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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수저만 키워주는 한국 교육… ‘꿈’까지 갈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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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수저만 키워주는 한국 교육… ‘꿈’까지 갈랐다

익명 (미확인) | 목, 2015/11/19- 20:21

연간 2500만 원 내는 영어유치원

서울 대치동 학원가. 아침 9시가 좀 넘자 노란 버스들이 하나 둘 한 건물 앞으로 모여들었다. 버스에서는 대여섯 살 정도 돼 보이는 아이들이 줄지어 내린다. 특이한 점이라면 아이들을 맞이하는 선생님들이 대부분 한국인이 아니라 외국인이었다는 것.

이 건물에는 대치동 엄마들이 선망한다는 G 영어유치원이 있다. 영재시험을 통해 상위 5%로 인증된 아이들만이 G 영어유치원의 입학 시험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잠시 각 층의 교실을 둘러봤다. 아침 시간이지만 이미 곳곳에서 외국인 강사와 영어로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5세 아이를 둔 부모라며 기자가 직접 입학 상담을 받아봤다. 먼저 궁금했던 것은 학원비였다. 학원 상담사는 기본 원비가 월 178만 원이고 기타 비용은 별도로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격표를 구해보니 기본 원비는 월 166만 원이었고 급식비 12만 원과 재료비 36만 원이 추가로 들어갔다. 연간 한 번씩 부담하는 여름, 겨울철 원복과 체육복 비용을 더하면 학부모의 연간 부담액은 2500만 원을 넘어선다. 비싸면 더 잘 팔린다는 상술이 통하는 것일까?

강남 지역 학부모들은 줄지어 입학을 기다린다. G 영어유치원 압구정점 상담사는 영재시험에 합격하더라도 열 명 가량의 대기자가 있어 당장 입학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 G 영어유치원의 가격표

▲ G 영어유치원의 가격표

영어유치원에서 시작된 강남 지역의 ‘금수저’ 교육은 값비싼 선행학습을 통해 이후의 교육과정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초중고반을 모두 두고있는 대치동 S 학원의 상담실장은 “초등학교 6학년 즈음 되면 고등학교 ‘수학의 정석’을 시작해야 하는데 아이들이 괴로워 한다”며, “그 전까지 영어를 어느 정도 끝마쳐야 한다”고 말했다. 중학생을 대상으로 의대 입시반을 운영하는 M 학원의 상담사는 “여기는 고등학교 수학을 중3까지 끝내는 시스템”이라며 기본 횟수 8회를 기준으로 학원비는 과목당 월 52만 원이라고 말했다.

취재진은 대치동에서 초등학교를 다니는 아이를 둔 한 학부모를 만나 대치동 ‘금수저’ 교육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들어봤다.

김미라(37, 가명) 씨 인터뷰

김미라 씨는 초등학교 1학년 아이를 둔 학부모였다. 김 씨는 아이를 사고력 위주 수학 학원, 교과과정 위주 수학학원, 스케이트 학원, 미술 학원, 영어 학원 등 다섯 곳의 학원에 보내고 있었다. 기자와 만났을 때에도 아이를 직접 학원에 데려가는 길이었다.

기자 : 총액으로 봤을 때 월 학원비가 어느 정도 들어가나요?

김 : 평균적으로 120만 원 정도 들어가는데, 방학 때는 200만 원이 넘을 때도 있어요.

기자 : 아이 학년이 올라가면 앞으로 비용이 더 올라갈 수도 있나요?

김 : 올라갈 수 있죠. 아직 저학년이니까 특정한 목표는 없지만, 만약에 경시대회 준비를 한다든가 영재원 준비를 한다고 하면 더 늘어나겠죠. 2학년부터는 논술도 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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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씨는 자신이 대치동 엄마들 치고는 “최하”에 불과하다며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것들을 채워주는 정도”라고 말했다.

김 : 학원이 어쩌면 얘네들 사회에요. 1학년인데도 그게 크더라고요. 그냥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애들은 없으니까. 기본적으로 학교에서 반 이상은 다 영유(영어유치원) 출신이고 영어 실력들도 굉장히 좋아요. 이런 데 안 다니면 친구도 없고, 사실 바빠서 모여 놀지도 못 해요.

기자 : 비용이 비싸서 이런 사교육이 약간 부담이 되기도 할 것 같은데?

김 : 효과가 있어요. 아이러니하지만, 확실히 있어요. 레벨 테스트를 받아보면 등급이 올라가고 시험을 봐도 점수가 달라지는 게 보여요. 영어인증시험을 봐도 급수를 따니까 안 받을 수 없죠. 저는 아이 1등 시키려고 보내는 건 아니에요. 이 동네 사니까 여기서 아이가 중간은 가려면… 안 할 수가 없죠.

금수저, 은수저 교육은 세대를 건너 반복되고 있었다. 김 씨는 초등학교 때 처음 대치동에 이사와 쭉 이 지역에서 살았다. 자식이 흙수저가 되기를 바라는 부모는 없다. 주변의 학부모들 가운데서도 어릴 때부터 이 지역에서 살았던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김 씨는 “출신 대학이나 사회적 지위는 별 차이가 없다보니까 여기는 고등학교 어디 나왔는지가 더 중요하다”면서 지역에 같은 고등학교를 나온 학부모끼리 네트워크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강남 3구 출신이 서울대 합격자의 13.2%

강남 지역에서 초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가정의 평균 사교육비는 122만 원 선이다. (2013년 강남구 사회조사 결과) 이는 전국 평균 사교육비 23만9천 원의 다섯 배가 넘는 규모다. 하지만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팀장은 강남 지역의 실제 사교육비는 공식적으로 집계된 액수보다 훨씬 많을 거라고 말한다.

영재고 대비 특별반 5~6명 모집을 한다, 이거를 공식 프로그램으로 하는 게 아니라 소위 돼지엄마 같은 엄마들한테 홍보하는 거죠. 5~6명 모아라, 그리고 강사 페이 3천만 원 채워줘야 하니까 맞춰오라고. 그리고 계좌이체 안 된다, 현금으로만 내라, 이렇게 은밀한 반들이 운영되고 있어요. 이렇게 비밀리에 오고 간 수업이나 오피스형 과외의 경우 규모도 안 잡히고 단속할 수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통계에 잡힌 월평균 사교육비와 실제 사이에는 굉장히 큰 차이가 난다고 보면 됩니다.

사교육, 즉 돈이 만들어내는 합격자 수인지는 확실치 않으나 2015년 서울대 합격자 3261명 가운데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등 이른바 ‘강남 3구’ 출신이 432명이나 된다. 전체의 13.2%다. 강남구의 인구는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3.1%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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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진은 강남의 ‘금수저 교육’이 아이들의 명문대 진학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잘 설명해 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났다. 이현 씨는 근 20여 년 간 대입 사회탐구 유명 강사였고 강남, 송파, 신촌 등지에서 대형 입시학원을 운영하는 (주)스카이에듀 대표를 지냈다. 사교육계에서 지난해 은퇴한 뒤 현재는 계간지 <교육비평>을 발행하고 있다.

이현 <교육비평> 발행인 인터뷰

▲ 이현 전 스카이에듀 대표, <교육비평> 발행인

▲ 이현 전 스카이에듀 대표, <교육비평> 발행인

이현 씨는 강남 출신 아이들의 서울대 입학률이 높아지고 있는 이유에 대해 “서울대가 그런 학생들이 뽑히도록 전형 방식을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서울대가 80% 안팎으로 뽑아 온 수시 전형에 중요하게 작용하는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 자기소개서, 추천서 세 가지가 어떻게 ‘금수저’ 아이들을 우대하는 전형으로 쓰이는지 설명했다.

“학교생활기록부에는 심화교과(전문교과) 이수 여부나 다양한 체험활동 기록이 담깁니다. 심화교과는 영어 심화, 스페인어 심화, 독일어 심화, 국제법, 국제경제 같은 과목들인데 일반고에서는 재원도 부족하고 학부모들의 지원 능력도 부족하기 때문에 마련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결국 일반고에 비해 5~6배가 넘는 학비를 내는 특목고, 자사고에서나 운영할 수 있는 과정인 거죠.

서울대 입학생을 많이 배출하는 특목고, 자사고의 천만 원대 학비는 그나마 공식적 학비인데, 비공식적인 찬조금 운영비까지 합하면 비용은 더 늘어납니다. 이런 학교에서나 운영 가능한 특별한 활동들을 서울대가 학생부 평가하면서 중요하게 고려하고 있으니 결국 귀족학교 우대하겠다는 것이나 다를 바가 없습니다.”

이 씨는 수시 전형 과정에서 중요하게 작용하는 추천서와 자기소개서 역시 값비싼 고급 사교육을 받을 수 있는 부유층 자녀들에게 유리한 전형이라고 설명했다.

“자기소개서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강남 지역에는 고1때부터, 늦어도 고2때부터 학생부를 관리해주는 전담 컨설팅 서비스가 있습니다. 컨설턴트가 자소서에 들어갈 커리어를 쭉 관리해주다가 마지막에 세련된 자소서를 써줍니다. 아주 순박한 어떤 고등학생의 자기 이야기하고 이렇게 윤문된 세련된 자기소개서하고는 레벨이 다른 것이죠.

추천서도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평범한 아이들은 추천서를 초등학교 은사님이나 동네 목사님, 이런 분들께 받아오지 않습니까? 하지만 만약에 누가 전직 장관이 써준 추천서를 들고 왔다고 생각해 보세요. 재벌급 회사의 고위 임원, 현직 국회의원이 써준 추천서들이 동네 어른들이 써준 추천서와 같이 놓여있을 때 누가 이 추천서의 레벨을 동일하게 보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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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천만 원 안팎의 학비가 들어가되 학교 내에서 다양한 심화교과를 배우고 체험활동을 할 수 있는 ‘특별한 공교육’이 입시 제도에 특화된 값비싼 ‘특별한 사교육’을 만나 평범한 학생들이 접근할 수 없는 ‘로열 로드’를 만들고 있다는 것이 이 씨의 진단이었다.

