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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초고령화 사회를 대비한 지역 포괄 케어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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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초고령화 사회를 대비한 지역 포괄 케어 시스템

익명 (미확인) | 금, 2016/04/22- 14:41

안신숙 희망제작소 일본 주재 객원연구위원이 전하는 일본, 일본 시민사회, 일본 지역의 이야기. 대중매체를 통해서는 접하기 힘든, 일본 사회를 움직이는 또 다른 힘에 대해 일본 현지에서 생생하게 전해드립니다.


안신숙의 일본통신 41

초고령화 사회를 대비한 지역 포괄 케어 시스템

일본은 지금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지난해 전체 고령화율(65세 이상의 인구 비율)이 26.5%로, 시마네현등의 일부 현에서는 30%를 넘어섰다. 또한 50% 이상의 고령화율인 한계 마을이 전국에 1만 개를 넘어서고 있다. 이대로 가면 2050년대에는 인구 2.5명 중 1명이 65세의 고령자가 되고, 4명 중의 1명이 75세의 후기 고령자가 되는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게 된다. 한국 또한 이미 65세 이상의 고령자가 662만 명을 넘어 13.1%의 고령화율을 보이고 있으며, 그 진행 속도가 급속히 빨라져 2060년에는 40%의 고령화율이 예상되고 있다.

일본 고령자 인구수와 비율의 추이

2012년 2015년 2025년 2050년
65세 이상
고령자 인구수(비율)
3,058만 명(24.0%) 3,395만 명(26.8%) 3,657만 명(30.3%) 3,626만 명(39.4%)
75세 이상
고령자 인구수(비율)
1,511만 명(11.8%) 1,646만 명(13.0%) 2,179만 명(18.1%) 2,401만 명(26.1%)

이런 측면에서 일본은 우리에게 생산인구의 감소와 고령자의 증가가 사회 전반적으로 어떤 문제를 불러오고 있는지, 해결할 과제가 무엇인지 예측할 수 있는 소중한 모델이 된다. 일본 내각부가 발표한 2013년 고령자 백서에서 몇 가지 자료를 추출해 보면 현재 일본 사회가 안고 있는 고령자들의 문제를 추측해 볼 수 있다.

· 사회보장비 지출이 급증하고 있다. (2010년도 사회보장비 103조4879억 엔, 국민소득의 29.6%)
· 전 세대의 41.6%가 고령자를 포함하고 있으며 그중 과반수가 고령자만의 세대다.
· 고령자 중 여성의 21.3%, 남성의 12.9%가 혼자 살고 있으며 이는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 고령자 1인 당 평균 소득은 연간 약 197.4만 엔으로 공적연금이 총소득의 약 70%를 차지한다.
· 고령자의 약 90%가 현재의 주거에 만족하고 있으며 몸이 쇠약해진 후에도 계속 자택에 머물고 싶어한다.
· 고령자의 절반 이상이 건강 이상의 증세를, 5분의 1 이상이 일상 생활에 영향을 받고 있다.
· 고령자의 요개호자(와상, 치매) 수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75세 이상의 비율이 높다.
· 74%가 정년 이후 계속 고용되었으며, 65세 이상의 고용자수도 340만 명이다.
· 2008년 고령자의 약 60%가 그룹활동에 참가하고 있으며 70%가 그룹활동에 참가할 것을 희망한다.
· 학습활동에 참가하고 있는 고령자는 약 17.4%, 건강과 스포츠 관계 활동에 참가하는 고령자는 47.5%다

시설 케어에서 재택 케어로

위의 표가 말해주는 것처럼 고령화 사회의 가장 심각한 과제는 역시 개호 문제다. 요개호자(와상, 치매) 수는 2000년 218만 명에서 2013년 564만 명으로 13년 간 약 2.6배 늘어났다. 전통적으로 이를 부담해 왔던 가족의 개호력은 계속 약화되고 있다. 특히, 혼자 사는 고령자, 고령자 부부만의 세대가 급속히 증가하면서 개호 난민이 급격히 증가해 왔다. 이에 정부는 요개호자 생활시설인 특별양호노인홈(공적인 노인 개호 시설)을 대대적으로 확충해 왔다. 하지만 늘어나는 수요를 따라 잡지 못해 대기자수가 52만 명(2014년 기준)을 넘는다. 더구나 공적인 시설은 저소득층, 요개호도가 높은 사람이 우선 이용대상이라 일반 가정에서는 집에서 돌보거나 비싼 유료 노인홈(기업 등 민간단체가 영리목적으로 제공하는 노인 개호 시설)을 이용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10여 년 전부터 서서히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노멀라이제이션(normalization) 이념의 확산으로 고령자 복지는 시설케어에서 재택케어를 중심으로, 또 자신이 살던 지역에서 여생을 보낼 수 있는 지역케어가 새로 모색되기 시작했다. 개호 시설의 부족과 개호 비용의 증가를 고민하는 정부의 이해와 자신의 집에서 여생을 보내고 싶어하는 고령자들의 이해가 일치했다고나 할까. 많은 고령자들과 가족들은 지역의 개호 서비스가 충분하다면, 노년의 개호와 요양 생활을 집에서 보내고 싶어하는 것이다. 이렇듯 정부는 고령자들이 존엄성을 지키면서 노년을 보낼 수 있는 방법을 지역 케어에서 찾기 시작했다.

