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청년학생실천연대 종교개혁500주년 성명서

종교개혁정신을 희롱하는 교계적폐를 우리의 손으로 몰아내자

1517년 10월 31일에 비텐베르크성 교회 대문에 마르틴 루터가 ‘95개조 반박문’을 게시했다. 이는 물질과 권력의 중심이 되었던 중세시대 가톨릭의 파렴치한 신성모독에 대한 항의였다. 이 반박문은 2주 만에 신성로마제국 전역에 퍼지고 한 달여 만에 유럽 전체 지역에 퍼지면서 종교개혁의 신호탄이 되었다. 이 사건은 종교 개혁과 개신교의 시작을 알린 신호탄이며 중세 유럽을 끝내고 근대 사회를 연 시발점이기도 하였다. 이 물결은 장 칼뱅과 울리히 츠빙글리, 존 웨슬리, 그 외에도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종교개혁가들에게 영향을 주었고 당시 사회의 종교적, 제도적, 경제적 모순을 저항하는 ‘프로테스탄트’들을 일으켜서 들불처럼 번져나갔다. 이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종교개혁의 역사이다. 한국의 개신교회는 19세기 들어 선교사들의 방한으로 세워지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들어온 서구의 문물들은 조선의 근대화에 이바지하였고 소외받았던 민중들이 하나님 앞에 만민이 평등하다는 사상을 심어주었다. 이후 일제강점기에는 민족의 자주독립과 해방을 위해 헌신한 수많은 독립 운동가를 배출하였고 1919년의 3.1운동 등 민족독립활동의 주체적인 역할을 감당하였으며 이로 인해 일제의 잔혹한 탄압을 겪어야 했다. 해방과 한국전쟁을 거치며 들어선 독재군사정권에 항거하여 수많은 평신도들이 피와 땀과 눈물로써 민주화운동에 헌신하였고 개발독재시기에는 자본가들의 착취와 노동운동 탄압에 맞서 불의한 현실로 고통 받는 노동자들의 편에 서서 기독교인의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려는 산업선교가 태동하였다.

종교개혁 500주년이라 한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교회의 현실은 이러한 가치와 정신을 온전히 계승할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한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권력을 가진 목회자와 장로들을 포함한 구시대적 가치관에 갇힌 소수의 금수저들이 한국교회를 자신들의 기업(企業)으로 전락시켰다. 그들의 성곽에서 쫓겨난 자들은 누구인가? 하루하루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 피땀 흘려 일하는 노동자·농민들이었고 하루마저도 어떻게 먹고 살아가야 할지가 막막하던 빈민들이었다. 학업경쟁시대에 치이는 청년·학생들이었고 교회에서 헌신하되 인정받지 못하는 여성들이었다. 그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우리나라로 이주해 온 외국인들 중 특히 종교권이 다른 이주민들, 성에 대한 다른 인식을 가졌던 성소수자들, 누구든지 사람답게 살고자 헌신하던 진보인사들까지, 아니 일일이 열거하지 않더라도 더 많은 다양한 이웃들을 한국교회는 색안경을 끼고 그들만의 잣대를 들이대 내쫓으며 ‘자신들만의 거룩한 성전’을 쌓아올리는 데 급급했다. 그나마 그 성에 남은 사람들은 온전할 수 있었던가? 교회에서의 설교에는 더 이상 ‘이웃의 삶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남아있지 않았다. 극우권력층을 향한 굴종과 아첨으로 대형교회 장로를 대통령으로 세우고 민중들을 탄압한 유신의 딸을 대통령으로 세웠다. 내부적으로는 당회 및 내부조직을 통해 성도들의 눈과 귀를 가리고 교회의 통제에 따르게끔 강요했다. 교회직분을 놓고서 매관매직이 적나라하게 일어났었고 공동체의 재정은 남몰래 그들의 것이 되었다. 세월호 참사는 하나님의 뜻이라며 방관하거나 유가족들을 폄하하였으며 백남기 농민의 물대포 사건과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의 구속, 최근 시민들의 촛불집회까지 정신 차리지 못하고 그들을 ‘빨갱이’로 몰아가는 ‘매카시즘’으로 자위하기 급급해왔다. 그들의 뿌리를 들춰보면 친일이 난무하던 일제강점기부터 지금의 대한민국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 하나 성한 것이 보이지 않는다. 이것이야 말로 한국교회의 역사이자 현실이었다.

신학생시국연석회의의 시국선언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인신공양 사교의 무당을 그 자리에서 끌어내고 신전을 폐하는 것이 우리에게 요구되는 하나님의 선교로의 참여하는 것’이라고. 여기서 인신공양의 사교와 무당은 기독교계에는 누구인지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지난 촛불혁명시기에는 그것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일당들을 가리켰던 말이라면 이제 오늘의 한국교회에서는 물질만능주의와 개인이기주의로 뭉쳐진 번영신학과 제국주의적이며 사회성이 결여된 근본주의의 끔찍한 ‘혼종’이 그 대상일 것이다. 촛불혁명으로 우리 시민들은 부패했던 정권을 끌어내렸듯이 이제 우리 평신도들이 종교개혁의 정신을 온전히 받들어서 한국교회를 벼랑 끝으로 내몰고 호의호식을 누리고 있는 교계적폐들을 청산해야 한다. ‘그들만의 잔치’를 끝장내고 ‘누구나 함께 조건 없이 누릴 수 있는 평화의 식탁자리’를 만들어서 복음이 사회와 괴리된 ‘허공에 매인 십자가’가 아님을 선포해야 한다. 총회와 당회의 독재를 끝내고 평신도가 한국교회를 견인할 수 있는 민주주의가 ‘평신도 교계참여정치’로 하루속히 정착되어야 한다. 권력에 대한 아첨과 혐오조성에 앞장선 과거를 참회하고 가장먼저 앞장을 서 버려진 이웃들을 찾아내어 누구든지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복음적인 세상을 누릴 수 있도록 헌신해야 한다. 그것이 종교개혁 500주년에 어울리는 믿음의 선조들의 간절한 호소이자 이 시대의 참된 길임을 가르치시는 하나님의 부르심이다. 이제 우리가 다 함께 ‘교계적폐 청산하여 종교개혁 완수하자’를 힘차게 외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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