“사교육이 최근 몇 년 사이에 두 가지로 갈라지고 있습니다. 하나가 공개적인 대중적 사교육이고 하나가 공개적으로 접근할 수 없는 특별한 사교육입니다. 공개적 사교육이 작동하는 분야는 수능하고 학교 내신 경쟁입니다. 서울에 있는 대학에 입학하는 학생이라면 대부분이 경험하는 종류의 사교육이죠.

이것 말고 대중들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특별한 종류의 사교육이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학생부나 자소서를 관리하는 서비스들이 대표적인 예죠. 그런 특별한 종류의 사교육이 특별한 공교육과 결합한 교육 체험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강남 3구에 살고 있는 겁니다. 돈도 있고 정보력도 있고 지역적 접근성도 있는 사람들이죠.”

‘특별한 공교육’과 ‘특별한 사교육’이 결합해 평범한 아이들이 접근할 수 없는 ‘로열 로드’를 만들어내는 사이, 이런 특별한 교육의 바깥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일반고를 찾아가봤다.

‘금수저 교육’의 바깥

일선 교사들이 가장 큰 문제로 꼽는 것 중 하나가 고교서열화다. 이명박 정부 이후 고등학교는 영재고, 특목고, 자사고, 일반고 등으로 분리됐다. 아이들에게 다양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 원래 목적이었지만, 학업 의지를 가진 아이들이 특목고와 자사고 등으로 빠져나간 뒤 일반고의 학업 분위기는 상당히 악화됐다.

22년간 일반고에서 교사 생활을 해온 조연희 씨는 “20년 전만 해도 반에서 수업시간에 엎드려 있다거나 무기력에 빠져있는 학생이 반에서 한 명 있을까 말까였다”면서, “지금은 심한 경우 한 반의 3분의 1 정도가 수업을 포기한 느낌이 드는데 그런 게 특목고 자사고 등이 등장하면서 시작된 것 같다”고 말했다.

조 씨는 학교를 포기한 학생들에 대해 “내가 노력을 하면 과연 뜻하는 것들을 이룰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자신감을 잃은 것 같다”고 말한다. “집안 형편이 넉넉지 않으니까 과외나 학원에 의지하지 않고 일단 혼자 시도해보게 되는데, 모의고사 같은 걸 보면 시험 문제가 상당히 어렵게 나오다 보니까 지레 포기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십대 때 학교에서 겪는 패배감이 아이들의 미래에는 어떤 영향을 줄까. 뉴스타파 취재진은 서울 시내 자사고와 일반고 학생 100명씩을 상대로 희망직업을 조사했다. 성별이나 성적 수준으로 인해 희망 직업에 특정한 경향이 나타나는 것을 막기 위해 남녀 숫자는 동수로 맞췄고 조사 대상은 자사고에 입학 성적 제한이 없어진 현재의 고교 1학년 학생들로 한정했다. 희망 직업을 조사한 뒤 ‘2015 한국직업전망’(한국고용정보원) 자료의 직업별 중위소득을 기준으로 희망 직업의 평균 소득값을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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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 결과 자사고 아이들이 희망한 직업의 평균 소득은 430만 원으로 집계 됐다. 반면 일반고 아이들이 희망한 직업의 평균 소득은 이에 훨씬 못 미치는 284만 원 정도로 나타났다. 자사고 아이들이 희망 직업으로 많이 써낸 직종은 검사, 의사, 고위공무원 등이었고, 일반고 아이들이 많이 써낸 직업은 요리사, 일반 회사원, 간호사, 제빵사 등이었다.

일반고 아이들 중에는 꿈이 없다고 답한 학생도 100명 가운데 13명이나 있었다. 반면 꿈이 없다고 답한 자사고 학생은 한 명도 없었다.

부모의 소득 수준이 직접적으로 자식의 소득 수준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건국대 최필선 교수는 2004년 고3이었던 학생 1,300여 명을 10년 간 추적해 부모의 소득이 자식에게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최 교수가 올해 9월 발표한 논문 <부모의 교육과 소득수준이 세대 간 이동성과 기회불균등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부모의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자녀가 더 높은 임금을 받고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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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전무학, 유전유학

유일한 계층 이동의 사다리라는 교육조차 경제적 계층에 따라 분리된 상황이지만 정부는 해결 의지가 없다. 고교서열화 문제를 해결하고자 서울시교육청에 들어가 정책 연구를 하고 있는 교사 김학윤 씨는 답답함을 토로한다.

자사고 문제나 특목고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은 진보교육감만 느끼는 게 아니에요. 정부도 느끼고 있고 그 문제를 정비하려고 하다가 해결을 못 했거든요. 그런데 진보교육감이 그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데 그걸 정부가 도와주기는커녕 초등교육 시행령까지 바꿔서 교육청이 지정취소라든가 재지정을 못하게 가로막고 있는 거예요.

중앙정부가 딴지걸기를 하는 사이 아이들은 점점 교육현장의 불평등을 당연한 일처럼 받아들인다. 금수저만 주로 키워주는 한국 교육이 점점 아이들의 꿈마저 갈라놓고 있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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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 남부발전 그린파워발전소 건설하청노동자 숙소 화재 현장
가설건축물은 소방시설 설치 의무규정 없어…함바숙소 행정 관리 사각지대 속 방치

지난 9월 8일 찾아간 삼척시 원덕읍 임원리의 한 건설노동자 숙소. 지난 8월 12일 화재가 나기 전까지 인근 한국남부발전 그린파워발전소 건설현장 노동자들이 숙소로 사용했던 이곳은 불에 타 앙상한 철골 구조만 남아 있었다. 화재가 난 숙소 앞에 놓여 있던 자동차에서 강상현(48)씨는 동생 강모(45)씨의 유품을 정리하고 있었다. 강 씨 동생 차는 새카맣게 타 있었다.

▲ 지난 8월 12일 화재로 전소된 삼척시 원덕읍 임원리의 건설노동자 숙소.

▲ 지난 8월 12일 화재로 전소된 삼척시 원덕읍 임원리의 건설노동자 숙소.

동료들에 원한 품고 방화…무고한 동료 희생

사고는 지난 8월 12일 밤에 발생했다. 경찰 수사 결과에 따르면 숙소 화재는 염모(60) 씨가 방화를 해서 발생했다. 지난해 이 숙소에 머물렀던 염 씨는 동료와의 폭행 사건에서 다른 동료들이 자신의 편을 들어주지 않은 것에 원한을 품고 숙소에 불을 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화재로 강상현 씨의 동생과 차모(59)씨가 사망하고 민모(46)씨 등 2명이 부상을 당했다. 이들은 염 씨의 폭행사건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노동자들이었다.

▲ 노동자 숙소 화재로 동생을 잃은 강상현 씨가 9월 8일 오후 동생의 차에서 유품을 정리하고 있다.

▲ 노동자 숙소 화재로 동생을 잃은 강상현 씨가 9월 8일 오후 동생의 차에서 유품을 정리하고 있다.

스티로폼 내장 샌드위치 판넬, 순식간에 불에 타

이 숙소는 한국남부발전의 그린파워발전소 건설현장에서 GS건설의 하청을 받은 협력업체 영진산업 노동자들이 주로 묵던 숙소였다. 삼강F&C라는 업체가 운영했는데 숙소동 6개와 식당 1개동으로 구성돼 있었다. 이 중 숙소 2개동이 완전히 불에 탔다. 화재가 난 숙소 통로 두 곳에서 모두 시너통이 발견됐다.

▲ 불이 난 4동과 5동 평면도. 복도에 뿌려진 시너를 통해 불이 순식간에 숙소로 번졌다. (자료=삼척소방서 화재 조사결과 보고서)

▲ 불이 난 4동과 5동 평면도. 복도에 뿌려진 시너를 통해 불이 순식간에 숙소로 번졌다. (자료=삼척소방서 화재 조사결과 보고서)

삼척소방서가 작성한 화재 조사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각 호실은 “샌드위치 판넬 내벽으로 구획하여 천장을 통해 쉽게 숙소 전체로 연소 확대가 가능한 구조”였다. 실제 불이 붙고 몇 분 만에 전체 숙소로 불이 번진 것으로 알려졌다.

숨진 강 씨의 동료 김 모 씨도 화재 당시 5동에 머물다가 가까스로 탈출했다. 김 씨는 “텔레비전을 보다 벽에 기대어 얼핏 잠이 들었는데 퍼덕거리는 소리가 들렸다”며 “샌드위치 판넬이 터지는 소리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씨는 “소방관이 아무리 물을 뿌려도 불이 꺼지지 않았다”며 “완전히 전소된 다음에야 불길이 잡혔다”고 회상했다.

▲ 지난 8월 12일 화재 당일 영상. (영상=삼척소방서 제공)

피해자 있지만 책임자가 없어

문제는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방화 용의자인 염 씨는 사건 발생 11일 만에 부산에서 나무에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숙소 운영 업체인 삼강F&C는 제대로 된 소방시설도 갖추지 않은 데다 화재보험도 가입하지 않았다. 삼강F&C 지 모 대표는 “가설건축물이라 보험사가 보험 가입을 거부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인근에 있는 또 다른 함바숙소인 A업체 대표는 “가설건축물이라도 보험 가입은 된다”고 말했다. 실제 이 업체는 숙소에서 노동자들이 다쳤을 경우에도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보험을 가입해 놓은 상태였다. 지난해 삼강F&C가 원덕읍사무소에 가설건축물 설립신고를 받도록 도움을 준 브로커 홍아무개 씨는 “사업주에게 화재보험을 가입하라고 조언을 했다”며 “농협(보험)으로 해서 견적을 떼어보니 (월 보험료) 20여만 원이 나왔다”고 말했다.

