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법 실무교육 수강 후기

안지희 회원

 

변호사시험을 치르고 방황하던 어느 날 민변에서 노동법 실무교육을 실시한다는 공고를 보았습니다. 노동법 공부를 해야 하는 줄 어떻게 알고, 할 일 없는지는 어떻게 알고 이런 찰떡같은 기획을 마련하셨는지. 감탄하며 회원신청서를 다운받은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교육도 끝나버렸습니다.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 밤에는 노동법 실무교육 덕분에 외롭지 않았는데, 아무 일정이 없는 화요일 저녁이 왠지 쓸쓸합니다.

1강부터 10강까지 모든 강의가 각자 훌륭했는데, 어떻게 후기를 작성해야 하나 난감합니다. 변호사님들의 강의력이 훌륭해서, 경험담이 재미있어서, 강의 자료가 좋아서…등등 강의마다 워낙 특색이 있어 하나씩 언급하기에는 자칫 길어질 것 같습니다. 전반적으로 강의를 들으면서 좋았던 점들을 편하게 털어놓음으로써, 강의를 준비해주신 변호사님들과 간사님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올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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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게 2017년 3월은 앞으로 어떤 법조인으로 살아갈지를 고민하는 귀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막연하게 공익변호사가 되겠다는 생각을 구체화하고, 그동안 수험공부에 치여 미뤄두었던 노동문제를 나름대로 깊이 고민해보고 싶었습니다. 노동법 실무교육은 이런 시기에 필요하고도 유익한 강의였습니다. 수업 중간 중간에 선배 변호사님들께서 갖고 계신 문제의식과 고민들이 저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되어 더 많은 생각을 해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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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에서 현장에 가보니 비로소 서면을 제대로 쓸 수 있었다는 말씀이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의뢰인이 하는 말만 듣고 서면을 작성하기 보다는, 직접 의뢰인이 일하는 곳에 가서 의뢰인이 어떤 일을 하는지 살펴보면 변론준비에 많은 도움이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기록에 답이 있다.’ 시험을 볼 때는 그러했더라도 변호사가 되고나면 의뢰인과 함께 현장에도 가볼 수 있어야겠다고. 그렇게 조금 더 따듯하고 실력 있는 변호사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또 어떤 주장을 펼치기 전에 왜 그래야만 하는지 생각하기를 게을리 하지 말라는 조언도 마음 깊이 새겼습니다. 철저하게 노동자의 입장에서만 생각하다가 빠지게 될 수 있는 오류를 항상 경계하라는 취지의 말씀이었습니다. 노동법을 공부하다가 분노가 치밀어 오르고 세상이 왜 이 모양이냐고 상처받을 때가 있는데, 거기에서 나아가 이성적으로 접근하는 연습이 부족했다고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여태까지는 당연하다고 생각해온 것들에 대해서, 이번 실무교육을 통해서 왜 그래야만 하는지 스스로 묻고 답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했습니다. 이런 시간이 쌓여 언젠가는 저도 선배님들의 지혜를 닮는 날이 오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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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변 가입 후 처음 참석했던 탄핵 촛불집회부터, 최근에 참여했던 강북월례회까지. 여러 기회에 변호사님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그 모든 시간이 즐거웠지만, 노동법 실무교육은 그중에서도 가장 깊게 변호사님들과 소통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2시간 동안 준비된 강의를 듣는 것만으로 선배 변호사님들의 후배들에 대한 따뜻한 마음이 전달되었습니다. 교육과정에서 배운 것들 열심히 복습해서, 그동안 변호사님들께서 짊어지신 무거운 짐을 후배로서 조금이라도 함께 들어드리고 싶다고 한다면 감사한 마음이 표현될까요. 2017년 3월 노동법 실무교육을 들었던 서초의 따뜻한 봄. 항상 기억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