개호보험제도에 관한 국민 의견 조사 – 2010년 일본 후생노동성

개호가 필요해지면 고령자 본인의 희망 가족의 희망
자택에서 가족에게 의존하지 않고 개호 서비스를 받으며 개호받고 싶다 46 % 27 %
자택에서 가족의 개호와 개호 서비스를 병행하여 개호받고 싶다 24 % 49 %
유료 노인홈이나 개호 기능이 있는 고령자 주택으로 옮기고 싶다 12 % 5 %
공적인 특별양호노인홈에 들어가고 싶다 7 % 6 %

개호보험 제도의 실시와 재택 개호 서비스의 확대

고령자들을 위한 재택 개호 서비스가 급격히 증가한 것은 2000년 개호보험제도가 실시되면서 부터다. 개호보험이란 기초자치단체(우리나라의 시군구에 해당하는 시정촌(市町村))가 운영주체가 되는 공적사회보험으로 만 40세 부터 가입가능하며, 일반적으로는 65세부터, 말기암 등의 특정 질병 환자들은 45세부터 이용이 가능하다. 요지원1-2와 요개호1-5의 7개 등급으로 나눠져 있으며, 요지원 요개호자로 인정 받으면 필요에 따라 일상생활에 따른 개호(목욕,식사, 배설 등) 서비스와 생활지원(가사, 이동 등)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이용자는 비용의 10%를 부담하면 된다.

지자체들은 개호보험 실행을 위해 총 52종류에 이르는 서비스를 준비해 놓고 있다. 내용별로 나눠보면, ① 케어매니저에 의한 개호 상담과 플랜 작성 ② 홈헬퍼와 개호사의 자택 방문 서비스 ③ 데이케어센터 등 통원 서비스 ④ 장기 또는 단기 시설생활 서비스 ⑤ 방문·통원·시설생활 등을 조합하여 받을 수 있는 서비스 ⑥ 복지 도구 이용 서비스 등으로 나뉜다. 개인이 개호보험을 이용하는 실례를 한번 들여다 보자.

요지원1의 인정을 받은 A씨. 일상생활에 지장은 없지만 무릎이 아파 빨래와 시장보기 등에 불편을 느낀다. 주 1회 홈헬퍼의 가사지원 서비스를 받는데, 이에 들어가는 월 비용은 1300엔 정도로 일반 가사도우미를 불렀을 경우 1시간 시급 정도밖에 들지 않는 금액이다.

요개호1로 인정 받은 B씨. 지팡이를 짚고 걸을 수 있지만 장시간 외출은 휠체어를 이용하며 목욕할 때는 도움이 필요하다. 주 2회 데이케어센터에 다니는데, 식사와 목욕 등의 생활지원은 물론 기능훈련, 산보 등의 서비스를 받고 있으며 아침과 저녁 이동 또한 센터에서 해 준다. 하루 통원 비용은 약 1500엔, 월 8회 이용에 약 12000엔 정도다.

요개호4의 인정을 받은 C씨는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으며 대부분 침대에 누워지낸다. 주 2회 방문 목욕 서비스(간호사와 개호사가 함께 욕조를 가지고 와서 실시)와 주 1회의 방문간호, 그리고 1일 3회의 방문 개호 서비스(기저귀 교환 등)를 받으며 자택에서 요양 생활을 하고 있는데 이에 월 3만 엔 정도의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2000년 2015년
요개호 인정자 2,497,783(100%) 6,188,523(100%)
시설요양자 623,925(약25%) 913,965(약15%)
자택요양자 1,296,922(약51%) 3,901,493(약63%)
지역밀착형시설이용자 415,579(약7%)

개호보험으로 가족들의 경제적·신체적·정신적 부담이 크게 줄면서, 시설보다 자택에서 요양하고자 하는 고령자의 비율이 크게 증가했다.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재택 개호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지역 공공단체, 사회복지법인, NPO, 의료법인, 기업 등은 지난 10여 년 간 데이케어센터, 방문간호스테이션 등의 통원형, 방문형 시설을 확충하는데 박차를 가해왔고 현재도 계속 증가 추세다.