사고 당일 창문으로 탈출해 가까스로 살아남은 김 모 씨는 “죽은 사람뿐만 아니라 그 숙소에 머물다가 피해본 사람들, 자동차가 타서 피해본 사람들은 아무런 보상도 못 받았다”며 “책임 주체가 붕 떠서 살아나온 것 만으로 만족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숙소비 지원한 업체는 나 몰라라

이번에 사고를 당한 노동자들은 발전소 건설현장에서 일했다. 발전소 건설현장은 대부분 외딴 곳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건설공사 기간 동안 인근에 함바 숙소가 세워진다. 삼강 F&C의 함바 숙소도 지난해 3월 세워졌다.

노동자들을 고용한 영진산업은 하루 2만원의 숙소비를 지원했다. 숙소와 건설 현장을 오가는 셔틀버스도 2대 운영했다. 하지만 숙소는 노동자들이 함바숙소 업체인 삼강 F&C와 개별 계약했기 때문에 이번 사고와 피해에 대해서도 전혀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영진산업은 사망자 유가족에게 500만 원의 장례비만 지원했다.

삼강 F&C는 월 35만 원에서 40만 원을 현금으로 받아 노동자들에게 숙소와 하루 두 끼(아침, 저녁) 식사를 제공했다.

가설건축물은 소방시설 설치 의무규정 없어 화재예방 무방비

사고 피해가 컸던 이유 중 하나는 숙소에 제대로 된 소방시설이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보기도 울리지 않았다. 삼척소방서에 확인한 결과 해당 숙소는 한번도 소방시설에 대한 점검을 받지 않았다. 그럴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삼척소방서 관계자는 “가설건축물은 시에 신고만 하는 사항”이라며 “시에서는 어디에 가설건축물이 있다는 것을 알지만 소방서에는 어떤 가설건축물이 있다는 것 자체에 대한 자료가 없다”고 말했다.

현재 가설건축물은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소방시설법)상 규제를 받지 않고 있다. 때문에 사실상 숙박업소 또는 기숙사처럼 운영되는 함바숙소는 소방시설 설치 제한을 전혀 받지 않고 있다.

▲ 불에 탄 숙소 내부 모습

▲ 불에 탄 숙소 내부 모습

하지만 이런 함바숙소처럼 다중이 집단으로 묵는 숙소는 소방시설법에 따라 엄격한 소방시설 규제를 받고 있다. 예를 들면 연면적 100제곱미터 이상의 교육연구시설 내에 있는 합숙소, 바닥면적 합계 600제곱미터 이상의 생활형숙박시설, 고시원 등은 간이스프링클러를 설치해야 한다. 또 수용인원 100명 이상의 수련시설은 자동화재탐지설비를 갖춰야 한다. 하지만 한 번에 수십에서 수백명의 노동자들이 집단으로 거주하는 함바숙소는 가설건축물이라는 이유로 이 모든 규제에서 벗어나 있다.

소방시설법에 따라 내년 2월까지 모든 주택(단독주택, 다가구주택, 연립주택, 다세대주택)은 의무적으로 기초소방시설인 단독경보형감지기를 방과 거실마다, 소화기는 세대별, 층별로 설치해야 한다. 단독경보형감지기는 전기 배선을 따로 설치할 필요 없이 감지기 내부에 건전지를 넣어 천장에 부착하면 된다. 연기나 열을 감지하면 음성이나 사이렌 경보가 울린다. 가격도 1만원 대에서 10만원 대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가설건축물인 함바숙소는 이 규제 대상에서마저 제외돼 있는 상태다.

정규직 숙소 가보니 가건축물인데도 자체 소방시설 완비

가설건축물은 법적으로 소방시설을 갖출 의무는 없지만 이번에 화재가 난 숙소 인근에 있는 정규직 숙소는 소방시설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었다. 인근에는 대우건설과 GS건설 직원들이 사용하는 숙소가 있었다.

이 숙소 역시 가설건축물이었다.

하지만 이 곳에는 방마다 단독경보형감지기뿐만 아니라 자동확산소화기까지 갖춰 있었다. 자동확산소화기는 열을 감지하면 자동으로 소화기 분말이 터져 나오는 설비다.

▲ 정규직 직원들이 묵는 숙소에는 방마다 소방시설이 갖춰져 있었다. 천장에 달린 둥근 것이 자동확산소화기, 그 옆에 있는 것이 단독경보형감지기다.

▲ 정규직 직원들이 묵는 숙소에는 방마다 소방시설이 갖춰져 있었다. 천장에 달린 둥근 것이 자동확산소화기, 그 옆에 있는 것이 단독경보형감지기다.

▲ 삼강F&C의 숙소 중 불에 타지 않은 숙소. 천장에 전등만 달려 있다.

▲ 삼강F&C의 숙소 중 불에 타지 않은 숙소. 천장에 전등만 달려 있다.

GS건설 관계자는 “GS건설에서 사용하는 숙소는 임대인하고 직접 계약을 해서 단체로 사용하는 숙소이고, (이번에 화재가 난 숙소는) 임대인이 노동자와 직접 계약해서 쓴 개념”이라며 “개인의 사생활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일일이 관여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건설현장의 발주처인 한국남부발전 관계자는 유족에게 “남부발전에서 직원을 고용해서 사용한 것도 아니고 숙소도 개인 간에 임대차 계약을 했기 때문에 남부발전에서 관여를 하는 것은 책임 밖의 일”이라고 답했다.

▲ 한국남부발전 삼척그린파워건설 현장 입구.

▲ 한국남부발전 삼척그린파워건설 현장 입구.

2011년 국민권익위 제도 개선 권고 범위에 ‘숙소’는 빠져

국민권익위원회는 김영란 위원장 시절인 2011년, 건설현장 함바식당에 대한 대대적인 실태 조사를 벌였다. 그리고 공공사업장 건설현장의 함바식당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하도록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 당시 함바 숙소 브로커 유 모 씨가 구속되면서 함바집 운영권을 따내기 위한 로비사건이 사회 이슈가 됐기 때문이다. 함바식당 선정에 공무원의 알선·청탁 등 이권이 개입되거나 식당이 건설사 임원의 비자금이나 탈세 창구가 되는 문제가 집중 조명을 받았다. 하지만 당시 권익위가 내놓은 제도 개선안은 함바 ‘식당’ 운영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함바 식당에 딸려 있는 ‘숙소’의 안전 문제는 미처 반영되지 못한 것이다.

당시 권익위는 함바식당이 탈세 창구로 악용되는 현실을 지적하면서 “부서간 협조 미흡으로 불법영업행위를 적발하는 것이 곤란하다”며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주택, 건설 관련 사업 인허가 부서는 환경평가, 개발 타당성 평가만을 실시할 뿐 위생시설 및 근로 조건 등은 소관업무로 인식하지 않음.”

“건설현장식당(함바)은 관할 세무서, 지자체 식품위생과 등에서 관리·감독을 하여야 하지만, 정보 공유 및 인력 부족 등의 사유를 들어 관리 소홀.”

“그간 부서간 협조 미흡으로 나타난 건설현장식당의 관리·감독 사각지대를 보완하기 위해 대형 사업장 인·허가시 건설현장식당 설치 예상 사업장을 관할 세무서와 지자체 식품위생과 등 관계기관에 통보하는 것을 의무화.”

-국민권익위원회 2011년 3월 24일자 보도자료 ‘건설현장 식당(함바) 선정 투명해진다’

이번 삼척 숙소 화재 사건에서도 이런 문제가 그대로 드러났다. 삼척소방서, 삼척세무서, 삼척시청, 고용노동부 태백지청 모두 숙소의 영업이나 안전 문제에 대해 자신의 소관이라고 말하는 곳은 아무 곳도 없었다.

가설건축물은 일정 기간 존치 기간이 있기 때문에 규제를 안 하고 있습니다. 시에서는 가설건축물 신고를 하기 때문에 어디에 가설건축물이 있다는 것을 알지만 소방서에서는 가설건축물이 어디 있다는 것 자체에 대한 자료가 없습니다. 법정 소방시설 점검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소방검사는 실시가 안 됐습니다. 삼척소방서 관계자

가설건축물 축조신고는 신고로 끝나는 사항이에요. 건축법상 사용승인도 필요 없고 따라서 관리 실태를 점검할 대상 건축물이 아닙니다. 공사 기간이 끝나면 철거를 해야하는 건물이에요.삼척시청 관계자

관할 태백지청 근로감독관 “노동부 관여할 바 아니야”

노동자의 안전 문제를 가장 먼저 신경 써야할 부처는 고용노동부다. 하지만 해당 지역을 담당하는 고용노동부 태백지청의 이상웅 근로감독관은 이번 사고에 대해 “사업주가 책임질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 근로감독관은 기숙사 형태로 운영된 숙소에서 화재가 났음에도 단순히 노동자가 머무는 집에서 화재가 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입장을 보였다.

