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인의 글

 

이미진 | 건국대학교 행정복지학부 사회복지전공 교수

 

촛불혁명의 결과 문재인 정부가 탄생하였고 그 후 100여 일이 지났다. 소위 말하는 정부출범 100일 이내의 허니문 시기에도 적폐세력의 공격은 끊임없이 이어졌지만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는 80%를 상회하고 있다. 이는 대통령 개인에 대한 지지를 넘어선 것으로, 적폐청산과 새로운 대한민국을 건설하고자 하는 시민들의 열망, 굳건한 의지가 투영된 것으로 보인다. 나라다운 나라,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가 복지국가가 되어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에 대한 대다수 국민들의 찬성, 부자 증세에 대한 우호적인 분위기 등 실로 복지국가를 건설하기에 좋은 호조건에 놓여 있다. 복지동향 9월호에서는 복지국가의 건설을 위해 ‘사회서비스’ 전달체계의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의 과제는 무엇인지를 기획주제로 선정하여 세 편의 글을 선보인다.

 

첫 번째, 사회서비스 전달체계의 문제점과 과제를 짚어 본 남찬섭 교수의 글을 소개한다. 이 글은 사회서비스 전달체계의 변화를 역사적으로 간략하게 조명하고 그간의 정책적 노력이 실패했음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주고 있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는 국가의 고른 발전을 위한 자치발전과 균형발전의 제목 하에 주민 직접참여 제도 확대 및 마을자치 활성화, 읍ㆍ면ㆍ동의 찾아가는 보건복지서비스 강화를 제시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아직 발표되지 않아 예단하기 어렵지만 여러 가지 우려할만한 지점을 예리하게 짚어내고 있다. 현 전달체계의 복잡성, 즉 파편화ㆍ분절화되어 있고 공-사 역할분담이 명확하지 않은 등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한 고려 없이는 읍ㆍ면ㆍ동의 찾아가는 보건ㆍ복지 서비스 강화 정책은 성공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또한 주민의 직접적인 참여라는 미명 하에 국가의 적극적 의무는 희석되고 민간자원의 동원, 과도한 개인정보 수집ㆍ처리를 통한 대상자 발굴 등으로 이어지지 않을지에 대한 합리적 의심을 제기하고 있다.

두 번째, 사회서비스 산업화 전략의 예견화된 실패를 구체적인 통계수치를 통해 생생하게 기술한 양난주 교수의 글이다. 우리나라 사회서비스의 본격적인 발전은 2007년 사회서비스 공급을 ‘바우처’ 방식으로 재정을 지원함으로써 개시되었으며, 복지보다는 일자리 창출을 위한 “산업화” 전략의 기획 하에 이루어졌다. 사회서비스를 공급하는 기관이 지난 10년간 1,802% 증가하였지만 저조한 일반구매 실적과 저임금 시간제 일자리의 양산이라는 양적으로만 확대된 초라한 성과를 거두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국민의 삶에 대한 국가책임을 사회서비스 정책을 통해 구현하게 되기를, 사회서비스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도 ‘비정상화’된 사회서비스 정책의 ‘정상화’가 필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세번째, 지역사회서비스의 10년을 제도화와 보편화의 틀로 평가하고 문재인 정부의 과제를 제시한 김보영 교수의 글이다. 지역사회서비스는 시장방식을 통해 제도화ㆍ보편화되었지만 개인의 욕구에 따라 통합적으로 서비스를 보장하는 체계가 구축되지 못하고 정보력이 떨어지는 사람은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는 문제가 존재함을 지적하고 있다. 욕구 중심의 보편적 서비스 제공과 제도적 보장이라는 과제를 완수하기 위해서는 현재와 같은 저소득층 중심의 선별적 서비스 제공과 임의적 시혜방식을 뛰어넘는 개혁이 필요하다. 이 글에서는 찾아가는 동주민센터의 확대를 모토로 한 문재인 정부가 복지생태계라는 이름으로 민간자원의 동원에 더욱 주력할 수 있다는 점에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제도의 효과성을 증진시키기 위해서 전달체계의 개편은 필수적인 개혁 과제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동향에서는 국가유공자 처우에 대한 정책과 우리 삶의 필수적 요소이나 그동안 사회복지계에서 관심을 기울이지 못하였던 에너지 빈곤과 에너지복지를 살펴본다. 복지톡의 비정규직 노동자와 사회안전망 역시 매우 중요한 영역임에도 사회복지 정책적 관심이 부족했음을 일깨우는 시간이 되리라고 기대된다.

우리 모두는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바란다. 우리의 이런 바람은 무조건적인 찬양과 박수가 아닌, 나라다운 나라, 새로운 대한민국의 주춧돌을 굳건히 세움으로써 복지국가에 한 걸음 더 가까이 가고자하는 열망에 기인한다. 비판을 넘어 새로운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 이 시기, 시민들의 지혜와 관심, 애정이 더욱 필요한 시기이다. 복지동향이 새로운 복지국가 건설에 대한 열띤 토론과 건설적 대안의 논의에 불을 붙이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