 지자체로부터 공모 접수를 받아서 심사가 진행중이다. 총 22개 댐 중에 서류심사를 통과한 6개 댐에 대한 심사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읍면단위의 대상지에 유지용수 등을 목적으로 하고 있어서 상당부분 타당성이 매우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들 댐 또한 하나당 300~800규모의 예산이 책정되어있다.

 

정권 교체와 예산의 변화

2018년도 예산안을 보면서 활동가들 사이에서는 정권이 바뀌어도 예산은 변화가 없다는 씁쓸한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정권교체라는 것은 관료사회와 기존의 경제 구조 99%속에 선출된 정치세력 1%가 비집고 들어가는 일이다. 정부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조정되는 비율이 약 1%라고 하는데, 정권이 교체된 상황에서 10%를 바꿀 수 있으면 세상을 많이 변화시키는 것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이번 예산에서 또 눈여겨볼 중요한 부분은 SOC예산이 22조원에서 17.7조원으로 감소한 것이다. SOC예산 감소 자체를 환경적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렵겠으나, 상당수 SOC사업이 환경파괴로 이어지는데다가 복지 및 일자리예산에 대한 투자 증대로 이어진다는 면에서 의미있는 사회의 변화라고 볼 수 있다. 이번 SOC예산 감소는 해마다 과다편성되어 다음해로 이월하는 이월율이 30%에 이르는 상황에서 재정의 합리적 편성 기조가 반영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부문 본예산

(A)

전년이월

(B)

예산현액

(A+B)

집행액 이월액(C) 불용액 예산현액 대비 이월율(C/A+B)
합계 101,415 21,523 122,938 86,455 36,337 146 29.6
도로 12,124 3,426 15,550 11,122 4,420 8 28.4
철도 68,782 13,282 82,064 55,921 26,100 43 31.8
공항·항공 134 5 139 132 7 - 5.0
수자원 8,393 1,985 10,378 7,772 2,593 13 25.0
산업단지 1,341 788 2,129 1,410 706 13 33.2
지역도시 5,153 1,813 6,966 4,440 2,489 37 35.7
물류 등 기타 5,488 224 5,712 5,658 22 32 0.4

 

더디지만 시작된 변화

여전히 녹조가 창궐하고, 물고기의 숨이 헐떡거리는 강을 보면서 마음으로는 저 보를 금새 부수고 낙동강과 금강, 영산강과 한강이 굽이굽이 흘러 바다로 가는 상상을 한다. 답답한 마음을 안고 다시금 돌아보니 이제 겨우 새 정부가 출범한지 5개월이 되었을 뿐이다. 적폐청산을 내걸고 국민의 힘으로 힘차게 시작한 이 정부가 하루빨리 성과를 내주기를 고대하고 있지만 10년동안 거꾸로 온 정책이 하루아침에 제자리를 찾기 어려운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당장 성과를 내기 어렵더라도 역할을 다한 조직을 정리하고, 4대강 복원의 가능성을 열어줄 예산을 차분하고 끈질기게 요구해나가야만 한다. 운동이 멈추는 순간 가능성도 멈춘다 믿으며 4대강이 복원되는 순간까지 환경운동연합의 역할을 상기하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본 글은 2017년 11월 호 함께사는 길에도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