기자분도 근로자죠. 집에 가서 불이 났어요. 사업주가 책임을 져야 합니까? 근로자가 사는 숙소에 대해 노동부가 규제를 한다고 하면 사업주가 어떻게 사업을 하겠어요.고용노동부 태백지청 근로감독관

이 근로감독관은 “앞으로도 건설현장에서 이런 문제가 또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노동부는 넋 놓고 있겠다는 것이냐”는 질문에 “노동부가 관여할 바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원청에서 운영하는 기숙사에는 소방시설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다고 지적하자 “그런 것은 소방에 대해 철저하게 관리 감독을 받는 숙소를 제공받도록 법으로 만들어 놔야 하는데 그런 법이 없다”며 “그것은 노동부 소관이 아니고 국회의원 소관”이라고 말했다.

▲ 삼척소방서가 작성한 화재 현장 조사서. 해당 숙소를 ‘남부발전 협력업체 영진산업 근로자 숙소’로 명시하고 있다.

▲ 삼척소방서가 작성한 화재 현장 조사서. 해당 숙소를 ‘남부발전 협력업체 영진산업 근로자 숙소’로 명시하고 있다.

그나마 향후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기관은 소방 당국뿐이었다. 강원도 소방본부는 이번 사고로 숨진 강 씨의 형 강상현 씨의 진정에 대한 답변서에서 “이번 화재를 계기로 다수가 숙박하는 용도의 집합가설건축물의 경우 경보설비 등 소방시설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법령 개정안을 국민안전처 및 국토교통부에 건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노동자 숙소 화재로 동생을 잃은 강상현 씨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 강 씨는 동생의 사망 이후 생업을 포기하고 삼척에 머물며 책임자 규명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 노동자 숙소 화재로 동생을 잃은 강상현 씨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 강 씨는 동생의 사망 이후 생업을 포기하고 삼척에 머물며 책임자 규명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강상현 씨는 “동생이 억울하게 죽은 만큼 합당한 보상을 받아서 부모님께 돌려드리고 싶다”며 “가설건축물이라는 이유로 안전이나 생명에 대한 의식 없이 무법천지처럼 운영된다면 똑같은 사고가 발생해도 유가족만 억울한 일이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취재 및 촬영:조현미

화, 2016/10/11-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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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씨는 지난 4월19일 낮 12시께 서울 송파구 가락동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1년 가량 교제하다가 헤어진 A씨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한씨는 범행 전 칼 세자루와 등산용 로프, 염산이 든 박카스병, 마스크, 장갑...
화, 2016/10/11-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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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영어 교육 금지', 못미더운 이유

영유아 영어금지 논란 뒤에 숨겨진 것들

 

조성실 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

 

박근혜 정부에서 진행된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공교육정상화법)'에 따라 오는 3월부터 초등학교 1~2학년생들을 대상으로 한 방과 후 영어수업이 금지된다. 함께 추진됐던 유치원 및 어린이집 방과 후 영어수업의 경우 1년 간의 공론화 과정을 거쳐 최종안을 발표한다는 입장이다. 대신 유아 대상 고액 영어학원에 대한 단속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교육부가 유치원·어린이집의 영어수업을 금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지 3주 만이다. 발표 직후인 16일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이 '유치원·어린이집 영어수업 금지 재검토'로 인한 정책 혼선을 질책했단 기사도 이어졌다.

 

초등학생 1~2학년 방과 후 영어 수업 금지 방침은 2014년 3월 제정된 공교육정상화법에 따른 것으로 도입 당시 한시적인 예외 조항에 따라 적용이 유예되었다가 2018년 2월 기간이 만료됨에 따라 본격 적용된다. 정책 일관성 차원에서 동시 진행하기로 했던 유치원·어린이집 영어 수업 금지 방침만 유예되면서, 일각에서는 "유치원에서는 영어를 하다 1~2학년 때 금지하고 3학년 때 하는 이상한 상황이 발생한다"는 비판도 이어진다. 무엇보다 정책 혼선을 야기했다는 대목에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유치원 영어 금지 논란은, '제1외국어인 영어 교육의 적기가 언제인가'라는 교육 측면의 공방을 넘어, '정책 당국에 대한 불신과 불안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 것인가'의 차원에서 조명해 볼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 영어 교육은 0세부터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아교육 박람회에서도, 동네 어귀에서도, 어린이집에서도 영어 조기 교육을 촉구하는 온갖 정보와 광고가 즐비하다. 합법적이고도 버젓하게 우리의 일상을 잠식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어린이집·유치원의 영어 교육 금지 방침은 대한민국 조기 교육의 민낯을 드러내고 위험성을 지적하는 상징적 의미를 내포한다. 0세 사교육이란 말이 통용될 수준의 대한민국 조기교육의 심각성과 이로 인한 영유아 인권 침해 위험성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제2 외국어 교육은 모국어 체계가 충분히 완성 된 이후에 시작하는 게 효과적"이란 전문가 견해에도, 과도한 조기 교육과 선행 학습 문화가 사라져야하고 변화를 위한 부모의 역할이 적지 않다는데도 이견이 없다.

 

그런데 어쩌나? 오랜 정책 실패 속에 부모들 마음에 켜켜이 새겨진 불안은 '허상'이 아니라 '실재'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영어교육 관련 정책 전반에 관한 청사진'과 초등학교 3학년 미만의 공교육·보육 기관 영어교육 전면 금지로 인한 부작용을 어떻게 최소화할지에 관한 구체적인 로드맵이 함께 제시됐어야만 했다. 이번 사태의 경우, "영유아의 영어조기교육을 줄여가야 한다"는 방향성에 대한 반대보다도, '정책 설계의 미흡성에 대한 우려와 불안'이 더 큰 저항 요소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영유아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라면 삼사십 분 영어 노래를 듣고 동화를 읽는 보통의 아이들에 대한 규제에 앞서(또는 동시에) 반일제·종일제 이상 영어유치원에 앉아 있는 아이들(누가 봐도 부정할 수 없이 아동 인권을 침해 받고 있는 아이들)에 대한 강도 높은 대책이 강구되었어야 한다. 정부는 정책 일관성을 위해 유치원·어린이집 영어 교육을 금지시킨다고 했지만, 영어 유치원에 대한 기본적인 단속 지침조차 내놓지 않았던 교육부의 처음 발표는 일관성뿐 아니라 형평성까지 훼손된 정책으로 해석될 여지가 분명했다.

 

또한, 방과 후 영어 금지 이후 그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그림을 제시했어야 한다. 엄마들 사이에서는 "영어 교육 금지시키면 뭐하나. 어차피 과학이나 수학이 놀이 접목해서 들어올 건데 뭘"하는 식의 자조와 불신이 팽배하다. 교육부는 지난달 '유아교육 혁신 방안'을 통해 '놀이중심 교육 문화'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영어와 한글 등 선행 학습 성격의 프로그램 대신 놀이와 돌봄 위주의 '방과 후 놀이 유치원'과 '프로젝트 학습'으로 전환하겠다는 요지였다. 현장 단위에서 체감할 변화가 어떤 것일지에 대한 설명과 함께, 영어 대신 채워질 아이들의 시간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안내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세 번째로, 공교육 내 영어교육 정상화를 위한 로드맵과 명확한 지표가 제시됐어야 한다. 2017년도부터 초등학교 1학년 1학기의 한글 수업시수를 27시간에서 총 45차시 이상으로 늘려 체계화하고 강화한 한글 교육 정상화가 좋은 예시가 될 수 있겠다. 공교육 내 영어교육 정상화를 위한 교육 체계 개편을 우선적으로 추진하고, 영어 선행 학습에 해당하는 초등 1·2학년과 유치원·어린이집·영어 유치원 등에 대한 공교육 정상화 노력을 병행한다고 했다면, 변화에 대한 불안과 저항감을 조금은 더 낮출 수 있지 않았을까? 수도 없이 교육 정책 실패를 경험한 우리로서는 아무리 좋은 정책도 실효성도 거두지 못한 채 폐지될 것이며, 결국 최종적인 손해는 오롯이 내 아이의 몫이 될 거란 불안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교육 개혁 시도 뒤에는 부모와 학생의 불안을 조장하는 더 많은 총량의 마케팅이 쏟아진다. 반면, 우리 사회에는 민간 시장을 중심으로 쏟아지는 편향된 교육 정보들에 대항할 과학적 자료가 너무나도 부족하다. 발표된 교육개혁안이 추진할 동력을 얻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문재인 정부는 대선 당시 공약한 영유아인권법을 조속히 제정하여 아동 청소년의 과잉학습을 규제하고 적절한 학습시간과 휴게시간을 보장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아동인권 차원에서 과잉학습 실태를 조명하고 공교육 정상화를 추진해 갈 담론 형성과 연구 활동에 힘써주길 바란다.

 

이번 사태에서 주목해야 할 지점 중 하나는, 적기 교육에 대한 철학이 분명한 부모들 중 상당수도 해당 정책에 대해 적극적 지지를 보내지 못했다는 데 있다. 보다 정교하고 정합성 높은 정책이 제시됐다면 판도가 조금은 달라졌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부모들이 불안에 떨며 아이를 사교육 공포만으로 몰아넣는 것은 아니다. 생각보다 많은 부모들이 내 아이가 불행한 입시 경쟁을 답습하지 않기를 바라고 또 고민한다. 부모 개개인이 느끼는 불안과 혼란은 오랜 정책 실패를 통해 학습된 결과다. 그런 의미에서 정책 당국이 국민들에게 사안의 중요성과 철학을 전달하고 설득해내고자 한다면 정책 수요자를 위한 보다 친절하고 구체적인 설명을 덧붙여야 할 것이다. 

