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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교과서 부역자에 대한 인적 청산, 더 이상 미룰 일이 아니다
1. 최근 교육부의 김연석 과장이 인천의 한 중학교 교장으로 발령이 났다가 철회된 것을 두고 일부 보수 언론을 비롯해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두 야당이 ‘전 정부의 정책을 맡았던 실무 공무원에게 인사 불이익을 주었다’고 호들갑을 떠는 코미디를 연출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4월 한국교원대학교 사무국장 발령을 받았다가 학교 구성원들의 강력한 항의를 받자 이준식 전 교육부 장관이 학술원으로 전보 조치한 박성민 부단장까지 거론하며 두 사람을 정권교체의 피해자로 둔갑시키는 파렴치한 작태를 보이고 있다. 두 야당과 보수 언론은 두 사람을 국가공무원법상 ‘성실 의무’와 ‘복종의 의무’ 규정에 따라 주어진 업무를 성실히 수행한 ‘실무 공무원’으로 정의하며, 이들에 대한 발령 취소나 전보가 선량한 공무원들에 대한 정치 보복이라고 주장한다. 자유한국당 전희경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공무원제의 근간을 뒤흔드는 일’이라는 망발도 서슴지 않는다.
2. 우리 헌법 7조는 “공무원은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라고 하여, 공무원의 법적 지위·책임·신분과 정치적 중립성 등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다. 공무원은 그 임용주체가 국민이고, 그 직무가 공공성을 띠기 때문에 특정인이나 특정의 당파·계급·종교·지역 등 부분이익만을 대표하여서는 아니 되고, 국민전체의 이익을 위하여 봉사해야 한다. 국민은 국가권력을 이들에게 신탁(信託)한 주권자이기 때문에, 공무원은 국민의 공복(公僕)이어야 하는 것이다.
3. 한국갤럽이 작년 12월 2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국정 역사교과서 추진을 찬성한다는 응답자는 17%에 불과했다. 반대 의견이 67%, 유보한다는 답변이 15%로 나타났다. 국정교과서 현장 검토본이 공개된 후 여론조사에서 내용이 적절하다는 반응은 11%에 그쳤고, 71%는 부적절하다고 응답했다. 국민 절대 다수가 국정교과서 추진 자체에 반대하고 서술내용 또한 부실하다는 데 동의한 것이다.
4. 이런 여론조사 결과를 접하고서도, 교육부 고위 공무원인 두 사람이 지난 2년 동안 박근혜 정권이 밀어붙인 국정교과서 정책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사실을 되돌아보면, 이들이 ‘국민의 공복’이 아니라 ‘정권의 충견’이었음을 알 수 있다. 이들은 결코 ‘선량한 실무 공무원’이 아니라, 중립의무를 저버리고 주권자인 국민의 뜻을 거역한 ‘불량한 어용 공무원’이었던 것이다.
5. 김연석은 박근혜 정권이 국정화를 강행하던 2015년, 역사교육지원팀장, 국정화 추진 비밀 T/F팀 기획팀장, 역사교육정상화추진단 기획팀장을 연이어 맡았던 인사이다. 그가 거쳐 간 조직은 총리령으로 급조된 것으로 국정교과서 제작을 위해 만든 기구들이었다. 특히 그는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공무원임에도 불구하고 2015년 국정감사 당시에 새누리당 강은희 의원에게만 기존 한국사 교과서를 좌편향으로 정의한 ‘색깔론 보고서’를 작성해 몰래 전달하기도 했다. 직속상관인 장·차관의 결재도 받지 않은 이 행위에 대해,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 교문위원들은 공무원이 정치적 중립성을 위반한 것이라고 강력 항의하고 질책한 적이 있다.