지역복지, 지역케어, 지역 밀착형 서비스 도입

각 지역에서 재택케어 서비스를 확충하는데 큰 역할을 한 것은 생활협동조합과 의료복지 관련 협동조합들이다. 그 한 예가 1989년 카나가와현에서 일본 유수의 생협중의 하나인 생활클럽생협을 모태로 탄생한 ‘복지클럽생협’이다. 고령자들이 자신이 오랜 세월 살아왔던 지역에서, 가족·지인들과 함께 상부상조하며 살아갈 수 있는 재택복지지원 시스템을 마련코자 설립한 일본 최초의 복지전문 생협이며, 설립 당시부터 지역복지와 지역케어를 선명하게 표방해 왔다. ‘돌보미 W.Co’, ’가사 지원 W.Co’, ‘식사 서비스 W.Co’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양한 워커즈콜렉티브를 조직하는 한편, 고령자들을 중심으로 이용자 조합원을 모집해 온 결과, 현재 카나가와현 일대에 4개의 택배센터와 데이케어센터, 2개의 그룹홈 등 지역밀착형의 시설을 마련하고, 107개의 W.Co 그룹들이 고령자들의 지역생활과 개호를 지원하고 있다. 지역공동체의 상부상조 정신에 기초한 지역케어의 선진적 모델이라 할 수 있다. 전후부터 결성돼 각지에서 활동하던 의료생협 또한 2010 의료복지생협연합회를 결성하여 지역 고령자들의 재택케어를 위한 서비스 제공을 본격적으로 표방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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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지클럽생협의 데이케어 서비스

002▲ 복지클럽생협의 이동지원 서비스

민간차원에서의 지역복지, 지역개호 활동에 힘입어, 정부 또한 2006년부터 기존 개호보험에 지역밀착형 서비스를 새로 도입했다. 이는 중도의 요개호자들도 자택이나 지역에서 계속 생활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야간방문 개호, 정기순회방문 개호 및 간호, 수시방문 개호와 간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24시간 개호·간호스테이션, 더는 자택요양이 힘들어져서 시설에 들어가더라도 살던 지역에서 시설 생활을 할 수 있는 그룹홈·케어 하우스, 소규모 특별양호 노인홈, 소규모 유료 노인홈등의 지역밀착형 시설, 방문개호와 단기숙박, 장기숙박등 이용자의 상활에 유동적으로 대처 가능한 소규모 다기능 개호시설이 그 주요 내용이다. 지역밀착형 시설과 서비스는 재택개호의 시간을 늘렸고, 시설에 들어가더라도 이용자들은 자택생활의 연장이라는 느낌으로 안심할 수 있게 돼 높은 수요를 보이고 있다.

어떠한 고령자라도 마지막까지 케어할 수 있는 지역 만들기
– 지역 포괄케어 시스템 구상

003후생노동성은 단카이세대(전후 베이비붐세대)가 75세 이상이 되는 2025년을 목표로 2012부터 지역 포괄케어 시스템 구상을 발표하고 각 자치단체에 3년에 한 번씩 각 지역의 실정에 맞는 지역 포괄케어 구상을 기획하고 실천하도록 지도·권장하고 있다. 약 800만 명에 이르는 단카이 세대의 개호와 의료수요 증가에 대비해, 지금껏 각각 실시돼 왔던 고령자 지역생활에 필요한 5가지 요소(주거, 의료, 개호, 개호 예방, 생활지원)를 유기적으로 일체화시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지역완결적인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다.

후생노동성이 권장하는 지역포괄케어시스템이란 다음과 같다. 각 지역은 우선 고령자들에게 프라이버시·존엄이 충분히 지켜질 수 있는 주거와 그곳에서 안심하고 일상 생활을 보낼 수 있는 생활지원 복지서비스를 기본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이러한 토양 위에, 전문직에 의한 의료·간호, 개호·리허빌리테이션(rehabilitation·재활요법), 보건·예방 서비스가 제공될 때 비로소 효과적으로 그 역할을 다 할 수 있다는 것이 기본 관점이다.

또한 지역에서 이를 실행하는 중핵조직으로 지역포괄지원센터를 설치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지역포괄지원센터는 지역 고령자들의 종합상담, 개인별 지역 지원 체계 만들기, 개호 예방에 필요한 지원과 활동을 제공하여, 아무리 고도의 질환을 가진 고령자들이라 할지라도 지역에서 마지막까지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또 지역의 다양한 자원을 연계시켜 각 개인에 맞는 최적의 개별 지원 플랜을 작성·제공하기 위해 지역케어회의 조직을 권장하고 있다. 동시에 후생노동성은, 지역 NPO등과 적극 연계하여 고령자들에게 사회 참가 기회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개호 예방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후생노동성의 적극적인 권장으로 현재 전국에 약 4,300개의 센터(지부 등을 포함하면 약 7,000개)가 설치돼 고령자들의 지역 포괄케어를 추진하고 있으며, 각 자치단체의 선진적인 실행사례가 속속 보고되고 있다. 다음 통신에서는 지자체의 선진사례를 통해 고령자들이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의 방향을 찾아보고자 한다.