 

수능 전과목 절대평가 전환, 외고·자사고 폐지와 함께 반발 여론에 떠밀려 새 정부의 교육 정책이 모조리 유예되고 있다는 우려도 이어진다. 그리고 우리에게 주어진 1년의 시간. 철회나 폐기가 아닌 '유예'가 되기 위해서는 남은 1년의 시간이 중요하다. 정책 당사자들을 설득할 짜임새 있는 계획안이 이어져야 하고, 각계 각 층의 의견을 모아 조율하고 또 정책의 방향성을 설득해 갈 거버넌스도 마련해야 한다. 부모들도 원한다. 내 아이가 누구보다 행복하기를. 그리고 바란다. 비정상적인 교육 공화국의 열기가 제발 좀 가라앉기를. 핵심은 '어떻게 바꿀 것인지'에 달려있다. 남은 1년 교육 당국과 시민 사회에 맡겨진 책임이 크다.

 

 

참여사회연구소는 2011년 10월 13일부터 '시민정치시평'이란 제목으로 <프레시안> 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참여사회연구소는 1996년 "시민사회 현장이 우리의 연구실입니다"라는 기치를 내걸고 출범한 참여연대 부설 연구소입니다. 지난 19년 동안 참여민주사회의 비전과 모델, 전략을 진지하게 모색해 온 참여사회연구소는 한국 사회의 현안과 쟁점을 다룬 칼럼을 통해 보다 많은 시민들과 만나고자 합니다. 참여사회연구소의 시민정치는 우리가 속한 공동체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책임지는 정치를 말합니다. 시민정치가 이루어지는 곳은 우리 삶의 결이 담긴 모든 곳이며, 공동체의 운명에 관한 진지한 숙의와 실천이 이루어지는 모든 곳입니다. '시민정치시평'은 그 모든 곳에서 울려 퍼지는 혹은 솟아 움트는 목소리를 담아 소통하고 공론을 하는 마당이 될 것입니다. 많은 독자들의 성원을 기대합니다.  같은 내용이 프레시안에도 게시됩니다. 목록 바로가기(클릭)
 
* 본 내용은 참여연대나 참여사회연구소의 공식 입장이 아닙니다.

 

 

시민정치시평은 참여연대 부설 참여사회연구소와 <프레시안>이 공동 기획·연재합니다. 

 

 

금, 2018/01/19-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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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브로드밴드 등 통신상품 결합 판매하며 지나친 경품 제공

2015년 3월 제대로 제재했다면 4사 과징금 “최소 100억 원”

방통위 사무처, 실태점검과 조사하고도 위원회에 상정 안 해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성준)가 100억 원대 과징금이 예상된 주요 통신사업자의 경품 관련 위법행위를 알고도 눈감아 준 것으로 드러났다.

2014년 7월부터 2015년 3월까지 9개월 동안 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KT•SK텔레콤이 통신상품을 결합(묶음) 판매하며 소비자에게 지나치게 많은 경품을 준 위법행위가 3만8433건이나 적발됐음에도 방통위는 아무런 책임을 묻지 않았다. 그나마 도중에 조사를 멈춰 수백만 건으로 추산된 네 사업자의 경품 지급 행위를 다 들여다보지도 않았다.

이런 정황에 비춰 수십억 원대 과징금을 걱정한 몇몇 통신사업자와 방통위 사무처 실무진 간 짬짜미 의혹이 일었다. 사무처의 사전 실태점검 결과를 보고받은 뒤 공식 시장조사를 지시한 최성준 위원장도 2015년 3월 이후 최근까지 1년 8개월여 동안 사후 조치를 하지 않아 맡은 일을 게을리한 의심을 샀다.

 

경품 금지행위 함께 조사하고도 허위•과장 광고만 제재

 

“의결 사항 나, ‘방송통신 결합상품 허위•과장 광고 관련 이용자 이익 저해행위에 대한 시정조치에 관한 건’에 대해 박노익 이용자정책국장, 보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2015년 5월 28일 방통위 제23차 회의에서 최성준 위원장이 두 번째 의결 안건을 열었다. 그해 3월 2일부터 조사한 KT•SK텔레콤•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를 비롯한 24개 방송통신사업자의 결합상품 관련 위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는 자리. 그날 방통위는 통신상품 여러 개를 결합해 계약하면 ‘방송은 공짜’라는 둥 허위•과장 광고를 한 책임을 물어 24개 사업자에게 과징금 11억8500만 원을 매겼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에 3억5000만 원씩, 나머지 케이블TV사업자에 375만 원 ~ 750만 원씩이었다. 그때 석연치 않은 이유로 SK브로드밴드에게 허위•과장 광고의 책임을 묻지 않은 게 이상했지만 수면 아래엔 그보다 더 큰 특혜가 도사렸던 것으로 확인됐다. 네 통신사업자가 초고속 인터넷 결합상품을 팔면서 25만 원어치 이상으로 지나치게 많은 경품을 곁들인 행위를 방통위가 눈감아 준 것. 나머지 20여 케이블TV사업자의 경품 위법행위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아 눈길을 끌지 못했다.

방통위 이용자정책국은 2015년 1월과 2월 사전 실태점검으로 경품 위법행위를 확인해 최성준 위원장에게 보고했고, 최 위원장의 시장조사 지시를 받아 2015년 3월 2일 24개 사업자에게 ‘통신방송 시장의 결합상품 관련 조사’를 알리는 공문을 보냈다. 공문에는 “귀사의 결합상품 관련 허위‧과장 광고 및 경품 지급 등에 대한 실태를 조사하니 적극 협조해 주시기 바란다”는 문구가 뚜렷했다. 시장조사 목표가 그리 분명했음에도 위법한 경품 지급행위를 눈감아 준 채 허위•과장 광고만 제재한 것을 두고 방통위 내부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결과”라는 지적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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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3월 2일 SK브로드밴드를 비롯한 24개 사업자가 방통위로부터 받은 시장조사 통보 공문. 허위•과장 광고뿐만 아니라 경품 관련 금지행위를 조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방송통신계 한 전문가는 “방통위가 SK브로드밴드의 2014년과 2015년 초 통신상품 결합 판매를 위한 경품 관련 금지행위를 제대로 제재했다면 60억에서 70억 원대 과징금이 부과됐을 테고, LG유플러스•KT•SK텔레콤도 각각 최대 50억 원에서 최소 30억 원대 과징금을 피할 수 없었을 것”으로 봤다. 그는 “아무리 적게 잡아도 관련 4사 과징금이 100억 원을 훌쩍 넘겼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허위•과장 광고와 달리 경품은 소비자를 현금이나 상품권 따위로 직접 꾀기 때문에 전수 조사를 벌여 위법행위로 벌어들인 관련 매출의 100분의 3까지 과징금을 물린다. 예를 들어 소비자가 ‘초고속 인터넷에 집(유선) 전화와 인터넷(IP)TV를 묶은 상품’을 샀을 때 경품을 25만 원어치까지 주는 건 적법하나, SK브로드밴드는 2014년 평균 33만8757원어치 상품권이나 현금 따위를 주고 새 고객을 꾄 덕에 얻은 매출의 최대 3%를 토해 내야 하는 것. SK브로드밴드의 2014년 경품은 2013년 평균인 18만3852원어치보다 84.25%나 늘어 시장 과열에 기름을 부었다. 특히 80만 원을 넘겨 아예 100만 원어치 경품을 주기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결합상품을 팔면서 경품을 25만 원어치만 준 소비자가 있는가 하면 어떤 고객에겐 100만 원어치를 줬다. 이런 ‘이용자 차별’은 방통위가 엄격히 규제하는 금지행위다.

경쟁 사업자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LG유플러스가 2013년보다 120.04%나 많은 평균 32만4033원어치 경품으로 소비자를 꽸다. KT도 2013년보다 78.32%를 늘린 31만8857원어치 경품을 내밀어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에게 초고속 인터넷 시장을 내주지 않으려는 뜻을 내보였다. SK텔레콤은 2013년보다 193.42%가 많은 평균 24만2538원어치 경품을 내밀어 SK브로드밴드와 함께 결합상품의 시장 지배력 확대를 꾀했다. SK텔레콤 이동전화와 SK브로드밴드 초고속 인터넷은 두 회사가 각각 꾸린 결합상품의 중심을 이룬 채 새 고객을 늘리는 데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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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가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에 맡겨 확보한 2014년과 2015년 통신상품 시장 점검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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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가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에 맡긴 2014년 통신상품 시장 점검에 따라 확인된 초고속 인터넷 결합상품의 경품 지급액 흐름. 사업자 간 경쟁이 지나치게 뜨거워져 경품 관련 위법행위가 만연했다.

2014년 10월 국회 국정감사 지적 뭉개

“단통법(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을 통해서 이용자 차별을 중지시키고 정상화한 건 잘했는데 그다음 문제가요, 결합상품 문제입니다. 지금 KT나 각종 인터넷 회사들이 (초고속) 인터넷에 무선전화와 유선전화 묶어 가지고 결합상품을 파는데 보면요. 하여튼 공짜, 무료, TV 플러스 인터넷 1000원, 이게 지금 말이 안 되거든요. 이 결합상품 시장에 대한 시장조사를 하신 지가 3년이 넘었는데 이걸 왜 조사를 안 하세요? 이거 조사하실 겁니까?”

2014년 10월 24일 제19대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의 방통위 국정감사에서 우상호 의원이 최성준 위원장에게 한 질문. 초고속 인터넷을 중심에 둔 결합상품 시장 경쟁이 지나치게 뜨거워져 국회에까지 부조리가 전해진 결과였다.