6. 박성민 역시 역사교육정상화추진단 부단장으로 국정교과서 추진의 핵심 인사였다. 고위 공무원 신분인 박성민은 새누리당 전희경 의원의 주관한 국회 토론회에 참석하여, 자신이 부임한 후 1년 동안 국정교과서 작업을 총괄하면서 ‘전혀 부끄럽지 않게 작업했다’고 말했다. 학계의 ‘국정교과서가 오류투성이의 균형감각을 상실한 편향적인 역사책’이라는 비판에 대해서는 공연히 ‘시비를 건다.’며 조롱했다. 게다가 역사교사들이 수능 필수가 아니라서 ‘설렁 설렁 수업을 한다.’거나 학생들이 ‘촛불집회 한다니까 우르르 가서 막 이야기한다.’ 등의 막말로 국민들의 민주화 열망 속에서 진행되는 촛불집회를 폄하하고 역사교사들과 학생들을 모욕했다. 박성민 역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심각하게 위반한 대표적인 인사다.
7. 지난 3월 17일 대구지방법원은 문명고등학교 학부모가 낸 ‘연구학교 지정처분의 효력 정지 신청’을 인용하였다. 법원은 문명고가 국정교과서를 주교재로 하여 역사수업을 진행함으로써 학습자인 학생들의 인격발현과 학부모의 자녀교육권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하면서, 그 근거로 학생의 학습권 및 학부모의 자녀 교육권은 결코 희생되어서는 아니 되는 “헌법상 보장되는 중요한 기본권”이라는 점을 들었다. 불법, 탈법, 위법, 꼼수로 점철되었던 국정교과서 제작에 충성을 다한 김연석과 박성민은 ‘헌법 가치’인 학생의 ‘학습권’과 부모의 자녀에 대한 ‘교육권’을 침해하는 데 일조한 ‘범법자’인 것이다.
8. 최근 문재인 정부의 각 부처는 과거 정부의 정책 중 국민의 의견을 무시하고 진행했던 정책을 되돌아보고 같은 실수를 방지하기 위한 TF를 꾸리고 있다. 외교부는 ‘한·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TF’를, 통일부는 ‘정잭 검증 TF’, 문체부는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원회 TF’를 각각 구성했다. 심지어 국정원도 ‘국정원 적폐청산 TF’를 구성해 이전 정권의 적폐를 밝히는 데 온힘을 기울이고 있다.
9. 반면 ‘역사쿠데타’의 주역인 교육부와 국사편찬위원회는 대 국민 사과는 물론 적폐 청산을 위한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준식 전 장관은 어떤 정치적 책임도 지지 않고 퇴임사에서 ‘국정교과서가 최선은 아니었다.’는 한마디만을 남기고 다시 서울대 명예교수로 돌아갔다. 이영 전 차관은 퇴임식에서 국정교과서를 추진했던 시기를 ‘힘들었지만 보람 있는 시간’이라 말하고 한양대 교수로 돌아갔다. 전 교육부 차관 김재춘 역시 현재 한국교육개발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10. 교육부뿐만이 아니다. 집필진 구성, 집필기준 작성, 그리고 탈법 감수에 이르기까지 모든 실무를 맡았던 국사편찬위원회의 진재관 편사부장, 박덕호 역사교과서 편수실장도 국정교과서 폐기 이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은 바뀌었지만, 국정화에 찬성하였던 뉴라이트 성향의 위원들은 아직도 뻔뻔스럽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들은 출세를 위해 기꺼이 정권의 ‘충견’이 되어 주권자인 국민이 반대하는 국정교과서 정책을 밀어붙임으로써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고 국민의 혈세를 낭비한 ‘역사의 죄인’이다.
11. 그러는 사이 국정화 추진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교육부 관료들은 오히려 승승장구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 ‘범법자’들을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이 나서서 비호하고 있는 형국이다. 교육부와 국사편찬위원회는 시대착오적인 야당과 보수언론의 눈치를 볼 것이 아니라, 국정교과서 부역자에 대한 강도 높은 인적 청산을 함으로써, 교육적폐 청산을 바라는 국민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끝>
2017년 8월 21일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