글 : 안신숙 | 희망제작소 일본 주재 객원연구위원 ·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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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신숙의 일본통신 45

지체장애인이 만들어 내는 베 짜는 소리의 화음
오리노네()공방, 중증 지체 장애인 예술 창작 활동의 요람

‘찰탁! 탈탁!’ ‘촤르륵!’ 베틀 소리가 창밖까지 경쾌하게 들린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벽면 가득한 선반에 가지런히 놓인 색색의 실패가 눈에 들어온다. 베 짜는 공방에 도착했음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 선반 곳곳에 걸려 있는 머플러에서 한동안 눈을 떼지 못했다. 다양한 색깔의 실로 가로세로 무늬를 넣어 짠 머플러가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 세련됨을 풍긴다. 또한 현관 옆 오른쪽 진열장에는 직접 짠 수직물로 만든 조화와 가방, 브로치 등의 액세서리와 컵받침, 휴대용 휴지 케이스 등의 다양한 작품이 진열돼 있다.

눈 호사를 하며 작업장에 들어서니 나무로 만든 미니 베틀이 실내를 꽉 채우며 늘어져 있다. 베틀 앞에는 작업자들이 한 명씩 앉아 베 짜기에 열중하고 있다. 이곳 이름은 ‘오리노네(織の音) 공방’, ‘베 짜는 소리’ 내지는 ‘베틀 소리’라는 뜻이다. 오리노네 공방은 지체장애인들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2004년 사이타마시(埼玉市)에 설립한 지역 데이케어시설이다. 지체장애인 20여 명이 다양한 작품을 만들고 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직접 고안해 수작업으로 창작 제품을 만든다.

작업자들은 대부분 최중증 지적장애등급인 A1이나 중증 등급인 A2의 요육 수첩을 가지고 있다. 요육 수첩이란, 지체장애인들이 장애인종합지원법에 근거한 복지 제도를 이용하기 쉽도록 광역자치단체나 정령지정도시(政令指定都市)가 교부하는 장애인수첩을 말한다. 대부분의 작업자들은 특별지원학교 (일본에서는 장애아를 위한 특수학교를 특별지원학교라 부르며, 각 장애별로 유치부, 초등부, 중등부, 고등부를 두고 있다)를 졸업하고 이곳에 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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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에게도 창작 활동의 기회를!

‘중증 장애인이 손짜기로 어떻게 다양한 예술 작품을 만들 수 있을까?’ 방문 전부터 가졌던 의문을 품은 채 작업장을 가로질러 작은 사무실로 들어갔다. 김복한 대표가 “안녕하십니까?”라며 유창한 한국어 발음으로 인사를 해 온다. 이름만 듣고서는 재일교포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그는 유학생 출신의 뉴커머(New Commer)였다. 사이타마대학에서 장애인교육을 전공한 뒤 바로 장애인 복지 현장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차를 내 온 O(29세, 여)씨도 김 대표에게 배웠다며 “안녕하세요. 잘 부탁합니다.”라고 한국어로 인사한다. 그녀는 이 공방에 온지 10여 년 정도 됐으며 베테랑 작업자란다. 성격이 밝고 붙임성이 좋아 보인다.

▲ 공방운영법인인 NPO법인 오리노네아트・복지협회 김복한 이사. 공방에서 만든 전통 티셔츠가 잘 어울린다

▲ 공방운영법인인 NPO법인 오리노네아트・복지협회 김복한 이사. 공방에서 만든 전통 티셔츠가 잘 어울린다

그에게 공방 시작 계기를 물었다.

“대학원을 졸업한 뒤 사이타마시의 한 작업소에서 일했습니다. 대부분 작업소가 그렇듯 기업의 하청을 받아 단순 작업을 반복하는 곳이었지요. 작업 분위기가 어둡고 작업자들 또한 크게 웃는 일 없이 그저 주어진 일로 시간을 보내다 집으로 돌아가곤 했습니다. 이들에게 밝은 분위기 속에서 좀 더 창의적인 일을 할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손짜기였습니다.”

변화를 모색하기 시작한 것은 1999년이었다. 마침 같은 작업소에 손짜기를 배우는 직원이 있어 지원금으로 베틀을 두 대 샀다. 그리고 장애인들과 함께 손짜기 연수를 했다. 장애인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며 본격적인 준비를 시작해 2004년에 공방을 설립했다. 설립 자금의 대부분은 부모님들의 십시일반 기부금을 통해 마련됐다.