최성준 위원장은 “조사해 보도록 하겠다. 일부 문제가 됐다고 저희한테 신고가 들어온 것은 부분적으로 (조사)한 것은 있습니다만 종합적인 건 (조사)하도록 하겠다”고 대답했다. 최 위원장의 조사 약속은 그러나 제대로 구현되지 않았다. 2015년 3월 조사하긴 했으되 국회와 언론의 관심이 멀어진 뒤로 올 10월까지 1년 8개월째 꿩 구워 먹은 자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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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가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에 맡긴 2015년 통신상품 시장 점검에 따라 확인된 초고속 인터넷 결합상품의 경품 지급액 흐름. 2014년 10월 국회에서 결합상품 시장조사 지적이 일고 실제 조사가 시작되자 30만 원대였던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의 경품 평균 지급액이 20만 원대로 조금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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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3월 방통위의 통신상품 시장 점검에 따라 확인된 결합상품 허위•과장 광고들. ‘현금 100만 원 지급’과 ‘1년 공짜’가 난무할 만큼 시장 경쟁이 뜨거워 경품 지급액도 커졌다. (사진: 방송통신위원회 결합상품 허위•과장 광고 시정조치 관련 보도자료에서 갈무리)

 2011년 2월 21일 방통위는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를 새로 모집하며 지나친 경품을 제공한 책임을 물어 세 통신사업자에게 과징금 79억9900만 원을 물렸다. KT 31억9900만 원, SK브로드밴드 31억9700만 원, LG유플러스 15억300만 원이었다. 세 통신사업자는 2009년 10월부터 2010년 3월까지 6개월 동안 인터넷 단품이나 결합 상품을 팔면서 새 가입자에게 준 경품을 0원에서 91만 원까지 차별했다. 25만 원 이상 고액 경품을 받은 가입자가 3사 평균 25.7%에 이르렀다. 특히 SK브로드밴드는 91만 원짜리 현금 경품까지 지급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이런 사례에 비춰 2014년 7월부터 2015년 3월까지 9개월 동안 일어난 네 통신사업자의 경품 관련 위법행위 과징금이 100억 원을 넘었을 것으로 예측됐다.

 

최성준 위원장에게 보고됐음에도 경품 제재 없어

 

“위에서 하도 서두르셔서 (긴급히) 2주 정도 (경품 실태점검 출장을) 간 것으로 기억합니다. (점검할) 지역별로 4개조를 짰고, 시장 내에서 (조사의) 시급성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2015년 1월과 2월 사이에 통신상품 결합판매 사전 ‘실태점검’을 맡았던 방통위 관계자의 말. 이 실태점검 결과를 바탕으로 삼아 2015년 3월 2일 시장조사 공문이 관련 사업자에게 보내졌다. 공식적인 시장조사의 시작은 박노익 방통위 이용자정책국장과 김용일 당시 이용자정책총괄과장으로부터 실태점검 결과를 보고 받은 최성준 위원장이 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방통위의 일반적인 시장조사 절차. 이때까진 잘못된 게 없었으나 2015년 6월까지 조사를 마친 뒤 그해 7월 6일 ‘경품 제공 현황 보고서’까지 만들고도 위원회 의결 안건으로 올리지 않아 여러 의혹을 샀다.

박노익 방통위 이용자정책국장은 이와 관련해 “(이용자정책총괄과의 2015년 3월 경품 조사를) 보강하기 위한 조사를 추가적으로 (6개월 뒤인 2015년 9월에) 통신시장조사과에서 시작해 최근까지 해 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2015년 3월 조사의 대상 기간인 ‘2014년 7월부터 2015년 3월까지’와 그해 9월 조사 대상 기간인 ‘2015년 1월부터 9월까지’는 3개월만 겹칠 뿐이다. 박 국장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2014년 7월부터 12월까지 6개월 동안 조사한 결과도 앞으로 과징금을 정할 때 포함되어야 할 것이나 2015년 3월 치 조사를 맡았던 이용자정책총괄과의 보고서가 그해 9월 이른바 추가 조사를 맡은 통신시장조사과에 공유되지도 않았다. 두 과는 통신사업자에게 시장조사를 알리는 공문도 따로따로 보냈다. 조사를 각각 했다는 뜻. 방통위는 지난해 9월 시작한 경품 금지행위 조사마저 올 6월 마무리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위원회 의결 안건으로 다루지 않았다.

지난 4일 최성준 위원장은 2015년 초 결합상품 경품 금지행위 실태점검과 그해 3월 시장조사에 따른 제재가 이루어지지 않은 까닭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그때 조사 대상 기간이던 2014년 7월부터 2015년 3월까지는 시장에서 결합상품 판매 경품 경쟁이 지나치게 뜨거웠던 때였음에도 제재 없이 지나간 까닭이 따로 있는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도 응하지 않았다.

한편 방통위가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공한 2015년 3월 치 경품 조사 결과 보고서에는 실태점검 자료 수가 14만7641건(통신 4사 9만9533건)에 불과했다. 이를 두고 경품 전수조사 없이 표본(샘플)을 뽑아 진행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위법한 경품 지급행위를 조사하려면 모든 사례를 찾아 점검해야 한다. 사업자의 이용자 차별 행위가 일부 표본에만 일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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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재일 의원실에 제공된 방통위의 2015년 3월 치 경품 조사 결과 보고서 개요(왼쪽). 오른쪽은 경품 수준별 현황. 실태점검 표본 수가 적어 제대로 조사가 이루어졌는지 미심쩍다는 시각이 많다.

수, 2016/10/12-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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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가 투자한 부동산 사업으로 인해 예금보험공사(이하 예보)의 공적자금 수백억 원이 공중분해될 위기에 처한 사실이 뉴스타파 취재 결과 확인됐다. 예보는 관련 소송을 진행하면서 기본적인 법리 검토조차 하지 않아 공적자금 회수에 대한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300억 원에 인수한 ‘금싸라기’ 땅…수백억 원대 차익이 눈앞에

뉴스타파는 경기도 일산 주엽역에 위치한 ‘(구)스타몰’ 인수 사업에 전두환씨 일가가 뛰어든 사실을 보도한 바 있다. (관련 보도 : 추징금 1000억 미납 전두환 일가, “수백억대 부동산 사업 진행 중”) 전두환씨의 장남 재국씨와 측근들이 ‘맥스코프’라는 법인을 설립해 해당 토지 인수에 나선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이 사업에는 전재국 씨의 부인 정도경 씨의 돈 7억 원과 전재국 씨 소유 기업 ‘북플러스’의 자금 5억 원이 투자됐다. 확인결과 맥스코프의 실소유주는 전재국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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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스코프가 이 사업에 뛰어든 건 2014년 말이다. 그해 12월 맥스코프는 스타몰 토지 소유주인 SBI저축은행과 토지 인수계약을 맺었다. 맥스코프가 뛰어들 당시 스타몰은 소유관계가 복잡했다. 일단 건물과 토지의 주인이 달랐다. 토지는 일본계인 SBI저축은행이, 건물은 예보가 갖고 있었다. SBI저축은행은 2005년 법원 경매에 부쳐진 토지를 낙찰받았고, 예금보험공사는 이 건물에 대해 340억 원 상당의 채권을 갖고 있던 저축은행들(토마토, 한국, 진흥, 경기)이 잇달아 파산하면서 건물을 실소유하게 됐다. 현재 건물에 대한 법적 소유권을 가진 스타몰 추진업체 스타디엔씨는 파산 상태다.

SBI저축은행은 맥스코프와 계약을 맺은 직후인 2015년 4월, 스타몰 건물의 법적 소유주인 개발업체 ‘스타디앤씨’를 상대로 건물 철거 소송을 제기했다. 소장에 따르면, SBI저축은행은 스타디앤씨가 지난 2년 동안 토지사용료(지료)를 지급하지 않고 부당하게 토지를 점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토지 소유주로서의 권리 행사를 침해당하고 있기 때문에 건물 철거가 불가피하다는 것. 지난 1월 SBI저축은행은 1심에서 승소했고, 현재 항소심이 진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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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스코프의 대표 권 모 씨는 최근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소송이 끝나는 대로 스타몰 부지를 다시 매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직접 사업을 추진할 생각은 없다는 것이다.

처음 스타몰 토지를 인수할 때부터 직접 개발에 나설 생각은 없었다. 토지가 법적으로 ‘클리어’하게 되면 대형 건설사 등 개발업체에 되팔 생각이다.

권씨의 말은 SBI저축은행이 제기한 건물 철거 소송이 애당초 토지 거래의 차익을 노린 맥스코프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것이었음을 시사한다.

맥스코프의 인수대금은 310억 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주엽역 인근 부동산업자들은 스타몰 부지가 지니는 가치는 그보다 훨씬 클 것이라고 말한다. 취재진이 만난 한 부동산업자는 “지난 20년동안 검증이 된 위치이기 때문에 상가 임대를 한다면 평(3.3m2)당 5000만 원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자는 “상가와 오피스텔이 결합된 건물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위치”라며 “복잡한 이해 관계가 정리되고 실제 건물 철거가 이뤄질 수 있다면 굉장히 잘한 인수 거래”라고 평가했다. 개발업체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변동이 있겠지만 수백억 원대의 차익이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공적자금 300억 원 공중분해 위기…예보는 ‘강건너 불구경’

만약 맥스코프의 계획대로 건물이 철거되면, 예보가 갖고 있는 340억 원 가량의 스타몰 채권은 사실상 ‘공중분해’된다. 부실 저축은행을 구조조정하기 위해 투입됐던 공적자금을 회수할 기회가 영영 사라지는 것이다. 그런데도 예보는 그동안 재판 과정에서 별다른 대응책을 내놓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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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보는 SBI저축은행이 제기한 건물철거 소송 1심 공판에 피고이자 법률상 건물소유주인 스타디앤씨 측의 보조참가인 자격으로 참여했었다. ‘보조참가’는 법률상 이해관계를 갖는 제3자가 한쪽 당사자의 승소를 위해 소송에 참가하는 것을 말한다. 당연히 스타디앤씨 측과 공조해 건물 철거를 막을 법리를 강구해야 했다. 하지만 소송 과정에서 예보의 역할은 없었다고 스타디엔씨 측은 주장한다. 스타디앤씨 이인형 대표의 말이다.