그가 처음 일했다는 ‘작업소’는, 고등학교를 졸업했거나 일반기업에 취업하지 못한 지체장애인을 위해 설립한 복지 작업장을 말한다. 장애인종합지원법상 취로이행지원시설 혹은 취로계속지원시설로 되어 있다. 인구 120만여 명 규모의 사이타마시를 예로 들면, 현재 116개의 작업소에서 약 4000여 명의 장애인이 활동하고 있다. 대개 일상생활이나 통근에 도움이 필요한 중증 장애인이며, 작업내용은 기업에서 하청받은 단순작업이 대부분이다. 그동안 작업소들은 작업내용을 다양화하고 활동형태를 다변화하려는 노력을 꾸준히 해 왔다. 제과·제빵, 복지농장, 세탁업, 공원관리, 청소업 등이 대표적이다.

스스로 디자인하고 베 짜는 이들, 모두가 한 사람의 예술가

하지만 오리노네 공방처럼 장애인들이 직접 창작 작품을 만드는 곳은 아직 흔치 않다. 중증의 지적장애인들과 함께 손짜기 공방을 시작한 것은 매우 용감한 도전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김 대표는 웃으며 여유 있게 말한다.

“모두 뛰어난 예술적 재능을 갖고 있습니다. 공방에서는 해마다 테마를 정해서 작업을 하는데요. 올해 테마는 ‘머플러와 오리온 실크&풀솜’입니다. 테마가 정해지면 작업자들은 각자 디자인을 정해서 그에 따른 공정표를 작성해요. 스스로 디자인해서 만드는 작품 속에는 각자의 개성이 그대로 드러나 있죠.”

물론 장애인들이 처음부터 잘 짜는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스태프들이 기술을 가르친다. 장애인들이 스스로 작업을 하기까지는 대략 3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작업자에 따라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데 걸리는 시간도 다르다. 1년에 3~4개의 작품을 짜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하나 정도를 겨우 완성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작품 만들기를 즐기고, 여기에 몰두하며, 자신의 작품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는 점에서는 모두가 한 사람의 예술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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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걸어도 아무런 반응 없이 그저 작업만 하는 I씨(27세, 남). ‘푸른 하늘 아래, 네 옆에서’라는 테마로 작품을 구상해 실크 머플러를 짜고 있다. 치밀한 구성과 밝은 색깔의 작품이었다. 그 앞에서 나를 보며 방실방실 웃고 있는 K씨(50세, 여). 그녀는 디즈니랜드 만화를 좋아한다며 ‘백설공주’를 테마로 작품을 만들고 있다. 여기서 제일 연장자다. 자신의 영감을 작품으로 표현하는 이들의 모습은 여느 예술가와 다르지 않다.

지역과 함께 하는 오리노네 공방, 지역에서 성장하는 장애인들

“이곳에 꼭 와 주세요.” 작업 중이던 다운증후군의 M군(20세, 남)이 작업을 지켜보던 내게 엽서 한 장을 내민다. 해마다 구청 갤러리에서 12월에 개최하는 작품전시회 ‘베 짜는 아이들의 제로전’ 초대카드다. 지금 공방 사람들은 이 전시회에 출품할 작품을 마무리하고 있다고 한다. 전시회 기간 중 구청 홀에서는 ‘오리노네 콘서트’도 열린다. 공방 사람들은 작품을 만들면서 틈틈이 차임벨 연주와 수화 댄스를 맹연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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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얼굴이 생기발랄 빛나 보이는 것은 전시회와 콘서트에 대한 기대감 때문일까? 그도 그럴것이 전시회에는 지역의 많은 사람이 찾아온다고 했다. 작품은 그 자리에서 판매되기도 하고, 새로운 주문이 들어오기도 한다. 판매대금은 전액 작품을 만든 사람에게 돌아간다. 자신들의 작품에 관심을 두고 공감해주는 지역민과의 만남이 공방 작업자들의 작품활동과 생활의 원동력이 아닐까 싶다.

매년 5월에는 또 다른 작품 전시회가 오오미야공원 갤러리에서 개최된다. 작업자들이 짠 원단을 갖고 자원봉사자들이 만든 여러 소품을 판매하는 코너도 함께 설치된다.

오리노네 공방 사람들은 지역의 크고 작은 마쓰리(축제)나 행사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다양한 행사에서 자신들의 작품을 선보이고, 틈틈이 연습하고 있는 차임벨연주나 댄스공연도 한다. 이들이 개최하는 손짜기 체험 행사는 아이들에게 큰 인기다.

생사 만들기로 지역 공헌 활동을 시작하다

오리노네 공방은 지난 2012년부터 누에고치에서 직접 생사를 만드는 일에도 도전하고 있다. 사이타마시 북구 장애인생활지원센터와 사이타마시 북구 상공노동조합, 그리고 NPO법인 카와고에 기모노산보와 연계하여 ‘사이타마현산 이로도리 누에고치를 지키는 모임’을 결성하여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것이다. 치치부 농가에서 누에고치를 매입하여 그곳에서 생사를 짜고 이 생사로 작품을 제작한다.

“실제 작업 해보니 생사가 정말 살아있는 실이라는 것을 느낍니다. 제사기가 한 대밖에 없어 하루에 뽑아내는 실은 약 100g밖에 안 됩니다. 그날 온도와 습도에 따라 물의 온도를 조절해야 하는 등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지요.”

시작품을 만들며 여러 시도를 하고 또 소품들은 직접 제작해 판매도 하고 있지만, 자리를 잡으려면 10년 정도는 걸릴 것 같다고 한다. 장애인들이 지역에서 사랑받은 만큼 지역에 돌려주고 싶다는 그 마음은, 도전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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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안신숙 | 희망제작소 일본 주재 객원연구위원 · [email protected]

목, 2016/10/06-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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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9일 서울광장에서 만나요!

 

‘한살림 생명평화축제 (한살림 30주년 가을걷이 잔치 한마당)’에 초대합니다.

 

날짜 : 10월 29일(토)

장소 : 서울광장 (시청역)

 

한살림은 밥상살림·농업살림·생명살림·지역살림의 기치를 담은 전국 통합 가을걷이 행사를 통해 소비자 조합원, 생산자 회원, 시민들에게 한살림 30주년의 의미를 나눌 계획입니다.

이날 행사에서는 한살림 물품판매와 시식을 통해 건강하고 안전한 친환경 먹을거리를 체험하는 밥상살림관, 논살림과 식생활활동을 통해 우리 농업의 현실과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농업살림관, 식량자급과 GMO 등 한살림의 주요 사회의제를 중심으로 전시한 생명살림관, 연대와 돌 봄 등 한살림이 지역과 소통하고 있음을 소통하는 지역살림관이 운영됩니다. 또한 다양한 공연감 상과 물품 직거래, 체험활동 등을 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참석한 한살림 식구, 시민들이 함께 즐 길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늦은 오후에는 ‘한살림 30주년 기념음악회’도 열립니다. 기념음악회에서는 유명 가수들의 공연도 감상하고, 전국에서 모인 한살림 조합원 300명이 만든 ‘한살림 300인 합창단’의 노래까지 함께 즐기실 수 있습니다.

전국의 소비자 조합원, 생산자 회원, 활동가, 실무자가 함께 자연과 농촌, 생명, 그리고 가을의 풍성함까지 느끼고 나눌 수 있는 ‘한살림 생명 평화축제’에 많은 관심 바랍니다.

금, 2016/10/07-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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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조작식품반대 전국행동 출범식

 

GMO가 세계적으로 상용화된 지 20년, GMO의 위험성에 대해 시민사회와 농업 진영이 경고하고 반대해 온 시간도 20년이 흘렀습니다. 그 사이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식용 GMO 수입국이 되었고,  국민은 GMO를 알고 선택할 권리조차 갖지 못한 채 GMO식품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주식인 벼까지 GMO로 재배하기 위한 연구와 시험이 정부 주도 하에 전국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더 이상 우리밥상이 위협받고 국토와 농업환경이 위험에 내몰리게끔 할 수 없다는 절박함으로  소비자, 농업인, 시민단체들이 더 큰 연대를 통해 GMO를 몰아내기 위한 전국행동에  나서고자 합니다.