예보가 스타디앤씨나 채권단 측에 연락 한번 한 일이 없다. 재판 과정 내내 자리만 지켰을 뿐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았다. 1심 공판 막바지에 예보 측 변호사가 조정을 신청한 일이 있었지만 판사로부터 ‘이해관계가 복잡해 가능하겠냐’는 일종의 핀잔만 샀을 뿐이다.

항소심에서 스타디앤씨 측 변호인으로 합류한 신영한 변호사도 예보의 무성의한 대응을 지적했다.

2000명에 이르는 분양권자들의 이해관계는 물론, 공적자금 수백억 원이 걸려있는 소송인 만큼 그 사회적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지만 예보의 대응은 미흡했다. 한참 법리를 다퉈야 할 때인데 예보 측이 재판부에 조정을 신청한 것은 소송을 진행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힘 빠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신 변호사는 법리 검토 과정에서 원고(SBI저축은행) 측이 내세우는 주요 주장 가운데 일부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확인했다. 원고는 2013년 이후 스타몰 건물의 지상권이 소멸됐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 이 건물의 지상권이 타 기관에 남아있는 것으로 확인된 것. 항소심 재판부는 이 같은 신 변호사의 지적을 인정하고 이 문제에 관련된 법리를 재검토하도록 한 상황이다. 신 변호사는 “사건에 대해 조금만 관심을 갖고 있다면 충분히 확인할 수 있는 수준의 사실관계”라고 말했다. 예보 측은 1심에서 이 같은 기본적인 법리 검토조차 하지 않았던 셈이다.

예보 측은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사실상 대응 전략이 없다는 점을 시인했다. 예보 관계자는 “소송에서 이기면 좋겠지만, 법리적으로 힘들 수 있다고 보고 있다”며 “SBI저축은행 측과 매각 협의를 해 상대가 적정한 수준의 가격을 제시하면 조정에 나서는 것도 하나의 방법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스타몰 건물 건축 공정이 상당히 진행된 데다 수분양자들이 많기 때문에 건물 철거 소송에서 지더라도 실제 철거에 들어갈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취재 : 오대양, 한상진
촬영 : 김수영
편집 : 정지성
CG : 정동우

목, 2016/10/13-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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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성남시장 “사회발전 시정 위해 청년수당 필요” – 日 아사히 신문과 인터뷰에서 청년배당 정책 설명 – 청년 실업 해법 위한 정책적 대안이라 강조 이재명 성남시장의 청년배당은 국내는 물론 다른 나라에서도 주목하는 정책이다. 청년배당은 성남 지역에 거주하는 24세의 젊은이에게 연간 50만원 상당의 지역 상품권을 지급하는 정책을 말한다. 이웃 일본의 경우 아베노믹스에 힘입어 경기가 살아나고 청년들의 취업문이 ...
목, 2016/10/13-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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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고 백남기 농민의 사망 시점을 전후해 이른바 ‘빨간우의’ 남성이 백 씨 사망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방향으로 수사를 진행하려 한 정황이 드러났다. 같은 시기 극우보수단체와 일부 여당 의원들도 같은 주장을 잇달아 내놓고 있어 국가폭력의 희생자인 고 백남기 농민 사건의 본질을 흐리려는 범여권 차원의 기획이 진행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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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시신 검안 현장에서 ‘빨간우의가 제3의 외력 가능성’ 언급

백남기 농민이 물대포 피격 317일 만에 결국 숨진 지난 9월 25일 저녁. 서울대병원에서는 고인의 시신에 대한 검안 검시 절차가 진행됐다. 서울중앙지검 검사와 경찰 과학수사대원,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의관 등이 병원 의료진과 함께 참여했고, 시신을 차마 마주하기 힘들다는 유족들을 대리해 대책위원회 간부들과 변호사, 야당 의원 2명 등이 참관했다.

▲ 9월 25일 서울대병원에서 진행된 고 백남기 농민의 시신 검시 모습

▲ 9월 25일 서울대병원에서 진행된 고 백남기 농민의 시신 검시 모습

40분 가까운 검시가 끝난 뒤 브리핑이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유족 대리인들은 검시 절차와 300여 일의 의무기록만으로도 고인의 사망 원인이 경찰의 물대포에 의한 뇌충격이라는 점이 명백히 확인될 수 있는만큼 시신 부검은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검시 과정에 참여한 서울중앙지검 권 모 검사는 “고인이 부상할 당시 제3의 외력이 존재하는 부분이 있어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 부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이 ‘제3의 외력’이란 것이 일각에서 제기되는 이른바 ‘빨간우비 폭행설’을 의미하는 것이냐고 묻자 해당 검사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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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압수수색영장서도 ‘빨간우의 책임 부각’ 의도 드러내

백남기 농민 사망 19일 전인 지난 9월 6일. 법원은 검찰이 서울대병원에 대해 청구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했다. 압수 대상은 백 씨의 의무기록 일체였다. 이 영장에는 피의자로 강신명 전 경찰청장 등 7명이, 죄명은 살인미수라고 기재돼 있었다. 형식상 백 씨의 가족이 고발한 사건에 대한 수사자료를 요청하는 모양새였다. 그러나 이 영장 말미의 ‘압수수색 필요성’ 항목에는 다소 뜬금없는 내용이 언급돼 있다. ‘빨간색 우의 착용자가 넘어지면서 피해자를 충격한 사실이 있어 피해자의 의식불명 등 상해 결과에 영향을 미친 원인행위가 무엇인지 뚜렷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 9월 6일자 서울대병원에 대한 압수수색영장

▲ 9월 6일자 서울대병원에 대한 압수수색영장

더 황당한 건 고인 사망 하루 뒤인 지난달 26일 재차 발부된 서울대병원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이었다. 이 영장 역시 백 씨에 대한 의무기록 일체가 압수 대상으로 되어 있고 청구한 검사도 동일인이었다. 그런데 이번엔 피의자가 ‘성명불상’으로, 죄명은 ‘미상’으로 기재돼 있었다. 앞선 영장과는 달리 유족들이 고발한 사건 책임자를 특정하지 않은 것이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한 마디로 피의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다는 뜻인데, 이는 경찰의 폭력적 진압이 백남기 농민 사망의 근본 원인이라는 점을 비켜가기 위해 빨간우의 남성의 책임론을 부각시키는 쪽으로 수사 방향이 완전히 틀어졌다고 볼 수밖에 없는 정황’이라고 분석했다.

▲ 9월 26일자 서울대병원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 9월 26일자 서울대병원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극우보수진영·여당도 일제히 ‘빨간우의’ 부각…범여권 차원 기획?

백남기 농민의 사망을 ‘빨간우의’ 때문인 것으로 몰아가는 움직임은 비단 검찰에게서만 확인되는 것이 아니다. 극우성향인 이용식 건국대 의과대학 교수는 지난 10월 5일 광화문 한복판에서 집회를 열어 백남기 농민을 숨지게 한 것은 물대포가 아니라 빨간우의 남성의 가격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또 10여 개 보수단체들은 지난 10월 7일 공동으로 빨간우의 남성에 대한 신원 파악과 백남기 농민 타살 의혹을 규명해 달라며 경찰에 수사의뢰서를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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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빨간우의’가 백남기 농민을 숨지게 했다고 주장하는 이용식 건국대 교수(위)와 보수단체들(아래)

▲ ‘빨간우의’가 백남기 농민을 숨지게 했다고 주장하는 이용식 건국대 교수(위)와 보수단체들(아래)

그러자 여당도 적극적으로 가세하고 있다. 지난 10월 11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새누리당 나경원 의원은 “(백남기 농민의 사인이) 물대포 압력에 의한 것인지 동영상에 나온 것처럼 빨간우의를 입은 사람에 의해 쓰러진 것인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당 김석기 의원 역시 “사망 원인이 경찰의 살수 때문인지, 가족의 연명치료 거부 때문인지, 빨간우비 때문인지 여러 논란이 있다”고 말했다. 두 의원은 이런 주장에 따라 ‘명확한 사인 규명을 위해’ 부검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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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일련의 흐름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결국 최근 서울대병원의 ‘병사 사망진단서 논란’에 빨간우의 폭행 의혹까지 더함으로써 고인의 사망 원인을 불명확하게 보이도록 하려는 프레임이 만들어지고 있는 추세”라면서 “국가 폭력으로 사망한 백남기 농민 사건의 본질을 가리고 현실적으로도 경찰 수뇌부의 책임을 경감시켜 주려는 기획이 진행되고 있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취재 : 김성수
영상취재 : 김기철
영상편집 : 정지성

목, 2016/10/13-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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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과 보수단체, 일부 여당 의원들까지 백남기 농민에 대한 가해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는 이른바 ‘빨간 우의’ 폭행설은 모두 뉴스타파가 촬영한 영상을 근거로 제기된 것이다.

뉴스타파는 이미 1년 전에 관련기사(‘빨간 우비’가 폭행해서 중태라니…사람 눈이 맞나?)를 통해 이 주장이 황당한 것임을 검증한 적이 있다.

그러나 고 백남기 농민 사망 이후 같은 논란이 또다시 불거지고 있어서 이번에는 영상전문가인 한국영상대 영상촬영조명과 구재모 교수에게 동영상 촬영 원본 분석을 의뢰했다.

구 교수는 2배, 5배, 10배 저속 또는 확대와 해상도를 높이는 등의 화질 개선을 통해 프레임 별로 정밀 분석한 결과를 뉴스타파에 보내왔다.