11월 1일에는 국회토론회가 예정돼 있으니 많은 분들의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금, 2016/10/07-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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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에 대한 손배청구 올해만 벌써 1521억원, 가압류도 144억원 손봉석 기자 [email protected]   2012년 한진중공업 노동자 고 최강서씨는 유서에 “태어나 듣지도 보지도 못한 돈 158억원. 돈이 전부인 […]
금, 2016/10/07-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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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노동자 죽이는 손배가압류 중단하라 ” 손잡고 등 시민단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법 개정안’ 통과 촉구 지형원 기자   손잡고 등 손배가압류피해 노동자들은 30일 서울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
금, 2016/10/07-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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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했다고 평생 못갚을 빚더미, “죽고 싶은 마음 뿐” 파업 손배 총액 1521억원, “40년 모아도 못 모을 금액… 노조탄압 수단 악용, 법으로 금지해야” 손가영 기자 [email protected]   “월급 […]
금, 2016/10/07-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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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130만원 버는데 301억원 배상하라니…손배·가압류는 사람처럼 살지 말라는 것”   김지환 기자 [email protected]     “회사가 손해배상액으로 청구한 301억원이라는 돈이 실감이 안 났다. 한 달에 […]
금, 2016/10/07-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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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노동자 숨통 조이는 손배가압류…올해도 벌써 1522억원 “손배액수로 퇴사 종용하기도” 증언“노동자 탄압수단, 사법부도 현명히 판단해야”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열린 ‘손잡고 노동현장 기자간담회’에서 전자부품업체 […]
금, 2016/10/07-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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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에만 1500억…사업주 손배가압류 남발로 노동3권 위축” 2002년 345억원에서 계속 증가…손잡고 “법 개정 필요”   손배가압류 없는 세상을 위한 시민모임 ‘손잡고’가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올해 […]
금, 2016/10/07-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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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잡고 노란봉투법 모의법정 경연대회 개최… “한계의 틀 벗어나야”     ▲ 손잡고가 ‘제2회 노란봉투법 모의법정 경연대회’를 개최했다. <손잡고 제공>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파업 등 쟁의행위는 노동자들의 권리이자, […]
금, 2016/10/07-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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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 전세보증금까지 뺏어가는 한국의 손배가압류- CBS 시사자키 노동조합 상대로 한 손배가압류 급증 - 2천년대 초반 3, 4백억 대에서 현재 1500억 대로 증가- 일상적인 노조활동까지 가로막는 손배가압류 […]
금, 2016/10/07-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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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글바글 10 업&다운 + 이주의 숫자 이주의  숫자  1521억9295만원   강남규 객원기자 [email protected]   한겨레 김태형 기자 2016년 8월 현재, 사업주들이 민주노총 산하 20개 사업장 57건에 청구한 […]
금, 2016/10/07-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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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손배소 폭탄’ 1520억… 노동자들 숨이 막힌다   권정두 기자  |  [email protected]       ▲ 노동자들에 대한 손배·가압류 소송 제기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지난 30일 국회 […]
금, 2016/10/07-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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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월세 보증금까지 가압류, 비정한 기업] 20개 노조에 청구된 손해배상액 ’1천521억원’ “노동 3권 무력화 위해 기업이 소송 남발” … 소송 취하 조건으로 노조탈퇴·복직포기 종용   제정남  |  [email protected]   […]
금, 2016/10/07-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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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3월 11일 일본 동북부 바다 밑에서 리히터 규모 9.0의 대지진이 일어났다. 그다음에 일어난 일은 우리가 잘 알고 있다. 지진으로 초대형 쓰나미가 일어났고, 쓰나미가 덮친 후쿠시마 제1원전단지에서 원전 4개가 폭발하는 사고가 났다. 이 지진은 일본에서도 사상 최대였고, 관측 이래 지구상에서 발생한 지진 중 4번째로 큰 규모였다.

일본 시민들에게는 예상할 수 없었던 초대형 지진이었지만, 일본 정부나 도쿄전력이 재난의 가능성을 전혀 몰랐던 것은 아니었다. 도쿄전력은 2008년 자체적으로 최대 높이 15.7m의 쓰나미가 후쿠시마 제1원전단지를 덮칠 수 있음을 계산해냈다. 그런데 후쿠시마 제1원전단지에 있는 원전들은 10m 높이 쓰나미까지만 대처할 수 있었다. 당연히 보강공사를 했어야 하지만, 공사에는 수백억 엔의 비용과 4년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됐다. 도쿄전력은 돈을 아끼려고 보강공사를 하지 않았다. 그 결과 사고가 나고 말았다.

2016년 9월 12일 한반도 동남쪽 경주에서는 리히터 규모 5.8의 지진이 일어났다. 그 전인 7월에는 울산 동쪽 52km 앞바다에서 규모 5.0 지진이 일어났다. 두 사례는 한반도가 ‘지진 안전지대’가 아님을 보여주었다. 여진이 이어지면서 많은 시민들은 걱정에 휩싸여 있다. 더 큰 지진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도 크다.