‘빨간 우의’의 오른손은 백 씨 얼굴을 가격했나?

가장 논란이 됐던 것 중의 하나는 빨간 우의를 입은 남성이 오른손으로 백 씨의 얼굴을 가격했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영상 분석 결과 구 교수는 이 “남성의 오른손이 얼굴에 닿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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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을 프레임 별로 분석해보면 넘어지기 직전의 ‘빨간 우의’의 손은 주먹을 쥐지도 않았을 뿐더러 불과 0.6초 만에 백 씨의 머리를 벗어나 땅을 짚고 있다는 것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극히 짧은 찰나의 순간에 ‘빨간 우의’ 남성이 오른손이 백 씨의 사망에 영향을 줄 정도로 충격을 가한 뒤 백 씨의 머리 너머로 이동해 땅을 짚는 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 남성의 손이 물대포에 밀려 백 씨의 얼굴 위로 순간적으로 넘어가면서 바로 땅을 짚었다는 설명이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빨간 우의’의 무릎 가격은 얼굴을 향했나?

구재모 교수는 “만약에 이 남자가 무릎으로 얼굴을 가격했다면 무릎 진행 방향으로 백 씨의 얼굴이 돌아가야 하는데 오히려 반대쪽으로 움직이고 있다”면서 “확대한 이미지에서도 이 남성의 무릎은 백 씨의 얼굴이나 턱에 아예 닿지도 않은 것으로 보인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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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우의’ 남성의 오른손이나 오른쪽 무릎이 얼굴을 가격했다면 골절 부위는 얼굴의 왼쪽이어야 하지만 실제 백 씨의 골절 부위는 오른쪽 머리라는 것도 이 같은 구 교수의 설명과 일치한다.

그렇다면 백 씨의 가슴으로 향한 무릎이 백 씨에게 충격을 주었던 것은 아닐까?

영상을 보면 ‘빨간 우의’ 남성이 백 씨 위로 넘어질 당시 이 남성의 양 손과 양 발이 동시에 지면에 닿아 있어 체중이 백 씨에게 온전히 전해질 수 없는 자세임을 알 수 있다.

이 역시 백 씨의 응급실 기록과 흉부 CT 촬영 결과 가슴 어디에서도 이상 소견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사실과 일치한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도 10월13일 열린 법사위 국감에서 “백 씨가 물대포에 쓰러진 이틀 뒤 주치의인 백선하 교수가 국가인권위의 조사에서 코뼈 쪽에는 다친 부위가 없다”고 밝혀 ‘빨간 우의’ 남성의 가격설이 근거가 없음을 지적했다.

사고 이후 수 분간 백 씨 주변에 머물렀던 ‘빨간 우의’ 남성

뉴스타파가 당시 현장을 촬영한 영상 원본 전체를 확인한 결과 ‘빨간 우의’ 남성은 사고 직후에도 계속 백 씨의 상태를 지켜본 것으로 확인됐다.

이 남성은 빨간 우의를 입고 검은색 나이키로고가 박힌, 밑바닥이 하얀 운동화를 신고 있었는데 영상을 보면 백 씨가 후송될 때까지 주변에 수 분간 머물러 있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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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의도적으로 가격했다면 주변에 목격자가 있을 가능성과 경찰의 채증 카메라를 의식해 재빨리 자리를 떠나는 것이 상식이지만 이 남성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부 보수단체는 ‘빨간 우의’ 남성에 대한 수사를 지난 7일 경찰에 의뢰했다.

담당 종로경찰서는 이 보수단체들이 근거 영상도 제출하지 않았다면서 현재 검토 중일 뿐 수사 여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취재:최기훈,김성수
촬영:김기철
편집:박서영

목, 2016/10/13-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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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고 백남기 농민 관련 민사소송에서 법원에 일부 허위 내용이 담긴 답변서를 제출하는 등 백남기 사건과 관련해 잇따라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고인의 유족들이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과 관련해 지난 5월 법원에 낸 답변서에서 “살수차 운용지침의 기본절차가 준수됐다”며 백남기 농민에게 물대포를 쏜 충남9호차도 살수차 운용지침을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답변서에서 “이 사건 살수차(충남9호차)가 18시 50분경 안국사거리에서 종로구청 입구 사거리로 도착”했고, “18시 53분경 경고살수를 실시”했다고 답했다. 그런데 최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박남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충남9호차 CCTV를 보면 이 시간대에 나오는 것은 경고살수가 아니라 분출구에서 약간의 물이 찔끔 뿜어져 나오는 정도에 불과했다.

백남기 농민에 물대포 쏜 충남9호차 ‘경고살수’했다고 허위 답변

경찰의 살수차 운용지침에 따르면 집회 시위 현장에서 살수차를 이용할 때는 먼저 경고방송을 하고, 그 뒤 경고살수를 한 후 본격살수를 해야 한다. 경고살수는 소량으로 분산살수하는 방법을 말하는데, 분산살수는 ‘물줄기가 소낙비 형태로 시위대에게 떨어지도록 좌우로 반복하여 살수하는 방법’을 말한다. 경찰이 주장한대로 경고살수가 되려면 물줄기가 소낙비 형태로 시위대에 떨어져야 하는데 영상에서 찔끔 나오는 물은 시위대 근처에 다가가지도 못했다.

충남9호차는 민중총궐기 당시, 원래 현장에 있던 기존 살수차에 연결된 물 공급 호스가 절단되면서 교체 투입된 것이다. 경찰은 기존 살수차가 이미 경고살수를 했기 때문에 그 효력이 유지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 주장을 반영하더라도 충남9호차가 경고살수를 한 사실은 없는데도 법원에 낸 답변서에서 “경고살수를 실시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백남기 농민 직사살수가 고작 13초?

경찰은 또 이 재판에서 백남기 농민에 대한 직사살수가 ‘13초’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충남9호차와 광주11호차 CCTV 영상을 확인하면 백남기 농민과 백남기 농민을 구조하려는 시민들을 향해 최소 30초 가량 물대포를 쏘는 사실이 확인된다.

사고 당일 응급실에 인턴만 있어서 백 교수 불렀다?

경찰의 허위 답변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경찰은 백남기 농민이 쓰러진 뒤 사후 조치에 최선을 다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구은수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백남기 사건을 인식하자마자 서울 혜화경찰서장을 곧바로 서울대 병원으로 보내 서울대 병원장을 설득해 신경외과 전문의로 하여금 신속히 수술이 이뤄질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다”, “당시 토요일로 신경외과 전문의는 출근을 하지 않았었다”, “당시 주말 야간이어서 응급실에 인턴 밖에 없던 상황에서 서울대 병원장에게 긴급히 협조요청해 서울대 병원 신경외과 최고 전문의인 백선하가 급히 서울대 병원으로 와서 백남기의 진료 및 수술집도를 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사고 당일 서울대병원에는 뇌출혈 전문인 조원상 신경외과 교수가 당직 근무를 하고 있었다. 11일 국회 교문위 국감에 출석한 백선하 교수도 유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당시 조원상 교수가 당직 근무를 했다고 답변했다. 서울대병원 측은 “당직이면 주말 야간까지도 근무를 하는 것인지”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그렇다”고 확인해줬다.

당일 신경외과가 작성한 의무기록에는 “환자의 neurological status(신경학적 상태), brain(뇌) CT 소견 상 호전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며 “신경외과적 수술을 시행한다 하더라도 예후 좋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기록돼 있다.

당시 당직을 서고 있는 신경외과 의사가 수술을 해도 예후가 좋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는데도 불구하고, 당시 오병희 서울대 원장은 어쩐 일인지 당시 휴무였던 백선하 교수를 불러 수술을 시킨 것이다.

백남기 농민 쓰러지는 현장 바로 앞 경찰 추정 사람 보여

경찰은 백남기 농민이 쓰러진 사실을 사고 당일 언론에 보도된 후인 저녁 8시30분에 인지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지난 6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국감에서 “농민이 쓰러진 것을 보고도 방치할 경찰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광주 11호차에서 촬영된 CCTV 영상을 보면 백남기 농민이 직사살수에 쓰러져 밀려나고, 시민들이 달려가 백남기 농민을 구조할 때 취재진 뒤쪽에 경찰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서 있는 장면이 보인다.

경찰의 거짓말은 최근 국감에서도 드러났다. 민중총궐기 당시 30분 단위로 작성된 상황속보 문건에 대해 경찰은 김정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처음에는 “30분 단위 상황속보를 작성하지 않았다”고 서면 답변했다. 그러나 이철성 경찰청장은 국감에 출석해 “열람하고 파기했기 때문에 별도로 관리하지 않고 있다”며 작성 사실을 인정했다가, 이 자료들이 이미 법원에 제출됐다는 지적이 나오자 다시 “원래 열람하고 파기하도록 돼 있는데 당시 경비부서에서 추후 상황에 대비해 보관하고 있다가 법원에 제출했다”고 말을 바꿨다.

경찰은 이날 의원들에게 15시 25분부터 16시 45분 사이에 작성된 10보와 13보, 20시 30분부터 21시 사이에 작성된 19보와 20보만 제출했다. 제출되지 않은 시간대에는 백남기 농민이 물대포에 맞은 시각이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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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의원들은 지난 9월 열린 백남기청문회 때부터 경찰이 민중총궐기 당일 살수요원 등을 상대로 직접 조사한 청문감사보고서와 진술서 등을 제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은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

경찰의 거짓말이 이어지고 검찰의 수사도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고 백남기 농민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야3당은 지난 5일 상설특검법안을 공동 발의했지만 새누리당이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취재 조현미 김성수
촬영 정형민 김기철 김남범
편집 윤석민

목, 2016/10/13-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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