한반도가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면, 지진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지진에 대비하여 활성단층 등에 대한 조사를 전면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2011년 12월 발행된 지질학회지 제47권 제6호에는 <활성단층의 이해: 최근의 연구에 관한 고찰>이라는 논문이 실렸다. 이 논문 작성에는 한국수력원자력 중앙연구원 소속 연구원도 참여했다. 결론 부분에는 ‘지진에 대비한 연구를 많이 한 일본에서 동일본 대지진에 대비하지 못한 것은 활성단층을 인지하지 못한 데 근본 원인이 있다’는 내용이 나온다. 한반도의 활성단층에 대한 전면적 조사가 필요하단 이야기다. 특히 해양 활성단층은 조사 자체가 거의 안 돼 있어 하루빨리 조사를 시작해야 한다. 또한 내진설계기준을 강화하고 확대적용하며, 비상시에 대피와 구호를 위한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한편, 지진 발생이후 원전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번에 큰 지진이 발생한 경주와 울산 부근에는 월성 원전단지에 6개, 고리 원전단지에 8개의 원전(시운전중인 신고리3, 4호기 포함)이 운영 중에 있다. 그리고 원전이 몰려 있는 한반도 동남쪽에는 60여 개의 활성단층이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물론 아직 파악하지 못한 활성단층도 있으므로 그 숫자는 더 늘어날 수도 있다.

활성단층은 지진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이런 곳에서 다수의 원전이 가동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이해되지 않을 수 있다. 원전건설은 활성단층에 대한 조사없이 추진되었다. 대한민국 최초 원전인 고리원전을 짓기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한반도에 활성단층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지질학계에서 최초로 활성단층을 발견한 것은 1983년이었고, 이때는 고리원전단지가 이미 가동 중이었다.

활성단층이 발견된 이후라도, 그 부근에는 원전을 건설하지 않았어야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았다. 원자력계에서는 활성단층이라고 해도 괜찮다(지진발생 가능성이 낮다)는 논리를 내세워서 원전건설을 강행했다. 그 결과 활성단층이 몰려있는 한반도 동남쪽에 원전이 계속 들어서는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발생했다. 최근에도 신고리 5, 6호기에 대한 건설허가가 승인되기도 했다.

정부는 대한민국 원전의 내진설계가 리히터 규모 6.5~6.9 수준으로 됐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주장한다. 만약 그 이상 규모의 지진이 발생하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위험에 빠진다. 또는 그 이하의 지진이라 하더라도 다른 요인과 복합적으로 작용하면 원전이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 긴급한 상황에서 100% 안전을 담보할 방법은 없다. ‘매뉴얼 국가’라던 일본이 어처구니없이 무너진 것이 그 점을 너무나 잘 보여준다.

그래서 원전에 대한 안전대책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활성단층 부근에 있는 원전에 대해 하루빨리 조치가 내려져야 한다. 수명을 넘겨서 가동하고 있는 고리 1호기, 월성 1호기는 빠른 시일 내에 폐쇄조치를 내려야 한다. 또한 그 외 원전에 대해서도 철저하고 독립적인 안전성 조사를 해야 한다. 위험성이 있는 원전이라면 가동중단을 하고 폐쇄절차를 밟는 것이 옳다. 신고리 5, 6호기처럼 건설단계에 있는 원전은 건설을 중단해야 할 것이다.

다행히 지금은 위험성 높은 원전을 가동중단하더라도 전력 공급에 전혀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 오히려 최근 너무 많은 발전소가 완공되는 바람에 발전소가 남아돌아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그런데도 이런 상식적인 조치가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원전가동을 멈출 의사가 없다. 여전히 ‘안전하다’는 얘기만 되풀이하고 있다. 지금 대한민국 정부의 태도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전에 일본 정부가 취했던 태도와 똑같다.

결국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시민들이 나서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진의 위험, 원전의 안전성 등에 대한 판단을 전문가에게만 맡기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전문가 의견을 참고할 수는 있지만, 전적으로 의지할 수는 없다. 전문가의 예측도 틀릴 수 있고, 사고가 났을 때 그들이 피해를 책임질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민들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정보를 취합해 판단할 필요가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일본의 총리였던 ‘간 나오토’는 쓰나미가 원전을 덮쳐 원전의 안전성에 문제가 생기자, 일본 최고의 원자력 전문가라고 하는 대학교수를 불러서 자문했다. 그는 총리에게 ‘원전은 폭발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했다. 그로부터 몇 시간 후에 후쿠시마 원전은 폭발하기 시작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주는 또 다른 교훈은 우리 모두의 안전에 관한 문제를 전문가에게만 맡길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래서 내년 대선을 앞두고 지진대책, 그리고 원전문제에 관한 공론화가 필요하다. 10월 11일에는 탈핵을 위한 100만인 서명운동이 시작됐다. 이번 대선은 대한민국이 원전에 의존하는 사회로 남을 것인지 아닌지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하는 기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것을 위해 시민사회가 해야 할 역할이 크다.

이번에 발생한 지진 규모에 비해 피해가 적었던 것은 천만다행이다. 그러나 이런 행운이 계속될 것이라고 낙관할 수는 없다. 어떻게 보면 이번 지진은, 원전에 중독된 대한민국에 마지막 경고를 준 것인지도 모른다.

글 : 하승수|변호사, 전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월, 2016/10/10-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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